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 60년 국민 볼펜 153, 생존을 넘은 진화를 꿈꾸다
롱블랙 프렌즈 L
나 아이패드 바꿨거든. 친구가 축하한다면서 애플 펜슬 케이스를 선물해 주더라. 그런데 이 케이스, 모나미 153 볼펜이랑 똑같이 생겼어! 뭐지? 알고 보니 디지털 액세서리 브랜드 엘라고Elago가 모나미랑 컬래버레이션한 거래.
아니, 모나미가 언제 애플 감성에 어울리는 브랜드가 된 거지? 알고 보니 장난 아니야.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 글로벌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Vans랑도 컬래버 제품을 냈어. 그뿐만이 아냐. 최근엔 이상봉 디자이너와 손잡고 옷도 만들었어!
모나미, 2014년부터 프리미엄화 전략을 펼쳐왔더라. 일종의 생존 전략이었대. 리브랜딩을 이끌어 온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장을 만났어.
Chapter 1.
문구 불모지에서 탄생한 국민 볼펜
모나미. 국내 문구 업계 1위 브랜드야. 문구 시장 점유율이 44%*래. 시장 점유율 2위는 양지사(20%), 3위는 모닝글로리(19%), 4위는 동아연필(7%)이야. 2, 3, 4위 다 합치면 모나미랑 점유율이 비슷할 정도지. 그만큼 압도적이야.
*2022년 모나미 사업보고서
그렇다고 아주 느긋한 상황은 아냐. 사실 문구시장 침체가 심하거든. 학령 인구가 줄고 있잖아. 필기구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지. 양지사와 동아연필이 2년 연속 적자를 낼 정도야. 모닝글로리도 지난해에 겨우 적자를 탈출(2022년 영업이익 7억원)했지.
이 와중에 모나미만 선방하는 분위기야. 2022년 매출은 1110억, 전년(973억원) 대비 14.1%가 올랐어. 2014년 이후로 매출액도, 매출액 성장률도 최고치야. 2013년에 영업 손실을 본 걸 빼면, 1996년 이후 적자를 낸 적도 없어.
63년 역사의 이 회사, 이 팍팍한 문구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 걸까?
인터뷰 중인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팀장. 2008년, 디자이너로 모나미에 입사한 그는 2015년 마케팅팀에 합류해 리브랜딩을 이끌어왔다. ⓒ롱블랙
국내 최초의 볼펜, 모나미 153
모나미는 고故 송삼석 회장이 1960년에 세웠어. 당시 회사 이름은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 송 전 회장은 원래 무역인이었어. 일본에서 문구류를 수입해 팔았지. 그러다 문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거야. 광신화학에서 처음 나온 제품이 모나미 물감, 두 번째 제품이 ‘왕자파스’란 크레파스야.
1963년 세 번째로 만든 제품이 바로 ‘모나미 153’이야. 국내 최초의 볼펜이었지. 모나미Mon Ami는 프랑스어로 ‘내 친구’란 뜻이래. 153은 뭐냐고? 당시 15원이었던 제품 가격에 세 번째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를 합쳤대.
송 회장이 볼펜을 처음 만난 건 1962년,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장이었대. 일본 문구회사에서 온 한 직원이 볼펜을 쓰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대. 잉크를 찍지 않아도 되는 펜을 생전 처음 본 거야. 송 회장은 알음알음 일본 볼펜 회사를 찾아가. 거기서 유성잉크 제조 기술을 배워왔대.
그렇게 탄생한 모나미 153. 검은색 머리와 흰색 몸통, 지금 모습 그대로야. 153은 날개 돋친 듯 팔려. 얼마나 잘 팔렸는지 1974년엔 회사 이름을 모나미로 바꿔버렸어.
송 회장은 굉장히 실용적인 스타일이었나 봐.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멋을 내지 않고 만들었지. 153엔 클립이 없어. 그래야 부품 비용이 덜 들잖아. 대신 몸통을 육각형으로 만들었지. 볼펜이 굴러다니지 않게 말야.
이후에 모나미가 낸 네임펜, 유성매직, 프러스펜 3000 다 마찬가지야. 밋밋하다 싶을 만큼 수수하고, 기본에 충실하지. 그래서 국민 제품이 됐어. 모두 제품명이 보통명사처럼 쓰이잖아.
지금까지 모나미 153이 몇 자루나 팔렸는지 알아? 무려 43억 자루야. 신동호 팀장은 비결을 이렇게 분석하더라.
“모나미의 시그니처 제품들은 지극히 평범합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핵심 기능만 부여했어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게 60년을 버틴 비결이라 생각해요.”
