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누스 일루미나치오 메아.
'주(님)는 나의 빛'이라는 라틴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문구를 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해오고 있었습니다.
교우님들께 인사올려드립니다. 저는 동두천 본당 성가대 베이스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 본당에서 주교님으로부터 조 돈보스코 대부님의 대자로 견진성사를 받은 채일동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어제와 오늘 저는 제 일생에서 가장 큰 일을 겪었습니다.
바로 얼마전 제가 살고 있던 집에 화재가 일어나 화상이라는 부상을 입고 생명을 건진 시민이기도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현재 노량진에서 공무원이 되고자하는 수험생-대학생 분들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 강사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겪었던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은총에 감사드리며, 우리 공동체 동두천 성당의 신부님과 수녀
님들, 형제 자매 교우님들로부터 받은 큰 도움에 보답해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올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본집(아내와 아이들이 있는)이 아닌 제가 홀로 잠시 기거하고 있는 집에서 갑작스런 집안의 화재로 인하여 유독가스를 순간 흡입하고 의식을 반 잃은 상태에서 본능적으로 탈출에 성공, 119 구급대
에 실려 의정부 성모병원에 후송되었었습니다. 다행히 인근 주민들께서 다치신 분은 없으셨으나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기자재와
의류, 소지품 등을 잃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었습니다.
이와 함께 옆집 분들께서도 대피하시고 많은 부분 화재 피해 영향을 받으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급대원님과 현지 확인을 나오신 경찰관님의 말씀에 의하면 저는 단 한순간, 잠깐이라라도 탈출을 지체했거나
실패했다면 정말로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했었을 것이었다고 합니다.
응급실 퇴원과 함께 3도 화상이라는 부상을 치료하고 저는 동두천으로 복
귀하면서 가장 먼저 우리 본당 앞을 지나가게 되어 저는 곧장 성모님 상 앞으로 향하고 기도를 올려드렸습니다.
'천주의 성모님이시여, 생명을 건져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는 기도와 함께 마침 성체조배 안내문이 보여 홀로 본당 맨
앞줄에 앉아 기도드렸습니다. '주님, 감사드립니다. 저의 생명을 구해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였습니다. 제가 이러한 기도를 드린
이유는 여럿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교우님들께 간략히 말씀을 올리옵자면,
저는 1,2년 전부터 매일 아침 새벽에 눈을 뜨면 다음과 같이 기도를 드려왔었던 일이 있습니다.
'오늘도 눈 뜨고 살아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라는 아침 기도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식사 때마다 이제는 다른 분들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드리는 감사의 기도와 함께
사고가 나기 전 바로 하루 전에도 드렸던 기도 내용은
'주님, 오직 이 한 몸 건사하여 사랑하는 가족들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위해 살 수 있도록
허락하여주시옵소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제가 살아있음으로 해서 당신께서 존재하시고 역사하신 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게 해주시옵소서' 였습니다.
그리고 화재가 나기 바로 몇시간 전 자기 전에 저는 제 지인 제자 분에게 다음과 같은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었었습니다.
바로 우리 본당 성가대원 분들께서 올려드렸던 성가 봉사의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본래 개신교 곡으로 알고 있는데 저의 지인 분이 개신교 신자여서 제가 아래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믿음을 굳건히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보냈던 유튜브 곡 링크였습니다.
그리고 며칠전 저는 저의 둘째 아이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하교할 때 아빠가 운전해주면서 나눈 대화인데(저의 큰 아이는 베스트 프렌드가 목사님 아들이고 아내가 개신교
신자여서 감리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으며 작은 아이는 아직 신앙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00는 하느님께서 계신 것 같아?"
"웅.. 하느님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는 안 믿어"
"아빠가 생각할 때는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 눈에 보이시지는 않지만 이 세상을 만든 분이시기 때문에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 계셔. 그리고 아빠에게 그 분께서 하셨던 것처럼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시기도 하고 또 다시 가져가실
수도 있단다. 아빠는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분명히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였습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정말로 제가 아이에게 했던 말처럼 비슷한 일들이 이루어졌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진 모든 것, 소지품, 의류, 컴퓨터, 서적 등 모든 것이 없어졌지만 오직 저에게 남겨주신 것은 바로 하나
즉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우리의 생명'이었습니다.
