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전`되기 전에 사교육 다이어트
학원에서는 학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이른바‘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학원에 의존하면 할수록 자기 주도 학습을 이끌어갈 능력이 떨어지고, 관리 기술이나 복습 기술을 익힐 기회가 줄어든다.그래서 더더욱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고 혼자 힘으로 공부하기 어려운‘학원 중독증’에 빠지게 된다.
왜‘사교육 다이어트’가 필요할까? 경제 위기로 인해‘최후의 보루’로 여겨져 왔던 사교육비 역시 다이어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는 경제 위기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다이어트해야 하는 영역이다. 어지간한 상류층의 가계를 제외하곤, 장기적으로 가계 소득과 사교육비 지출 사이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투자하는 돈을 실제 조사해보면, 대학 이전에 들어가는 돈보다 이후에 들어가는 돈이 훨씬 더 많다. 일단 대학 등록금이 사립대의 경우 연간 1천만원 선에 달한다. 이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고, 대학 시절이나 그 이후에도 각종 취업 학원비, 어학연수 등으로 상당 액수의 지출이 이뤄진다. 또 우리나라 문화는 자녀의 결혼 자금으로 부모가 상당한 목돈을 쓰게 되어 있다. 이에 대비하여 가계 수입의 추세를 보면, 자녀가 고등학교 나이 정도일 때 최고에 이르고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다. 결국 소득이 내리막길인 시기에 자녀에 대한 지출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 또는 그 이하의 가계에서는 초∙중∙고교 시절에 아낌없이 쏟아 부은 사교육비가 노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흔히 부모들은‘어떻게든 대학만 잘 보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초∙중∙고교 시절에 자녀에게 아낌없이 사교육비를 투자하곤 한다. 그러나 가계 소득과 지출의 장기적인 추세를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행태는 노후 생활 기반을 잠식한다. 즉 사교육비 다이어트는 경제 위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사교육의 문제는‘돈’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가 게으르고 의존적인 인성을 갖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방학 기간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흔히 학원에서는 다음 학기에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미리 가르친다. 개학을 하면 아이는 학교에서 그 내용을 다시 배운다. 그리고 학원에서 학교 진도에 맞춰 또 한 번 가르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기가 되면 총정리다 뭐다 해서 다시 가르친다. 결국 아이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학원과 학교를 왕복하며 동일한 내용을 적어도 네 번 이상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 학습의 장기적인 결과는 무엇일까? 일단 학습 효율이 낮아진다. 되도록 짧은 시간을 투자하여 최대한의 효과를 내겠다는 자세보다는, 지적으로 나태해진 상태에 서‘어차피 또 배울 테니까’라는 안이한 태도를 가지게 될 위험이 크다. 또 별다른 지적인 노력 없이도 교과 내용을 다 알게 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점차‘복습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된다. 복습 기술을 익히지 못하는 경우 그에 따른 위험은 매우 크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처럼 범위가 좁은 시험을 대비할 때에는 복습법의 영향이 그리 드러나지 않지만, 수능처럼 넓은 범위의 시험을 대비할 때 체계적인 복습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는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학원을 많이 다닌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전혀 복습할 생각을 하지 않거니와 복습 기술도 익히지 못한 학생이 대다수다. 학원에서는 학습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전 과정을 주도한다. 이른바‘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학원에 의존하면 할수록 자기 주도 학습을 이끌어갈 능력이 떨어지고, 관리 기술이나 복습 기술을 익힐 기회가 줄어든다. 그래서 더더욱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하고 혼자 힘으로 공부하기 어려운‘학원 중독증’에 빠지게 된다.
