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장. 신(神)과 가까운 사람들 이미 백의관음 진소유에 대한 소문은 많이 알려져 있었다. 특히 좌중 의 사람들은 그 얘기에 더욱 놀라고 의아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백 방생은 문득 맞은편의 그 당리가 자신을 한차례 바라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황보능파가 매우 놀랍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진소저는 지금 천상회와 가까운데 대체 언제 백공자와 인연이 있었 다는 거죠?" 황진의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 진소저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전재산인 황금 십만냥도 본래는 이 백공자가 그냥 선사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일년의 수고비로 황금 오만냥을 받은 것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죠.? 황보능파는 그 말을 듣자 약간 넋나간 표정을 지었다. 마치 꿈꾸는 듯 한 표정으로 백방생을 바라 보았는데, 그 표정은 마치 백방생을 재신? 財??? 쯤으로 보는 것 같았다. 사실 십만냥의 황금을 받을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한번은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백방생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그만 더이상 자리에 앉아 있기가 곤란해 졌다. 그는 은근히 자신을 이러한 수단으로 질책하는 듯한 황 진의의 시선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황보능파가 문득 까르르 웃더니 백방생을 향해 말했다. "당신은 혹시 나를 애인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늘씬한 키에 매우 지성적인 미모를 갖춘 이제 열아홉의 소녀. 약간의 취기에 발갛게 달아있는 홍조띤 그녀의 얼굴 가운데 흡사 타오르는 듯 한 눈빛은 백방생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백방생은 엉거주춤 자 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잠시 뒷간에 갔다 오겠소.?" 핑계삼아 일어섰지만 정말로 뒷간에 다녀온 다음, 백방생은 바로 이층 에는 올라가지 못하고 그저 일층의 한 탁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로서 는 지금 황진의가 필요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이층으로 올라가서 불러낼 용기는 없었다. 그저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가 내려오면 다른 행동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다가온 점원에게 간단한 술과 음식들을 주문한 백방생은 천천히 주위 를 둘러보며 생각에 골몰했다. 이 주루의 일층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은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이거나 장삿꾼들이 많았다. 백방생은 자신이 지금 어떻게 해서 편리하게 장원을 구입하고 일할 사람들을 구하느냐 하는 문제를 생각했다. 그로서는 사실 조금전에 보았던 그 팽씨형제나 황보헌 등이 은근히 욕심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라면 자신이 하기 에 따라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그가 이곳으로 온 목적도 바로 그러한 데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다시 한번 가서 그들에게 나중에 한번 만나자고 말을 건네볼까?" 백방생이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쪽으로 시선을 던지는데 문득 그 쪽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 백방생은 그 사람이 황보헌이나 팽씨형제, 혹은황 진의일것을바랬으나뜻밖에도그사람은당리였다.백방생은 솔직히 그녀에게 어딘가 미안하기도 하고 어색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오직 진 소유와 남궁검상 때문에 생겨난 감정이었다. 백방생은 진소유가 남궁검 상을 유혹했기 때문에 그가 당리를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렇다고 해서 백방생이 무슨 그녀에게 어떤 죄의식이라도 갖는 것은 아 니었다. 사실은 그 모든 추측들이 사실이 아닌, 그야말로 백방생만의 일 방적인 것이 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당리는 키가 황진의처럼 크지는 않지만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마른 체구이기 때문에 매우 길쭉하고 건강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그녀의 피부는 백옥같다고 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그러나 눈빛이 강렬하여 매력을 느끼게 해 주고, 또한 용모는 대단한 미인형이었다. 