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성/심지아-
가을을 들여다보며 여름을 씻고 있었다
여름은 고요해졌다
고요가 장소 같다면
그는 너무 많은 장소다
<감상>
가을이 왔는데 지난여름을 씻고 있다. 씻는 것은 추억일 수도 있고, 이별일 수도 있고, 아픔일 수도 있다. 느낌이 오묘하고 좋은 시다.
깊고 그윽한 이야기를 단 네 줄짜리 암호로 말한 듯한 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상상력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참 재미있다. 상큼하면서도
단호하다.
결국 모든 고요는 '그'라는 한 단어로 수렴된다. '그'는 분명 여름보다 길고, 여름보다 뜨거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는 어디로 간 걸까?
-허 연(시인)
첫댓글 좋은 시와 감상문 잘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