정확한 교육 정보를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교육 정보는 대체로 학원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업계에서 유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당연히 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굴절되어 있다. 그래서 결론이 항상“학원을 되도록 빨리 다니기 시작해서, 오랫동안 다녀라”라는 식으로 귀결된다. 학부모로서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끔 만드는 내용도 많다. 그런데 그러한 정보는 얼마나 근거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아이가 수학에 좀 재능이 있다 싶으면“수학경시대회에 내보내야 한다”고 권하는데, 실제로 수학올림피아드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여 상급 학교 진학(주로 과학고에 진학)을 하려면 상당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그야말로‘죽도록’해야 가능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들러리로 학원가의 매출을 올려줄 뿐이고, 그 과정에서 과중한‘학습 노동’으로 인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일찌감치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한자 급수 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자녀의 언어 감각과 지식을 늘리는 데 얼마나 실용적일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입학과 연관해봐도 명문대 가운데 한자 급수를 선발 과정에서 인정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교육업계에는 종종‘기획 상품’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최근의 가장 성공적인 기획 상품은 이른바‘창의사고력 수학’이다. 그런데 창의사고력 수학은 그 실상을 따져보면 교과 수학을 잘하게 만드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며, 우리나라 교육 여건과 입시 제도를 고려해볼 때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억지로 시킬 필요가 전혀 없는 내용이다.
가장 폭넓게 퍼져 있는 오해는“특목고 준비는 초등학교 4학년 때(심지어 초등학교 1~2학년 때) 시작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다. 이 말의 의미를 잘 새겨봐야 하는데, 일찌감치 특목고 전문 학원에 들어가야 특목고를 갈 수 있다는 뜻으로 오해한다면 큰 오류다. 외고 입시의 경우 내신 성적, 영어, 구술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영어의 경우 토플등 별도의 시험 성적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시험에 얽매일 필요 없이 꾸준히 실력을 높여가면 되고 여기에 더하여 내신 성적이 충분히 높다면 단기적인 준비를 통해서도 진학할 수 있다. 구술 면접은 시사 또는 논술과 사회 과목을 연관시킨 문제가 나오는 추세이므로 이러한 주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던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다. 실제로 한두 달 준비해서 대원외고에 들어간 학생도 여럿 본 바 있다. 특목고는 이렇게 ‘여유 있게’들어갈 만한 학생이 들어가야 빛을 보지,‘ 간신히’들어간 학생은 대체로 하위권에서 놀게 되고 그러한 데서 겪는 심리적 중압감과 열등의식으로 오히려 일반고에 가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과학고의 경우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과 내신 성적, 구술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 올림피아드는 수학의 경우 경쟁이 심하므로 초등학교 5학년 정도에 시작하는 게 좋으며, 물리∙화학∙생물 등의 과학 과목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정도에 시작하면 충분하다. 심지어 중학교 2학년 후반에 올림피아드 준비를 시작하여 과학고에 진학한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치동에서 과학 올림피아드로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학원에서는 중학교 1학년 후반기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더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피아노를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다 잘 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재능과 적절한 타이밍이 맞물렸을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는 것이다.구술 면접은 수학과 과학 전 영역에서 고1 수준까지 출제되므로 중1 또는 중2 때부터 적절한 수준의 선행학습을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
