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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현아.”
“응?”
“너랑 나랑 만나서 할 수 있는게 술 퍼마시는것 밖에 없는거냐?”
“새삼스럽게 왜이러셩. 술로 시작한 끈끈한 우정이 술 빠지면 성립이 되겠어?”
그거야 내가 일반인이었을 때 얘기고. 이젠 온 국민이 다 알아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로서 슬슬 이미지 관리에 신경을 좀 써줘야 하지 않겠니 현아야? 하긴 그렇게 따지면 나도 현아가 원더걸스 멤버였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술마시자고 불러냈었으니까 남말할 처지도 못되는 것 같다. 아무튼 김현아 자식이 하도 꼬드겨서 어쩔수없이 만나서 또 술을 퍼마시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금주를 해볼 생각이다. 사실 술냄새 혹은 담배냄새 풍기면서 들어오면 키스는 커녕 자기 손가락 하나도 못건드리게 할거라고 우리 마누라가 어디 좀 협박을 해야지. 17차 오타쿠 민선예가 17차 없이는 못사는 것 만큼 맥주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뭐 어쩌겠어. 우리 애기가 끊으라면 끊어야지. 선예야 나 진짜 오늘까지만 마시고 내일부턴 꼭 끊을게. 그러니까 술냄새 초큼 나더라도 오늘은 제발 모른척 해주라. 흑흑.
“며칠사이에 얼굴이 활짝 폈네 박예은씨. 연애하는 재미가 쏠쏠하신 모양이지?”
“그냥 그렇지 뭐.”
“안소똥 얘기 들어보면 그냥 그런 정도가 아닌 것 같던데? 둘이 아주 대놓고 깨를 뿌리고 다닌다고 짜증나 죽겠다더라.”
안소희 이 얄미운 꼬맹이는 나랑 선예랑 뭐만 했다 하면 어김없이 김현아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죄다 고해바친다. 글쎄 남의 연애사에 이제 그만 신경 끄시고 니네 둘 사정이나 좀 살피라고 이것들아.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선예와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한지 벌써 1주일이 넘어가고 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변해가는 선예를 보며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중이다. 민선예 너 이자식 예전에는 나한테 엄청 자상하게 대해줬으면서 사귀기로 하고 나서부터 왜 날 더 찬밥 취급 하는거야! 얘가 예전엔 내가 방 어지르고 다녀도 군말없이 치워줬으면서 이젠 쫌만 어질러놔도 완전 잡아먹을 기세로 으르렁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국과 반찬으로 가득했던 밥상도 이젠 찾아볼수가 없고 하루라도 머리를 안감으면 더럽다고 진저리를 친다. 내가 지금 얘랑 연애를 시작한건지 아님 사귀던 애랑 갈라선건지 헷갈릴 정도니 말 다했지 뭐. 나의 이 답답한 심정을 현아한테 털어놓으면서 하소연을 하니까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고있던 현아는 도리어 표정이 밝아져서 씨익 웃는거다. 너 이자식 지금 나 비웃는거냐!
“이제야 돌아왔네.”
“뭐?”
“선예언니 말야. 이제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본래 모습이라고? 이게?!”
“응. 기억 안나? 예전에 나 예은언니랑 술마시고 있으면 내 폰으로 전화해서 고막 찢어지게 소리 지르던거. 그게 민선예의 본모습이거든.”
“아... 그러고보니... 잠깐, 그렇다는건...”
“드디어 선예언니가 예은언니한테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는 얘기가 되겠지.”
아,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하긴 잔소리가 좀 늘긴 했지만 확실히 애가 전에 비해 쌩쌩해지긴 했다. 예전엔 뭐랄까, 애가 가만히 있어도 우중충하니 그늘도 잔뜩 져보이고 우울해보였는데 요샌 예전에 비해 멤버들이랑 장난도 많이 치고, 또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많이 밝아진 느낌이 든다. 근데 그럼 뭐하냐고. 정작 지 서방님 앞에만 서면 까칠모드로 급변해버리는데. 내가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으니까 좋아 죽으려고 하는거 다 보이니까 내숭떨지 말라고 비꼬는 김현아 자식이다. 물론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라 변명 한마디 못하고 조용히 맥주만 들이켰다. 우리 선예가 요 며칠새에 많이 까칠해지긴 했지만 사실 어찌보면 도도해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런 모습마저도 내눈엔 하나같이 예뻐보이는거 보면 박예은 민선예한테 빠져도 아주 단단히 빠져버린 모양이다.
