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아시파총회 (상) 이모저모
10월 20~28일 필리핀 다바오시 다바오 대신학교에서 열린 제5차 아시파 총회는 소공동체야말로 '친교의 교회'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사목 대안임을 확인하는 만남의 잔치였다.
아시아는 물론 영국ㆍ독일ㆍ스위스 등 20여 개국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8박 9일 동안 △매일 복음나누기와 미사 △주제 강의 △그룹 나눔 △필리핀 현지 소공동체 탐방 △문화의 밤 등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진 일정을 통해 각국의 소공동체 경험을 나누고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 방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라는 신원을 초월해, 그리고 국가와 언어와 문화를 넘어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친교를 체험했다. 또 소공동체 근본 정신은 성체성사에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이번 총회를 주관한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평신도가정사무국 의장 롤란도 티로나(필리핀 인파타교구장) 주교는 환영사에서 "아시파 총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공동체들의 친교'라는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인 소공동체는 성체성사로부터 세상을 복음화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성체성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치토 테이글(필리핀 이무스교구장) 주교는 '성체적 공동체로서 소공동체'라는 주제 강의를 통해 "성체성사는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 나눔"이라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이 바로 성체적 공동체이자 소공동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공동체는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다른 소공동체와 통교할 수 있는 열린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 뒤 "소공동체는 지역 선교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 각국별로 미사를 주관하는 관례에 따라 한국팀은 10월 22일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와 박기주(서울대교구 대방동본당 주임)ㆍ이어돈(제주교구 금악본당 주임)ㆍ전원(서울대교구 제기동본당 주임) 신부 등 공동집전으로 영어미사를 봉헌했다. 복음 낭독 직전 허찬란(제주교구 성산포본당 주임) 신부와 한국 참가단이 성경을 봉헌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보편 지향 기도 때는 한국 신자가 첫 번째로 나와 고통받는 이웃과 북한 동포를 위한 기도를 바친 데 이어 중국과 타이완, 일본 신자들이 차례로 나와 자기 나라 말로 기도했다.
한국 참가단은 이날 미사에서 독특한 봉헌 행렬로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잔잔한 배경 음악이 깔린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청사초롱을 앞세운 한국 신자들은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줄 묵주와 한과 및 향을 봉헌했다. 미사가 끝난 후 많은 이들이 찾아와 한국 신자들과 기념촬영을 할 만큼 한복은 큰 인기를 끌었다.
강 주교는 미사강론에서 "세례를 받는 비율만큼이나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은 것은 교회가 신자들에게 참된 행복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소공동체가 뿌리내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느님 말씀의 불길이 소공동체를 통해 신자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맛보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폐막 전날인 10월 27일 마련된 문화의 밤 행사는 각국의 고유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으로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복으로 갈아입은 한국 참가단은 우아한 부채춤으로 한국의 전통미를 보여줬다. ○…참가자들은 주말인 10월 24일 다바오대신학교 인근 본당들의 신자 가정에서 1박 2일 홈스테이를 하면서 필리핀 가정과 교회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참가단은 "삶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인 필리핀 신자들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지채(율리안나, 서울대교구 제기동본당)씨는 "이웃 신자들이 생일을 맞은 한 신자를 위해 새벽 4시에 그 집으로 몰려가 노래를 불러주고 선물도 주고 기도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면서 "바로 저런 것이 소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근(파트리시오, 대방동본당)씨는 "어떤 모임이나 미사에서든 가족 전체와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 부러웠다"며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신앙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이곳 필리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찬란 신부는 "한국교회는 본당 사목회와 소공동체가 서로 나뉜 이중구조를 지닌 데 반해 필리핀교회는 소공동체가 본당활동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며 한국교회도 필리핀교회와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참가단은 이번 총회를 통해 소공동체의 성패는 소공동체 조직을 얼마나 체계화하느냐가 아닌 성체성사의 삶을 얼마나 담아 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이 아닌 질적으로 충만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강명숙(마리아, 대방동본당)씨는 "의무감에서 참석하는 소공동체가 아니라 하느님 말씀이 살아계심을 체험함으로써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소공동체가 참된 소공동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영숙(멜라니아, 제기동본당)씨는 "본당은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만 하고 실질적 활동은 소공동체가 중심이 될 때 소공동체 본연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주 신부는 "본당은 시시콜콜 모든 것을 챙길 것이 아니라 비전만 제시하고 구체적 실천은 소공동체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소공동체에 대한 평가 기준은 외형적 조직 여부가 아닌 소공동체 내부의 역동성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필리핀(다바오)=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김효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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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차 아시파총회 참가자들이 다바오대신학교 강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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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현지 교회를 방문한 한국 신자가 사랑의 하트를 그리며 필리핀 신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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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찬란 신부와 한국 신자들이 한국 참가단이 주관한 미사에서 성경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