수험생들과 폭넓은 상담을 해본 입시 전문가로서 초등학교 시절에는 읽기(독서) 경험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권하고 싶다.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수능 언어 영역,논술 그리고 수능 외국어 영역에 있어 정말‘대책이 없다’. 어려운 영어 문제의 경우 제시문과 문제를 모두 국문으로 번역해줘도 정답을 못 맞히는 학생이 의외로 많으며, 이러한 추세가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나치게 선다형, 단답형 점수 따기 교육으로 학생들을 내몰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시험 문제들은 그 평가 목적이나 문제 수준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경우도 상당한데, 이런 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고 틀리는 데 집착하다가 훨씬 중요한 기초공사를 놓친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라고 할 것이다. 글의 흐름과 논리를 파악하고 다소 어려운 글을 밀도 있게 분석 하는 역량을 충분히 길러주지 않으면, 대입에서 절대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첫째아이(8세)가 태어날 때부터 기어다니는 방에 책을 깔아놓고 거실의 두 벽을 책장으로 꾸며 각종 읽을 거리들로 가득 채워놓았다. 직접 산 책도 많지만 다수는 여기저기서 얻어온 1990년대 책들이다. 다음은 내가 만든 독서 교육 십계명인데, 참고가 될까 싶어 소개한다. ① 꾸준히 읽어줘라. ② 집에 책이 많아야 한다. ③ 책을 여기저기 늘어놓아라. ④ 강도 높게 칭찬하라. ⑤‘확인’하는 대신‘얘기’를 나눠라. ⑥ 스토리가 없는 책도 읽어줘라(도감, 지도, 잡지 등). ⑦ 학습 만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⑧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분야를 확실히 지원하라. ⑨ 집에 책보다 재미있는 것을 없애거나 엄격하게 규제하라(컴퓨터, 게임, TV 등). ⑩ 부모가 모범을 보여라. 특히 아이가 특정 분야에 비교적 강한 흥미를 보일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해주고 해당 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으로 연결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관심을 가진 영역에서는 또 래의 눈높이에 맞는 책뿐만 아니라 그보다 수준 높은 글도 읽어낼 수 있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 한두 영역에서라도 일찌감치 어른스러운 지식의 세계를 접하는 통로를 확보하게 될 경우 그 아이의 지적인 시야와 수준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가 된다.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좋아하는’과목이 여러 개 있다면 가장 성공적인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가장 불행한 경우는 중학생이 되도록 좋아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거나, 심지어 저학년 때는 좋아하는 게 있었는데 중학교 갈 무렵에는 모든 게지겨워지는 경우다. 최근 대치동에 있는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전교 1등을 하고 이를 꾸준히 유지한 학생의 사례를 발견했는데, 이 학생은 영어를 제외하고 다른 학원은 다닌 적이 없으며, 오직 초등학교 시절 부모의 지원을 통해 충분한 독서와 몰입의 경험을 가진 경우였다. 상담하면서 이런 경우를 발견할 때마다 가장 기쁜 것은 물론,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내달리는 식의 교육에 사로잡혀 있는 학부모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 기획 박미순,김정윤 | 포토그래퍼 이광재,류건욱,박유빈 | 레몬트리
글쓴이 이범(교육 평론가)은…
연봉 18억대 수능 과학탐구 스타 강사,매가스터디 창립 멤버 등 한창 주가를 올릴 때 학원가를 떠나 교육평론가로 변신, 무료 강연과 저술 활동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수호천사 이야기」,「 학원 발가 벗기기」등 다수.기획 박미순,김정윤 | 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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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교육과 필요 없는 사교육의 구분
우리가 망하면 그제야 교육이 정상인 것
이병훈 에듀플렉스 감사, 『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 저자
원래 영어를 잘했지만 그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당시에 외고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는 다 과학고에 갔기 때문에 따라서 과학고에 갔다. 그런데 입학 후 아차 싶었다. 요즘 연예인들은 멀리에서 걸어와도 ‘후광’이 난다고 하지 나. 그렇게 후광을 달고 다니는, 어디서나 빛나는 천재들이 25%, 자기가 열심히 공부해서 온 수재들이 50%, 그리고 25%의 둔재가 과학고에 혼재하는데 불행히도 나는 둔재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에 들어갔는데 졸업을 앞두고는 교수님에게 항의를 했다. 로봇 만드는 줄 알고 왔는데, 왜 4년 내내 기계 한번 만져보지 못했냐고 물었더니 “엔지니어는 그런 걸 디자인하는 사람이지 직접 뚝딱뚝딱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얼른 졸업을 했다. 전공을 살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 지금 에듀플렉스 대표인 학교 선배의 권유로 이 회사 창립 멤버로 들어오게 됐다. 공부는 배우기와 익히기가 함께 가야 하는데, 요즘은 배우기 강의는 넘쳐나니 우리는 익히기를 가르치자고 의기투합했다. 요즘 아이들은 수많은 사교육을 통해 지식을 머리에 쏟아 붓지만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요한 사교육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정리하라고 부모에게 권유하며,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공부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코칭한다. 사실 이런 것들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들이 해주셔야 할 일인데, 결국 이것에 실패하고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우리를 찾아온다.
