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e. 너만바라기광이쁜이.
From. 아츠카미이쁜이
첫눈에 반하다. -19
by.팅팅볼
현승은 마지막 접시를 넘겨주곤 주방을 빠져나왔다. 준형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도 영- 찝찝한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동운이 전해 줄 것이 있다며 크로스타임에 스태프 룸으로 오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서 현승은 먼저가 쉬고 있을 생각이었다. 현승은 요즘 머리에서 과부하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어려운 일은 없었으나 골치 아픈 일은 여러 가지였다. 현승은 앞치마를 푸르며 스태프 룸으로 들어섰다. 현승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택배 박스에 저건가 싶었다. 테이블 위에 떡 하고 올려진 모양새가 그러했다. 박스 위 스티커엔 김현주의 이름과 현승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소파 위에 앞치마를 걸쳐두고 박스를 확인한 현승은 거침없이 박스를 뜯어냈다.
날짜는 현승이 한창 여행 중에 온 것으로 찍혀있었다. 비스트로로 쓰인 주소는 김현주의 급한 성질이 반영 된 것이었다. 현승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박스를 열었다. 멋대로 약속을 파토 낸 것도 걸렸고, 아직 이렇다 저렇다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도 그랬다. 걸리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전화보단 일단 찾아가야 했는데 그러기엔 이쪽 상황도 그리 여유가 넘치는 편이 아니었다. 벌어진 일은 수습되지 않고 커지기만 하니 걱정이 태산인 현승은 숨을 폭 내쉬었다. 그리고 예상과는 다른 박스 내용물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김현주표 김치와 된장, 고추장, 20년 묵은 감식초, 직접 말린 녹차 잎이 잘 포장되어 들어있었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심보는 절대 김현주에게서 나올 발상이 아니었다. 김현주는 잘하면 잘한 거고 못하면 못한 거였다. 현승이 취한 행동은 명확히 지적당해야 옳은 일이었다. 그냥 넘어갈 김현주도 아니었고. 현승은 자신의 엄마가 치매가 온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말린 녹차 잎 위에 낌어진 작은 엽서엔 김현주의 자필로 친히 적혀있었다. -아들 언제 한번 같이 내려와- 같이 내려오라고? 누구랑? 분명 선 자리는 파토가 났고, 그 여자는 바람을 맞았어야 했으며, 이 사실을 안 김현주는 현승을 잡아먹을 것처럼 닦달을 해야 했다. 근데 같이 내려오라니? 현승은 앞뒤 맞지 않는 상황에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굴려야 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준형의 덤덤한 목소리에 현승은 혹시나 싶었다. ‘선 보러 가게?’ 덤덤하기 짝이 없던 목소리였다. 현승이 맞선을 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맞아, 준형의 스캔들 상대도 선생님이었다. 그들이 만났던 장소는 인터 로비 라운지. 자신의 맞선 장소였다. 현승은 추측되는 파일 조각을 이리저리 짜 맞췄다. 현승의 생각이 맞는다면 한동주의 개입이 확실해진다. 현승이 막 핸드폰을 꺼냈을 때 동운이 나비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들어왔다.
“먼저 와 있었어요?"
“야, 이게 뭐... 너 얼굴이 왜 그래?”
“예? 제 얼굴이 왜요? 잘생긴 거 이제 알았나?”
“시커먼 얼굴에 눈은 알록달록 재미 들린 건 아니지? 아침엔 멀쩡했잖아.”
현승은 눈 밑이 시퍼렇게 멍든 동운의 얼굴을 가리켰다. 동운은 어? 하고 멍청하게 되물었을 뿐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돌아다니며 사람 염장을 뒤집던 동운이었다. 런치 타임 사이에 무슨 일이야, 라는 말에 동운은 손거울로 얼굴을 비춰보았다. 눈 밑이 퍼렇게 올라와 있었다. 아침에 기광의 이마에 맞아 침대를 굴러 내려 왔던 것이 생각났다. 뭐 이것도 나름 괜찮네요. 근데 나 이러고 서버 하러 다닌 건가. 가오 떨어지게. 동운은 멋쩍게 웃는 듯 뒷머리에다 손을 가져다 댔다.
