보랏빛마녀 애나

푸드득. 창가로 회백색의 까마귀가 날아들었다. 까마귀 답지 않게 푸른빛의 눈을 하고 어느 까마귀답게 황금빛의 부리를 가진 까마귀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 까마귀의 시선이 향한 곳은 피콕그린색의 짧은 커트를 한 여자아이였다. 푸른색인 듯, 초록색인 듯, 언뜻 붉은빛도 보이는 듯 간단하게 청록색이라고 치부해버리는 피콕그린. 여자아이가 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짙은 보라색 눈이 곡선을 그리며 싱긋 웃는다. “돌아왔구나, 오딘.” 오딘이라고 불린 까마귀가 황금빛 부리를 까딱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명계 같은데 보내지 말라고요.” 소녀가 보랏빛 원피스자락을 팔락이며 까마귀에게로 다가와 그의 다리에 고이 묶여있는 종이쪽지를 보고 다시 한 번 생긋 웃는다. 소녀의 나이 98. 내일모레면 100살을 앞두고 있는 그녀이지만 마법계에선 아직 유년기일 뿐이다. “어머, 하늘같으신 주인님의 쪽지정도는 전해줄 수 있잖아.” “그 ‘쪽지 정도’를 전해주다가 다시 못 돌아오는 까마귀 보고 싶습니까?” “매번 잘 돌아오잖아. 오딘은 능력이 좋으니까.” “직접 가시지 왜 굳이 저를 보내시는 겁니까?” “어머, 오딘. 뭘 모르는구나.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건 소녀의 로망이라고.” 말발이 좋다고 소문난 오딘도 이 어린소녀 앞에선 말문을 닫아버린다. 오딘이 허무하게 부리를 뻐끔거리고 있는데 테이블에 놓인 연락용 수정구에서 연보랏빛이 감돈다. 쪽지를 펼치려던 소녀가 쪼르르 다가가 손가락으로 수정구를 톡, 건드리자 한 여자의 영상이 나타났다. 소녀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코튼캔디 의뢰소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보통 검은색으로 된 의상을 입고 모자를 쓰는 게 마법계 마녀들의 규칙이라면 규칙이었다. 수정구에 나타난 여자와 대화를 마친 소녀가 혼을 한 번 젓자 보라색 민소매 원피스는 어느새 마녀의상으로 변해있었고 머리에도 끝이 뾰족한 마녀모자가 쓰여 있었다. 그 둘 다 보랏빛이었다. 소녀가 손에 빗자루를 소환하고 보라색 망토를 두르며 고개를 돌렸다. “오딘, 가자.” 망토자락 때문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쪽지가 스르르 미끄러졌지만 소녀는 이미 나간 뒤였다. 오딘은 언제나처럼 한숨을 푸욱 내쉬곤 떨어진 쪽지를 물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창문을 통하여 밖으로 푸드득 날아갔다. 쪽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응, 나도 사랑해. 곧 100살 파티지? 가보도록 해볼게.   ------------------------------------------------------------------------------- 헉...질러버렸습니다. 미스틱 미스트 연재중단한건 절! 대! 아닙니다! 후후, 야금야금 쓰고 있다구요. 음.. 작은 공책에 쓴 거라 프롤로그가 짧군요.. 그 뒤에 쓴 것도 짧을 텐데 길이 늘리는 생각을 하려니 우울해 지고 있습니다. 일단 시간 나는 대로 올릴게요! 100살 이면 14살 정도의 외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