필요한 사교육과 요 없는 사교육은 어떻게 구분하나? 얼마 전 겨울방학 학습 캠프에 다녀왔다. 그때 3일 동안 1백 명 가까운 학생들과 상담을 했는데, 70%가 학원 과다였다. 그 학생들은 당장 절반 혹은 1/3 이상 학원을 끊어야 정상적인 학습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과다인지 아느냐고 반문하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논술과 수학을 일주일에 각각 3~4회, 영어를 일주일에 4회 하는 학원에 가면 4~5시간씩 계속 릴레이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주말에는 한자와 축구 수업을 듣고, 과외 선생님이 와서 부족한(?) 영어를 보충해준다. 많은 학부모가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좋은 강의와 과외를 많이 받을수록 실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는 절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학교 수업이나 학원 강의, 과외를 통해 배운 내용을 자기화하기 위해서는 그 3배의 노력을 들여야만 완성할 수 있다. 1시간 수업을 들으면 예습 30분, 배운 직후 복습 1시간, 재복습 1시간 30분의 비율로 자기 공부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야만 배운 내용이 내 실력이 된다. 이렇게 ‘1시간 수업에 3시간 자기 공부’라는 ‘3배수 법칙’을 따르지 으면 밤 게까지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것으로 심리적 위안을 삼을 뿐이다.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불안감과 의타심이 학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또 다른 과외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만든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좋은 학원과 과외 수업을 받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3배수 법칙을 지키기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잠을 이기며 자기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실력이 느는 것뿐이다. 요한 사교육과 요 없는 사교육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장 자녀의 과외나 학원 수업 시간, 이렇게 배운 내용을 자기화하기 위해 투자하는 공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라. 3배수 법칙 이상의 학원과 과외는 아이 공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는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 3배수 법칙을 지키면서 학원 수강을 하는 건 괜찮은가?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대학 입학을 원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때 타이밍을 맞춰서 제공할 건 제공해줘야 한다. 학부모는 아이의 공부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술을 잘 짜야 한다. 요즘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영어와 수학은 성질이 전혀 다른 학문이기 때문에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등학생 단계에서는 영어 80%, 수학 20% 정도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중학교 때는 수학 비율을 조금 높여서 5:5 정도로 조절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수학 비중을 80%로 늘려서 최대한 집중 관리해야 한다. 영어는 언어고,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두뇌 발전과 상관없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소질을 보이고 좋아한다면 제한 없이 확장해줘도 좋다. 이처럼 영어는 어렸을 때 미리 잡고 가는 것이 맞지만 수학은 다르다. 수학은 두뇌 발전과 사고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무 심하게 아이를 다그치면 어긋날 수 있으므로 아이의 발달 상황을 보면서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요만큼인데 진도는 달려가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단, 아이가 영재성을 보이면 적절한 사교육을 해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것도 등학교 고학년 때 얘기다. 무 저학년 때 영재수학을 시작하면 오히려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아이가 무 공부를 잘하면 사교육을 더 많이 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사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과학고를 가고 최고의 엘리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냉철하게 아이를 보지 못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객관적 입장에서 정확히 아이의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요즘 우리 집 앞에 ‘영재를 만들어드립니다’라는 광고가 붙어 있는데, 영재는 절대 만들 수 없다. 그냥 그렇게 태어나는 거다. 과학고 다니는 아이들 중에서 그런 천재들이 있는데 가만히 있어도 동네 아주머니부터 학교 선생님, 친구들까지 천재인지 단번에 알아본다. 그런 아이는 일단 일반인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영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면 아닌 거다. 과학고에 다니는, 천재가 아닌 아이들은 엄마가 만든 경우다. 아이가 공부할 재목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엄마들 노력으로도 많이 좌우된다. 한국의 현 교육 상황에서는 분명히 어머니가 개입할 부분은 개입해야 한다. 단, 이끌어주는 것과 닦달하는 것은 다르다. 도에 넘치게 아이를 잡으면 그때 반짝 퍼포먼스가 잘 나와도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긴다.
