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비건 문화를 이끌어온 나유타 카페 대표님을 만나 그간의 기획들과 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청해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나까님과 만남 전에 '민주와 애국'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내셔널리즘 '전공투', '베헤렌'같은 운동의 맥락이나 일본 사회당과 공산당의 기원에 대해 접했었는데, 채식하시던 부모님 아래에서 영향을 받고 자라고, 오키나와 문학을 전공하고, 공산당 기반 탈핵 연구소 같은 곳에서 대학시절 근무를 해오신 삶의 궤적이 자연스레 앞서 읽은 일본의 정신사들과 이어져 내심 개인과 사회적 사유의 상호의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또 한국, 그중에 부산에 정착해서 비건 아티즘이라는 언어로 본인의 운동을 명명하고 수천, 수만의 사람들을 만나며 영향을 주신 것 같아 참 흥미롭고 대단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과거 일하면서 들개,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 때문에 몇몇 마을 양계장과 밭에 피해가 간 사건이 있었는데, 사실상 야생동물들의 영역에 새로이 마을 양계장과 밭을을 구축하면서 벌어진 사건인데 마을 어르신들이 야생동물들을 없앨 수 있게 덫을 놓고 사냥하자라고 의견을 너무나 빠르게 모으고 있어서, 다급하게 죽은 닭과 농사 피해 대해 금전적 보상을 하기로 하고 정기적으로 지방정부에서 개체수를 조절하는 사냥꾼을 고용하는 것으로 일단락하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좌절스러운 경험이었고, 방어적인 타협안이었기 때문에 늘 마음에 짐이 되는 기억인 것 같습니다. 생명의 가치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일에는 일자리가 걸려있고, 생계가 걸려있다 보니 늘 윤리적 압박에 시달리고,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지점에 서서 번번이 괴로워했던 것 같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시간을 타고 흐르는 삶을 살게 되면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 윤리들을 실천할 수 있으려면 나를 구성하는 사회에 명확한 언어로 그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돼서 이 책 저책 방황하듯 읽으며, 여기저기 공부모임도 참여하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본래적으로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보다는 전술적으로 유용한 설명들을 발굴하고 찾아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비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연유나 대체육과 관념적으로 고기를 향유하는 행위에 대한 질문들이 민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자리가 아니면 이야기를 해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용기내서 꺼낸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중들과 소통하고 예술기획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기존의 자본주의적인 욕망이 아닌 새로운 욕망을 심는 전략을 실천하고 계신 것처럼 보여서 나까님의 입을 통해서 비건을 어떻게 설명하고 또 수많은 실천전략 중 어떤 태도를 취하시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기색 없이 편안하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까님께서는 사회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욕망을 추동한다는 점에 기반해 많은 문화기획을 하고 계신 것 같았고 이분법적인 선을 걷어내는 일의 실천적 형태를 많이 보여주신 것 같았습니다. 그 지점에서 제가 타인의 욕망을 추동하는 전략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훌륭한 팁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또 채식을 하는 것이 육식보다 효율적이고, 유용하다는 답변은 '과학적 지식'을 통해서 정당성을 확보하고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세계적인 담론과 대단히 실용적인 성향의 한국 사화에서 받아들여지고 납득이 가는 설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답변을 통해서 사회적 지식이 사회의 현실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운동을 해야 하는지 좋은 선례를 찾은 것 같아 유용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생태와 자립운동 측면에서 제 스스로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이야기해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나까님과 만남이 마무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 것 같아 와주시는 강연자분들과 동무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