“나름 괜찮아? 하다하다 못해 이젠 맞고 다니냐?”
“사랑의 표시라고 할 수 있겠죠.”
“사랑 엿 바꿔 먹는 소리하고 있네. 너 여자 만나?”
“저 같은 멋진 남자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네요.”
“쯧쯧. 너랑 만나는 여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참.”
“복이 터졌죠?”
“불쌍하다고. 너를 어떤 여자가 감당해.”
“사랑은 감당하는 게 아니에요. 하는 거지.”
누가 입은 안 때려 주냐? 현승이 눈을 부라리자 동운은 시선을 피하며 손거울에 얼굴을 비췄다. 전해드릴 건 그거에요. 이젠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부모님이랑 잘 좀 지내요. 저처럼. 동운이 재잘재잘 현승의 속을 벅벅 긁었다. 동운은 자신의 얼굴에 멍울이 진 것을 나름 현승에게 풀고 있는 중이었다. 현승은 왁! 소리라도 지르려다 한 템포 져 주기로 마음먹은 후 혹시나 지나가는 말투로 물었다.
“너 그때 나한테 줬던 금색 봉투 기억나?”
“그럼요.”
“아직 가지고 있어?”
“이거 말이죠?”
동운이 서랍에서 다섯 장의 초대장을 꺼내 현승에게 건넸다. 한 장이 아니었어? 현승은 정색을 하며 초대장을 받아 들었다. ‘진짜 이 새끼가..’ 현승은 한동주의 이름을 곱씹으며 이를 갈았다. 동운은 무슨 관계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어차피 현승은 대답하지도 않을 거였다. 욕이나 얻어먹지 않는 게 다행이다. 동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멍자욱을 가릴게 없을까 생각했다.
“사장님!”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던 요섭이 현승의 얼굴에 급 발걸음을 멈춰 섰다. 자신의 얼굴에 꽂힌 두 사람의 시선에 요섭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제 오늘 컨디션이 최악인 현승의 뒤에선 어두운 오로라가 올라오는 것 같은 환상을 만들었다. 요섭은 저도 모르게 등을 움츠린 후 어색하게 히히 웃었다. 아무일도 없다는 듯 시침만 뚝 떼고 있자 동운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왜? 나 있어서 불편해?”
“아니요...”
“그럼 말해.”
현승은 화가 난 목소리였다. 나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괜히 뜨끔한 요섭은 최대한 눈초리를 내렸다.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동운의 표정과는 달리 현승은 고개를 홱 돌린 채 외면했다. 현승은 감식초를 열어 향을 맡았다. 요섭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름 하나를 말했다.
“보이드...”
“아, 갔어요. 저녁에 다시 온다던데.”
“다시 왜 와?”
“글쎄요. 두준이형이랑 할 말이 있나 보죠. 여기까지 밥만 먹으러 왔겠어요?”
현승의 건조한 물음에 동운은 말하며 연신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느라 건성이었다. 현승은 김현주의 엽서를 읽어보며 의중을 파악하기 앞섰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현승은 박스를 다시 닫으며 일어섰다. 작은 산부터 넘어갈 생각이었다. 김현주는 마지막 보류였다. 서랍에서 안경을 꺼내 쓰고 거울 앞을 떠나갈 줄을 모르는 동운을 지나쳐 요섭의 어깨를 잡았다.
“너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뭐해? 옷 안 갈아입고. 현승과 요섭의 눈이 마주쳤다. 물론 요섭의 의사는 상관없었다. 현승은 이미 반쯤 조리복 단추를 푸른 상태였다.
&
동운은 제법 사나운 표정으로 기광의 앞을 가로막았다. 와인 셀러를 정리하던 기광이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를 피자 동운은 양 팔을 가로질러 팔짱을 꼈다. 기광은 비켜라는 말이 턱 끝까지 나왔다 쏙 들어가는 것을 경험했다. 태닝을 한 구릿빛 피부 사이로 푸르딩딩하게 오른 멍자욱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경으로 가린다고 했지만 평소의 쓰지 않는 안경을 얼굴에 걸치니 더 눈이 갔다.
“미안하죠?”
“내가 왜?”
“지금 미안하잖아요.”
“누가 성추행하래?”
“..... 뭐래요.”
