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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시 수성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한 흡연자가 금연상담을 받기위해 등록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담배값은 지난 1일을 기준으로 2000원이 인상이 됐다. 2015.1.2/뉴스1 © News1 정훈진 기자 |
"담배를 끊겠다는 시민들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 입니다."
새해 들어 전국에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보건소는 밀려드는 금연클리닉 상담자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부랴부랴 상담 직원을 늘리고, 휴무일까지 클리닉을 연장 운영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니코틴보조제와 금연패치, 금연껌 등 금연보조제도 동이 날 지경이다.
각 지자체는 "이 때가 기회"라는 자세로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펼치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시민들은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지긋지긋한 담배를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해가 되면 으레 하는, 그래서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곤 하는 예년의 금연 결심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제주 서부보건소 올들어 금연상담 신청 1000% 증가
제주서부보건소는 올해 1~12일 금연클리닉 등록 시민은 112명으로 지난해 동기 15명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제주도 전체적으로 같은 기간 388명이 신청해 430%가 증가했다.
인천 서구보건소도 올해 1~9일 1577명이 금연클리닉에 등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375명보다 420%가, 경남 사천시는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37명에서 300명으로 810%가 증가했다.
전주보건소에 금연클리닉 등록을 한 시민은 9일 현재까지 83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381명이 등록을 했다.
전북 14개 시·군 전체적으로는 9일 현재 금연클리닉 등록자가 347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한 달 동안 등록자 1462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경남지역 7개 시보건소의 경우 올해 처음 문을 연 2일 하루에만 지난달 등록자(1631명)에 근접한 1164명이 몰려 드는 등 전국에서 금연상담자가 줄을 잇고 있다.
◇'귀하신 몸' 금연상담사와 금연보조제
금연 열풍으로 금연상담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창원시 진해보건소는 6일 금연상담사 2명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냈다. 지난달 상담사 2명을 신규 채용한 양산시보건소는 이달 중 1명을 더 뽑을 예정이고, 통영보건소도 상담사 신규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 보건소는 상담인원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직장인들을 위해 토요일에도 금연클리닉을 운영할 방침이다.
제주보건소는 이번 주 중 금연상담사 1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상담사만 부족한 게 아니다.
금연패치와 금연껌, 구강청결 사탕, 손지압계 등 금연보조제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시의 경우 남부보건소는 2~3월 예정이었던 금연보조제 입찰 계획을 이달로 당겼다. 다른 구·군도 구입 계획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울산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등록자가 2~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보조제를 미리 구입했지만 물량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면서 "니코틴 용량이 높은 패치를 잘라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정읍시보건소는 금연보조제가 바닥이 나 최근 전자입찰을 통해 추가 구매에 들어갔고, 대구 남구보건소도 이번주 전자입찰을 통해 추가로 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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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시행된 담뱃값 대폭 인상과 공중이용시설 흡연금지 등의 고강도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 가운데 2일 서울역 앞 흡연실에서 시민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새해부터 본격 시행된 금연정책에 따라 담뱃값은 2천원 올랐고 음식점 내 흡연은 전면 금지됐다. 2015.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금연 성공하면 500만원 드립니다"
각 지자체는 시민들의 금연 성공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전주시보건소 이동 금연클리닉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5일 오전 시청 기자실을 방문했다. 기자와 직원들은 이날 기자실에서 금연클리닉 등록을 한 뒤 간단한 검사를 받고 팔에 담배 생각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되는 금연패치를 붙였다. 이들은 앞으로 주기적으로 금연클리닉을 통해 상담과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전주시보건소는 앞으로도 기자실을 순회하며 이동 금연클리닉을 운영할 방침이다.
포상금도 준다.
서울 노원구는 12개월 동안 금연에 성공하면 10만원을 지급하고, 18개월을 성공하면 다시 10만원 상당의 영화티켓 등을 지급하는 등 단계별로 지원을 한다.
서초구는 금연 성공자에게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계획을 세웠다.
서초구 관계자 "500만원 포상금을 어떤 사람에게 지급하겠다는 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1년 이상 금연에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금연문화 확산에 기여한 정도나 금연클리닉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도, 검사 결과 금연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은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하면 5만원상당 기념품도 제공하는 등 전국 대부분의 보건소는 1개월 성공자와 6개월 성공자에게 단계별로 비타민제 등을 제공하면서 금연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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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시행된 담뱃값 대폭 인상과 공중이용시설 흡연금지 등의 고강도 금연정책으로 금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2일 서울 강남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흡연자들이 일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2015.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금연 열풍은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때문"
금연 열풍은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가 불을 지폈다는 반응들이다.
전주보건소 이동 금연클리닉에 참여한 일간지 기자 A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금연을 결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면서 "담뱃값 인상으로 지출이 크게 늘게 된 만큼 이참에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숙 전주시보건소장은 "원래 연초면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담뱃값 인상 등 외부 요인이 겹쳐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금연 시도자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6개월 동안의 추세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삼 경남 김해시보건소장은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 강력한 금연정책의 영향을 받아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로 끝나는 단순 금연 시도보다 더 강한 금연 의지를 가진 신청자가 많은 것같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관계자는 "담배값 인상 요인 등으로 지난주에만 400여명이 왔다"면서 "연초에 많이 몰리긴 하는데 예년보다 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 금연교육이 중요"
전문가들은 이번 금연 열풍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애초에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아 힘든 금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경숙 전주보건소장은 "금연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 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해 단호히 금연을 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어린이들에게 담배는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춘상(전북)·고유선(서울)·송용환(경기)·주영민(인천)·신효재(강원)·남궁형진(충북세종)·박영문(대전충남)·김한식(광주전남)·배준수(대구경북)·조창훈(울산)·황재윤(부산경남)·이상민(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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