도를 넘게 아이를 잡는 것과 잘 이끌어주는 것의 차이는 뭔가? 많은 엄마들이 아이 성적이 안 나오면 애 인생도 걱정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성적이 안 나온 것처럼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하다고 고백한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경주용 미니카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뒤로 이만큼 당기면 피웅 하고 앞으로 튀어나가야 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나가니까 기분이 안 좋은 거다. 자신의 삶을 챙기는 대신 아이에게 의존해서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는다. 사실상 전업주부들은 현실에서 그 정도의 사회적 성공을 얻기 쉽지 으니 더더욱 아이를 닦달하는 것이다. 아이가 욕심만큼 안 따라주면 자신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서 더 절망한다. 엄마가 여유가 없고 불안하면 그 불안감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아이 적성과 장점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대세를 좇는 문제도 심각하다. 어제 이런 메일이 왔다. “ 등학생인 딸아이는 문과 성향인 것 같다. 그런데 영재수학과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시켜야 할 것 같다. 수학에 소질도 없어 보이고 재미도 없어하지만 지금처럼 학교 공부만 하면 안 되지 느냐?” 그 시간에 영어를 했으면 영어 천재가 되었을 아이를, 억지로 수학을 시켜서 영어마저 그저 그렇게 만들어버린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다. 엄마들은 완벽한 인간을 원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중학교 중에서도 청심국제중학교는 학교 성적이 좋은 아이보다는 독서량이 많고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높은 아이들을 뽑는다. 단순히 공부 잘하는 아이 말고 ‘난 놈’을 뽑는 것이다.
학원을 선택할 때는 요령이 요할 것 같다 아이 성향에 맞는 학원을 골라줘야 한다. 일반 상위권 아이들은 잘 가르쳐주기만 하고 재미가 없어도 자기에게 도움이 되면 참고 한다. 스스로 알아서 잘 따라오기 때문에 굳이 개인적인 관리를 많이 해줄 요도 없다. 하지만 중·하위권 아이들은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는, 재미있는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퍼포먼스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잘하면 과장해서 칭찬해주는 학원이 요하다. 중·하위권 아이들은 그런 칭찬을 많이 못 들어봐서 그런 관심이 큰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학원을 미리 보내본 엄마들의 경험담도 중요하고, 상담을 통해 선생님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력이 좋은 것과 가르치는 기술은 별개이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에 딱 맞는 선생님인지 파악해본다. 상담할 때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 가서 선생님의 설명을 다 들어본 다음 아이의 생각을 들어본다. 아이가 학원에 다니고 싶어하면, 예를 들어 6개월 동안 진도를 얼마나 나갈 건지, 성적은 몇 점 정도 올릴 건지 약속을 받는다. 목표를 설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원 보내놓고 손을 놓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 아이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상태를 학원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오늘은 아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며칠 동안 숙제가 밀렸어요” 등등 집에서 이루어지는 아이의 공부 상황이나 정서에 관련된 정보를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제공해야 한다. 아이에게 직접 얘기하지 말고 학습 전문가인 학원 선생님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다. 보내놓고 아이를 닦달하거나 바가지를 긁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기획 박미순,김정윤 | 포토그래퍼 이광재,류건욱,박유빈 | 레몬트리
Poll Data
총 응답자 1백56명, 2월 1~15일까지 레몬트리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설문 결과.