“아무튼 원인 제공은 너야. 비켜.”
기광이 옆으로 비켜서면 동운도 옆으로 비켜섰다. 기광이 눈썹을 찌푸리며 한 발짝 다시 옆으로 비켜서면 동운이 다시 기광의 앞을 가로 막았다. 기광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얘 사람 달구는 방법도 가지가지로 하네 정말. 기광이 들고 있던 와인을 내려놓고 동운을 똑바로 쳐다봤다. 나는 너한테 줄 마음도 없고 그 마음에 여유도 없는데, 이렇게 온 몸으로 마주치면 어떻게 하라는 거야. 기광은 답답함에 눈썹을 긁적였다.
“뽀뽀해줘요.”
“미쳤어?”
“해줘요! 요기 눈에다가도 해주고 입에다가도 해주고.”
“왜 자꾸 뽀뽀타령이야!”
“한번 하니까 좋아서, 눈이 돌아서 그래요.”
순간 기광은 뜨끔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 동운을 쳐다봤을 뿐이다.
“내가 수줍어 할 줄 알았어?”
“아니요. 또 맞을 줄 알았어요.”
“알면 까불지마.”
“매일 구박하고 야박하게 굴어도 나는 형이 제일 좋아요. 지금은 그래요. 어느 누구랑 비교 할 수 없어요. 이게 진심이고 진실이에요. 열 발자국 물러서면 나는 열 다섯 발자국 다가갈 거예요. 나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동운아..”
“어디 한 번 해보란 식이 제일 좋겠네요.”
기광은 만사가 귀찮아졌다. 아까까지는 어이도 없고 걱정도되고 이러는 동운이 벅찼다. 늘 솔직하게 부딪혀 오는 동운을 밀어내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힘들어지니까 힘이 빠지고 힘이 빠지니까 지치고 지치다 보니까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기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우리가 함께하면 우리는 끝이 보이나. 그래 동운아?
.
S호텔 스카이 라운지 전망 좋은 자리에 앉은 현승은 무표정이었다. 요섭은 그것이 더 이상했다. 평소의 현승은 좀 멍한 표정이거나, 찡그린 표정이 대부분이었다. 무표정은 현승이 정말 불편하다는 표현이었다. 요섭은 웨이트리스가 따라준 애꿎은 물 잔만 손끝으로 건드리고 있었다.
“식사는 사장님께서 도착하시는 데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니요. 지금 바로 준비 해 주세요. 중간에 합류 하라고 하죠.”
현승은 냅킨을 무릎에 올리며 말했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스카이라운지는 식사 시간대를 벗어난 터라 한적했다. 요섭은 이 자리가 불편했다. 현승과 함께 한 식사자리가 불편했다기보다 혹시나 안면을 익힌 사람들과 마주칠까 그랬다. 물 잔에서 포크로 손을 옮긴 요섭이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현승은 머릿속에 뒤엉켜있는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요섭은 정막을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셰프, 누가 와요?”
“어, 기사로 준형이 디스한 놈.”
“거, 그 기사 봤어요. 좀 신랄하긴 하던데 우리 비스트로에 왔었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기사였어요.”
“그래. 알아. 용준형 요리는 내가 인정 했으니까.”
우유에 컬리플라워, 송이버섯, 잣, 양파를 넣고 갈아 만든 스프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스프 위로 오른 새싹들과 샐러드 오일이 뿌려 나왔다. 숟가락으로 한 입 먹어 본 현승은 접시를 옆으로 밀어 두었다. 미지근한 물로 입 안을 헹군 현승은 웨이트리스를 불러 다음을 재촉했다.
“먹지마, 입 버려.”
크림 맛이 많이 나서 느끼하긴 하지만, 요섭은 쩝 입맛을 다시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다음 에피타이저로 나온 가지 구이와 샐러드도 현승은 맛만 보았다. 웨이트리스를 불러 다음을 재촉했다. 접시를 거둬가려는 웨이트리스의 손도 저지시켰다. 요섭은 시큼한 샐러드를 입에 넣고 아삭아삭 씹었다. 가지 구이에서 나는 향신료가 입안에서 거슬렸기에 요섭 역시 맛을 본 후 물린 후였다.
