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손빈, 손정의’ 병법으로 만나다
손자의 구직 브리핑 ‘손자병법’
“나를 등용하여 나의 병법으로 군대를 운영하면 반드시 승리하게 될 것이니 왕에게 남을 것이요, 나를 등용하더라도 나의 병법으로 운영하지 않으면 필패 할 것이니 나는 왕을 떠날 것이다.” 29살의 젊은 청년이 꿈과 희망을 담은 병법서 한권을 가지고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앞에 당당하게 유세를 하고 있다. 중원의 대국 제나라 장군의 후손인 손자는 양자강 하류의 변방 오나라에서 등용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멋지고 당당한 말인가? 단순한 구직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병법을 채택해 달라는 것이다.
그가 등용을 위해 브리핑한 보고서가 현재 6천4백여 자 13편으로 이뤄진 ‘손자병법’이다.
손자가 활동하던 시기는 대략 2천5백년전,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중국 역사상 가장 다이내믹한 변화가 일던 시대였다. 동시대에 공자는 13년 동안 수많은 제후국을 떠돌며 그의 인(仁)의 정치를 구현하려 하였지만 선택을 받지 못하였고, 결국 곡부(曲阜)를 중심으로 ‘공자아카데미’ 사학을 열어 3천여명의 제자들을 키우고 있었다.
노자는 ‘신하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무위(無爲)정치의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 외 겸애설의 묵자, 위아설의 양주 등 수많은 제자백가라고 부르는 그들은 같은 변화의 시대를 살았지만 그 비전은 대부분 이상적이었다.
당시 중원의 국가들은 전쟁을 할 때도 군례(軍禮)를 요구했다. 전쟁을 하다가도 상대방 국가의 국왕이나 중요 지도자가 갑자기 상을 당하면 하던 전쟁도 멈춰야 했다. 즉 천자(天子)의 예(禮)에 맞는 전쟁을 하였다. 룰을 어길 경우 천자의 심판을 받게 되고 또한 여러 제후국들에 지탄을 받았었다. 전쟁도 귀족들의 명분 게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손자는 당시의 형이상학적 우주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분석적이고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군사이론을 실천하고자 하였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명분과 개인의 도덕심이 아니라 효율과 조직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춘추 말기에서 전국 초기로 넘어가는 대변혁의 시대정신을 읽은 손자는 혁신적인 사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21세기에 이르기 까지 2천5백년전의 ‘손자병법’이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수많은 리더들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현실적인 생존전략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경을 초월한 무한 경쟁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개인의 처세술은 물론이고 조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수많은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극에 달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 위험 리스크로 인하여 손자병법을 읽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우리나라 화랑대,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사관학교에서 손자병법을 강의하고 있다.
앉은뱅이 손빈 ‘손빈병법’
손빈은 제나라 출신으로서 손자(손무)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청년 시절에는 방연(龐涓)과 함께 병법을 배웠는데, 늘 방연을 앞질러 그의 시기와 질투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방연이 먼저 위나라 장수에 임명되었고, 얼마후 눈에 가시인 손빈을 위나라로 초대하여 첩자 누명을 씌워 앉은뱅이로 만들었다.
방연의 천인공노할 흉계와 그 진상을 알아낸 손빈은 불굴의 의지로 사지에서 벗어나 제나라 사신을 따라 도망쳤다. 그리고 제나라에서 대장군 전기(田忌)를 도와 두 차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었으며 『손빈병법』이라는 유명한 군사 이론서를 남겼다.
그가 창안한 '삼사법(三駟法)' '위위구조(圍魏救趙, 위나라를 둘러싸 조나라를 구원하다)' '감조유적(減灶誘敵, 솥을 줄여 적을 유인하다)'과 같은 전법은 후대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중 삼사법과 감조유적의 고사를 소개한다.
삼사법(三駟法)
제나라로 돌아온 손빈은 장군 전기의 상객이 되었다. 당시 제나라 귀족 사이에서는 경마 노름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경마에 참여하는 말들을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누어 삼판양승으로 하고 있었다. 손빈은 이 경마시합에서 전기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인 ‘삼사법’을 알려주어 많은 돈을 벌게 해 주었던 것이다. 먼저 제일 못하는 하등 말을 상대의 상등 말과 붙여서 한 판을 져주고, 다음 상등 말을 상대의 중등 말과 붙여 한 판을 만회한 다음, 중등 말과 상대의 하등 말을 붙여서 필승하게 하였던 것이었다.
감조유적(減灶誘敵)
위나라가 조·진과 연합하여 한나라를 공격하자, 제나라 왕은 손빈을 군사에 임명하여 한나라를 구원하도록 하였다. 작전은 위나라 수도(대량)를 공격하여 한나라를 공격중인 방연의 군대를 회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는데, 예상대로 방연은 서둘러 회군하여 제나라군을 맹추격하였다. 이에 손빈은 후퇴하면서 유명한 감조유적(減灶誘敵)의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밥솥 자국을 첫날 10만명 분량에서 반으로, 그리고 셋째 날에는 3만명 분량으로 줄여 적을 속인 것이다. 방연은 이것을 보고 제나라 군이 겁에 질려 대부분 군영에서 도망간 것으로 판단하고 기고만장하게 되었다.