Q 왜 사교육을 시키나요? a 안 하면 뒤처질까봐(42%) b 재능을 빨리 알아 개발해주고 싶어서(24%) c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18%) d 돌봐줄 시간과 능력이 안 되어서(8%) e 기타(8%, 친구 때문 등)
예상대로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질까봐’를 꼽았다. 적어도 다른 아이들이 하는 정도는 해둬야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또 이것저것 경험하게 해봐 아이의 재능을 일찍이 발견하여 그 재능을 키워주고 싶어 시킨다는 부모들도 꽤 많았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면 아이가 나중에 직업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미래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또한 영어, 수학, 축구, 논술, 태권도, 한자, 가베, 미술, 무용, 검도, 피아노 등 아이들이 배우는 과목은 비슷비슷했다. 예능 교육에 집중되어 있고, 학습지는 대부분의 부모가 2~3과목씩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달에 몇 가지의 사교육을 시키는가를 묻는 질문의 평균을 내보니 4과목 정도. 눈여겨볼 사항은 아이가 어려서 많이 못하고 있다고 말한 부모도 여럿이었으며, 더 시키고 싶은 과목이 있다는 답변도 꽤 많았다.기획 박미순,김정윤 | 레몬트리
출처 - 팟찌 patzzi.com
학원만 다닌 아이, 스스로 할 줄 모르는 아이가 된다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주는 것이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법이다
베타맘에서 알파맘으로 박미경 씨는 아이가 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오히려 사교육에 무관심한 엄마였다. 동네 아이들이 모두 영어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굳이 어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칠 요가 있을까 싶어 병설 유치원에 보냈고, 한글도 다 떼지 못한 상태로 아이를 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이랬던 그녀가 사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로 바뀐 건 아이가 1학년이 끝날 무렵 1등에서 3등까지 준다는 학력상을 받고 나서부터다. 과외를 전혀 하지 았는데도 1등을 했으니 엄마가 뒤에서 밀어주면 더 잘하겠지 싶었던 것. 그래서 2학년이 되고부터는 앞장서서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데리고 다녔다. 이쯤 되자 아이는 종종 “안 하면 안 돼요?” 하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협박성 멘트로 달래고, 그 학원에 다니면 뭐가 좋은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며 설득해서 보내고 말았다. 남 하는 건 다 해야 할 것 같았고, 이건 남들이 안 하니까, 그건 창의력이 길러진다니까, 어떤 건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하나 둘 더하다 보니 바둑, 성악, 태권도 등 아이는 어느새 열 군데가 넘는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알파맘에서 다시 베타맘으로 TV에서는 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지만 박미경 씨에겐 남의 일이었다. 그녀의 아이는 “학원에서 어땠니?”라고 물으면 늘 재미있었다고 대답했고, 전교 1·2등 자리도 놓치지 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모든 게 엄마의 ‘뒷받침’으로 얻은 성과인 듯 해서 스스로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엄마학교(http://blog.naver.com/unan/)에서 강의를 듣고 나서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선생님 말씀처럼 사교육 없이 기죽지 는 당당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엄마학교에서 강의를 들을수록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먼저 아이에게 노트를 건네며 다니고 싶지 은 학원과 가고 싶은 학원을 적어보도록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그 많은 학원 중에서 가고 싶은 학원으로 영어와 독서교실만 꼽는 게 아닌가. 다른 건 모두 재미가 없어서 다니기 싫다고 했다. 이제까지 엄마에게 학원에서 재미있었다고 했던 건 엄마한테 혼날까봐, 엄마가 속상할까봐 했던 접대용 멘트였던 것이다. 생각지도 은 결과에 화가 났지만 욕심을 한 번 내려놓아보자고 결심한 터라 그 많은 학원을 모두 정리했다. 아이는 예상대로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 종일 TV만 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역시나 그렇게 빈둥거린 지 1년 만에 아이 성적은 뚝 떨어졌다. 속이 터지는 걸 억지로 참으며 기대했던 결과치고는 처참한 상황. ‘그래, 역시 학원 없이는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순간 “3개월이 지나 3년이 되면 나아진다. 아이에게 기회를 주라”는 엄마학교 서형숙 선생님의 말씀이 다시 생각나 이왕 시작한 것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뭐든 다 하기 싫다던 아이가 어느 날 합기도를 배우고 싶다며 학원에 가겠다고 했다. 평소 자신없어하던 줄넘기를 합기도에 다니면서 통달해서는 학교 줄넘기 대회에 나가 2등을 하고, 집에서 늘상 만화책만 보더니 놀랍게도 독서 감상문 쓰기에서 금상을 타오기도 하고, 천안시 독서대회에 나가 교육감으로부터 장려상까지 받아 왔다. 6학년이 되자 성적은 다시 상위권으로 올라갔고 이번 등학교 졸업식에서 충청남도 교육감상까지 받았다.