메인까지 물리고 막 디저트가 나올 때 한동주가 급한 발걸음으로 테이블 앞에 섰다. 요섭은 전화기를 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현승은 아무렇지 않게 디저트 스푼으로 케이크를 떠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어 넘긴 후 다시 미지근한 물로 입안을 헹궜다. 달아빠진 설탕 덩어리가 입안을 얼얼하게 만든 기분이었다. 죄다 몇 입 먹고 그릇을 물린 현승은 디저트 그릇 마저도 옆으로 밀어두었다. 한동주는 현승의 앞자리에 앉으려다 현승이 혼자가 아님을 알고 잠시 멈춰 섰다.
“동행이 있었네..”
“오래된 퍽퍽한 스펀지를 촉촉하게 만들려고 시럽을 너무 치니까 축축해서 꼭 물 먹은 휴지 같잖아. 생크림은 너무 쳐서 뚝뚝 끊기고 라즈베리는 냉동이라 맛이 형편없어.”
“..........”
“스프는 변한 색을 가리느라 크림을 많이 넣어 느끼하기 짝이 없고, 샐러드는 너무 향이 세서 메인을 죽여. 에피로 나온 가지구이는 수분이 다 날아갈 정도로 익혀서 과자 먹는 줄 알았잖아. 미디움 레어로 주문한 스테이크는 웰던으로 가져오고, 같이 서브된 해산물은 살이 다 쪼그라들었어. 질겨서 씹히지도 않더라.”
“..........”
“용준형을 까려면 이보다 더 나은 수준이었어야지. 쥐뿔도 나은 게 없는 주제에 말만 번지르르하게 써놨더라고. 창피하지도 않냐?”
한동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현승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차근차근 나이프 끝으로 코스요리를 지적하던 현승은 무릎에 있던 냅킨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느리게 걸어 온 길을 너 때문에 돌아서야 했어. 너의 알량한 자존심과 욕심 때문에. 현승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기사 취소해.”
“...무슨 기사?”
“모르는 척 하지마.”
“어떤 기사를 말하는 거야? 워낙 나랑 관련된 기사가 많아서.”
“용준형 관련 기사 너라는 거 알아. 정정기사 내.”
“스캔들? 아니면 혹평?”
현승이 눈을 치켜떴다. 스캔들도 네 놈 짓이었어?! 혹시나가 역시나로 되는 순간이었다. 현승은 눈에 보이도록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을 마주잡았다.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 흔들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았다. 현승은 한동주의 의중을 파악 할 수 없었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것 외에는 한동주가 이럴 이유가 없다고 현승은 생각했다. 한심한새끼.
한동주는 능글맞게 웃었다. 대헌고에서 주목 받고자 현승에게 갖았던 호감이 용준형을 적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용준형은 철저히 한동주를 배제시켰다. 그로 인해 생긴 열등감은 언제나 한동주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그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천하의 용준형이 무너질 수 있는 기회. 그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 한동주는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 무너진 용준형이 아끼는 장현승도 뺏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복수하고 생각했다.
“사람 하나 사서 이간질 시키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지. 대충 베이스가 깔려졌겠다. 아는 사람 부탁으로 만났어요는 선을 봤어요로, 결혼하고 싶은 좋은 남자에요는, 5월에 결혼 한다는 얘기로, 아주 잘 탈바꿈 하지 않았어?”
한동주는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현승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점점 현승의 얼굴이 사납게 굳어 갈 때쯤 한동주는 손을 들어 웨이트리스를 불렀다. 준비한 와인이 비었잖아. 코스 요리의 완성은 와인이야. 현승의 앞에서 으스대며 웃기지 않을 얘기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한동주의 겉만 번드르르한 말에 현승은 코웃음을 칠 기분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살면 좋아? 시기 질투에 똘똘 쌓여서 살면 편안하니?”
“나는 아주 당당해. 그리고 행복해.”
“거짓말.”
“진심이야.”
“뻔뻔한 새끼.”
“질투는 네가 하고 있는 거야.”
“어디까지 잘났나 보자.”