ㅡTell me~ Tell me~ Tell Tell Tell Tell Tell Tell me~♬ 나를 사랑한다고~ 날 기다려왔다고~♪
“유치하게 자기 노래를 벨소리로 해놓냐. 완전 깬다 박예은.”
“시끄러 이자식아. 너도 아이러니 활동할 때 컬러링으로 설정했었잖아.”
“됐고 얼른 전화나 받으세요. 빨리 받는게 좋을걸?”
거 자식 이젠 별걸 다 걸고 넘어지네. 내 벨소리 내가 받아서 쓴다는데 괜히 시비야 쯧. 아무튼 빨리 받는게 좋을거라는 김현아의 충고에 의문을 품으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드니까 액정 위에서 ‘마누라’ 라는 단어가 반짝거린다. 어쩔수없이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맴돌기 시작하는걸 꾸욱 참고 전화를 받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앙증맞은 목소리로 있는힘껏 고함을 질러주시는 우리 사랑스러운 마눌님 되시겠다.
『박예은 너 또 어디로 새서 노닥거리고 있는거야아아아아ㅡ!!!』
“아잉 우리 마누라 고샐 또 못참고 서방님 찾는거?”
『....너 내가 그 서방님 소리 한번만 더 하면 밥 굶긴다고 분명 경고했을텐데?』
“원더걸스 최강리더 민선예님, 어인일로 이 보잘것없는 멤버에게 친히 전화를 다 주셨는지요?”
『너 또 김현아랑 술 퍼마시고 있지!』
“역시 우리 리다언니 식견은 좀 많이 탁월하신 듯...이 아니라! 누, 누가 술을 마신다고 그래!”
『날이면 날마다 어린애 붙잡고 뭐하는 짓이야! 걔 아직 장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거 몰라? 그리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스케줄 꽉꽉 차있는데 술이나 퍼마시고 있음 어떻게 해 이 바보야! 아 진짜, 방은 또 언제 이렇게 어질러 놓은거야!!』
“알았어 알았어. 금방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자기야.”
『....진짜 구제불능이라니까 박예은. 빨리와!』
뚝ㅡ,
“....확실히 돌아온거 맞네 선예언니. 나때보다 훨씬 강력해진거 같기도?”
“그러게. 아무튼 나 선예한테 맞아죽기 전에 언능 튀어가봐야겠다.”
“알았어. 도착하면 문자해.”
“오케이.”
밥 굶기 싫으면 전력질주 하는게 좋을거라는 현아의 충고를 뒤로하고 숙소를 향해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일단은 술냄새가 살짝 베어버린 것 같으니까 내일 아침은 확실히 굶어야할 듯 싶다. 여자애들 여럿 울리고 다니던 간지폭풍 박예은은 어디로 가고 이젠 마눌님 한마디에 쩔쩔매는 하찮은 남편으로 전락해버렸구나. 에휴. 하긴 따지고 보면 지금껏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사귀게 된건 선예가 처음이니까. 진심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클줄이야. 뭐 어쨌든 난 우리 선예를 무진장 사랑하고 있으니까 억울하다거나 혹은 손해본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선예야. 나의 이 헌신적인 사랑을 봐서라도 부디 밥만은 굶기지 말아주라. 응? 너 사랑도 밥심으로 하는거다? 숙소로 곧장 들어가려 했다가 뇌물공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예감이 팍 와서 편의점에 들러서 17차 제일 큰걸로다가 열 개를 사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으헉!”