1963년에 탄생한 국내 최초의 볼펜 ‘모나미 153’. 기본에 충실한 기능으로 60년 동안 꾸준히 팔렸다. ⓒ모나미
Chapter 2.
문구 산업의 위기, 디자인 씽킹에서 생존법을 찾다
잘나가던 모나미는 2000년대 들어 위기 의식에 빠져.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었거든. 2003년 1092만 명이던 학령인구는 2023년 628만 명까지 줄었어. 디지털화로 옛날처럼 종이와 펜을 많이 쓰지도 않지.
모나미는 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2000년대 초 사무용품 유통사업을 시작했지. 2006년 프린터 회사 HP(휴렛팩커드)와 손잡고 총판 계약도 맺었어. 1990년대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던 모나미 매출은 2010년 2800억원*까지 늘었어.
*연결재무제표 기준
하지만 2013년, 모나미는 방향을 틀었어. 사무용품 유통도, 프린터까지도 디지털 시대의 성장 사업이 아니었던 거야. 당시 모나미를 이끌던 송하경 회장. 과감하게 부가 사업을 축소하기로 해. 다시 문구 제조업이란 본업에 집중하기로 한 거야.
사무용품 유통사업으로 시장 축소에 대응하려던 모나미. 2013년, 문구 제조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했다. ⓒ모나미
디자인 씽킹, 확장의 방향성을 잡다
송하경 회장이 찾은 돌파구가 바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야. 소비자를 관찰해서 문제 해결을 찾는 사고법이지. 디자이너들처럼 말이야. 모나미는 유명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IDEO*의 조언을 받아.
*1991년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컨설팅 회사. 디자인 씽킹에 기반한 혁신을 조언하며, 애플 최초의 마우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때 나온 전략의 핵심은 빠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시제품을 빠르게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는 거야. 그 과정에서 고객의 숨은 욕망을 찾을 수 있다는 거였어.
사내에 열 개가 넘는 제품 개발 TF가 생겨. 고객을 관찰하고 다양한 시제품을 내놓기 시작하지. 수산시장 상인을 관찰해 만든 ‘물기에 잘 써지는 마카’, 네일아트가 취미인 사람들을 관찰해 만든 ‘네일아트 펜’, 의사들이 일반 마카로 수술 부위를 표시하는 걸 보고 만든 ‘스킨라이너’가 대표적이야.
이렇게 사고를 확장하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대.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 바로 ‘프리미엄화’야. “과연 펜을 필기구로만 봐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전략이지.
『모나미 153 브랜딩』. 디자이너 출신의 마케팅팀장이 이끈 모나미식 리브랜딩 이야기를 담았다. ⓒ위즈덤하우스
Chapter 3.
프리미엄 전략 : 300원짜리 153에 가치를 더하다
잠깐, 펜이 필기구가 아니라면 뭐야? 2010년 초부터, 모나미는 “문구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고 있다”는 걸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대. 당시에 이미 10만원 넘는 독일 만년필 ‘라미LAMY’가 유행하고 있었거든.
“이제 소비자들에겐 수집과 소장의 가치가 중요하단 걸 인식한 거예요. 과거의 모나미처럼 기능적 용도로 펜을 생산한다면 성장이 영원히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기능성을 넘은 가치를 전달하는 것, 그게 프리미엄화였죠.”
2014년 본격화된 프리미엄 전략은 모나미 153에 집중돼. 잠깐, 왜 153일까? 한 자루에 300원. 모나미 제품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인데 말이야. 그런데 모나미는 153이 가장 파워풀한 브랜드라고 보고 있었대.
“153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친근하고,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300원짜리 국민 볼펜. 사업성을 높일 필요도 있었어. 1980년대만 해도 모나미는 153을 하루에 120만 자루나 만들었대. 지금은? 하루 20만 자루를 생산해. 박리다매가 먹히지 않는 상황인 거지.
“2011년 이후로 153 가격은 쭉 300원을 유지하고 있어요. 팔아도 마진은 거의 남지 않죠. 하지만 국민 볼펜의 책임감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아요. 대신 프리미엄 제품에서 수익을 내는 게 목표죠.”
‘국민 볼펜’으로 불리는 모나미 153. 300원짜리 저렴한 볼펜이지만, 다양한 옷을 입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탄생한다. ⓒ모나미
2만원짜리 153, 두 시간 만에 매진
2014년. 첫 프리미엄 제품이 나왔어. ‘모나미 리미티드 1.0 블랙’. 볼펜의 몸통을 황동으로 바꾸고 니켈로 도금했어. 차분한 은빛의 금속 볼펜이 탄생했지. 판매가는 2만원. 153 볼펜의 60배가 넘는 가격이었어.