현승은 레스티발에 최선을 다할 것을 마음먹었다. 다시는 한동주가 비스트로를 건드릴 수 있는 건덕지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슬슬 불타오르는 승부욕에 현승이 혀를 내둘렀다. 막 일어나려는 현승을 저지시킨 한동주는 소믈리에가 들고 오는 와인 병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제법 맵시가 나도록 현승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마무리는 하고 가야지. 그런데 말이야 비스트로는 브랑디까지 꽉 쥐고 있어서 살맛나겠어. 후하게 쳐준다니까? 우리 호텔로 넘어와. 오는 김에 브랑디도 꼬셔 오면 좋은데.”
“니네 계열엔 브랑디 팔지 말라고 로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거든.”
“너무 버팅 긴다.”
“너야 말로 사업에 사자도 모르는 도련님 주제에 너무 까분다.”
팽팽한 신경전 사이로 한동주는 일부러 와인 병을 돌려 현승이 보게끔 시선을 끌었다. 현승은 무심결에 두었던 곳에서 익숙한 그림을 보고 눈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내 그림이 왜 여기에 박혀있어? 이건 또 무슨 경운데? 현승의 급격한 표정 변화에 한동주가 씨익 웃었다.
“고고한 장현승은 하는 일도 고고해서 더 마음에 들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요즘 이 바닥에서 장현승 모르면 간첩이겠어.”
“시끄러워.”
“용준형은 점점 내려가는데 장현승은 점점 올라가네. 내가 원하던 답이라서 행복하다고.”
현승은 진하게 생긴 한동주의 얼굴을 패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얻고자 했던 사실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았다는 걸 상기하고 이쯤에서 그만 두기로 했다. 쓸데없는 말싸움은 그만 해야 했다. 한동주는 지금을 너무 즐기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든 승리에 도취되어 제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 뻔했다. 현승은 가방과 겉옷을 챙겨 들며 와인 병 까지 챙겨들었다. 한동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승리의 달콤한 기분에 취해 관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중에 또 보자.”
좆 까. 속으로 씹은 현승은 한동주를 피해 스카이 라운지를 벗어났다. 홀 매니저가 현승의 뒤를 따랐다. 현승은 됐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일행이 오면 주차장으로 오라는 말을 전해 달랬다.
오늘 가족 식사 시간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늘어놓느라 화장실에 발이 묶였던 요섭은 자신의 테이블에 낯익은 얼굴을 보고 흠칫 했다. 이미 자리에 현승은 없었고 한동주만 의아한 얼굴로 요섭을 바라보았다. 한동주는 양지섭과 자주 어울려 다니는 무리가 같았다. 종종 본가에도 들러 안면을 튼 사이였다. 요섭은 고개를 까딱였다.
“장현승이 데려온 사람이 너였어? 어떻게 아는 사이야?”
한동주는 의외에 관계에 놀란 듯 해보였다. 요섭은 폭탄을 밟았다고 생각했다. 사장님이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혹시나 혹시나 하던 예감이 맞아 떨어질 줄이야. 그것도 제일 입이 싸고 가벼운 폭탄을 밟았다는 생각에 억울할 지경이었다.
“그냥, 아는 선배요.”
“학교 선배는 아니고, 무슨 선배?”
아는 선배 소개로 만난 거예요. 대충 둘러댄 요섭은 홀 매니저가 건네는 자켓을 받아 들었다. 일행 분이 주차장에서 기다리세요. 나긋한 목소리의 홀 매니저에게 알겠다고 대답한 요섭은 한동주를 향해 다시 고개를 까딱였다. 한동주는 더 캐물으려다 서둘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한동주의 액정엔 양지섭의 이름과 번호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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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이게 뭐야?”
현승은 자신의 그림이 붙은 와인 병으로 기광에게 삿대질을 하며 들어왔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기광은 침을 한번 크게 삼킨 후, 바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닫았다. 혹여나 현승이 바를 타고 넘어 올 까 멀찌감치 물러섰다. 벌겋게 열이 오른 현승의 얼굴을 보며 기광은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어...어어.. 현승아...”
“딱 말해. 변명도 하지마라.”
“일단, 그래 그림 가져다 썼어.”
“야!”
“무단 침입은 아니었다? 준형이가 문 열어 줬어...”
“...준형이가?”