현관문을 닫고 몸을 돌리는 동시에 내 얼굴 향해 날아온 쿠션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그대로 뒤로 자빠져버렸다. 아픈것보다도 워낙 갑작스런 공격을 받아버린 터라 제대로 깝놀해버려서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으쒸 언놈이야!!를 외치며 문제의 그 가해자를 살벌하게 노려봐주려 했지만... 나보다 백만배는 더 섬뜻하게 날 노려보며 씩씩거리고 있는 선예를 발견하자마자 짜게 식어버렸다. 뭐라고 크게 한번 소리칠 기세처럼 보였는데 방에서 자고있는 다른 멤버들 깨우기는 싫었는지 날 방으로 질질 끌고 들어가서 문을 딱 걸어잠근다. 엄마야, 나 도살장에 끌려들어온 기분이야.
“박예은 이 웬수야!! 하루라도 술을 안마시면 입안에 가시가 돋지 아주?!”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닌데.... 사실 오늘은 내가 먼저 마시자고 한게 아니라 김현아 그자식이.....!”
“아 됐어!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당분간 1m 반경 이내 접근금지야. 알았어? 내일 아침도 굶어!!”
“헉.... 선예야 애기야 자기야!! 제발 그것만은....!”
“시끄럽고, 나 당분간 소희 방에서 잘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내가 두손 간절히 모아 빌어봐도 우리 마눌님이 오늘은 서방님 버릇을 고치려고 마음 단단히 먹었는지 내말은 듣는 시늉도 안하고 조용히 베개를 들고 방을 나갈 준비를 한다. 급한 마음에 우선 방문부터 사수해놓은 다음에 두눈을 질끈 감고 비장의 무기 17차 열 병을 선예 앞에 스윽 내밀었다. 무기한 접근 금지령이라니 차라리 날 죽여! 내일 하루 왼종일 쫄쫄 굶으라고 하면 그렇게 할테니까 니가 죽고 못사는 17차로 우리 깔끔하게 합의보자. 응? 먹혀라 먹혀라 제발 먹혀라...!!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국물도 없을줄 알아.”
“고, 고마워 선예야! 나 이제 진짜 술 안마실게!”
“내가 절대로 17차 때문에 용서해주는게 아니야. 혹시라도 오해하지 마.”
그럼요 내 마눌님 박예은 못지않게 대인배인거 온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사실인걸요....는 무슨 얼어죽을. 넌 어쩔수 없는 17차 오타쿠 민선예일 뿐. 오늘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수 있도록 번뜩이는 기지를 발휘해준 박예은의 럭셔리 두뇌에게 깊은 경의를 표할 따름이다. 아무튼 아닌척 새침하게 굴다가 봉지 한가득 담긴 17차를 보며 신기할 정도로 표정이 밝아진 선예는 방을 총총거리고 나가서 냉장고에 17차를 차곡차곡 넣어둔다. 저 17차가 날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준것만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지만 왠지 모르게 묘한 패배감이 들면서 씁쓸해진다. 얘 생일때 선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7차 박스채로 하나 갖다 바치면 만사 OK일듯.
선예가 술냄새 조금이라도 풍기면 소희 방으로 갈거라고 으름장을 놓는통에 이가 다 닳도록 빡빡 양치질을 하고 세수까지 깨끗하게 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선예 옆에 누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내여자 원래부터 이렇게 비싼 여자였나. 하긴 선예가 JYP 연습생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통했다는 소리는 전에 현아한테 한번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유빈언니 말대로 내여자 안 뺏기려면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네. 휴 이게 다 잘나고 우월한 마누라 둔 내 업보려니 해야지. 아무튼 숙소까지 마라톤을 해버렸더니 몸이 녹초가 돼서 침대위에 몸을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려면 고생좀 하겠는데 이거.
“예박아.”
“응?”
“아까 방 치우다가 침대 밑에서 이런게 나오더라?”
피곤함이 급 밀려와서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곱게 이불 덮고 내 옆에 누워있던 선예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침대 밑으로 팔을 뻗어서 뭔가를 꺼낸다. 아놔... 나 오늘 일진이 왜이렇게 꼬이는거니 증말. 내가 선예 몰래 피우려고 침대 밑 깊숙이 숨겨놨던 담배 한 갑이 선예의 손에 고이 들려있는걸 확인하자마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버렸다. 17차를 몇 병 더 사다 바쳐야겠다 싶어서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 방을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왠일인지 선예가 됐으니까 잠이나 자라고 하면서 날 붙잡아 침대위로 도로 눕힌다. 휴, 일단 무기한 스킨쉽 금지령 재선포라는 끔찍한 상황까진 오지 않았지만 대신에 선예가 긁는 바가지를 고스란히 다 듣고있어야 했으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그러다가 나 두고 먼저 죽어버리면 어쩌려고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서 하는거야 정말. 속상하게.”