만일 그녀에게서 지나칠 정도의 강인함이 표출되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그녀에게 접근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백방생은 이전에는 별로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지금에야 다시 한번 살펴보고는 생각했다. "과연 그 기생오라비 같은 남궁검상이 좋아했을 만한 얼굴이로군. 헌데 그 두사람은 어디까지 갔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있는 것일 까?" 당리는 백방생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지 곧장 이쪽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혼자였고 무슨 다른 볼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약간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것 같았고, 입가에는 가벼운 조소같은 것을 흘리고 있었다. 백방생은 그녀가 자신을 향해 내려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윽고 그녀가 자신의 맞은편의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서야 약간 무슨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에게 술 한잔 주시지 않겠어요?" 그녀에게서는 언뜻 말리향의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본래 매우 냉혹한 편이어서 이렇게 흐느적거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공연히 백 방생의 마음도 울적했기 때문일까? 왠지 실연을 당한 듯한 그녀의 모 습은 더욱 아름다운 것 같았다. 백방생은 즉시 술잔을 비워서 술을 따라주고는 말했다. "무슨 상심되는 일이라도 있으시오?" 당리는 곧장 술잔을 비우더니 그를 향해 비웃듯이 말했다. "내가 그렇게 보이나요?" 백방생은 그녀가 겉으로는 취한 듯이 보이나 기실 그녀의 눈빛은 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그것도 착각일 지는 모르지만, 어쨌 든 백방생은 그런 강인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를 대하게 되자 가슴이 뛰 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백방생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오. 나는 낭자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소. 나는 낭자가 설령 남궁소 협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소.? 당리는 눈빛을 기이하게 빛냈다. "당신도 그 일을 알고 있나요?" 이런 다른 사람들의 애정관계를 말한다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운 일 이었다. 백방생은 말했다. "나는 진낭자가 남궁소협과 한번 만나는 것을 본적이 있소. 하지만 나 는 지금 그런 일 때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 었소.? 당리는 말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죠?" 백방생은 말했다. "그것은 낭자가 실은 아주 강하다는 것이오. 그런 사람은 원래 그런 시 시한 문제로 상심하지는 않는 법이오. 그래서 나는 내 추측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소.? 당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의 생각은 비록 옳았지만 그러나 사실과는 달라요.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단순하지가 않죠. 그 복잡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기 위해서는 늘 골머리가 아파와요. 하지만, 늘상 그런 모든 일들도 한가지의 단순한 일 에 의해 구멍이 뚫리고 마는 경우도 있죠.? 당리의말은언뜻쉽게이해하기가어려웠다.그녀는대강의사항을 그저 뭉뚱그 려서 말한 것이었다. 백방생은 나름대로 그 말을 이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낭자는 다른 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말씀이오?" 당리는 가볍게 웃었다. "잘 알고 계시는 군요.? 당리는 이어 빈 술잔을 건네주고 그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아직 이층 에서 사람들은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백방생은 그 술을 비우며 당리에 게 말했다. "낭자께서 만일 소생에게 부탁하실 일이 있다면 서슴치 말고 하십시오. 소생은 그리 째째한 사람은 아닙니다.? 백방생은 필시 이 여자가 자신에게 무슨 목적이 있어서 찾아왔다고 생각했다.그렇지않으면이런미녀가자신에게자청해서다가올리가 없는 것이 다. 당리는 빈 술잔을 받아서 스스로 술을 따르며 말했다. "째째한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럼 제가 어떤 부탁을 드려도 상관이 없다 는 말씀인가요?" 