다른 것 다 잃어도 '생명' 하나만 남아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이어나갈 수 있으며,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제 퇴원후 아이들을 다시 만나며 아무말 없이 이제는 아빠만큼 커버린 큰 아이를
안아주었고 작은 아이의 머리에 사랑의 입맞춤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저의 대부이신 조돈보스코님께서 주신 견진 기념 글씨입니다.
여담이지만 (아래 글씨는 오늘 저를 위문해 주러 오셨을 때 두번째로 선물해주신 것인데)
작년 견진 성사 때 대부님께서 아래와 거의 동일한 글씨를 주셔서 저는 제 방 출입문 앞에 걸어놓았었습니다.
무속을 믿는 분들은 입춘대길과 같은 글귀를 걸지만 저는 대부님의 견진기념 선물을 걸어놓았었고, 우연의 일치였을 수도
있으나 저는 기적같이 생사를 가르는 그 짧막한 순간에 이 글귀가 걸린 출입문을 통하여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화재사고를 겪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하여
세라핌 단장이셨던 박미숙 소피아 자매님과 박미연 자매님께 작은 힘을 내어 연락을 드렸었습니다.
휴대폰도 소실되어 간신히 그것 하나만 새로 구입하여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황스러움과 송구한 마음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자초지정을 설명드리었고,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
오직 하느님께 저에게 도움을 주시기를 청하는 기도를 올린 후 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앟아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종원 바오로 본당 주임 신부님, 보니파시오 원장수녀님, 저의 대부님, 그리고 제3구역장님께서 위로 방문해주시었습니다.
저는 대부님께 특별히 드렸던 것들이 없었는데 대부님께서는 저의 생물학적 친부가 아니심에도 큰 정성을
저에게 주시고 가시기도 하셨습니다.
원장수녀님께서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안도하신다는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호감을
가지고 좋은 이미지로 존경해드리고 있었던 구역장님과 일전에 저와 나눈 대화가 생각이 다시 나기도 했었습니다.
"(구역장님) 제가 느끼기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라고 생각하시면 절대 도망 못가게 붙잡아두시는 것 같아요'
"(미카엘 형제님) 정말 그렇죠?" 라는 짧은 대화였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마리아 전례수녀님, 소피아 자매님(그리고 사부님), 김기회 베드로 형제님께서 위로방문해주시어
손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저를 도움주시고 응급 구조 기자재들을 정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또 하나의 감동. 바로 우리 코이노니아 세라핌 성가대원 분들께서 저를 생각해주시어
주셨던 큰 도움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개인 소지품이었던 PC와 노트북을 모두 잃고 주변의 어느 PC방에 와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미리 남기기 전 소피아 자매님께 말씀을 드리기는 했지만 저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 이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님께서 내려주신 기적과 같은 은총과 사랑, 그리고 우리 동두천 성당의 교우님들로 부터 받은 따뜻한
온정의 도우심을 다른 많은 교우님들께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종원 바오로 본당 신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 올려드립니다.
저는 전임이셨던 홍석정 신부님과 이상민 신부님께도 저의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해드리지 못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새로 부임하신지 얼마 안되신 바오로 신부님께도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저의 목숨을 살려주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분명히 무언가 뜻이 있으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후 무엇을 어떻게 정리 복구해야할지 정확히 가늠할 경황이 없지만
저의 남은 生,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
마치 욥이 모든 것을 잃고도 주님을 단 한 순간도 원망하지 않았듯이
저도 욥이 겪었던 길을 걷고자 합니다.
두서없이 길었던 저의 글은 우선 이만 마쳐드립니다.
저는 분명히 저의 삶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증언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살아계시고 역사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성가대원으로서 자주 올려드렸던 '나의 생명 드리니' 성가와,
https://www.youtube.com/watch?v=iyRid-nu1rc
그리고 '하느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생활성가를 함께 올려드립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분명히 존재하시고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이 믿음 잃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 교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세례자 성요한 동두천 성당 코이노니아 세라핌 성가대 소속 베이스 단원 채일동 미카엘 올림
https://www.youtube.com/watch?v=AJUMwcZNLwk
첫댓글 미카엘 형제님~ 정말
다행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
함께 주님께 감사드려주심에
저 또한 감사드립니다.
오늘 구역장님들께서 신부님 수녀님과 함께
다시 위로방문해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무한히 내려지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