준형이가 우리 집에 와 있었어? 나 없는 동안에도, 나를 기다렸어? 현승은 놀란 눈으로 기광을 바라봤다가 이내 사나운 얼굴로 돌변했다.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내 그림을 함부로 뒤진 거로도 모자라 그걸 찍어 팔아?! 현승이 다시 왁왁 거리자 기광이 주섬주섬 말을 꺼냈다.
“네가 핸드폰도 안 가지고가서 연락도 안 되고, 어쩔 수 없었어.”
“연락이 되고 말고가 아니잖아!”
“미안해. 좀 상황이 급했어.”
“고소할거야.”
“어우야, 우리끼리 왜 그러냐.”
“우리끼리니까 더 그런 거야!”
“용준형은 뭔데?! 지금 차별 하는 거야?”
“죽을래?! 걔가 우리 집에서 뭐 훔쳐갔어?!”
“.....그건 아닐걸.”
“장난 치냐고!”
“내가 장난으로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너 손동운 닮아 갈래?!!”
“야! 그거 욕이야!”
바를 사이에 두고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이던 현승이 급기야 바를 넘어올 기세자 기광이 손바닥으로 제재시켰다. 기광은 서류철을 꺼내 현승의 앞으로 들이밀었다. 현승은 대뜸 보여 지는 종이에 한걸음 물러나 섰다. 기광은 현승이 치고 나오지 못하게 빠르게 말을 이었다.
“우리 브랑디 주가야. 최고 상한가를 치고 있는 거 보이지? 이번 에이지 와인 대박 나면서 오른 거야. 이 그래프 상승선처럼 네 인지도도 올라갔어.”
“난 그런거 싫어. 여기가 어딘지 몰라? 한국에서 인지도 올려봤자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기 밖에 더 하냐고, 지금 용준형 까이는 것도 그래, 얘가 뭘 잘못했냐? 준형이가 착해서 그냥 넘어가지, 나는 지금이 좋아. 지금처럼 내가 쌓아 놓은 위치 지키는 게 좋아. 근데 그걸 네가 망쳐?! 손동운도 아닌 네가?!”
“야! 왜 자꾸 손동운을 비교해? 진짜? 나 삐뚤어진다?!”
“법대로 하자.”
“미안해!”
“됐고, 기자들한테만 내 이름 팔지 말고 디자이너가 비공개를 원했다... 너 벌써 팔았어?!!”
“오늘..아침에.. 기사 나갔는데. 나는 네가 이런 생각 하는 줄 모르고 반응이 워낙 좋으니까.. 다들 네 정보 얻으려고 문의하는 통에 브랑디 인사과가 힘에 겨워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인지도 높아지고 명성도 높아지면 더 좋겠다 싶어서... 결론은 다 내 죄야.”
현승은 머리를 싸매고 바에 기대어 섰다. 기광은 침울한 표정으로 저를 탓했다. 자신의 그릇이 작아 디자이너 한 눈 파는 걸 잡지 못했고, 그래서 이 사단이 났다. 기광이 한 풀 꺾인 채 옆으로 다가오자 현승이 기광의 팔뚝을 잡아챘다. 현승은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여기서 확 일 쳐버려? 현승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다가온 기광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딱 걸렸어.
“이리와, 한 대만 맞자.”
“야, 나한테 화풀이는 하는 거 아니지!”
“말이 많다.”
“야아-”
“마구 맞을래? 그냥 한 대 맞을래?”
“딱 밤?”
“아니, 어금니 꽉 깨물어.”
기광은 정말로 현승이 한 대 칠 것만 같아서 살짝 겁을 먹은 상태였다. 김비서가 말하기론 눈빛으로 사람하나 말려 죽일 것 같다고 했던 터라 더 그랬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눈치만 보고 있다가 저가 먼저 말라 죽을 것 같아서 터쳤더니, 너무 빠르게 반응이 나와서 놀랄 지경이였다. 기광이 죽기야 하겠어 하고 눈을 꼭 감는 동시에 마빡에서 빡- 하는 소리가 났다. 기광은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이마를 부여잡았다. 몇 초 지나고서야 맞았다는 걸 인지한 머리가 소리를 흘려보냈다. 골 안에서 뎅뎅 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으으으- 딱 밤의 강도가 이 정도라니. 이마를 문지르지도 못하고 손으로만 누르고 있던 기광이 고개를 들었다.