“......!”
끔뻑 끔뻑 감겨오는 눈꺼풀을 애써 들어올리면서 선예의 잔소리를 듣고있는데 선예가 조금은 가라앉은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투덜거린다. 내가 잠결에 헛소리를 들었나 싶어서 정신을 가다듬고 선예를 돌아보니까 입을 삐쭉 내밀면서 뭐라고 계속 궁시렁대고 있다. 너 지금 나 걱정해주는거야? 역시 우리 마누라 겉으론 아닌척 해도 서방님 걱정 많이 하나보네. 좀 머쓱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선예가 겁나게 귀여워 보여서 몸을 선예 쪽으로 돌리고 누워서 볼을 살짝 꼬집어주니까 저리 가라고 앙탈을 부린다. 귀여워 죽겠네 내새끼. 우쭈쭈.
“술은 몰라도 담배는 제발 끊어. 그게 가수한테 얼마나 안좋은데.”
“나도 아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 근데 너 나 담배피우는거 언제 처음 봤어?”
“....직접 본건 아니고 그냥 어쩌다가 알게 됐어.”
“엥? 나 담배 피우는거 직접 봤다고 하지 않았었어? 그럼 어떻게 알았는데?”
“....키스.”
“키스?”
“....저번에 나 술마시고 왔었을 때 너 나한테 키스했잖아. 그때 입에서 담배향 나더라.”
헉... 뭐야 너 그걸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거야? 너 그때 엄청 취해있었던거 아니었어? 내가 깜짝 놀래서 물어보니까 술에 잔뜩 취했던건 맞는데 필름 끊길 정도는 아니었단다. 자기는 나랑 달라서 중요한건 잘 안 까먹는다고 날 비꼬는데 살짝 빈정이 상해서 그럼 너 그때 내 얼굴 구석구석 훑고 다녔던건 기억하고 있냐고 되받아 쳐줬더니 얼굴이 욹그락 붉그락 해져서는 그런적 없다고 소리를 빽 지른다. 넌 니가 기억하고 싶은건만 골라서 기억할줄 아는 비상한 재주라도 가지고 있는거냐. 나랑 키스하면서 맡았던 담배향까지 기억하고 있는애가 내 얼굴 요염하게 쓸고다니건건 왜 기억 못하는데. 우리 데뷔곡 아이러니 가사로 개사해서 부르면 딱이겠네 아주. 아무튼 그동안 선예와의 뜨거운 첫키스를 도둑키스로 장식한게 내심 마음에 좀 걸렸었는데 이젠 안그래도 될 듯 싶다. 아... 잠깐. 우리가 중1때부터 사겼다고 했으니까 그게 첫키스가 아닐수도 있는거 아닌가?
“선예야. 우리 첫키스 언제 했어?”
“첫키스....?”
“응.”
“갑자기 그건 왜.”
“너 혼자만 알고있으면 불공평하잖아.”
“....어짜피 기억도 못하면서.”
“혹시 알아? 니 얘기 듣다보면 기억이 좀 돌아올지도.”
“.......”
잠시후ㅡ,
“푸하하하ㅡ!!”
“.......”
“큭큭....! 나 어렸을때도 진짜 무대포였구나~ 아 웃겨.... 눈물나... 푸훕...!”
“그만 웃어 이 바보야! 뭘 잘했다고 웃어!”
“야 너 진짜 황당했겠다. 나같으면 뺨부터 한 대 후려쳤을텐데. 큭큭...”
“....뺨 때릴 정신이라도 있었음 다행이게.”
