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호룡곡산 산행..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남쪽에 작은 섬 무의도가 있다. 영종도에서 제방으로 연결된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로 건너던 이 섬에 얼마 전 다리가 놓였다. 그 섬은 작지만 실미도, 하나개해수욕장, 호룡곡산 등 제법 알려진 명소들이 있다.
무의도는 옹진군에 속하는 주변의 덕적 영흥 장봉도 등 다른 섬들과 달리 영종도와 함께 인천시 중구에 속한다. 근무처인 공항에서도 멀지 않지만 '호룡곡산 한 번 가봐야지' 하는 평소 바램과는 달리 기회가 닿지 않았었다.
무의도 큰무리선착장이 있는 무의마을에서 국사봉 등산로 입구로 들어섰다. 주택가 담벼락 위로 장미꽃 송이들이 고개를 내밀었고 담장에 기대어 선 앵두나무에는 붉은 앵두가 올망졸망 영글었다.
아저씨 한 분이 담장 밖으로 뻗친 잎이 무성한 가지에 얼굴을 파묻고 손을 뻗어 앵두를 따서 연신 입으로 넣는다. 그 집 주인인 그는 처음 보는 객이 잊고 있던 앵두 맛을 기억하게 아량을 베푼다.
하나개 해수욕장으로 난 포장도로를 비껴 좌측으로 접어든 산행로는 잡목에 덮여 희미하다. 마침 어느 산악회에서 나무가지에 매달아 놓은 리본으로 길을 확인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한낮 태양은 중천에서 뜨겁다. 꽤엑 꽤엑ㅡ 이름 모를 새의 울음은 날카롭고, 뻐꾹 뻐꾹 꺼억 꺼억 뻐꾸기와 장끼는 추임새로 장단을 맞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그늘진 숲길이 반갑고 이어지는 큰 바윗돌이 깔린 너덜길을 직선으로 치고 올랐다.
첫 봉우리 바로 아래 가파른 흙길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한다. 국사봉이겠거니 하고 올라서니 국사봉은 먼 발치에서 미소 지으며 좀 더 오라고 손짓한다. 다행히 능선은 바람이 있어 시원하다. 산객 너댓 명이 스쳐 지난다.
능선길 우측으로 툭툭 삐쳐나와 자리한 바위들 위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실미도와 해안, 북동쪽으로 영종도와 큰무리 마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국망봉 직전에 있는 전망데크에 올라서니 대이작도 소이작도 자월도 문갑도 소야도 덕적도 굴업도 선미도 소초지도 동초지도 대초지도 등 알듯 모를 듯 들어본 듯한 이름의 섬들이 바다에 깔린 운해 위에 보일듯 말듯 신비롭게 떠있다.
그 대부분이 해방 남북분단 6.25전쟁 등 역사의 부침에 따라 현재 북한지역 옹진반도에서 떨어져나온 서해 5도와 함께 과거 경기도 부천군에 속했다가 현재의 옹진군으로 편제된 섬들이다.
전쟁 고아처럼 옹진군의 한 가족이 된 백령 대청 소청 대연평 소연평 등 서해 5도는 북한과 매우 가까워서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여전히 동족상잔 비극의 현장이 되고 있다.
널찍한 나무데크 위에 평상이 놓인 해발 230미터 국사봉은 동서남북 사방으로 전망이 툭 터여 눈을 돌릴 때마다 장관을 펼쳐 보인다. 남쪽 멀리 하나개 큰길이 지나는 낮은 능선 너머로 호룡곡산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아담한 하나개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길은 나무데크 계단이 곳곳에 놓여 전면과 좌우 전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다. 그 능선 중간 쯤에 앉아 바다에서 불어와서 살랑대며 몸에 부딪치는 바람과 어울려 빵과 우유로 허기를 채웠다.
산 아래 골짜기에서는 탁란의 민망함을 감추려는 건지, 아니면 남의 둥지에서 부화한 새끼를 부르는 건지 뻐꾸기 울음 소리가 요란하다. 국망봉에서 뻗어내린 산자락은 매점과 무인카페가 있는 하나개 큰길 고개 부근에는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가 바람에 흔들린다.
여름 휴가철이 아닌데도 하나개 해수욕장을 오가는 차량들이 적지 않다. 고갯길을 건너 호룡곡산 자락으로 접어들다. 호룡곡산 자락 초입 솔잎이 깔린 소나무길은 이내 소사나무 물푸레나무 굴참나무 등 활엽수림으로 바뀐다. 그늘이 시원한 흙길을 지나서 능선 중턱부터 나무데크 계단길이 이어진다.
이어지는 침목 계단길 나무터널 저 위로 하늘이 빼꼼이 주먹만큼 얼굴을 내밀었다. 그 계단길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는 드라마,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대사로 기억되는 '천국의 계단'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길 끝 능선마루 조망대에 올라서면 바위 너머로 무의도와 소무의도 그리고 그 두 섬을 잇는 다리가 있는 풍경을 한 폭의 그림처럼 선사한다.
호룡곡산 정상 턱밑은 산림이 더욱 울창하고 능선길 좌측은 깎아지른 암벽이다. 봉우리 아래를 휘돌아 올라선 해발 244미터 호룡곡산 정상은 너른 2층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전망이 트인 정상에서는 인천공항 실미도 하나개를 비롯해서 옹진군의 여러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영흥도를 비롯한 남쪽의 여러 섬들과 무의도 사이 너른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거나 하얀 물꼬리를 달고 평화롭게 항해하고 있다.
산정의 남녀 청년 셋은 비박을 하러 왔다고 한다. 오후 3시경인데 비박족이 많은 주말을 앞두고 있어 자리를 선점할겸 일찌감치 올라왔더란다. 그 중 정상 표지석 옆에 간이의자를 펴고 스케치에 열중하던 청년이 굳이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다. 기특한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였다.
예사롭지 않은 이름 '호룡곡산'은 호랑이와 용이 서로 다투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전설은 왜 하나같이 '같이 어울려 놀던'이 아니라 '서로 싸우던'이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지 모르겠다. 전설도 인간이 지어낸 얘기이니 만큼 인성에 다툼의 기질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호룡곡산이 펼쳐 보여주는 장관을 한동안 조망하다가 광명항 선착장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산 길에도 산객들이 잠시 앉아 쉬며 땀을 훔치고 숨을 고르기에 딱 좋게 능선 중간중간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다.
산자락 끝 광명항 부근 날머리까지 따라오며 배웅하는 해풍에 작별인사를 했다. 날머리를 빠져나오며 세 시간 반 7km여의 호젓한 국사봉과 호룡곡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광명항 버스정거장에서 나들이 나온 할머니들 틈에 끼어 18인승 마을 버스에 올랐다.
#일상 #산행 #영종도 #무의도 #실미도 #호룡곡산 #국사봉 #천국의_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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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 남서부 및 경기도와 인천 앞바다에 산재하는 유인도 26개, 무인도 74개 등 7개 면으로 이루어진 현재의 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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