백방생은 왠지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은 증평마저 자기 자신을 떠나갔기 때문에 찾아오는 허전함이 어딘가 메워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 었다. 백방생은 대충 머리를 굴려보며 말했다. "만일 소생이 크게 곤란해 지지 않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지요. 사실 소 생도 몹시 외로운 처지이기 때문에 당낭자와 같은 분과 가까와지는 길 이라면 다소 손해를 봐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당리는 말했다. "그럼 저에게도 황금 십만냥을 주실 수가 있나요?" 백방생은 당연히 그녀가 돈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 녀가 그에게 요구할 것은 그것 밖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십만냥이라니? 이건 액수가 다소 많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냥 달라는 눈치가 아닌가? 그러나 백방생은 당리가 결코 이런 부탁을 쉽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저 미소하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야, 가능하죠. 헌데 지금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까?" 당리는 그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리고는 미소하며 말했다. "당신은 거저 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백방생은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또한낭 자도즐겁지는않을것입니다.저는낭자가마땅한핑계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리는 말했다. "좋아요. 제 몸을 드리는 것으로 하면 어떤가요?" 백방생은 안색이 붉어졌다. 흔히 여자들이 수줍음을 잘 탄다고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오히려 여자는 필요에 따라 그런 말 을 쉽게 해 버릴 수가 있고 남자는 오히려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특 히 순진한 사람일 경우 더욱 붉어지는 농도가 짙을 것이다. 백방생은 속 으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정말로 순진한가?" 백방생은 말했다. "농담을 하시는 군요. 만일 남궁소협이 이런 얘기를 들었다가는 저는 앞으로 강호상에서 살아갈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당리는 다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당신은 대체 어떤 댓가를 원한다는 거죠?" 백방생은 문득 당리가 결코 장난삼아 자신과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는 다소 긴장이 되어 정색하고 말했다. "그럼 그냥 드리기로 하죠.? 당리는 가볍게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은 그럴 수도 없고, 또한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을 거예 요.? 그것은 사실이다. 그가 만일 거저 누구에게 십만냥의 황금을 주었다고 한다면 그의 집에는 늘상 많은 거지떼들로 들끓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확실히 모든 일에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백방생은 약간 고심하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만일 다른 문제가 없다면 낭자께서 나의 호법노릇을 잠시 해주시는 것이 어떻겠소, 한 일년 정도로.? 당리는 말했다. "그럼 황금 일만냥을 주겠다는 말인가요?" 백방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실 무슨 십만냥이 아무렇게나 불리워질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녀가 한번 불러보기에 백방생도 그저 대꾸해 준 것일 뿐이지, 백방 생은 확실히 이 현실적이고 냉정한 여자에게 공연히 손해를 보고 망신 을 당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리는 가볍게 조소하듯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거기에 있는 다른 문제라는 것은 또 뭐죠?" 백방생은 말했다. "그야 물론, 남궁소협도 찬성해야 한다는 것이오. 나는 사실 강호에서 살 아가려면 누구에게 잘못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소.? 당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이제부터 그는 그이고 나는 나예요. 나의 일을 그와 결부시키지 말아요. 대체 그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백방생은 말했다. "그럼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정리가 됐다는 말이오?" 당리는 말했다. "물론이예요.그가진낭자와사귀는것을보고도모르나요?나는 그렇게 천박한 여자가 아니예요.? 