민망한 기억을 들춰내면서 얼굴이 사알짝 붉어진 선예는 아까보다 입을 배는 더 쭈욱 내밀면서 날 무섭게 째려본다. 그러니까 선예가 들려준 말에 의하면 우리가 처음 만난게 7년전 영재육성 프로젝트때고, 그때 내가 오디션 보고 있던 선예한테 한눈에 뻑가서 오디션 끝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애 붙잡아 세워서 다짜고짜 입술을 맞췄다는거다. 그래놓고 난 저번에 선예가 영재 프로젝트때 자기 만난거 기억 안나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널 어떻게 기억하냐는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선예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아무튼 기억을 잃어도 이놈의 무대포 기질은 어쩔 수 없는 천성인가보다. 야 그래도 솔직히 그걸 키스라고 하긴 너무 약하지. 내가 묻고있는건 뜨겁고 정렬적인 디-입키스란 말이다. 설마 3년동안 사귀면서 키스 한번 안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 아니겠지 선예야? 벗트, 그 설마가 사람 잡는건 물론이고 더 충격적인 얘기로 날 완전 골로 보내버리는 매정한 민선예였다.
“그거 말고 좀 더 진한건 없어? 뽀뽀 말고 키스말야. 키스는 언제 처음했어?”
“키스야.... 너랑 한건 그때 그게 처음이지.”
“진짜? 너 술먹고 들어왔을 때 우리 숙소앞에서 한게 우리 첫키스라고? 아니, 3년동안이나 사겼다면서 그때껏 키스 한번 안했다고?!”
“중학생밖에 안됐는데 무슨 키스를 한다고 그래! 그게 당연한거지!”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 요즘 초딩들도 키스는 기본적으로 떼고 오는데!”
“그건 니 생각이고!!”
“그리고! 나랑 한건 그게 처음이라는건 무슨말이야 너? 그럼 나 말고 딴놈이랑도 해봤다는거야 뭐야!”
“현아.”
“....현아? 김현아?”
“현아랑 3일동안 사귄적 있다고 했잖아. 그때 현아랑 키스했었어. 그게 내 진짜 첫키스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전에 현아한테 들었던 것 같기도 하네. 그땐 내가 기억상실이라는 소리를 처음으로 듣고 충격이 워낙에 컸던 터라 현아가 은근슬쩍 실토했던 그 말을 무심코 흘려들은 모양이다. 지금 이렇게 당사자한테 직접 인증을 받고나니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한다. 김현아 이 자식 감히 내여자 첫키스를 훔쳐가?! 이미 민선예 첫키스 상대는 김현아라는게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렸으니 시간을 돌릴수도 없고 이 원통함을 어찌 풀어야 하는거냐. 옆에서 별 상관없다는 식으로 그래봤자 다 지난일이라는 속없는 소리나 하고 있는 선예를 보니까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외간여자한테 첫키스나 홀라당 빼앗긴 주제에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오냐?!”
“왜 화를 내고 그래.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당연히 중요하지! 다른것도 아니고 첫키슨데! 넌 생긴건 그렇게 안생겨서 애가 왜이렇게 맹해 빠졌냐? 그걸 그냥 대주고 있었어?!”
“그게 다 누구때문인데! 누군 뭐 좋아서 하고 있었는줄 알아? 그러는 넌! 현아 말 들어보니까 너 그동안 안 후려본 여자가 없다면서!!”
“윽.... 그, 그건...”
김현아 너 오늘 여러모로 나한테 밉보이는구나 이 빌어먹을 자식아. 선예한테 쓸데없이 그런 얘긴 뭐하러 한거야 이 웬수야! 어쩌다보니 전세가 역전되긴 했지만 아무튼 난 지금 선예한테 무진장 화가 나있는 상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건 화가 아니라 질투다 질투. 머릿속에 김현아 자식 품에 안겨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내어주고 있는 선예의 모습이 자꾸 상상되니까 울화통이 터져서 피곤했던것도 잊고 잠이 싸악 달아나버린다. 나 오늘 이대로 절대 잠 못자. 내 옆에 누워서 나보고 속이 좁다느니 옹졸하다느니 계속 궁시렁 궁시렁 대고 있는 선예 위로 달려들어서 선예의 양 팔을 꽉 움켜잡고 고정시켜 버렸다. 내가 풍기고 있는 공포분위기를 느끼고 살짝 쫄아버린건지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보는 선예였다. 내가 강렬한 눈빛을 쏘아주면서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니까 선예의 얼굴에 점차 긴장이 어린다.
