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동산 유목민(노마드)
오늘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최대한 쉽게 풀어 놓겠습니다.
혹시 노마드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신지요
이전에 삼성전자에서 자사 제품을 광고하면서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있습니다.
유목민이라는 말의 첫 시작은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의 “노마드”에서 나온 말입니다.
노마드에 관해 짧게 설명하자면 어느 특정한 가치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일컫는 철학적 개념입니다.
항상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이지요.
들뢰즈는 현대사회에서는 자유로운 유목민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노마드를 “유목” 또는 “유목민”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하겠네요.
하여튼 삼성전자에서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죠.
디지털이라는 아무 모던한 용어와, 유목민이라는 자유분방함을 연상케 하는 용어. 이 2개가 어우러져서 디지털 유목민이라는 말을 탄생케 했습니다. 유목이라는 단어가 디지털이라는 단어의 어감과 합쳐져서 민족과 국적, 국가를 초월하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 그런 의미로 읽혀졌습니다.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면 마치 내가 중동의 베두인족이나 몽골의 징기스칸의 후예들처럼 아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될 줄 알았죠...^^
질 들뢰즈의 관점으로는 인간은 2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파라노”와 “스키조”입니다.
파라노는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스타일이고, 스키조는 한 가지 일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스타일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노마드는 유목이라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스키조와 파라노 중에서 노마드와 더 가까운 것은 스키조가 되겠죠.
부동산에서의 스키조와 파라노는 어떨까요?
파라노에게 아파트는 그저 우리 가족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고, (33평 아파트 경우에) 안방 1개, 작은 방 2개, 화장실 2개가 딸려 있기만 하면 되고, 주차장, 경비실이 있는 번듯한 모양의 아파트이기만 하면 됩니다. 즉, 파라노에게 아파트는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 그 하나의 가치만을 지니면 됩니다.
노마드적 관점에서 아파트는 33평이 그저 그런 아파트여서는 안 됩니다. 한 가지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아주 유연한 삶의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조망/학군/교통/브랜드/자재/조경까지 다 보는 것이겠죠. 심지어 아파트 가치를 높인다고 할아버지 경비원 말고 에스원 같은 업체가 들어와야 한다는 입주민을 본 적도 있습니다.
들뢰즈는 <천개의 고원>이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노마드가 가진 유연함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비결이다”
여러분은 노마드인가요. 그리고 여러분의 아파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슬프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행보입니다. 이미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항상 눈과 귀를 열어두고 유연한 자세로서 세상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들뢰즈의 유목민적 사유의 핵심입니다.
***
노마드와 스키조 파라노를 부동산과 연관시키다 보니 중간중간에 약간의 비약도 있습니다만, 쉽게 풀어 놓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욕망하는 기계와 욕망하는 부동산
글을 쓰고 보니 마치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비춰지네요. 현대인이 좋은 아파트에서 살지 못하면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는데, 저의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암묵적 동의이자, 미필적 고의, 묵시론적 투자관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다만 저는 우리 사회가 더 괴물스런 모습의 자본주의를 추종할까봐, 아니 그런 자본주의 사회를 추종하는 과정에서 탈락되는 무수히 많은 개인들이 발생할까봐 그것이 염려됩니다. 그 탈락되는 개인 중에 제가 포함될 수도 있겠지요. 또한 그 탈락되는 개인을 두고 패자라고 부르겠지요.
이번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왜 괴물스런 자본주의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는지 말해 보겠습니다.
앞글에서 들뢰즈가 아주 멋진 말을 했죠?
이번에도 들뢰즈의 멋진 말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욕망은 생산한다. 그것도 실존하는 물건을 생산한다”
들뢰즈가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다양한 욕망에 응하도록 만들어진 사회입니다.
이를테면, 주부의 동선까지 파악하는 부엌을 욕망하면 그렇게 되고, 무인택배시스템을 욕망하면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건설사는 사람들이 새롭게 원하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계속 새로운 형태의 아파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건설사는 주부들을 모아서 무엇을 개선하면 좋은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무한의 욕망을 원하는 사회는 앞으로 발전할 수있지요. 조금 웃기는 말을 해보자면 인간사회에서 무한도전은 없어질 수 있으나, 무한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들뢰즈는 그런 무한의 욕망에 의하여 움직이는 사회를 “욕망하는 기계”라고 했습니다.
이런 욕망하는 기계(자본주의)가 점점 진화하면 마지막에는 어떤 사회가 될까요?