백방생은 이 당리라는 여자가 보기보다는 상당한 실연의 충격을 받았 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감히 더 이상 그녀의 감정을 건드릴 수가 없어 서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시다면 됐습니다. 만일 낭자가 저의 호위가 되어 주시기로 한다면 지금 즉시 금액을 선불로 드리기로 하죠.? 당리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긍정적인 대답으로 보였다. 백방생은 즉시 품속에서 하나의 작은 봉투를 꺼냈다. 그 봉투에는 천냥 짜리 금표가 열아홉장이 들어 있었다. 백방생은 그 가운데에서 열 장을 세어서 건네주며 말했다. "이것들은 천하의 유명한 신용있는 금포의 금표들인데, 만일 의심스럽다 면, 즉시 확인해 보셔도 무방합니다.? 황금 만냥은 백은으로 무려 이십여만냥이나 된다. 그런 금액을 증서도 작성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건네줄 수 있다는 자체가 이미 간단하지가 않다. 당리는다소흔들리는듯한눈빛으로 그금표들을받아들었다.이어 몇 번 살 펴보고 품속에 갈무리 하더니 말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면 되죠?" 백방생은 말했다. "시간은 편리한 대로 해도 무방합니다. 만일 오늘부터 일을 시작하시려면 제가 묵고 있는 영춘빈관의 삼층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만일 낭자께 서 특이한 호신병기가 있다면 그것들을 저에게 달리 파셔도 되고요.?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이층에서 내려 왔으므로 백방생과 당리는 신형을일으켰다.바로황진의와황보헌등의모든일행이었다. 황보능파가 알 겠다는 듯이 말했다. "어마, 알고보니 여기서 두 분이 사귀고 계셨었군요? 실연당한 두 분이 라면 마음이 잘 맞겠는데요?" 당리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며 그녀의 팔을 꼬집었다. "황보동생, 그런 말 하지도 마.? 백방생은 황진의를 향해 말했다. "저는 이곳에서 당낭자와 사업상의 일을 논의하고 있었죠. 헌데 황낭자 께선 얘기가 다 끝나셨습니까?" 황진의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사실은이층에서사업상의일을논의하고있었어요.우리가 뭐 지금까지 계속 놀고만 있었던 줄로 아나요?" 다시 보니 사람들의 눈빛이 아까와는 달리 맑게 빛나고 있었다. 백방 생은 그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져서 말했다. "아니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황진의는 말했다. "당신은 이제까지 그저 입버릇처럼 사람을 구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요? 그래서 내가 잠시 얘기를 나누었죠. 여기서 말할 것이 아니라 우 선 저분들이 묵고 계신 객점에라도 가서 상의하는 것이 어떤가요?" 백방생은 어리둥절해 졌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일행은 이윽고 태평객잔으로 가서 일행이 머물고 있는 방들 중에서 가 장 커다란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는 차와 찻잔들이 있었는데, 황보능파 가 찻잔들을 돌렸고 모두가 차를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백방생이 웃으 며 말했다. "모두들 저의 일을 도와주시기로 하셨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황보헌이 말했다. "사실 우리는 이번에 이곳으로 오기는 했지만 정작 윗분들의 뜻에 의해 단지 여기에서 머물며 대기할 뿐 조금도 활약은 못하고 있소. 사실우리로 서는답답하며매일무위도식을하는꼴이라,남는시간을 이용하여 여비나 벌어 보려는 것이오.? 백방생은 의아해졌다.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여비를 벌어 보겠다고요?" 황보헌이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우리는 많은 시간동안 백형을 도와드리지 못하오. 그래서 단지 한달 정도만 도와드리기로 한 것이오.? 백방생은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황진의를 돌아보았다. 황진의 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당신은 계속 일년이상의 기간을 바라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예요. 모든 것은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 법이죠. 당신은 우선 장원을 구입하는 등의 자리잡는 것이 급하니, 이들과 한 달 정도만 일을 한다면 자리도 잡힐 것이고, 그 이후에는 더욱 사람을 구 하기도 쉬워질 거예요.? 백방생은 듣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군요.? 황진의는 이어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당신이 한달의 수고비로 황금 일천냥을 줄 것이라고 했 어요. 그건 괜찮겠지요?" 백방생은 그녀가 이미 그들에게 수고비까지 정해놓은 것을 보고 다 소 어이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괜찮지만, 나는 이거 정신이 하나도 없구려.? 그 말에 좌중의 사람들은 한번 왁자하게 웃었다. 백방생은 이윽고 그들 이 다 웃고 나자 말했다. "그럼 정리하기로 하지요. 