“왜... 왜이래...갑자기...”
“내가 놓친 민선예의 첫키스... 지금 보상받아야겠어.”
“보...상...?”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는 선예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짝 부딪혔다가 떼어내니까 그제서야 상황판단이 된건지 얼굴빛이 창백해진다. 내 몸을 밀어내면서 날 진정시켜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미 박예은 짐승 모드 가동완료 된지 오래란다.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민선예한테 나 말고 다른 놈이 우선순위가 되는꼴 절대 못본다 선예야. 이렇게 된거 훨씬더 길고 짜릿하고 황홀한 키스로 너의 그 첫키스의 기억을 말끔히 씻어주는 수밖에. 이미 제어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렸다는걸 선예도 눈치챘는지 체념의 기색을 보이며 잔뜩 굳어있던 몸에서 힘을 뺀다. 할꺼면 뜸들이지 말고 빨리 하라는 선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예의 입술에 내 입술을 깊숙이 맞댔다. 평소와는 다르게 굉장히 거칠게 달려드는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선예의 표정이 점차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걸렸다 싶은 생각이 든건지 내 몸을 있는힘껏 밀어내기 시작했지만 제대로 발동이 걸린 내게 그건 씨알도 안먹히는 저항에 불과할뿐.
“....하아...으..음...자, 잠깐마..ㄴ...읍...”
간간히 입술이 떨어질때마다 선예는 나를 만류하려 애썼지만 얼마못가 다시 입을 틀어막히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은 선예 역시도 끝끝내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다. 어느새 방 안에 우리 두사람이 내뱉는 농밀한 숨소리와 입술이 부딪히면서 들려오는 타액 섞이는 소리가 야릇하게 울리고 있다. 내가 베푸는 격렬한 키스를 견디지 못하고 간간히 신음 비슷한 음성을 흘리고 있는 선예는 내 본능을 한층 더 자극해버려 좀처럼 입술을 놓아줄 생각을 할수없게 만든다. 내 늑대본능이야 원래 그랬다 쳐도 민선예 얘도 가만보면 사람 홀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마냥 애기로만 봤었는데 이제보니 여우가 따로 없다. 김현아랑 키스할때도 이런 표정을 짓고 이런 소리를 냈을거라 생각하니 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선예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능숙하게 키스를 이어가면서 선예가 입고있는 티셔츠 안으로 손을 스윽 넣었는데 그 손길을 알아차려버린 선예가 지긋이 감고있던 눈을 번쩍뜨고 날 잠시 떼어놓는다.
“...하아... 하아.... 너.... 하아... 지금 뭐하려고...!”
“첫키스는 남한테 줘버렸지만, 대신에 니 ‘첫날밤’을 내가 가지면 되겠다 싶어서 말야.”
“........?!!”
그때까지도 잔뜩 취한 표정을 짓고있다가 내 한마디에 그제서야 정신을 번쩍 차린 선예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내 머리를 붙잡고 있는 힘껏 박치기를 해버렸다. 별이 보일 만큼 아찔한 고통에 난 억 소리를 내면서 이마를 붙잡고 침대 밑으로 뒹굴어 떨어져버렸다. 와... 여기 이마에 금세 혹 난것좀 봐. 너 헬스 다니면서 두개골 강도 강화 훈련이라도 받아둔거냐. 아무튼 독특한 호신술로 제어불능 짐승 박예은을 제압해버린 민선예님은 씩씩거리면서 날 몇 대 더 후려패다가 베개를 들고 소희방으로 쌩하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역시 그건 아직 좀 오바였나. 그치만 분위기가 꽤 좋아서 가능할 것 같기도 했는데 이것 참 아쉽게 되어버렸네. 그나저나 이 오빠 흥분이란 흥분은 다 시켜놓고 지혼자 꼴랑 도망가버리면 나보고 어쩌라는거야. 여우야 내가 잘못했어 얼른 오빠한테 돌아와~!
*
“헉... 헉....”