웃음이 많아진 아이 빈둥거리는 아이를 보며 불안하고 속상해 하면서도 ‘사교육 안 하는 아이’로 둘 수 있었던 건 아이가 차츰 변하는 모습에서 ‘학원의 힘’과는 다른 게 있음을 조금씩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원에 다니지 으면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일기의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일기 쓸 때가 되면 늘 “엄마, 오늘은 뭘 써요?”라고 물었고 하루 종일 학원만 갔다 와서 일기에 쓸 것이 없다며 일기 쓰는 걸 힘들어했다. 그러던 것이 오늘은 이런 놀이를 했고,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TV를 봤는데 어떻더라 등 일기에 쓸 거리를 쉽게 찾아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도 살가워지고 웃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 성격이 평소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성격이 아니라 힘든 환경이 만든 결과였던 것이다. 또 TV에서 본 개그를 학교에 가서 흉내 내는 등 명랑하게 생활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져 교우 관계도 좋아졌다. 학원에 가지 으니 엄마와 마주할 시간도 차고 넘쳐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별별 얘기를 다 나눌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 당시엔 학원이 아이에게 도움을 준다고 믿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어요. 엄마가 학원을 알아보고 모든 일에 일일이 참견하다 보니 아이는 스스로 하는 방법을 배울 시간이 없더라고요. 학습 준비는 늘 학원 선생님이 해주시니 아이는 그저 가서 앉아 있기만 하면 되거든요. 뭘 해야겠다는 의지나 흥미도 없고 누가 하라면 하는 수동적인 아이로 키워지고 있었지요.” 학원을 그만둔 뒤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달았고,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그래서 그걸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자신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아이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전에는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학원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등록하느라 바빴지만 이제는 1년 동안의 학원비를 모아 미련없이 여행을 간다. 박미경 씨는 아이를 학원 열 군데에 보내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도록 도와주는 게 더 효과적인 교육법임을 깨달은 것이다.기획 박미순,김정윤 | 포토그래퍼 이광재,류건욱,박유빈 | 레몬트리
출처 - 팟찌 patzzi.com
학원을 줄이자, 가족의 우애가 두터워졌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것들이 모두 엄마의 욕심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선희주부
한 달에 12개의 학원을 다닌 아이들 기자가 사진 촬영을 할 때 자유분방하게 온갖 자세를 취하는 셋째와 달리 둘째는 잘 웃지 않았다. 둘째의 그런 모습을 본 엄마 박선희 씨는 속상해했다. “둘째도 셋째처럼 정말 잘 웃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제 욕심이 아이의 표정까지 빼앗아버렸죠. 2년 동안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처음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네 아이의 엄마인 박선희 씨는 아이들을 학원으로만 내몰았던 스스로를 몹시 부끄러워했다. 영어 유치원에 방문 학습지 두 과목, 피아노와 택견, 한문에 논술까지 더하고도 모자라 놀이 수학 학원과 오르다, 은물, 과학 실험 학교까지, 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이들은 한 달에 12개의 학원을 다녔다. 동네 학원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서 좋은 학원, 훌륭한 선생님을 찾아 강남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니면 다닐수록 학원 개수가 더 늘어갔다는 것. 학원에 가서 엄마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아이의 교육 사각지대가 보이고, 좋다는 학원 정보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아이당 교육비로 월 2백만원씩 들어갔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모두 아이의 장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이 시기만 지나면 괜찮아진다”며 다독였다.
