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중시하겠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제기되고,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이 언급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가 각종 대외 건전성 관련 지표들의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13일 기획재정부가 국제금융시장 점검회의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경상수지 흑자 지속'을 중점 관리 사항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에서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등 대외 지표가 불안해지게 되면 각종 해외 투기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08년 9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위한 로드쇼를 개최했을 때 "6,7,8월 석달 연속 경상수지 적자가 나왔는데,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무너졌을 경우 대내외 균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이는 다시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 건전성을 언급하는 대외 지표가 외환보유액 규모와 경상수지 흑자기조의 지속 여부다"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관료들은 8억달러에 그친 8월 무역수지 흑자규모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0일 기준 무역적자 규모가 47억달러에 이르면서, 8월 흑자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에서는 한국의 대외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8월 무역수지 흑자가 불투명해지면서 우리나라의 건전성 지표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많아 진 게 사실"이라면서 "경상기조를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로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재정부의 '경상수지 흑자' 언급을 환율 정책 기조 변화와 연관짓는 흐름도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락을 용인하던 기존 정책이 마감됐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인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 후퇴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만큼 수출실적의 감소를 수반하는 환율 하락 용인 정책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 중시' 기조가 '고환율 정책'과 꼬리표 처럼 달려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 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환율 하락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발언을 자주 했었다.
스위스와 일본의 외환 시장 개입 등으로 글로벌 환율 갈등을 키우는 사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만 통화 절상을 용인하는 것 처럼 비춰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거시경제 환경이 물가 불안보다는 성장 둔화를 더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하락을 통해 물가를 잡는 정책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가파른 환율 상승은 대외 신인도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기 때문에 시장 개입을 통한 고환율 정책 역시 시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번 말씀드린 것처럼 외환보유고는 무척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빚이 많이 늘어나는만큼 한국 경제를 대외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은 외환보유고입니다. 지난 3개월동안 무역수지는 흑자였지만, 자본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는 적자였다고 하네요.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중시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본/스위스/브라질 처럼 환율에 대한 방어를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시중에 달러화를 사들인다는 것인데 일단 물가상승에 대한 정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금리를 올리지 않고서 정책을 운용하기 위해선 대출을 통제할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by 상승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