지금부터 여러분은 한달 동안 저의 수신호위? 守身護衛?가 되는 것인데, 그러나 가끔 제가 부탁하는 일도 해 주셔야 합니다.? 팽영이 소리치며 말했다. "백형께선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한번 백형을 위해 일을 해주기로 했 으면 그만이지 무슨 일일이 따질 것이 있겠소? 이 동생은 지금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신이 다 나는 기분이오.? 백방생이 둘러보니 모두의 뜻이 이미 일치하고 있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들에게 각기 천냥짜리 금표를 하나씩 건네준 다음에 말했다. "그럼 제가 수고비를 미리 드린 것이니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당 면한 문제는 제가 거처할 장원을 구입하는 것이고, 다음 문제는 사람들 을 좀 더 구하는 일입니다. 물론 그 비용은 제가 따로 드리도록 하겠습 니다. 그 점에 있어서 의견이 있으신 분은 말씀하십시오.? 천냥짜리 금표는 백은으로 수만냥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져보는 거액이었다. 비록 말로는 들었지만, 백방 생이 그토록 간단하게 그런 돈을 꺼내는 것을 보고 모두가 기뻐하면서 도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팽웅?陜9?이 웃으며 말했다. "이거 혹시 가짜가 아니오?" 백방생은 웃으며 말했다. "만일 그것이 가짜라면 저의 일을 해 주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황보헌이 말했다. "백형께서 이렇게 시원시원하시니 매우 마음에 드오. 우리는 별로 사람 을끌어모으는재주는없으니우선나와팽씨형제가함께나가서 장원을 알아보 고 오는 것이 어떻겠소?" 백방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일단 제가 머무는 영춘빈관의 삼층에 방을 예약해 놓을 테니, 일을 마치면 그곳으로 짐을 정리해서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황보헌과팽씨형제는그말을듣고이내밖으로나갔다.황보능파가 웃으며 말 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하죠? 백공자의 호위를 맡아주면 되나요?" 백방생은 미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도 일단 여기에서 짐을 정리하신 다음에 제가 머물고 있는 곳으 로 와 주시면 되겠습니다. 이후의 일은 함께 논의하며 해 나가기로 하지 요.? 백방생은 다시 황진의와 함께 영춘빈관으로 돌아왔다. 일층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다가 문득 황진의가 백방생을 향해 말했다. "나는 아무래도 강남에 한번 더 다녀와야 하겠어요.? 백방생은 확실히 그녀가 먼저 서두는 감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백방생은 다소 안색이 변해서 말했다. "그 용사형이라는 분을 찾아보려는 것이오?" 황진의는 말했다. "목적은 그것이지만, 아마 그외에도 해야할 일들이 있을 거예요. 당신의 호위는 그들이 맡을 것이니 거의 문제가 없을 것이고, 잠시 다녀오는 것 은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던 것이니 상관이 없겠죠?" 백방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어쩐지 당신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그들을 일하게 할 때 이상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 예정이오?" 황진의는 말했다. "오래머물지는않겠어요.설령용사형을만나지못하더라도,그가 있는 곳이나 그 내부사정을 알게 된다면 이내 돌아오도록 하겠어요." 황진의는 비록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오랫동안 용천기를 연모하여 마음속에 그 우울함이 쌓여있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더 참지 못하고 그를 찾아 나서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백방생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좋소. 하지만 나로서는 한가지 그편에 부탁드릴 일이 있소." 황진의는 말했다. "그게 뭐죠?" 백방생은 말했다. "강남으로 가려면 아마도 정의맹의 총단을 거치게 될 것이 아니오"그 곳에 가서 이 금액을 군자금으로 써 달라고 전해 달라는 것이오." 백방생은 말과 함께 두툼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바로 오늘 아침에 찾은 황금 십만냥의 금표뭉치가 들어 있었다. 황진의는 그것을 받 아서 내용물을 살펴 보고는 이내 안색이 가볍게 변하며 말했다. "당신은 보기 보다는 현명하군요." 백방생은 미소하며 말을 받았다. "나도 이제는 그들에게 아부하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터득 한 셈이오." 황진의는 말했다. "이 금액은 결코 적지 않아요. 당신은 내가 이 금액을 가지고 달아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쩌려고 그러죠?" 백방생은 말했다. "아마 당신에게는 그 열 배를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황진의는 가볍게 미소했다. "고맙군요.