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손자 보느라 세월 가는거 모르고 사는 내게
"젬마! 우리 여행 한 번 가자."
하고 제안해서 훌쩍 떠난 섬 퍼플섬.
가끔 텔레비전 화면으로 나오긴 했는데...
뭐, 내 고향 목포 근처니까 어려울 게 있겠나 싶어
"그럽시다!"
하고 고고씽!
여행이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지라 신이 나서 짐을 챙겼다.
아침 9시 용인 출발!
퍼플섬 가는 길에 준비물은 보라색 소품이다.
보라색 옷이나 목도리를 한 사람은 무료입장이라 했었다.
나는 연보라색 바지와 셔츠 그리고 진보라색 겉옷을 챙겨 입었다.
목포에 들어서기 전 무안군 일로장터백반집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데
차 앞 계기판에 오른쪽 앞바퀴가 공기가 부족하다는 표시가 떴다.
설마 싶어 그냥 가는데
240이어야 할 공기압이 180이 되더니 175가 된다.
압해대교를 넘어 퍼플섬을 가는 도중이었다.
등줄기가 서늘했다.
가까운 정비업소가 마침 눈에 띄었다.
차를 세우니 일행 중 한 명이
"어머! 저기 못이 박혔네"
했다.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수리비 만원을 지불하고 다시 출발!
퍼플섬은 목포에서 40여분을 달려가야 했다.
아직 성수기는 아닌지 어수선한 주차장 끝에 커피샵이 있었다.
기왕지사 보라섬, 블루베리 아이스크림도 퍼플 아이스크림이라 부르는 곳에서
우리는 다 왔다는 느긋함에 아이스크림을 시켜 여유롭게 먹었다.
조금 걸어 가니 보랏빛 다리가 나타났다.
하필 성수기가 되기전에 다리도색작업이라해서 입장료는 무료!
일부 다리는 통행 불가!
우리는 다리 중앙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보라색전기차를 타기도 했다.
옥의 티라면 밀물이 아니라서 다리는 갯벌위에 놓여 있었고
한발이 빨갛고 큰 게들이 여기저기 기어다녔다.
머잖아 보라색 꽃을 피운다는 라벤더가 기대됐다.
퍼플섬은 바닷물이 다리 아래 출렁이고
저녁나절의 석양이 아름다울 것 같았지만
갈 길이 먼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곳을 나왔다.
집을 떠나온 것만 해도 마음 들뜨고
다리위에서 만나는 바닷 바람은 해방감을 선물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복해!"를 외쳤다.
퍼플섬을 돌아보고 다시 목포에 나가
유달산의 케이블카를 탔다.
목포출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릴 때 기억이라곤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고향.
유달산에서 삼학도 가는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발밑이 훤히 보이는 크리스탈캐빈을 탔으니
발 아래 바닷물이 출렁이는 게 그대로 보여 가슴이 쫄깃하면서도 시원했다.
언젠가 삼학도 해변 둘레길을 걸으러 오리라 작정도 했다.
저녁으로 자주 가는 "신안뻘낙지" 집에가서
낙지 초무침과 낙지볶음으로 저녁을 먹고
섬티아고 순례를 위해 증도로 출발했다.
이미 저녁 8시가 되어가는 중이었지만
도무지 간조와 만조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동창에게 전화도 해봤지만 친구는 섬티아고가 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일단 '증도'로 가서 펜션에서 자고
아침에 일찍 '지도송도항'으로 출발하기로 하고
어둡고 낯선 길을 운전해서 갔다.
펜션에 도착하니 침대가 달랑 하나.
"운전하는 사람이 편하게 자라"
는 배려를 받고 곧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내일은 병풍도 가는 배를 타야 한다는 것만 명심했다.
방은 뜨끈해서 모두들 피로가 싹 날아갔다며
아침은 가볍게 컵라면과 과일로 차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