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케 아주 커다란 메기 한 마리를 잡았다. 얼마나 크던지 양손으로 감싸지 못할만하여 가슴에 안다시피 하여 간신히 붙들었다. 소들평야 초입 우리집 동네 유두선 우물샘 논바닥 가장자리에서 미끈거리는 놈을 부둥켜안고 다리가 후들거려 혼쭐이 났다. 자세히 보니 약간 진초록빛을 띠면서 가슴지느러미가 마치 새의 날개와 같은 모양이다. 의기양양하게 요리 조리 살펴보면서 작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채로 잠을 깨고 눈을 떴다. ‘야~하 잘 잤다.’
아침을 먹으면서 생생하게 남아있는 영상을 바쁜 집식구에게 얘기할까도 했었지만 엄벙 덤벙지나쳤다. ‘물고기를 잡는 꿈은 행운이 라는디’ 정년을 하고 연말에 구직자릴 찾아봐도 오라는 곳 없어 빈둥거리며 신문이랑 TV를 끼고 산 것이 이제 여섯 달이다. 무슨 좋은 일 있으려나 오전 내내 떨구지 못하고 이젠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구석에 딩구는 잠바를 걸치고 방한화를 챙겨 에리베이터 앞에서 운동화 뒷 축을 고쳐신으며 집밖으로 나섰다. 아하 그렇지! 에리베이터안에서 지갑을 꺼내 뒤적이며 로또번호를 확인한다. 577회 16, 17, 22 되는대로 세글자만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을 해본다. 꽝! 꽝! 꽝! 이럴 수가 여섯 개 숫자 중에 세자가 정답이다. 다시 지갑을 뒤져 번호 확인하려는데 승강기 문이 열려 와르르 이웃들이 타는 바람에 얼른 바지주머니에 쑤셔넣는 손끝이 찌릿거리며 떨린다. 머리깔이 곤두서서 주춤거리는데 아파트경비원 할아버지 과일박스를 건넨다. “1401호 택배네요” “아~ 예“ 엉겁결에 받아든 과일상자를 어떻케 해야 할지 멍하니 내려 보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머릿속이 하야지고 상자를 집안으로 밀어 넣고 다시 나오는데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 감히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한다.
초나라 항우대장군이 전쟁의 신이라지만 그 많은 전장에서 실력만으로 승승장구 승리하여 불세출의 영웅이 되었겠는가? 일본 100년을 넘는 전국시대 전장에서 오와리국 노부나가가 스루가국의 요시모또에 비하여 병사, 물자, 또 많은 열세 속에서 이긴다는 자신이 있었을까? 청문회스타 불세출의 영웅 노무현은 뚜껑을 따고 확인하기까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으로 모셔질지 확신하는 꿈을 몇 번이나 꾸셨을까? 내가 운을 시험한 것은 아니로대 시험당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 이유도 없이 생기는 법은 없다지만 일주일 전쯤에 로또를 사서 패스포드 깊숙이 간직한 것도 운을 시험한 것인가? 내가 살아오는 동안 나도 모르는 어떤 좋은 일의 결과물은 아닐련가?
무얼 할까? 얼마나 되려나? 등성이 넘어 불어오는 바람은 잡을 수 없고,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는 어떻케 잡을 수 있을까? 오늘 크리스마스 매운 바람에 옷깃이 훔칫이고, 햇살이 눈부시고 따스하구나 햇살을 손에 쥘까? 이래도 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고,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가는 길에 걸리적거리는 삐약(?)거리며 하교하는 아이들 재갈거림도 좋코, 빨간 신호등도 고맙기만 하구나. 하늘도 참 맑고 들려오는 새소리, “빽-“하는 자동차 경적 음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구나. 둥둥 발걸음은 가볍고, ”그렇지 그려“ 오늘이 구세주 오신 성탄절이지 하나님 아들 예수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날 온 세계가 모두 인정하는 날 축복받은 날
왕정도 아니면서 공화정도 아닌 것이 사회주의도 공산주의는 물론 자본주의도 아닌 것이 독특한 주체사상에 3대를 세습해도 우러르는 동포(인민)들도 축복받는 날 이여야 할텐데····
드디어 낮익은 로또판매점에 도착했다. 애써서 침착하게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 577회차 로또 한 장을 빼낸다. 속물근성이라고 들키지 않으려고 별 표정없이 건네주며 콩당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하게 들린다. “자동으로 드릴까요.” 순간 멍-찐 나를 보며 다시 한번 묻는다. “어떻케 자동으로 드려요.” 얼빠진 나는 “얼마나····“ ”번호 세 개 맞춰 5천원이예요“
그렇구나 벌써 당첨될 리 없지? 이제 꿈과 운을 시험해볼까? 메리 크리스마스!
첫댓글 기분 좋으신 꿈 ...우와 번호3개 .. 축하 드려요..
좀만 기다려
한턱 쏠랄있다니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