회사 전체가 ‘과연 이게 될까’ 반신반의했대. 하지만 디자인 씽킹의 핵심이 뭐야. ‘일단 빠르게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본다’잖아.
결과는 대성공. 한정판 1만 개는 2시간 만에 품절됐어. 중고가는 40만원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였지. 153의 프리미엄화가 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거야.
모나미는 힘을 얻고 153 프리미엄 제품들을 계속 선보여. 같은 해 5월엔 메탈 바디에 세 가지 색상을 추가한 153 ID를 출시했지. 볼펜 클립을 추가한 153 네오(2015년), 파스텔 색상의 153 블라썸(2018년), 자연이 콘셉트인 153 네이처(2019년)… 지금까지 출시한 프리미엄 볼펜만 20종이 넘어.
2017년 나온 ‘모나미 153 골드’는 프리미엄의 끝판왕 같은 버전이었어. 볼펜 몸통뿐 아니라 케이스와 리필심까지 금으로 도금한 제품이야. 한 자루 가격이 무려 5만원. 역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어.
“프리미엄 제품은 세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수집할 만한 것, 소장하고 싶은 것, 또는 선물하고 싶은 것. 기능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반드시 특별해야 하죠. 그래서 각인 서비스도 추가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10년째 진행 중인 프리미엄화. 사업적으로도 효과가 있었어. 모나미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2014년 이후 연평균 30%씩 성장했대.
모나미의 첫 프리미엄 제품인 ‘모나미 리미티드 1.0 블랙’. 중고 가격이 40만원까지 오를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다. ⓒ모나미
Chapter 4.
컬래버레이션으로 힙한 이미지를 입다
프리미엄화로 방향을 잡은 153. 컬래버레이션을 시작해. 그리고 본격적으로 MZ들의 관심을 받지.
첫 컬래버 브랜드는 온라인 편집숍 29CM. 2016년에 손잡고 ‘153 블랙 앤 화이트’를 출시했어. 매트한 질감의 금속 소재로 올 블랙과 올 화이트 볼펜을 디자인했어. 한 세트가 1만8000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7000세트가 완판됐지.
인기가 증명되면서 많은 브랜드의 요청이 쏟아져. 모나미는 지금까지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300건 이상 받았대. 실제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어진 건 100여 건.
특히 2021년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Vans와의 컬래버는 큰 인기를 끌었어. 반스의 상징적인 체커보드 패턴에 모나미 153 라벨을 붙였지. 또 다른 신발엔 모나미 볼펜이 검정과 흰색으로 그려져 있고 말이야. 거기에 신발에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게 모나미 패브릭마카까지 증정!
“반스는 매년 한 국가에서 한 번의 컬래버레이션만 진행해요. 그런데 모나미를 선택한 거죠. 소비자 취향에 맞는 DIY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반스와 모나미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 거예요.”
디지털 기기와 손잡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얻기도 해. 2021년 삼성전자와 손잡고 만든 갤럭시 S21 터치펜, 2019년 네오랩 컨버전스와 만든 153 스마트펜이 대표적이야.
궁금한 게 있어. 왜 이 많은 브랜드들이 모나미와 컬래버하고 싶어 할까?
“아더에러나 29CM는 힙한 브랜드예요. 하지만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모나미는 남녀노소 누구나 알죠. 친숙하잖아요. 반대로 모나미는 힙한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요. 이런 협업이 윈윈이죠.”
그런데 계속 153을 중심으로 협업이 이어져. 소비자가 질리지 않을까? 신 팀장은 아직 한계라고 느끼지 않는대.
“컬래버를 시작한 지 벌써 8년째인데 지금도 신제품을 내면 반응이 좋아요. 153은 평범한 이미지라 어떤 브랜드에 녹여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요. 과감하게 낯선 브랜드와 손을 잡을 수도 있죠. 소비자들은 그 과감함에 놀라고 기대감을 품는 것 같아요.”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와의 협업 제품. 매년 한 브랜드와만 컬래버하는 반스는 2021년 모나미를 택했다. ⓒ모나미
Chapter 5.
컨셉스토어 : 경험을 팔고 데이터를 얻다
모나미의 제품이 모여있는 컨셉스토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었어? 2015년 홍대점을 시작으로 서울 동대문 DDP점, 용인 에버랜드점, 부산 롯데백화점 서면점 등 지금까지 전국 일곱 곳에 문을 열었어. 지금은 서울 성수점, 인사동점, 본사 수지점 등 세 곳에서 운영 중이야.