방심한 방연은 핵심 기병만 이끌고 제나라 군대를 쫓기 시작하여, 날이 어둑어둑할 무렵 ‘마릉’이라는 계곡에 이르렀다.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길옆에 서 있는 큰 나무에 희미한 무슨 글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횃불을 밝혀 보다가 아연 실색한다. ‘방연이 이 나무 아래에서 죽다!’ ‘아차 속았구나!’ 방연의 외침소리와 동시에 화살이 비오듯 날아들었다. 위나라 군대는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손빈이 계곡 주변에 정예병을 매복하여 횃불을 보는 순간 화살을 그 쪽으로 날리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유명한 마릉전투이다.
손정의 제곱병법
“책 4,000권을 읽고 평생 먹고살 25자를 건지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삶과 경영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양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그는 재일 한국인촌에서 가난하게 태어나 유년시절 매일 같이 “조센징”이라며 차이고 돌팔매 당하면서 어렵게 자랐다. 이러한 수많은 역경을 딛고 세계인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일본에서 태어나 ‘인터넷계의 황태자’ 또는 ‘빌게이츠를 능가할 유일한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일본 사회에서 성공한 비결은 “조센징”과 “돌팔매”의 아픔을 계기로 하여 일찌감치 목표를 세우고 남들보다 먼저 도전을 시작했다는데 있다. 시련과 좌절은 젊은 손정의 에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게 하는 힘을 길러 준 것이다.
19살의 손정의가 세운 인생 50년 계획은 20대에 깃발을 올리고, 30대에 천억 엔의 자금을 마련한 후, 40대에 큰 승부를 벌여 50대에 완성시키고, 60대에 후계자에게 계승하는 것이었다. 소프트뱅크 창업 초기였던 20대 후반 만성 간염 판정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병상에서 손자병법을 비롯한 4천여 권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잡았다고 한다. 삶과 기업경영에 있어서 사면초과의 난관에 직면할 때 마다 더욱 독서에 심취하였고, 25자의 정수를 얻어냈는데 그것이 바로 '제곱병법'('손자병법'에 자신의 생각을 곱했다는 뜻) 이라고 한다. 손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이나 중장기 사업 전략을 고민할 때 반드시 이 제곱병법을 근간으로 지혜를 집약하였으며 소프트뱅크 특유의 경영 철학이 된 것이다.
道天地將法 頂情略七鬪 一類攻守群 智信仁勇嚴 風林火山海
도천지장법 정정략칠투 일류공수군 지신인용엄 풍림화산해
손자의 전쟁이론을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 경영철학에 그대로 접목한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손자의 사상이 시공을 초월하여 한민족 손씨에게 재림한 것이다.
인생은 전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손자병법은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던 춘추전국시대 국가존망과 생사지지의 난세에 태어났지만,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이 시대에 개인이든 조직이든 생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독해야 할 삶의 지침서라고 할 것이다.
중국을 탄생시킨 마오쩌뚱은 침대 곁에 항상 손자병법을 두고 있었다 하며,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게이츠는 기업경영의 지침서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물론이고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한 독일의 황제 빌렐름 2세는 만년에 ‘내가 2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참고) 손정의 ‘제곱병법’ 요약
첫째, 이념으로서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 손자병법 시계편 ‘五事’
도(道) - 올바른 명분, 부하가 지도자를 따르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게 만드는 도리
천(天) - 천기, 사철, 기후 및 밤낮의 변화를 잘 이용하는 것
지(地) - 지형의 멀고 가까움, 넓고 좁음, 험난하고 평탄함, 그리고 사지인가 활로인가
장(將) - 장수란 지혜와 믿음과 어짐과 용기와 위엄이 있어야 한다는 것
법(法) -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의 조직
둘째, 비전으로서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
정(頂) -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전체를 보고 전체의 구도를 파악하는 것
정(情) - 전체를 본 다음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는 것
략(略) - 정보수집이 끝났으면 전략을 세우는 것
칠(七) - 7할의 승률에 공격목표를 맞추며 실패 확률을 3할 이내로 줄이는 것
승률이 9할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작하면 싸움은 이미 끝나게 됨
투(鬪) - 싸움은 지혜 있는 자가 승리하며 승리의 전제조건이 없는 지혜는 탁상공론임
셋째, 전략으로서 일류공수군(一類攻守群)
일(一) - 세계 제일, 일등 못할 사업은 아예 손을 안대는 것
류(流) - 시대 흐름에 거역하지 않는 것
공수(攻守) - 공격과 수비를 균형 있게 하는 것
군(群) - 사업을 무리로 하여 상승효과를 높이는 것
넷째, 리더의 마음가짐으로서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 손자병법 시계편 ‘五事’ 중 ‘將’ 지(智) - 지혜와 임기응변으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기지)
신(信) - 부하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
인(仁) - 부하 노고의 이해, 부하들이 스스로 목숨 걸고 따르게 하는 것
용(勇) - 두려워하지 않고,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마음가짐
엄(嚴) - 군령을 엄격히 지키어 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
다섯째, 전술로서 풍림화산해(風林火山海)
→ 손자병법 군쟁편 ‘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풍(風) - 행동이 빠를 때는 폭풍처럼 빠르게 해야 하는 것
림(林) - 행동을 서서히 할 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숲속과 같게 하는 것
화(火) - 공격을 가할때는 불길처럼 맹렬히 하여 적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하는 것
산(山) -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처럼 견고하여, 적이 감히 엄두도 못내게 하는 것
해(海) - 넓고 깊은 바다가 모든 것을 삼켜버리듯, 완전하게 평정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