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부터 봄에 꽃들이 보이질않았다
몇해 전부터 봄에 꽃이 피질않았다
바람이 불면 가야될 곳이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날 기다려주는 님이 있었다
바람이 불면 한사코 나를 가만두지않았다
그렇게 내 맘속에서 꽃들이 떠나갔다
내 맘속엔 온통 바람뿐이었다
지난해 벚꽃잎 한송이가 내 팔뚝위에
날아 앉았다
짙은 연분홍색을 띄고서
자기는 언제나 이런 화려한 모습이었노라고
벚꽃잎을 가져다준 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자기만 바라다보지말라고
자기말고도 아름답고 소중한것들이 그득하다고
여섯째 일곱째날
진동이도 가고 호승이도 가고 귀여운 이슬이와
예림이 그리고 몇일전엔 한대장님도 가셨다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기 마련
정현이 내외와 주영이가 그 빈자리를 대신했다
가는 사람들은 아쉬움에 오는 사람들은
기대감에 서로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는걸 얼굴
표정으로 읽을수있었다
어쨌거나 난 오늘도 카이트를 타러간다
6일째가 되니 이젠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버렸다
숙소에 있을땐 틈만나면 하루에도 서너번씩
카페 이곳저곳을 누비고 그 진한 커피를
서너잔씩 먹는일이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아침먹고 셩하이 해변으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카이트를 타고 돌아와 저녁엔 누가 쏘는 맛있는
식사와 술을 먹고 아쉬우면 맥주 한잔 더하고
또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하는 일상이 너무
당연시 여겨진다
일상이 되어버리니 여섯 일곱째날은 기억에
가물가물하다
하나 기억에 남는건 이곳 셩하이에서
비치보이를하는 식훈이에게 팁을 20만동을
주었더니 평소에 안하던 인사며 뜬금없이
다가와 친한척이다 짜식 돈맛을 봤네 봤어
(투어내내 우리의 연을 받아주던 식훈이
다만 아직 카이트를 못타 받고 내려주는게
서툴고 랜딩때 연을 어떻게했나 다음 런칭때
라인이 꼬이기 일수였다)
여섯 일곱째날엔 카이트를 탔겠지
저녁은 누가 사는 맛있는 밥을 먹었겠지
또 술한잔 하며 수다를 떨었겠지
여덟째날
스팟이 셩하이말고도 몇군데가 더 있는데
오늘은 판랑에서 바람이 제일 세다는 미호와
해변으로 간단다
셩하이 바람이 맘에들고 짐도 싸기 귀찮아 가기
싫어했는데 한번은 가보잔다
평소 반대방향으로 가는 창밖 풍경이 낯설다
창밖에 보이는 비스듬히 서있는 나무들이 이곳
바람이 얼마나 센지를 말해준다
미호와엔 넓은 해변만큼 클럽도 몇개가된다
잘못했다간 클럽위치를 잃어버릴수 있으니
잘 봐두란다
아직 정오전인데 9로 탈수있을까싶게 벌써
어마어마한 바람이 들어온다
한두대 뜨기 시작한 카이트가 곧 50개 이상
넘실거린다
입수를 해보니 바람 세기만 센게 아니라 힘도
어마무시하다 발목 살짝 넘는 수위에
컨트럴바를 맘껏 댕기기가 겁이날 정도다
셩하이에서도 적응하는데 한 이틀 걸렸는데
처음 접하는 미호와의 바람에 바닥에 마음껏
타기가 힘들다
오후들어 6바람까지 들어오는 모습을보고
이 바람을 조금만 떼어 우리 클럽으로
가져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오늘 저녁은 어제 발가락 부상으로 이번 투어
라이딩을 포기하다시피한 형복이가 아직
라이딩이 안되지만 같이 해서 즐거웠다고
라이딩턱을 선불로 땡겨서 그 비싼 삼겹살로
쏘았다
많이 아쉽겠지만 내 마음대로 할수없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이룰수있다는걸 느꼈을것이다