그것은 가지고 싶다고 욕망하자마자 충족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이는 들뢰즈를 포함한 많은 현대 철학자들의 예견입니다.
욕망하자마자 충족되는 사회?
.........
얼핏 보아서는 아주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와 같아 보입니다. 그 옛날 에덴동산도 이러지는 못했습니다(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욕망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회는 유토피아와 같아 보이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에 지루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죽음인 것이지요.
자본주의가 죽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새로운 욕망을 낳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욕망의 인플레가 발생합니다.
그 반복되는 욕망의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무시무시한 욕망하는 기계, 괴물스러운 기계로 만듭니다. 괴물스러운 기계의 모습은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금액에 허덕이는 모습일 수도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내려가는 아파트 가격에 노심초사 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자신이 지금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 왜 투자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지 모르는 많은 이들의 형상들입니다. 언젠가는 그 욕망하는 기계, 괴물스러운 기계가 공포와 탐욕으로 얼룩진 기계의 모습으로 변해가겠지요.
자 여기서 우리 주변을 돌아볼까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욕망해서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걸까요? 아니면, 이건희나 스티브 잡스가 우리로 하여금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하는 것일까요? 내가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것은 나의 욕망일까요? 타자의 욕망일까요?
아파트 매매는 왜 하는 것일까요? 우리 가족의 더 나은 삶의 영위를 위해서일까요? 건설사들의 욕망이 내 욕망으로 전이되어 아파트 매매를 하나요? 여기까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욕망하는 기계”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욕망하는 주체가 되지 못하고 후행적 행태와 함께 불나방의 모습을 한다면 점점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요.
더 나은 삶을 위한 재테크는 백번 천번 찬성합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자신의 재테크 행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류에 휩쓸려서 하는 것입니다.
지금쯤에서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 같네요.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 기계일까요. 그 욕망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주체입니까? 아니면 객체입니까? 여러분이 부동산을 욕망하나요? 아님 부동산이 여러분을 욕망하나요?
우리는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 노마드라는 명분 아래 지금도 정처 없는 유랑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아마 정답은 여러분 스스로가 더 잘 아실겁니다...^^
지금 제 글은 현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감상주의자의 세상 물정 모르는 넋두리 정도 되겠지요. 저도 잘 압니다...^^
다만 요즘 용광로 같은 신규 분양으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분들이 계실까봐 글 남깁니다.
여러분 모두 성공하는 투자를 하시기 바랍니다....^^
제 글은 현실에서는 도움이 안 되니까, 그냥 한 번 읽고 다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덧.
저희 부부는 불임 부부입니다(저는 올해 36, 아내는 30). 결혼 6년차입니다.
그동안 3번의 인공수정과 2번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았죠.
아이가 없다보니 최고의 재테크는 2세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시술을 받으면서 병원도 3군데나 옮겨 다녔습니다. S병원, P대학병원, 그리고 지금의 M병원.
아이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계속 들다보니, 어느 순간 부모님 생각이 나더군요.
우리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끔찍할 정도로 아끼셨구나....
까페 회원님들의 글을 보면 자녀들의 교육/학군 문제에 많은 걱정을 하고 그에 따라 아파트를 결정하는 글들을 봅니다.
그런 글을 보면 맘 한편으로 멍합니다. 제가 아이가 없으니 마음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머리로만 이해하기 때문이지요.
한편으로는 아이를 걱정하는 까페 회원님들의 마음이 느껴질때면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모두들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사시고 있는 것이겠지요?
........
오늘 글은 결론을 못 내리겠네요.
글이 길어지다보면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만 마칠께요.
그냥 오랜만에 글 쓰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횡설수설 했습니다.
한가지 꼭 드리고 싶은 말은 부모님들은 모두들 대단하신 것 같아요....
바람이 많이 부네요.
편히 주무세요....^^
첫댓글 곧 예쁜 아기 생기실겁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막 끄고 잘려는 찰나에 이 글을 보게되네요^^
안그래도 방학이라 시간이 나실텐데 글이 뜸하시길래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항상보면, 삭막해지기 쉬운 여기 카페에 단비같은 글을 남겨주시더라구요...
