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초승달과 나누는 대화
-경주 최부자집, 상속세와 증여세-
기후변화인지 12월이지만 봄바람이 묻어난다.
따스함이 오히려 근심스러워지지만, 천년의 고도 경주의 노천 온탕에서 반신욕의 알몸이 되어 달과 눈싸움을 한다.
달은 부끄러운지 낯을 가리는지 아니면 세상 살면서 옹골지게 굳어진 알몸 속의 숨겨진 세포분석을 하는지 구름과 희롱하며 곁눈질이 심하다.
편백으로 둘러쳐진 온천탕에서 달과의 치열한 눈빛 싸움을 하는데 지긋한 삶을 살아온 사내들이 잔잔하게 흐르던 물과 달의 공간을 조각낸다.
진지한 대화의 줄거리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고심이 오가는 이야기다. 결론은 제삼자에게 왕창 재산을 나눠주고 그에게 모든 세금을 물라고 해야 하겠다며 노천탕을 떠나는 모습에서 조선시대 경주의 교촌마을 최부자가 달덩이가 되어 떠오른다.
최부자는 하세월이 흘렀는 데에도 국민의 마음속에 온기로 여전히 스며있을까. 경주 교촌마을에는 최진립의 가문인 최씨 가문이 12대 400년 동안 살아온 종가댁이 관광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대동법은 조선 중기인 광해군과 숙종 시기 지방의 특산물로 바치던 공물(세금)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한 세금 제도다(1608~1720년).
종전에는 토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田稅), 노동력 세, 공물 징수의 공납(貢納) 등으로 분산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공물을 내지 못하자 공물을 대신 납부하고 후에 대가를 징수하는 방납인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오늘날의 제3금융권과 같은 직종으로 방납인의 폐단은 꿀 한 말을 쌀 아홉 말에 대신 공납하고 그 대가로 쌀 스무 말을 요구하는 극심한 횡포를 부렸다. 이 같은 상행위는 결국 국가의 수입은 감소하고 농민의 부담은 늘어나 결국 고향을 떠나기도 했다.
광해군의 최대 공적인 대동법은 시행 초기 토지를 소유한 양반 지주들의 극심한 반대로 전국적인 확대가 어려워 경기도를 중심으로 대동법을 시행했다.이후 인조 시대에는 강원도, 효종 시대에는 전라도, 숙종 시대에는 경상도에서도 실시되었다.
토지 소유의 정도에 따라 세제를 차등 부과하는 세제의 합리화는 오늘날 빈익빈 부익부가 강해지고 영세 서민층의 빈곤지수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냉철하게 관조해야 한다.
현물 대신 미, 포, 전등으로 세수를 징수함으로써 조세의 금납화도 성공하게 되므로 오늘날의 상업자본가들을 탄생시키고 유통시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결과적으로 대동법은 건전한 상업주의를 탄생시키고 조선 후기까지 우리나라의 세수정책과 상업 시장을 조성하는 근본 뿌리가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이승만 정권이 1949년 농지개혁법을 확정하고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최부자의 최국선(최진립-최동량-최국선) 씨가 부호로서 소작농에게 거둬들이는 소작료도 8할이었다. 소작인들은 섣달만 되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오늘날의 사채인 양식을 빌려 두 배로 갚는 고리채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 장리라고 하는데 최부자도 장리를 하면서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왜 최국선 씨는 소작료 인하 등을 결행하면서 소작농에게 사랑받는 부호로 탈바꿈했을까.
최부자 집에 떼강도가 들어와 약탈해가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선시대 횃불을 들고 약탈하던 강도 집단을 명화적이라고 하는데 이 집단이 최부자 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들은 양식은 가져가지 않고 장리의 증표인 채권 서류만 약탈해갔다.
서류를 가져감으로써 소작농의 담보가 다 사라진 것이다.
주변에서는 이들 집단을 관가에 신고해 처벌하자고 말했으나 최국선 어른은 심사숙고한 후 사회적 책임경영의 지표를 설정하게 된다.
최국선은 오랜 고심 끝에 신고하지 말라고 엄명하고 도둑이 미처 가져가지 않은 채권문서도 주인에게 되돌려 주라고 말한다. 그리고 소작료도 5할만 받으라고 지시한다.
최부자는 농작물의 생산량을 증대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병행 시행하고 이양법을 도입해 소출량을 늘려나갔다(조선시대의 ESG 경영).
소작료를 8할에서 5할로 낮추고 소출량을 늘려나가자 많은 소작농은 매물이 나오면 경쟁하듯 최부자 집에 소식을 전달하고 땅을 사들였다.
소작농들은 최부자가 땅을 사들이면 전 주인에게서 내던 소작료를 3%나 줄일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부자는 이렇게 급속히 땅을 사들이면서 만석꾼이 된다.
이것은 오늘날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적 관계로 동반성장을 하게 하는 지표다. 대기업은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이윤을 더 줌으로써 중소기업들은 이윤을 얻고 대기업에 지속해서 납품하기 위해 더 좋은 양질의 품질을 개발하여 품질 안전과 질 좋은 상품으로 시장 확산을 가속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현대사회에서 한국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1950년 제정되어 1996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나 그동안 경제적‧사회적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상속세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취득한 크기와 상관없이 같은 한계세율을 적용하여 조세부담 능력에 따른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경기침체기에 실업은 증가하고 생활물가는 오르고 서민층의 삶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가 재정을 적극 투입, 경기를 부양시키고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데 정부는 긴축재정을 편성하고 민생예산은 대폭 축소했다. 반면에 부자 감세는 대폭 확대하여 기업의 법인세 3% 감세, 종부세, 양도소득세, 상속세도 완화하였다.
4백 년 전의 대동법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고 최부자의 경영철학에서 동반성장을 통한 사회적 책임경영을 하면서도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노천탕에서 달과 알몸의 대화를 통해 기업인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평균대 위에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국민의 절절한 바램을 녹여본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