학원을 모두 그만두다 더 시키고 싶어도 아이들이 시간이 없어 못 시켰을 정도로 사교육에 열성이던 그녀가 과감하게 그 모든 학원을 그만두게 한 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스케줄에 맞춰 학원에 다니느라 친구 사귈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5살 때부터 3년 동안 영어 유치원만 다니면서 국어 공부를 뒷전으로 미룬 탓에 우리 말 이해력이 떨어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힘들어했다. 아이들은 날이 갈수록 예민해져서 별것 아닌 일에도 상처를 받고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착하고 잘 웃던 아이가 짜증이 늘고, 웬만한 일에는 잘 웃지도 않는 등 얼굴 표정부터 달라졌다. “어른도 힘들면 표정이 없어지잖아요. 모든 게 귀찮아지고.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른을 무시하는 예의없는 행동을 일삼고, 모든 일에 의욕도,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그럴수록 엄마는 점점 더 무서운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내주는 많은 숙제들을 하기 싫어하니 엄마는 자꾸 무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어느 순간 엄마는 ‘이것이 모두 너무 많은 학원 때문이 아닐까’ 싶어 과감히 다니던 학원을 모두 접었다. 당장은 아이들이 원하는 걸 해줘야겠다는 게 먼저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원한 것은 오로지 학원에 다니지 않는 거였다.
학습보다 인성교육이 먼저다 “아이들이 학원에 다닐 때는 몰랐어요. 엄마와 자식 간인데도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죠. 그런데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그러자 대화할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학원에 다녀오면 피곤할까봐 숙제시키고 밥 먹여 재우기 바빴으니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뭔가를 더 빨리,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정작 아이들과의 관계에 너무 소홀했던 것. 학원을 모두 정리한 지 2년째. 아이들 학원에 데리고 다니느라, 좋은 학원 알아보러 다니느라 늘 바빴던 엄마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던 남편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고, 방학 때라도 학원 특강을 빼먹을 수 없어 자제했던 여행도 마음껏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늘 무서웠던 엄마도 쫓기는 마음이 없어지자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그러워졌다. 놀랍게도 이전에는 다그쳐야 책상에 앉곤 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시험 때가 되면 스스로 공부한다. 그렇게 다니기 싫다고 노래하던 수학 학원도 이제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따라가기 힘들다며 스스로 가겠다고 나선다. 심지어 학원 다니는 게 소원이라고까지 했다. 자기들이 하나 둘 학원을 선택하더니 이젠 수학, 영어 그리고 한문까지 3개의 학원을 다닌다. 한문은, 영어 유치원만 다닌 탓인지 한글을 읽어도 이해력이 떨어진다며 아이가 고민하기에 인성까지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인 듯해서 엄마가 추천한 것인데, 다행히 매우 좋아한다. 다시 매일매일 학원에 가게 됐지만 이젠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다니게 되니 이해도도 훨씬 높아졌고, 무엇보다 진심으로 재미있어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를 보면 이전의 우리 아이들 모습이 보여요. 엄마는 아이가 공부 잘한다고 행복해하지만 아이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 엄마와 인터뷰하는 동안 중학생 오빠는 어린 동생들을 살갑게 챙겨줬다. 둘째딸은 막내 동생이 칭얼거리자 인터뷰를 방해하는 게 미안했던지 동생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이 서로를 참 잘 챙겨준다며 부러워했더니 엄마는 또 한마디를 했다. “아이들도 자기만 알다가 이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거예요.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더라고요. 어른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주변 사람이 보이듯이 아이들도 여유가 생기니 엄마가 보이고 남에게 베푸는 것 같아요.” 이른 열매를 보고 싶다고 겨울에 씨를 뿌려두어도 열매가 달리는 시기는 따로 있다. 어쩌면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싹도 틔우기 전에 죽어버릴 수도 있다. 미리 해둬야 힘들지 다는 이유로 선행학습을 고집하고,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끌고 다니지만, 아이는 그럴수록 더 힘들다는 걸 엄마들이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아이를 위한다고 하는 것들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엄마의 욕심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얘기다.기획 박미순,김정윤 | 포토그래퍼 이광재,류건욱,박유빈 | 레몬트리
출처 - 팟찌 patzzi.com |
첫댓글 강요와 타율이 아닌 자율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저 역시 일한다는 핑계로 학원으로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