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뉴스①]서산은 고대 중국을 잇는 교역로였다. 불교가 들어오던 길목으로 삼국시대부터 뛰어난 불교유산이 많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마애삼존불을 필두로 개심사와 부석사 등이 둥지를 틀었다. 조선 개국의 주역이었던 무학대사와
태조 이성계의 발자취가 어린
간월암과 도비산도 발길을 붙잡는다. 또 조선말기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해미읍성도 있어 하루 나들이로 알차다.
''백제의 미소'' 마애삼존불서산시 운산면에서 예산군 덕산으로 가는 618번 지방도로를 타고 10분을 가면 고풍저수지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가야산 자락을 파고들면 마애삼존불과 만난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삼존불은 서산의 얼굴이다. 서기 600년경 백제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마애불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존불의 얼굴 가득한 천진한 미소는 마주보는 이들조차 조용히 미소짓게 만든다. 돌을 떡 주무르듯이 다뤘다는 백제인들의 조각 솜씨가 15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오늘의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마애삼존불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본존불의 높이는 2.8m, 보살입상과
반가사유상은 1.7m 내외다. 그러나 부드럽고 섬세한 조각은 여타의 마애불과 분명히 구별된다. 본존불은 정면보다 약간 왼쪽에서 볼 때 볼륨감이 살아나면서 한결 생기가 돈다.
마애삼존불에서 계곡을 따라 1.4㎞ 올라가면 보물 5점이 있는
보원사지다.
''마음이 열리는 절''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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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열리는 절’ 개심사 편액(사진 위). 개심사 입구에 있는 경지 연못과 나무다리. |
마애삼존불에서 산자락 하나를 넘어가면 개심사(開心寺)다. ‘마음이 열리는 절’이라는 사명처럼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가 백미다.
개심사로 가는 길 좌우에는 서산목장이 펼쳐졌다. 한우종자를 보존하는 이 목장의 푸른 초지는 개심사까지 이어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 돌계단이 이어진다.
돌계단은 울창한 솔숲 사이로 나 있어 한낮에도 그늘이 짙다. 그 길의 끝에 경지 연못이 있다. 장방형의 연못 가운데 나무다리가 놓였는데, 이 다리는 현세와 피안을 잇는 다리로 상징된다. 이 나무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부처님의 품에 드는 것이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창건된 사찰이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자연미 넘치는 당우와 고즈넉한 절집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심검당이나 종루 기둥의 자연스런 멋이 백미다.
종루를 떠받들고 있는 4개의 기둥은 하나같이 휘어져 있다. 심검당 역시 휘어지거나 배가 불룩한 기둥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자연미를 마음껏 발산케 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개심사를 우리나라 5대 사찰로 꼽은 것도 이같은 자연미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달빛 고요한 바다에 뜬 절'' 간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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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가 달이 뜨는 모습을 보고 도를 깨쳤다는 간월암. |
서산 방조제를 따라 안면도로 향하면 중간 기착점이 간월도다. 서산에서 관광지로 힘주어 개발하고 있는 이곳은 서산 어리굴젓의 본향이기도 하다.
간월도에 있는 간월암은 섬 하나가 절이다. 썰물이 들면 걸어갈 수 있는 아담한 섬으로 절 마당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특별하다. 마치 뱃길의 안녕을 기원하는 바닷가의 사당처럼 무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흐린 날 절 마당에 서면 스산한 고독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밀물이 들어 섬으로 가는 길이 지워지면 간월도는 부표처럼 먼바다를 떠다닐 것만 같다.
간월암은 조선 개국공신 무학대사와 인연이 깊다. 무학은 이곳에 암자를 짓고 기거하다 어느날 바다 위로 떠오른 달을 보고 도를 깨쳤다고 한다. 간월암(看月庵)이란 이름은 여기서 비롯됐다. 조선 후기의 선승 만공선사도 이곳에 머물며 도를 갈구했다.
''또 하나의 뜬돌절'' 부석사와 도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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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산 부석사의 숲에 조성한 조각. |
우리가 아는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있다. 그러나 서산에도 부석사가 있다. 영주 부석사(浮石寺)와 한자도 똑같다. 가파른 비탈에 계단식으로 당우를 배치한 것도 같다. 누각의 이름도 안양루로 똑같다.
또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에 얽힌 전설까지 같아 쌍둥이 절로 불린다. 다만, 영주 부석사의 뜬 돌이 마당 한켠에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10리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검은여’에 있다.
부석사는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가 좋다. 대웅전 왼편은 사색을 위해 일부러 꾸며 놓은
오래된 정원 같다. 아름드리 수목이 숲그늘을 만들어 계절이 가고 오는 것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만공선사가 머물던 토굴과 선묘낭자를 모신 산신각도 이 깊은 정원 속에 있다.
부석사에서 15분이면 도비산 정상에 설 수 있다. 도비산은 높이가 (351m)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장쾌하다. 서산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옥토로 변한 천수만 일대의 평야가 한눈에 든다. 또 해미읍성을 감싼 가야산과 안면도 너머의 바다까지 손에 잡힐 듯이 가깝다. 이곳에 서면 서산 앞에 접두사처럼 따라붙는 ‘갯마을’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서산=스포츠월드 글·사진 김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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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쪽지>수도권서 하루 나들이길… 우럭젓국 뽀얀국물 일품서산은 수도권에서 하루 나들이로 충분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기점으로 마애삼존불∼개심사∼해미읍성∼서산방조제∼간월암∼부석사(도비산)∼서산시를 거쳐 다시 서산IC까지 한바퀴 돌아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 출발했다면 오전에는 마애삼존불∼개심사∼해미읍성을 돌아본 후 간월도에서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는 간월암과 부석사, 도비산을 오른 후 귀경길에 오른다.
서산은 대하와 전어 말고도 이름난 먹을거리가 많다. 마애삼존불 입구와 개심사는 어죽을 잘하는 집이 많다. 간월도는 연중 제철 생선이 난다. 바다회집(041-664-7822)은 생선회와 대하, 전어를 맛볼 수 있는 상차림을 3인 기준 5만5000원에 판매한다.
서산에서 서산IC로 가는 길의 음암 면소재지에 있는 덕수식당(041-663-2467)은 우럭젓국을 잘한다. 소금간을 해서 말린 우럭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도록 끓여내는데, 짭짤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2만5000∼3만원.
마애삼존불이 있는 운산면 고풍리의 ‘백제의 미소’(041-663-0890)는 황토로 지은 객실 13채를 보유한 펜션이다. 간월도의 ‘간월도 노을 펜션’(041-662-5218)도 시설이 깨끗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