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행복한 공연, 프로젝트락 공연 후기

[늘좋은나무]

판소리 공연? 사실 음악공연을 좋아하긴 하지만 시간이 맞춰질 때가 많지 않고 또 티켓값이 부담되어 많이 즐기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어 너무 즐거웠습니다.

서울 살면서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남산, 남산 한옥마을, 남산 국악당....

콘서트 역시 일반 연주가 아닌 판소리, 국악과 팝 등을 크로스오버한 공연이라 너무 기대되었습니다.

지난 주 어떤 텔레비전 방송에서 K팝 열풍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안에 숨겨진 우리 가락에 대해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렇잖아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딱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공연 소식이 있었네요.

설레는 마음의 금요일 밤... 그런데 아버지가 토요일 하루종일 혼자 계실 것 같아서 부랴부랴 인터파크에 들어가 티켓을 한 장 더 예매했습니다. 경로우대로 50% 할인!^^

드디어 남산 한옥마을 입구에 도착~

오늘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있고, 비오는 봄의 풍경도 어쩜 그리 아름다운지요.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티켓 자리가 많이 떨어졌는 줄 알았는데...

와우~ 국악당 정말 좋은 홀이였습니다. 아늑하고, 어느자리에서나 무대가 잘 보이는 연주홀이었어요.

두둥~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되었는데 그야 말로 판소리의 재해석이란 말이 딱 맞는 공연이었습니다.

각각의 연주자들이 얼마나 열정이 대단한지, 오랜시간 합을 맞춰왔는지, 그리고... 왠지모를 가난한 예술인의 느낌은 뭘까요?

정말 저 개인적인 느낌이었지만 공연 후 마음 한켠에 '오늘의 공연을 보기까지 예술가들의 그간의 힘든 시간이 뭉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표곡 [난감하네]로 시작된 공연은 흥미진진하고 흥겹고, 우리 가락의 매력이 서양음악과의 조화 속에서 더욱 세련되게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공연 후 무대]

밀양아리랑 등 익숙한 곡의 편곡은 익숙해서 듣기 좋았고 특히 '패스트트랙'같은 경우 심장이 쿵쾅거려서 박자와 연주소리에 따라 심장이 뛰어 정말 뜨겁게 박수를 쳤습니다.

보컬의 시원한 목소리도 노래의 개성에 따라 판소리풍이 어우러졌다가 팝발라드로 다시 파워풀한 소울처럼 ...

각 연주자들이 돌아가며 소개하며 연주하는 것도 좋았고, 특히 거의 모든 연주자들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무대를 보고 있자니 (뭐..제가 전문 음악인이 아니라 맞는 느낌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모든 연주에 나타나는 그들의 표정이나 자연스런 ... 그루브?? 자꾸 몸이 흔들흔들, 고개가 절로 흔들흔들... 정말 너무 신나는 무대였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보통 가수들의 콘서트에 가면 "뛰어~!!" "소리질러~!!" 라고 하면 미친듯이 함께 따라부르고 점프하고 흥겨워지는데 오늘의 공연은.. 뭐랄까...

몸은 분명 정적인데 나의 심장과 눈빛, 어깨는 분명 동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태평소, 대금, 가야금, 북, 꾕가리...

피아노, 드럼, 기타, 남미의 북(??)^^ 특히 전 해금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여러 피리들의 화음으로도 저렇게 강약과 박자를 서양음악인듯 할 수 있구나 싶어서도 놀랐지만 해금의 애절한 소리가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사이사이의 가야금 장단처럼 들리는 소리는 시선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태평소 부르시는 분의 피터질 것 같은(?)^^ 연주에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박수를 쳤지만 아마 다른 연주자들도 그런 열정으로 연주했다는 걸 오늘의 모든 객석에서는 느꼈을 겁니다.

[아빠가 momey]란 곡에서 '돈있으면 아빠, 돈없으면 나빠~'라는 후렴구가 생각납니다. 흥부가를 모티브로 했다는데 절묘한 가사지요? 모두 처음 듣는 곡이어서 오늘 한번 듣고 제목과 곡을 다 기억하기는 힘들지만 앞으로 찾아서 듣고 싶어집니다.

음악공연이 난생 처음이셨던 아버지도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제 동생 역시 이런 공연 처음이었다면 공연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표정이었습니다. 로비로 나오자 보컬이셨던 여자분이 후배들과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동생이 가방을 뒤적이더니 천혜향 두 개를 꺼내어 주네요. 뭔가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대요^^

앞으로 이 그룹의 공연이 또 기다려집니다.

솔직히 그분들께는 많이 죄송하지만 티켓값이 그래도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여서 기꺼이 저처럼 주머니 저렴한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호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연주자 한 분께서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하는데 마치 제3세계 음악을 하는 듯 하시다고...그만큼 지원도 없고 많은 관심이 없다는 얘기겠지요. 앞으로는 관심갖겠습니다^^

끝으로 너무 행복하고 풍요로운 시간의 기회를 준 카페지기님께 감사합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젖은수채화]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천혜향의 따뜻한 마음이 뭉클합니다. 제3세계 음악 우리라도 지켜보자구요.^^

[아씨]

어쩜 모두들 후기를 이리 잘 씨시는지요?
한양에 살아야 이런 공연도 보고 사는 데
저는 시골에 사는지라 이렇게라도 세심히 읽게 되네요..

[이브랑]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또 가고 싶은 공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