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는 해풍에 나부끼는 가을비가 내리더니
이 시간 밤바다에는 뭇별이 그리움처럼 쏟아집니다.
허연 거품을 토해내며 잡아먹듯 달려들던 파도는
모래밭을 걷는 발걸음에 채 못미쳐, 이내 몸을 가누고 마는군요.
그래도 무섭게 몰아치는 밤바다 흰파도의 모습을 보면
오늘 낮, 우리 아들들이 한 몸 한 마음이 되어
보인전에서 승리를 거둔 함성 같아 보입니다.
정말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경기였습니다.
상대편보다 더 뛰고 상대편보다 더 끈질겼던 한판 승부.
보는 사람마다 모두가 우연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준,
그 이름 목동중학교 축구 선수단.
우리의 아들들 현서, 종성, 민석, 원영, 광민, 현석, 선웅, 재민, 병찬, 성훈, 환욱
선발 11명. 그리고 안타깝게도 부상으로 뛰지 못한 준성이와 영민이까지.
특히 위기 일발에서 몸을 던져 극적으로 선방한 2학년 문지기 현서,
아무도 없는 골대로 그대로 흘러들어가는 볼을 칼바람처럼 달려가 걷어낸 원영이,
자로 잰듯 속수무책 골대 한 구석을 향해 여유있게 승부골을 가른 성훈이.
캬~~ 짜식들아 니들 때문에 오늘 부모님들 응원도 악착같이 할 수 있었던 거야.
지난 동계 이후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납니다.
힘겹고 혼도 나고 다치고 마음 다잡아가며 담금질해 온 2011년.
동계를 이겨내고 춘계대회에서 거둔 봉황그룹 준우승의 희열.
그 이후 주말리그에서 불쑥 찾아온 팀 슬럼프, 다시 가다듬어 주말리그 2위 마감.
그리고 우리는 동해 바다가 펼쳐진 영덕에서 1년의 마무리를 위해
회심의 짐을 풀었습니다.
대전 유성중과 64강전, 대구 대서중과 32강전, 그리고 오늘 보인중과의 16강전.
모두가 1점 승부로 갈라졌지만, 대신에 1점도 내주지 않은 짠물 수비로
오늘 8강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사실 64강에 든 실력만도 쉽게 볼 게 아니듯이
전국 중학교 축구팀에서 8위 안에 진입했다는 쾌거는 목동중의 역사와 영원히 함께 하겠지요.
당연히 기뻐할 일이요, 많은 축구부 학교에서 부러워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밤바다를 껴안고 잠에 들었을 아들들아.
오늘밤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푹 잠에 들거라.
그리고 내일은 말이다,
밤낮 몸부림치는 기세로 일제히 달려드는 파도처럼 힘을 모아
문래랑 미련없는 한 판을 뜨자.
다른 한편으로는 질 수도 있는 시합.
그러나 최선을 다한 너희들의 열정이었다면
승부보다 과정이 더 아름다운 아들들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견물생심이랄까?
한번쯤 1등의 맛이 어떤 맛있지 사실은 무지 궁금하거든.
오늘 이렇게 기분 좋은 승리를 하고도 우리 부모들은 배가 고프단 말이다.
부장 선생님, 감독님, 코치 선생님은 두 말하면 입에 쥐나는 거지?
그치만 누구보다도 배가 고픈 건 너희들이잖아~~^^
아~ 벌써 잠에 들었겠군.
괜찮다면 잠에 들면서 너희들끼리 꿈 하나씩 나누어서 꾸는 꿈은 어떨까?
황금빛 누우런 똥을 떡가래처럼 싸는 꿈.
열한 마리 돼지가 학교 교문 안으로 우루루루 몰려 들어오는 꿈.
활활 불이 나는 꿈, 용이 승천하는 꿈,
때아닌 복조리가 목동중 운동장에 왕창 쌓여 있는 꿈......
그렇게 많은 꿈이 아니라면,
액이란 모든 액을 밤새 우는 밤바다가 모조리 잡아가는 꿈 하나면 어떨까?
자,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친 눈은
단 하루만이라도 당장 이글거렸으면 좋겠다.
마음은 있으나 사정상 여기에 못오신 목동중 선수단 학부모님들도
밤새 편히 주무시고,
내일 오후 1시 문래전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도록
아껴둔 마음을 모읍시다.
인생 머 별 거 있습니까, 그까이꺼?ㅎㅎㅎㅎ
한번 저질러 보는 거지요~~~
목동중 화이팅!!!!!!!!!!!!!!!!!!!!!!!!!!!!!!
영덕 강구항 밤바다를 마주하면서 드림
첫댓글 감동.감동그자체네요...
명문이십니다.
멋있는경기하도록하겠습니다^^
필승!
한 마디, 한 말씀이 지나온 날의 고생과 땀이 느껴지네요!!
같은 축구 부모로서 마음이 찡~ 합니다
지금 하고있을 경기는 비록 보지못하지만 응원할게요
목동중~ 홧팅!!
북치는 응원단장 아버님!! 좋은글까지 올려주셔서 감동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네요 감사합니다^^
더불어 부상 때문에 함께 뛰지 못한 영민, 준성이에게도 늦게나마 위로와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목동에서의 마지막 게임 얼마나 뛰고 싶었을까 싶으니, 마음이 짠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