현승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스태프 룸으로 가려했다. 이 일이 아니더라도 머리 아픈 일은 쌓이고 쌓였다. 현승이 그대로 걸어가자 기광은 슬쩍 운을 띄었다. 나중에 또 말이 나오지 않에 뿌리를 뽑을 심산이었다.
“야, 내가 네 이름으로 우리 지분도 사 놨다? 꽤나 짭짤할걸?”
“이 새끼! 엄청 용의주도하게 준비했잖아!”
“헤헤.”
멱살을 잡으려하는 현승의 손을 피해 바보마냥 살갑게 웃은 기광이 멀찌감치 떨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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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정신을 어디다 두고 있어? 미쳤어? 내가 지금 청경채 가져오랬어?!”
“죄송합니다!”
“이건 또 뭐야! 누가 샐러리 다져놓으래? 다이스 해놓으랬잖아!! 이거 섬유질 제거도 안했네, 죽고 싶냐? 안 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죄, 죄송합니다!”
“아, 진짜 양송이는 껍질도 안 벗기고 썰어 놓으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요섭이 삐걱거리기 시작한건 접시를 가지러 왔다 잠깐 수다를 떨고 가간 동운 때문이었다. 진짜로 왔어요 보이드, 지금 바에서 커피마시고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은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잖아요. 그것도 사랑싸움, 재미있겠다. 동운이 비죽거리며 시답잖게 떠들고 간 말에 요섭만 휘둘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S호텔 다녀 온 이후로 저기압인 현승의 화만 돋우고 있는 요섭은 죄송한 마음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늘 공과 사를 구분하라는 그 말씀 코로 새겨들었습니다. 지금 심정은 아저씨의 옛 애인을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하신말씀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 덕분에 지금 이렇게 혼나고 있습니다. 말 해봤자 변명거리도 안돼서 이렇게 짜집니다. 요섭이 멍한 얼굴로 처져있자 현승은 턱 끝까지 올라온 말을 집어 삼켰다.
“5분 내로 원상복귀 시켜!”
“네!”
반쯤 놓고 있던 정신줄을 바짝 잡은 요섭이 눈에 힘을 줬다. 손은 빛보다 빠르고 일처리는 깔끔하게, 더 이상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면 너그럽지 않는 현승이 칼부림이 라도 할 것 같아서 요섭은 바싹 긴장하고 시키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찾아 해야 했다. 요섭이 냉장실에서 막 오이를 꺼내 들었을 때 준형이 외쳤다.
“요섭! 민트랑 바질 좀 채쳐서 가지고와”
“네!”
정신이 하나도 없던 디너를 끝낸 요섭은 축 처진 어깨로 주방에 주저앉았다. 피곤해. 조금만 있다 올라가야지. 요섭은 어슬렁어슬렁 탈의실로 가다가 보이드와 함께 있는 두준을 보고 몸을 숨겼다. 생각을 해서 나온 행동도 아니었다. 그냥 피해야 된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 순간에도 얼핏 눈으로 훑은 보이드는 요섭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옷에 가려있긴 하지만 빼짝 마르기만 한 요섭보다 잘 빠진 몸매와 결 좋은 금발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요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도 어디 가서 기죽는 몸매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밋밋하다. 꼭 눌러 놓은 찐빵 같아. 근데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고 내 비하까지 해야 하는 거야?
요섭은 숨겼던 몸을 당당하게 피고 두준이 들어간 룸으로 걸어갔다. 살짝만, 아주 살짝만 들어 보는 거야. 요섭은 쭈그려 앉아 말소리가 흘러나오는 문 옆에 귀를 바싹 가져다 대었다. 워낙 방음도 잘 되 있는 편이고 영어로 떠드는 통에 제대로 듣지 못한 요섭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옆으로 와서 속삭이는 기광 때문에 요섭은 깜짝 놀라 튀어나오려는 소리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뭐해?”
“아 그게...”
기광은 조용히 목소리를 낮춰 말하며 요섭과 같이 쪼그려 앉아 문에다 귀를 가져다 댔다. 뭐가 들려? 눈을 꿈뻑이던 기광이 눈을 반짝였다. 두준과 보이드의 목소리가 엉켜 들렸다. 기광은 슬쩍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싸움 구경이지.
