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너와 나의 시간에(2021.8.20.)
동문선(1990)
꿈을 찾아가는 길에서
먼 어제, 어느날 편운만리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지구를 두루두루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실로 편운만리의 여정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지금 이 책 너와 나의 시간에를 묶으며 나의 인생 또한 그러한 편운만리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버릴 거 버리고 왔습니다.
버려선 안될 거까지 버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러한 나의 자화상(1975.12 시집 남남)처럼 살아 온 나의 생애, 지금 생각해 보니 실로 많은 바람이 있었고, 비가 있었고, 눈보라가 있었고, 희노애락, 그런대로 인생같은 걸 살아 온 것이 있었다.
이러한 세파를 살아옴에 그 세파를 견디고, 이기고, 헤쳐나오기 위해서 실로 많은 작품을 써 왔다. 스스로의 방비처럼, 위로처럼, 존재의 증거처럼, 그 실존의 증명처럼.
나는 실로 나의 생애 나대로 살아왔다. 그 단독자를 살아왔다. 그 고독을 살아왔다. 그 시대적 혹은 운명적 외로움을 오히려 어쩔 수 없는 희열로, 기쁨으로 살아왔다.
투명한 직선처럼, 무서운 정직처럼
이곳에 그 파편들이 불행한 우리 세대의 다음을 이어가는 젊은 이들에게 의하여 몇몇 모여졌다. 그 불행했던 시절의 나의 이 영혼의 혈흔들이 샘플이 되어 그들에게 건강한 혈액으로 흘러 먼 꿈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987년4월1일
詩
생명의 하나의 소리
마음 2
하나의 선물
산책
내 마음 깊은 곳에
한 떨기 요란스러운
오히려 비내리는 밤이면
소라
무더운 여름 밤
너와 나는
빈 방에 전화를 걸며
비는 내리는데
회상
꿈
인형
실내화
조룡의 새들
첫사랑
당신이 주신 눈물 다 쓰곤
하루만의 위안
마음의 터전이 무너지듯이
하늘로 열린 신작로에서
들꽃처럼
가을의 계단을 내리면
헤어진다는 것은
잊었던 사랑
슬픔
당신이 돌아가셔야 하신다면
네오로맨티시즘
낙엽
의자 4
낙엽수 사이길을 걸어간다
남남
숲길
섬
곁에 없어도
소리없이 밤이 내리면
散文-春
아름다운 고독의 기다림
길을 통해서 가는 미지의 세계
비밀, 아름다운 인생의 보석
꿈과 사랑의 멋
영혼의 겨울에 등불을 들고
이름 봄 기분
마르지 않는 꿈
가면없는 生으로
솔개
까치집
과수원
삼월
잡목림에 부는 바람
이제 마음의 얼굴을 가꾸며
밤의 이야기, 온기의 어둠
바람이나 구름처럼
인간답게 사는 사람에게
나의 詩는
초행길을 더듬어서
섬
고독한 혼들에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성에게
히아신스
물가에서
염소
지게꾼
젊음, 그 고귀한 힘
잊혀지지 않는 그림
찔레꽃과 장미꽃
외로운 사람끼리
마음의 평온이 있는 곳으로
밀실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
夏
기쁨이 있는 곳
하늘
고독한 영혼
행복의 최상급
벌꿀 통 속에 들어있는 나의 詩들
내 영혼의 안식처
넓은 들판에 혼재 되어있는 꽃처럼
홍수 속에서
은수를 사랑하는 젊은 나의 벗이여
언제나 고독한 갈대처럼
꿈
미루나무 그늘아래
침묵의 소리
기슭
나의 서재 나의 서식지
자기가 놓여 있는 장소에서
높은 산을 안고 흐르는 물
우리들 영원한 동행자
여행길에서
해안의 옛섬
밤의 꽃밥
발가벗은 유럽인들
미지, 그 매혹의 세계
홀로 마냥 떠 있을 수 있는
리스본, 코메르시오 광장
애하, 사랑의 강
멈춘 그림자의 날들
공항
르노와르의 살결같은 따뜻한 그림들
배정된 시간 속에서
창밖의 보름달
사막
그리움으로 나를 열자
사람, 사랑, 꽃
비인 해변에서
나, 흐린 존재의 실존
굴욕의 식탁
이렇게 살고 있음이다
나의 신
산 너머 저쪽
秋
시간, 너와 내가 함께하는
맑고 투명한 감각으로
홀로 지다 남은 들꽃처럼
시간, 언젠가 손 탁탁 털고
인생은 안개를 헤쳐 가는 거
가을, 귀뚜라미의 겨울
가을, 적막 속에서 혼자 만나며
가을 바람
술, 혈액, 오아시스, 샘
오로지 하나의 뜨거운 생명을
하나의 결실
그 날이 오면
안심 속에서
방황과 구원
외줄기 외로운 길
거북이 필동
힘의 말 같은 종교
시, 마음의 언어들
나와 내가 악수를 하며
싸리꽃
버섯의 집
해적의 집
사랑이라는 것을
담배를 태우는 여인
누에의 흰 고치
코펜하겐
정다운 얼굴
소라의 귀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아테네 언덕에서
지중해, 첫사랑의 촉각
영원은 항상 고독한 것
나의 생애, 나처럼
生의 향기도 없이
절망으로부터 시작한다
진정한 삶
세대와 질서
자화상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한 추억들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지구 어디서나
나를 재워주는 말들
冬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램프 아래서
밤의 이야기, 나의 이력서
집은 안개와 나무
회상을 걷는다
커어피
파이프 論
홀로 가는 나의 길, 나의 문학
인생은
가장 귀중한 거
보리
꽃으로의 재회
일일담
이른 겨울 서울에서
사랑의 길을 찾아서
첫눈 내린다
오늘
인생외박
이 세상 살아 가는데
자기를 사는 작은 지혜
고목
광야에서
겨울나무들
산동백
수선
춘아동천길
청춘에 기를 세워라
우리들의 동지
겨울바다
이 겨울에
보다 자유로운 인간을 위해서
정리단계
꽃
이 적막을 사랑으로
삶의 가치
이걸 인생이라 할깨
죽음을 바닥에 깔고
총목차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