아홉째날
셩하이에 도착해 세팅을 하고있자니 오늘이
우리 마지막날인지 알고있는지 식훈이가
전에없이 더 친절하고 상냥하게 세팅도 도와
주려는듯 다가와 덩치에 안어울리게 통하지도
않는 말을걸며 아양을 떨어댄다
짜식 돈맛을 보긴 봤군
지금까지 떠나가는 사람들 마지막날을 보았다
아쉬움에 서러움에 열심히들 탔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탔던탓일까
체력도 바닥이 나고 너무 즐거웠던 기억에
평소처럼 무난한 라이딩을 즐기고 평소보다
일찍 마무리를 하고 짐을 싼다
오늘 출국을 해야하니 또 뭐 빠트리지않게
꼼꼼히 짐을 챙긴다
마지막 저녁은 희준이가 추천한 숙소옆
소불고기 바비큐
별 기대를 안했는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먹어본
음식중 제일 맛있다
소고기 양념이 제일 한국 음식과 비슷하고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아주 꿀맛이다
마지막 식사로 먹었던게 억울할정도로
이윽고 차를 탈 시간이 가까워올무렵
밤 11시가 되어가는데 누가 숙소 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니 거시기형님이 그동안 즐거웠고 다시
바람좋은날 국내에서 보자고 친히 찾아주셨다
다시 못볼건 아니지만 숙소까지 찾아주신
거시기형님 마음에 가슴 뭉클해진다
유신이 미연이 한의 배웅속에 공항으로 향한다
지루한 비행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자기 시작해 집에 도착해서도 눈을 뜰수가없다
얼큰한 국물이 간절했는데 그것도 지금은
다 필요없다
꼬박 하루를 잠에 취해 정신없이 자버렸다
깨어난후 켄 카페 아주머니에게 눈도장을
찍으러 가야될것같고 토마토도 한봉다리
사와야 될것 같고 밀라노에 들러 그 진한 커피도
한잔 더 마셔야될것같다
괜히 판랑의 바람예보를 뒤적이고 임시로
만들어논 2차 투어방 단톡방을 나갈수가없다
2차 투어 단톡방 멤버를 보니 벌써 입국했던
사람들도 그대로이다
다들 아쉬움에 뭔가 새로운 내용이라도 뜨면
확인하고 답장하기 바쁘다
갈증을 달래려 갔는데 더 심한 목마름으로
돌아왔다
이놈의 짝사랑은 언제쯤 잦아들려나
첫댓글 ㅎㅎ 짝사랑은 언제나 목마름입니다T.T
애절하게 그립고....
ㅋㅋㅋ 근데 왜 식훈이에요?
저도 팁줫는데 연줄 꼬인다고
예기해도 오케이 노프러블럼만
외치더라구요 ㅋㅋ
한국식 이름~
판랑 마지막 편 인가요??
병욱형님 글 또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인디
힘들어 못쓰겠다
다음편에...
가신분들의 아쉬움이 느껴져요. 남아있는 사람들도 빈자리들이 아쉽답니다 ㅠㅠ
3월까지는 쭈욱 ~~
올리시겠지ㅎ
4탄,5탄~~
형님 점프 시리즈 없나요.
1미터 띠었는데. 10미터 뛰었다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글을 읽는 동안 판랑에 있는것 같은 착각을 했네요~~ㅎㅎㅎ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마 첫째,둘째,셋째 날 같았으면 포기하고 말았을건데 포기 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
다들 겪는 과정이라는 말에 용기를 가졌습니다.
자주 뵈요~~
형님~저도 작년에 이걸 왜 하지?? 포기 한 3번정도 외쳤다가~극복했습니다~!!
석문 아이스 되면~꼬~옥 오세요~정말~많이 도움 됩니다^^
ㅇㅏ.. 글보니 또 가고 싶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아쉬워요 다시 돌아가고싶다 ㅠㅠ 너무 재밌었어서 꿈만 같은 시간이였어요
아~아~ 나도 쌀국수 두그릇먹고 종일 연날려봤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