“아... 깜짝이야.... 뭐야 선예언니...”
“아... 미, 미안 소희야... 저기 미안한데 오늘 언니 여기서 자도 될까?”
“나야 상관은 없는데... 언니... 입술이 왜그래?”
“응....?”
나 때문에 잠에서 깨어버린 소희가 눈을 비비면서 내 입술을 가리키길래 왜그런가 싶어서 거울을 봤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질러버릴 뻔했다. 박예은 저 짐승이 얼마나 쪽쪽 빨아댄건지 입술이 퉁퉁 부어올라있었다. 그제서야 뒤늦게 입을 황급히 가려봤지만 이미 모든 상황판단을 마친 소희는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짧막하게 한마디 감상평을 내려줬다. 예은언니한테 또 잡아먹혔구만ㅡ 이라고. 우씨, 박예은 너 때문에 매번 소희한테 못볼꼴 보이고 이게 뭐야. 물론 우리 소희가 생긴 것 답지않게 성숙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것 같지만 그래도 나보다 4살이나 어린 막내동생한테 이런꼴 보이는게 좋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소희한테 재차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소희 옆에 조용히 이불을 덮고 누웠다. 소희는 아직까지도 입술이 화끈거려서 손등으로 입술을 신경질적으로 비비고 있는 날 보며 뭐가 그리 재밌는건지 큭큭거리고 웃는다. 소희야, 언니 민망하니까 너무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진 말아줬음 좋겠는데...
“요즘 하루라도 조용히 잠드는 날이 없는 것 같네 언니.”
“그러게... 저 짐승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아....”
“말은 그렇게 해도 언니 요즘 되게 좋아 보이는거 알아?”
“....그래?”
“응. 무지 많이. 내가 이제까지 봤던 민선예 중에 제일 행복해보여.”
그게 다 자기 덕분인줄 알라며 눈을 가늘게 뜨면서 씨익 웃는 소희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해줬다. 그래 맞아. 우리 소희 마냥 애기인줄 알았는데 언니한테 이렇게 큰 힘도 되어주고 이제 다시 봐야겠네. 소희 말대로 난 요즘 꽤나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게 진작 받아줬으면 좋았을거 아니냐고 내게 타박을 놓는 소희였지만 난 그냥 씁쓸히 웃고 말았다. 사실 나도 그냥 일찌감찌 예은이 받아줘버릴걸 하는 후회가 들때도 가끔 있다. 그치만 언제 어느때 또 닥쳐올지 모를 시련을 대비해두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 이왕 마음 굳게 먹기로 한거, 이번만큼은 그때같이 무력하게 도망쳐버리는 비겁한 짓따위 하지 않을거다. 아무리 기억이 다 돌아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분명 예은이도 날 용서하는게 그리 쉽지많은 않았을텐데 예은이의 그 힘든 결정을 또 저버리면 안되겠지. 그렇게 소희 옆에 이불 덮고 누워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문자가 왔음을 알려주는 벨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소희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침대 옆 선반에 올려뒀던 핸드폰을 가져와 문자를 확인하더니 뚱한 표정을 지으면서 혀를 쯧쯧 찬다.
“예은언니한테 김현아 술좀 그만 먹이라고 말좀 해줘.”
“응...?”
“이 등신 또 장에 트러블 생겨서 몇시간째 폭풍설사 하고있나봐. 예은언니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정말.”
“못살아 진짜.... 근데 예은이 말로는 오늘 현아가 먼저 술먹자고 꼬셨다던데?”
“....지금 자기 남편이라고 편드는거야?”
“그런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잖아. 툭하면 심심하다고 예은이 불러서 술먹이고.... 김현아 걔도 언제 한번 만나서 혼쭐을 좀 내줘야지 안되겠어.”
“예전에 현아가 우리 멤버였을땐 툭하면 현아 불러서 술먹인다고 예은언니 엄청 욕했으면서!”
“그거야 그렇지만....”
“됐어. 언니는 안그럴줄 알았는데 민선예도 어쩔수 없는 사람이구나. 실망이야.”