“뭐해요?”
큰 소리로 묻는 동운의 목소리에 요섭과 기광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둘이 동시에 손가락으로 입술을 누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쟤는 왜 이럴 때 눈치가 없어?! 기광이 눈으로 동운에게 눈짓하자 동운이 기광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문에다 귀를 들이댔다.
“손동운 레스토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가 몰라서 되겠어요?”
물론 목소리는 속삭이는 톤이었다. 동운이 옆에서 같이 귀를 기우리자 요섭도 다시 귀를 문 옆으로 바싹 붙였다. 셋은 최대한 숨을 죽인 채 문에 달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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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편은 메일링이 들어갑니다.
수위가 들어가면 메일링을 해야 한다고....
그냥 올리면... 저 혼나나요.. 근데 수위 메일링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본편은 어떻게 올려야 되요? .... 아시는 분은 저에게 쪽지로 정보 좀.. (무뇌)
[메일주소/ 하고싶은말말말말-]
- 모조리 계정이 막히고 있는 가운데..
아아 내 움짤 어떻게 해야해, 고민했슴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다음은 파일 첨부가 되더라구요.
허허허허허허.
- 헉! 그냥 가겠다곳?!
dlaldus5267@hanmail.net / 헐헐 제가늦었나요??! 요즘정신이없어가지고ㅠㅠㅠ악동운이얼굴이멍으로? 그저귀엽도마음이아프네요 ㅎㅎ 요섭이가자꾸신경쓰네요 오오현승이는이제어떻게할까요 다음편에서뵈요!! 메일링 기대할게요♥♥♥
kkh744@nate.com / ....1편부터 보고 올라왔습니다아앗 아직 늦은건 아니지요?...ㅠㅠㅠㅠ 1편부터 보기시작한건 일주일전부터인데.. 에고 제가 워낙 읽는속도가 느리다 싶이 하니 시간날때마다 읽다보니 이제서야 다 읽게 되네요ㅎㅎ 볼때마다 진짜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됐어요ㅠㅠㅠ 시간 날때마다 계속 보곤 했는데ㅠㅠ 이렇게 늦어질지; 여기 나오는 현승이 캐릭터에 빵빵터졌어요ㅋㅋㅋㅋ 진짜 말투 최고최고ㅠㅠㅠㅠㅠㅠ 좀 늦었지만 이제부터 같이 달려요오옷 작가님 잘읽고갑니다앗ㅎㅎ
i-heeya-i@hanmail.net / 늦은거 아니져? 구런거 아니져? 아니라고 말해줘여. 보이드가 등장한 이마당에! 현승과 준형이 사이 긴장감이 이리 팽팽한데 ㅠㅠ 아이고 ㅠㅠ 저울어여 ㅜㅜ 보고싶어서 울고이쪄여ㅠㅠ
Koo19736@naver.com/으힉 늦은건아니겠죠? 현승이 이런캐릭터 너무좋아요!메일링기다리고있겠습니다!
말도 안되
믿을수가 없다.....팅팅볼님 저 일신상의 문제로 비스픽 끊었다가 눈하 생각나서 백년만에 들어와 눈하만 보고 나갈생각이였는데!!! 다음편이 메일링이라니!! 그것도 끝이라니!!!!!! ㅠㅠㅠ 믿을수가 없어요 ㅠㅠㅠ 오늘이 몇일인지 기억도 안나네 ㅠㅠ 아 한번만 봐주세요 ㅠㅠㅠㅠ 저도 보내주세요 ㅠㅠㅠ ongoing1201@naver.com
끝이라니....1편부터 정주행하고있었는데..끝이라니....이럴수가....정말끝인건가요....하........염치없지만...vtlovedv@naver.com....혹시라도 호오오오옥시라도 보내주실수있다면...그렇다면....ㅠㅠㅠㅠ
theblack-85@hanmail.net, / 메일 남겼었는데 안왔어요ㅠㅠㅠ 다시 보내주시진 않나요??ㅠ 매일 기대하면서 메일 확인해보고 했는데... ㅠ
Zzangaesun@naver.com 끝난건가요?이제본저는어찌하나요?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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