나를그렇게믿어주니그런의미에서이일은잘처리해 드리도록 하겠 어요. 다만 다른 사람들을 너무 믿는 것은 곤란해요. 이를테면, 다른 사 람들에게 내가?" 백방생은 말을 자르며 말했다. "낭자가 멀리 떠났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이오?" 황진의는 말했다. "그래요. 그리고 너무 많은 돈을 맡기는 것도 좋지는 않을 거예요. 견 물생심이라고 했으니까요." "알겠소." 식사후에 황진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짐을 정리한 다음에 바로 떠나갔다.백방생은황보헌등이머물두개의객실을더예약한 다음에 곧장 다시 시간이 늦기 전에 근처의 금포를 찾았다. 늘상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금포에는 흔히 남의 물건들을 보관시켜 주는 금고?金庫?라는 것이 있는데, 백방생은 자신의 예금장부 가운데 여덟개를 각기 분산해서 금 고안에 넣어 두었다. 그렇게 하면 설령 사고가 난다고 해도 한 두개일 것이고, 또한 그 예금장부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 거의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백방생은 가벼운 기분으로 십 만냥의 금표를 더 찾은 다음에 숙소로 돌아갔다. 헌데 백방생이 마악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의 일이었다. 느닷 없는 강한 기운이 그를 엄습했다. 그것은 누런 빛깔을 띠는 기운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빛줄기였는데, 백방생이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그의 몸 은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듯 뜨거워지고 의식이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 었다. 그것은 그가 이제까지 겪었던 그 어떤 암습보다도 무섭고 가공 스러운 손속이었다. "혼절했군요." 흡사허공에서울려나오는듯한음성이흘러나왔다.방문이닫히고 어느새 백 방생의 주위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들은 얼핏 보기에 약초를 캐며 먹고 사는 늙은 부부처럼 보였는데, 그러나 자세히 보면 생김새도 다소 이상하고 어딘가 평범하지 않은 느 낌이 들게 했다. 하기는 조금전과 같은 수법을 펼쳐낸 사람들이어찌평 범하다고할수가있겠는가?다만백방생에게다행스런 일은 그 수법이 심하 게 작용하지 않아서 아직 그의 몸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누런색의 옷을 입고 있는 노인은 피부도 누랬고 눈이나 모발까지도 한결같이 누런 색깔이었다. 그리고 백색의 옷을 입고 있는 노파는 피부 도 눈부시게 하얗고 눈이나 머리카락도 역시 하얀 색깔이었다. 백방생이 만일 지금 의식을 차렸다면 그들의 모습이 언젠가 보았던 사람들과 어 딘가 흡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었다. 필시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 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눈빛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신 쪽에 더욱 가까 와져 있는 것 같았다. 백방생을 공격한 사람은 황의노인 이었는데,이윽고그는 가볍게 손을 떨 쳐서 백방생을 침상위에 눕게 했다. 백방생은 마치 낙엽처럼 자연스럽 게 날아가 침상위에 누웠다. 문득 그 옆에서 잠시 백방생의 몸을 살피다가 백의노파(白衣老婆)가 다 시 말했다. "그의 몸은 어떻죠?" 황의노인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반문했다. "그대가 보기에는 어떻소?" 백의노파는 잠시 숙고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의 몸과 마음은 재기하기가 어려울 만큼 둔하게 되어 버린 것 같군요." 황의노인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선(邪仙)과 마선(魔仙)의 이 수법은 확실히 고명한 것 같 소." 백의노파는 그 투명한 얼굴에 우려의 빛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일들이 천선(天仙)의 뜻대로 되어 가는 것인가 요?" 황의노인은 가볍게 침음성을 발했다. "과거에 무명노인(無名老人)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의 야망을 제지할 수가 있었소. 하지만 그는 이미 백년전에 죽었소. 아니 열반에 들었지?" 어디로 가서 그를 제지할 사람을 찾아야 할 지 모르겠소." 백의노파는 약간 화난 기색이었다. "당신은 그래도 이제까지는 그 당신의 잘난 후손인 계집아이를 통해서 그의 몸을 치료해 오지 않았나요 사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이녀석은이 정도의회복도불가능했을거예요.그런데이제와서모든 희망을 포기하자는 말인가요?" 황의노인은 말했다. "사실 천선 하나만 해도 우리는 도저히 당할 수가 없소. 게다가 나머 지 다섯도 그를 추종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를 거역한다는 것은 이를테 면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것이오. 사실 그동안 내가 그를 돌봐왔던 것도 다소 위험스런 일이었소. 