잠깐, 일곱 곳을 열었는데 세 곳만 운영 중이라면… 잘 안되는 건가? 아니래. 원래 한 매장을 열면 최대 5년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했대. 새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나.
“컨셉스토어는 새로운 모나미를 알리기 위한 공간이에요. 새로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목적은 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읽는 거였어요.”
제조사인 모나미는 보통 문구 도매상에 제품을 넘기잖아. 어떤 제품을 소비자가 좋아하는지 제대로 읽어내기가 어려웠어. 도매상이 안 사가면 ‘안 팔리는 제품’이 돼 버리는 거야. 컨셉스토어가 생기고서는 달라졌지.
“컨셉스토어 판매량을 보고 고객 선호도를 바로 읽을 수 있었어요. 그걸 바탕으로 거꾸로 도매상을 설득했죠. ‘이 제품이 반응이 가장 좋다’고요.”
컨셉스토어는 MZ들에게 모나미란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역할도 해. 2022년 3월 오픈한 성수동 매장은 오픈 당일에 1000명 넘는 고객이 몰렸대. 지금도 매일 500~600명이 방문하지. 내 취향에 맞게 볼펜과 잉크, 노트를 커스텀할 수 있다는 게 인기 비결이야.
2022년 3월에 오픈한 성수 매장. 컨셉스토어는 젊은 층에 모나미란 브랜드를 각인시킨다. ⓒ모나미
Chapter 6.
다음 60년의 생존 전략을 찾아라
모나미는 지금도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고 있어. 모나미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거 알아? 올해 1월 ‘모나미코스메틱’이라는 법인을 세웠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사업을 시작한 거야.
문구 회사가 웬 화장품?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 색조 화장품이랑 문구는 사실 제조 기술이 비슷하단 거야. 펜슬형 아이브로우나 립스틱을 생각해 봐. 돌려 쓰는 색연필과 메커니즘이 똑같지. 게다가 색 조합이라면 문구 회사를 따라오기 힘들잖아.
실제로 독일 대표 필기구 브랜드 스타빌로Stabilo가 화장품 제조로 연 32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대. 샤넬, 디올의 펜슬 제품을 만든단 거야.
모나미 라이브칼라 형광펜 60색 세트. 모나미는 색 조합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제품군의 컬러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모나미
평범한 브랜드가 일상을 담을 수 있다
화장품 말고 옷도 내놨어. 올 6월, ‘모나미 패션 랩’이란 브랜드를 선보였지. 이상봉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들었어. 티셔츠, 바지, 셔츠, 모자 등 18종을 출시했어. F/W 컬렉션도 공개됐는데, 17가지 패션 제품이 나왔더라. 시즌 컬렉션이라니, 이거 진짜 패션 사업인데?
옷들을 살펴보니 전형적인 ‘모나미룩’이야. 모나미룩. 심플한 블랙 앤 화이트 룩을 가리키는 MZ세대 용어잖아. 신 팀장은 수년째 쓰이는 ‘모나미룩’이란 밈이 아까웠대.
“사람들이 ‘모나미룩’이라면서 입고 다니는데, 정작 모나미는 옷을 팔지 않았더라고요. 우리가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물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봤겠지? 신 팀장은 모나미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해. 모나미의 브랜드 정체성은 ‘평범해서 특별한 것’이거든.
“사실 평범한 매력의 브랜드만이 일상에서 녹아들 수 있거든요. 통통 튀고 강렬한 브랜드는 매일 반복해서 보면 질리기 쉬우니까요. 모나미 153만큼 평범하게 일상을 지킨 브랜드가 없죠. 그게 곧 확장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봉 디자이너와 모나미의 협업으로 탄생한 패션 제품. 모나미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다. ⓒ모나미
롱블랙 프랜즈 L
역시 만만치 않네. 이 정도로 노력해야 사양 산업에서도 살아남는 건가 봐. 패션과 화장품까지 도전하는 모나미, 다음 60년 뒤에도 생존해 있을지 아주 궁금해져.
이 노트 읽고 더 공부하고 싶은 롱블랙 피플 있지? 그래서 노트를 몇 개 골라봤어.
1. 데이비드 켈리 : IDEO를 만든 디자인 구루가 말하는 '창조적 자신감'
2. 에일린 피셔 : 오래된 브랜드는 어떻게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3. 한국파이롯트 : 과거의 향수를 역사로 만들고, 소비자에게 다시 다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