내가 현아 험담을 하는게 싫었는지 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투털거리는 소희였다. 물론 나도 소희가 은근슬쩍 예은이를 까는거에 발끈해서 같이 현아를 까버리긴 했지만 저렇게 금방 솔직한 반응을 보이는 소희가 너무 귀여워서 쿡쿡 웃어버렸더니 웃지 말라고 성깔을 부린다. 많이 서운했나 보네 우리 막내. 겉으로는 김현아 웬수 김현아 왕재수를 외치고 다녀도 저럴때 보면 현아 좋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다 내비쳐 보인다. 소희를 보고 있으면 본의 아니게 현아를 탈퇴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참 많이 든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따라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소희한테 현아를 도로 돌려주는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조만간 개인적으로 현아를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슬슬 감겨오는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미안해 소희야. 언니가 꼭 책임지고 현아 너한테 보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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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억상실 20편 들고왔습니다 >_<
이번편은 딱히 내용은 없는듯 하네요.... 그냥 투예 재결합 성사 기념으로다가
오랜만에 달달모드 한번 쏴드릴 생각이었는데... 뭐 그리 달달한것 같지도 않고;;
이래저래 어정쩡한 한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도 작가의 역량 부족을 탓할수밖에요 ㅠㅠ
투예의 키스신은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참 위험천만했습니다....
자칫하면 그냥 그대로 끝까지 가버렸을지도 몰라요... 이성을 지키느라 애좀 썼습니다 ㅋㅋ
이 소설 자체가 15세 관람용인데다가.... 씬을 쓰기엔 제 내공이 아직☞☜....
죄송합니다 여러분.... 예은아 너한테도 참 미안하구나... ㅋㅋ....ㅋㅋㅋ
곧 돌아올 여러분들의 기말고사를 응원하면서!
현재 기말고사 기간 중이신 대딩 독자분들께도 행운을 빌어드리면서!
그리고 미국 데뷔가 임박한 우리 원더걸스 아가들한테도 화이팅 한번 힘차게 외쳐주면서!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ㅎㅎ
이번편도 어김없이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리리플도 언넝 달아드려야 하는데... 기다려주세요 꼭 달아드리러 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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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악ㅋㅋㅋ완전 달달한데요!!!이성의 끈을 살짝 놓으셨어도 되었을텐데ㅋㅋㅋ어서 촤딩들도 엮어주세요~
달달하네요~~~!예은이 기억은 다 언제 돌아올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나 박예은 까는맛이 솔솔해보여요 혹시나 하고 연재방을 둘러보니!! 로티보이님의 글이ㅠㅠㅠㅠㅠㅠ 진짜!! 기다렸습니다!!!
으컁컁~귀여워~ 옌이 홀로 방에서 힘겹게 잠이들겠죠??ㅋㅋ 어서 초딩도 러브러브했음 좋겠네요~~ㅋㅋ
우리옌이는홀로뭘하고있을까요불쌍한아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세도 알건 아는데, 우리 첫날밤 가죠, 네... 옌이 넘 불쌍하잖아요, 초등학교때부터 기대했을텐데...절대 제가 원해서는 아니궁..ㅠ.ㅠ^^
기말 고사 화이팅 하면서 ㅎㅎ예은아 ㅎ힘내자
오호~~ 오랜만에 오셨군요.ㅋㅋㅋㅋ 투예 달달혀.ㅋㅋ 아희만 이어지면 되는건가.ㅋㅋ
재밌어요~~연제는 기다리는게 너무~힘들어요 ㅠㅠ 어서어서~^^화이팅!
오오...... 박치기라니, 민리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인데요...ㅋㅋㅋ // 너무 오랫동안 댓글 못달아서 죄송해요 ㅠㅠ 용서해주세요...
박치기..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님글을읽게되었네여ㅋㅋ 완전달달하군여 아쉽겠구나 예은아ㅋㅋㅋ근데 선예한테박치기당해서 꽤아프겠구나ㅋㅋㅋ
얼마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시험공부한다고 못들어오고 학원갔다가 운동하고 바로 자니까 컴터를 킬 시간이 없었는데 오늘 방학하고 일찍와서 이거부터 보네요 아 역시 님은 저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으셨어요. 께속 이렇게해피엔딩으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