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 조차도 그 발병 원인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는 자폐증, 그리고 그 의학적 접근은 실로 제한적이었다. 소극적이긴 했지만 나름대로는 여러 약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고 더러는 구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하나의 발버둥이었지 그 약물들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았다. 나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았는지 특수교육 신봉자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자면 치료 의학적인 접근은 불가능한 것이다라고 여긴 편이었다. 아직 임상적으로 그 효과를 제대로 증명한 약물이나 치료법이 없었으니까.
최근 주변의 지인들의 권고도 있었지만, 우선 내 자신이 지나치게 의학적 접근에 대해 불신하는 편견을 가졌다는 사실을 반성할 즈음에, 자폐증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난 서울 강남 서초동의 해마한의원을 찾았다. 아내가 졸르기도 했지만 나 자신이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것에 반대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었기에, 시간을 내어 아내와 원중이를 싣고 서울의 해마한의원으로 달려갔다. 크게 믿지 않았기에 나는 간밤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밤샘 음주를 핑계로 밖에서 대기하고, 아내와 원중이만 한의원에 들여보냈다. 아내는 2시간 여 상담을 한 후에 내려와서 한약을 사야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내가 상담 내용에 어느 정도 만족해 하길래, 나는 한약을 구하라고 했다. 한약을 구해보지 않은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으랴?
자폐증을 치료한다는 한약은 한달 량에 27만원 정도이기에 크게 비싼 것은 아니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해마한의원의 박재형 원장은 자폐증에 대해서 많이 공부한 사람 같았고, 성품도 신뢰가 가는 편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한의학적 접근이 생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더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해마에서 제공하는 한약을 가져와서 무척 쓴 약임에도 원중이를 닥달하여 한달을 먹였다.
해마한의원의 설명으로는................
몇년 전만해도 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약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인간의 뇌세포도 재생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주류였단다. 그런데 최근 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뇌세포도 재생되며 지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나 침구치료에 대한 연구논문도 보고 되고 있다고 했다. 한의학에서는 뇌 발달이 전반으로 늦어지고 있는 아동들에게 증상별로 치료 약물이 있으며 이중 일부는 중추신경계(뇌)에 직접 작용하여 아동의 지적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집단간의 인구통계학적 변인과 인지기능에서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한약을 복용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한약을 복용한 집단에서 신체적, 인지적 향상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데...... 즉, 한약을 복용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감기이환율이 낮고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더 좋았으며, 또한 후천적인 학습경험의 영향을 주로 받는 언어성 지능(VIQ)과 언어 능력과 선천적인 지능으로 알려 진 동작성 지능 (PIQ)에서 한약을 복용한 집단이 더 나은 수행을 보임에 따라 전체적인 지능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하였다고했다.
여러가지 제한점(한약의 냄새와 맛을 기피하여 도중에 탈락된 아동들, 한약 투여 기간이 매우 짧았던 점, 몇 년~몇 십 년 추적 관찰의 부재, 미세한 변화를 수치로 환산할 tool의 부재, 방문 때마다 5시간씩 소아정신과에서 검사를 해야했던 제반 어려움 등.....) 에도 불구하고, 해마의 연구는 한약복용으로 대뇌의 neural plasticity 가 활성화됨으로써 유동적 지능( fluid intelligence)이 향상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고 했다. 이것은 지능에 대해 직접적으로 치료약물이 없는 현재로서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해아에서는 강조했다.
약물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도, 해마에서는 감각, 운동, 사고, 언어, 정서 등의 모든 활동이 뇌와 관련되기에, 뇌세포의 생성과 성장, 사멸, 화학적 신호전달과 전기적 신호전달의 기능에 있어 약물이 영향을 준다고했다. 해마의 약은 뇌세포의 생성과 성숙에 영향을 주며 뇌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므로 뇌세포 보호효과가 있다며, 특히 학습-기억과 관련된 해마의 기억세포를 생성시키는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정서적으로는 불안을 감소시키고 신체적으로는 숙면을 취하고 소화기능이 좋아지며 감기이환율이 현격히 줄어드는 면역력 증강의 효과가 있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아울러 뇌 발달은 어릴수록 뇌의 유연성과 가소성이 좋으므로 치료효과가 높다며, 5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춘기 이후의 환우들은 뇌발달이라는 측면보다 수면장애나 행동장애를 개선하여 일상생활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아! 내가 해마한의원을 광고하는 입장에 서는 것 같은데,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으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마측의 주장이다.)
해마의 이러한 주장들은 크게 의학의 기본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았다. 해마에서는 원중이에게 한달 약을 먹여보고 그 증상을 파악하여 다시 오라고 했다. 우선 우리도 그렇게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해마 박원장은 원중이를 관찰한 후 자폐증 치고는 사회성이 조금 있다고 말하고 운동도 큰 지체는 아닌 것 같으나 아직 발어가 안되니 인지 발달이 많이 지체된 듯하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 복용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는 그 쓰디쓴 약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중이에게 먹였다. 결국 저항하던 원중이는 포기한 것 같았다.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 약물 복용 후 달라진 점은 현재 크게 감지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잠을 충분히 자며 변비가 다소 해결된 것 같고 조기교육실에서는 집중력이 나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약물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어쩌면 약물을 신뢰하여 생긴 프라시보현상은 아닐까? 지금 원중이는 특수교육을 받으며, 약물을 복용하고, 어린이집에도 조금씩 나간다. 원중이는 아직 발어가 되지 않지만 수용언어는 많이 늘어 기본적인 지시들에는 수행이 되는 편이다. 이제 약물 복용이 한달이 다 되어 다시 서울의 해마한의원으로 가야할 때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