아마 앞으로는 천선이 더이상 우리를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오." 백의노파는 가볍게 한숨을 불어 쉬었다. "정말로 천하는 그의 것이 되어 가겠군요. 애초에 무명노인이 사라진 이상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백의노파는 이어 마악 창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황의노인 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 "잠깐, 한가지 이 녀석에게 기이한 일이 있소." 백의노파는 신형을 멈추며 말했다. "그게 뭐죠?" 황의노인은 백방생의 불룩한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은 어디서 생겨났는지 갑자기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소. 혹시 그것이 황금충 의 보물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해서요." 백의노파는 의아해 했다. "황금충의 보물을 찾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요?" 황의노인은 말했다. "물론 많은 돈은 언제라도 중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 황 금충이 무명노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오. 그 둘이 존재했던 시기는 거 의 비슷했고 또한 그 말년도 둘다 신비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오." 백의노파는 매우 놀란 표정을 했다. "아, 그렇다면 혹시 그 무명노인의 진전이 이 아이에게 전해졌을 지도 모른다는 말인가요?" 황의노인은 말했다. "그건 오직 나의 추측일 뿐이오. 나로서는 그렇게 되었기를 바라지만 그 러나, 그럴 희망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소." 황의노인은 재차 백방생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며 눈빛이 무거워져 갔다. 백의노파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말아요. 모든 일들은 순리대로 되어 가겠죠. 그 가 대업(大業)을 성취하는 것이 운명이라면 우리도 그만 그 운명에 따 라야 하지 않겠어요"이렇게 우리가 오래 이곳에 머물다간 천선이 눈치를 채고 화를 내겠어요. 그도 사실은 이 아이에게 조금은 신경을 쓰는 눈치 이더군요." 황의노인은 가볍게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이어 그는 우수를 가볍게 쳐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황금빛의 기 운이 뻗어나와 백방생의 몸을 휘감는 것이었다. 백방생의 몸은 마치 그 서광속에 휘감긴 것 같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이윽고 그 의 몸이 다시 침상위에 내려졌을 때, 어느새 그 황금빛의 서광도 사라지 고 그 두 명의 기이한 노부부도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백방생은 마치 오랜 단잠을 자고 난 사람과도 같았다. 그가 눈을 뜨자 느닷없이 눈앞에 낯익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당리와 황 보헌 등의 다섯사람이었다. 백방생은 얼른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니 그대들은 언제 여기에 와 있었소?" 그러고보니밖은어느새어둑어둑해져있었다.황보능파가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저녁무렵에 이곳에 왔죠. 헌데 당신이 너무나도 곤하게 자고 있 길래 깨우지 않은 거예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다는 말인가?" 백방생은 문득 자신이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정신이 아득했던 것을 상기했다. 그러나 왠지 그 이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째서 침상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급히 품속을 만져 보았으나 그의 물건들은 모두 다 안전했다. 게다가 뜻밖에 도 그의 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 가"아마도 그가 오래도록 자고 있었던 것은 그 기운 때문인 것 같았 다. 백방생은 무심코 운기를 해보다가 경악을 하고 말았다. "아니 세맥(細脈)들이 모두 복구되었잖아?" 이제까지 있었던 진기가 새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전신 의 활력이 넘치면서 운기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가"비록 아직 세맥들 을 타통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러나 이제 그것이 복구된 이상 은 앞으로 무학이 정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백 방생은 이 기적과도 같고 꿈같은 현실을 일시 믿을 수가 없는 기분이 었다. "혹시 황낭자가 몰래 돌아와서 나를 치료해 주고 떠난 것이 아닐까?" 백방생은 일단 자신의 무공을 시험해 보고 싶었지만 눈앞에 사람들이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