흠... 우리도 둘째를 6년만에 얻었습니다... 마음을 비웠는데 어느순간 와 있더라구요^^
그렇게 어느 순간... 님께도 다가와 있을 겁니다^^ 그런의미에서 바이러스 뿌리고 가야지~~~
저도 둘째를 6년만에...서두르면 안 생기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부인이 젊으시니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좋은 소식 있을겁니다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대학 1학년 교양과목 한시간 들은것 같이 좋네요....그리고 곧 사랑하는 2세 소식도 올겁니다..맘 편히 가지시고,,와이프되시는 분 마음도 편하게 해주세요....아직도 젊으신데요..뭘~~^^
이쁜 아이 생기시게 기원합니다.~~~
마지막 글만 봤네요 다시 읽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늦게 결혼해서 3년간 애기가 없었지만, 어느날 갑자기 삼신할매가 만들어준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찾아오더군요... 저는 한번에 둘입니다. 힘은 들지만 최고의 재테크는 애기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곧 좋은 소식이 찾아올겁니다. 혹시 생각나면 저한테 쪽지좀 주세요 애들 쓰던거 쓸만한것들만 골라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시 읽고 올께요^^
아침에 이글을 읽으니 마음이 짠하면서 작은 파문이 일어납니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도, 방황하는 저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귀한 선물을 주시려고 하시려나 봅니다. 제 주위에 결혼 10년에 첫째 놓고 다음해 바로 둘째 가진 가정도 봤어요. 평안한 마음으로 지내시다보면 좋은소식이 분명 오리라 믿어요... 힘내세요^^
서울 삼성제일병원에 서주태선생이 불임분야에선 디게 유명한데...참고하세요
추천하나 누르고 갑니다
제 주변에 결혼 20년넘어 첫아이를 가진분이 계세요... 정말 안해 본 것이 없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완전히 마음을 비웠더니 아이가 생기더래요... 지금 아이는 6살 아빠는 53살 엄마는 48... 이런 분들도 계시니 넘 걱정마세요...분명 귀한 선물을 주실겁니다...
주변에 보면 영원한 불임은 잘 없더군요,,,포기하면 생긴다더니,,,10년만에 아이가진 사람들 꽤 있습니다.그리고 바로 둘째가 들어서고,,,왜 그런지는 저도 모르지만,,,,나이가 좀 많아져서 아이를 낳으면 그 기쁨은 10배가 되지요..그리고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게 되고요,,,아이 생기기 전에 많은 추억을 만들어두세요,,,부부간에 사랑이 큰 힘이 될겁니다,,,좋은글 잘 읽었답니다...산다는건,,,참 어려운 일인거 같습니다,,,^^
네 항상 배려깊은글에 감동이 오네요.... 저도 어렵게 첫째를 낳았는데 둘째는 쉽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애들이 더 이쁘네요
너무 쉽게 얻는것 보다 조금 어렵게 얻는 기쁨도 있으니 걱정하지마시고 아직 많이 젊으시네요 ^^화이팅
8년동안 텐인텐에서 본 글 중에서 최고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저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제가 아는 사람도 결혼 10년동안 포기하고 있다 우연히 생겼어요.. 행복한 가정 곧 누릴거라 생각들어요^^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곧 좋은소식 있으실겁니다^^
우리 사무실에 여직원 언니분도 아무리 해도 애가 안 생기다가 퇴직하고 집에서 노니까 애가 생기더라네요.
덧...에 더 공감가는 이유가 제가 아직 돈벌레가 되기 멀은듯.... 님에게 축복이 내리길...참고로 울아들 친구는
16년 만에 나온 아이도 있다는...철딱선이 없는 저희 부부 교육도 해주시고 ㅋㅋ 멋진 울아들 친구 부모님들계십니다. 저희부부 인간만들어 주신... 울아들은 7세 ADHD 의심 되는 애간장 녹이는 잘생긴 어린이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초등1년 안 쫓겨나기(?) 입니다. 홈스쿨도 괜찮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파수꾼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 머리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고 ..같은 동네 사는게 흐뭇할정도로 .. 연륜이 좀 되시는 분이라 생각 했는데 정말 깜놀입니다. 이렇게 젊으신분의 글이라니.. 아직 젊은나이입니다. 삼신할매 언제 어디서 오실지모릅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하고 순리되로 사시면 그분이 오십니다. ㅎㅎㅎ
등산이나 걷기가 도움되더라구요 저의 경우는 ...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
대단한 글입니다.
욕망하자마자 충족되는 사회는 행복해질수 있는 사회는 아니겠죠...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또한 그 욕심으로 스스로 망하게 되는 것....마음의 중심을 지켜 재테크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멋진 글입니다...쌍용예가 101동 뒤에 **선원있어요.. 그 곳에 가시면 마음이 편안 하실겁니다.
곧 좋은 소식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시절이라고 하잖아요. 곧 때가 되면 올꺼에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