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로 삼은 고갯마루는 ‘고령군 운수면’과 ‘성주군 용암면’의 경계로서 두 지명을 따 도로명이 ‘운용로’이다.
그래서 ‘알프스가든’은 성주군, ‘호텔그린빌리지(휴업)’는 고령군인 셈.
칠봉지맥(七峰枝脈)은 금오지맥의 염속봉산에서 남동쪽으로 분기해 칠봉산, 의봉산, 청룡산(300.2m), 용머리산(179m), 대봉산(121m)을 지나 회천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 정터마을 앞에서 끝이나는 약 60km의 산줄기이다.
‘의봉산(儀鳳山 551.5)’은 봉우리가 봉황처럼 수려해서, 또는 봉황이 내려앉은 것같아 붙여졌다.
인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사방 조망이 좋아 산성과 봉수대가 있었다.
테뫼식 석성인 의봉산성은 대가야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성벽은 대부분 무너져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가리현(加利縣) 북쪽에 있다. 동쪽으로 말응덕산(末應德山)에 응하고 남쪽으로 고령 망산(望所)에 응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이부로산(伊夫老山)' 봉수로 보인다.
‘이봉산(伊鳳山 △451.2)’의 한자이름은 매일신문 ‘영천 최씨 법산마을’기사에서 찾았다.
‘저 이(伊)’자는 어조사로서 ‘저 산도 봉황을 닮았네(?)’라는 뜻.
팔산(八山 △301.6)은 아래 팔산리에서, 기산(箕山 △248.3)은 기산리에서 따온 이름으로 기산은 마을 뒤의 산 모양이 키(기 箕)와 같이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거기다 고탄리(高呑里) ‘대월(竹洞)마을’ 뒷산을 ‘대월산’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나무가 많아 불리는 이름.
산세가 험하기로 소문난 ‘담밑재’는 고령군 운수면 팔산리에서 성산면으로 넘어가는 고개.
고갯마루에 공동묘지가 있어 여름밤에는 인불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다.
‘팔산리 도요지(八山里陶窯址)’와 ‘기산리(箕山里) 도요지’가 있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청자와 토기 분청 백자를 구웠다.
산행코스: 알프스가든(운영로)-441.1봉-물한령-이봉산-의봉산성-의봉산-임도-일월정갈림길-팔산-담밑재-기산-기산리마을회관-고속도로 밑(약 11km)
궤적.
약 11km에 5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미리 준비한 표지기.
간판은 '대가야호텔'이지만 네비엔 '호텔그린빌리지(휴업)'을 입력해야만 한다. 지번 주소는 <고령군 운수면 신간리 372>.
버스 뒷쪽으로 150여m 이동하여...
군계를 넘어...
성주군쪽 '알프스가든' 앞이 산길입구.
돌아보니 '알프스농장' 간판이 높다랗게 걸려 있다.
농장 휀스를 좌측 겨드랑이에 끼고 오르는 길.
쓰러진 이정표를 일으켜 세워 나무에 기댔다. 등산로 입구가 '신간리'인 걸 보니 고령군에서 세운 듯.
평이한 숲길이 이어지다...
거대한 너덜지대를 만난다. 빗물 머금은 너덜을 관통하나 싶었으나 다행히도 너덜 우측 하단으로...
너덜을 벗어난다.
얼마안가 다시 만나는 너덜도 전(前)과 동(同).
우측으로 피해 너덜을 벗어난 길은...
돌계단으로 정비가 되어 다소 가파른 오름을 덜어준다.
그렇게 오른 봉우리가 케언이 있는...
441.1m봉.
산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주는가 하더니...
어느새 산바람이 골바람으로 변하는 잘록한 물한령(물寒嶺)에 내려선다. 이 지점은 우측으로 청룡사 갈림길.
그곳에 '물한지(물寒池)'가 있으니 얼마나 물이 차면 이런 이름을 얻었을까. '물한지' 위의 고개이니 물한령이리라.
다시 10여분 만에 이봉산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고...
삼각점의 높이도 확인한다. 지형도에 두 높이가 기재된 이유다.
400m대의 고원지대에 이렇게 널따란 평지가 형성되어 있으니 군사적 용도로 적합하지 않았을까?
안내판이 없어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나 '의봉산성'이 있었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급한 경사의 오름길엔 계단길.
그렇게 오른 정상부위는 덤불지대.
이정표가 있어 확인을 하고...
선답자들의 족적을 더듬어 덤불을 헤치노라니 앞서간 일행들이 내려서고 있다.
잡목에 덮힌 돌들은 성돌?
의봉산성 제일 높은 곳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니 이곳이 봉수대의 자리일 터.
지워진 표지판에 매직으로 '儀鳳山 551.5'이라 급히 쓴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급조한 표지판.
노란색 예쁜 버섯은 광대버섯?
의봉산을 900m 벗어나 만나는 이정표.
비포장 임도에 내려서...
돌아본 모습.
'ㅜ'자 갈림길에는...
'의봉산 숲길' 안내판이 있고...
그 반대쪽에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몇일 전부터 계속 비가 온다는 예보였으나 산행 당일은 비가 그치리라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고, 그 기대는 마침내 믿음으로 변했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그런 말을 건네자 개신교 신자인 '한덤'님은 "네 믿음대로 되리라(It will be your faith)"한다.
D-데이가 다가오면서 비가 온다는 시간이 자꾸만 늦춰진다. 오후 1시부터라더니, 다시 오후 4시부터로 바뀐다.
급기야 믿음은 현실로 바뀌어 산행을 마칠 때까지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비가 오더라도 임도 걷기는 우산을 쓰고 걸을 수 있으니 그나마도 다행일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웬걸 비는 오지 않았고, 한낮 고온다습한 기온에 임도걷기는 마냥 수월하지가 않았다.
'Y'로는 일월정 갈림길. 좌측으로 가면 일월정과 대월산. 나는 그냥 패스하여...
이정표가 가리키는 고탄리와 팔산리 방향으로 간다.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은 금산재.
총무 팀과 함께 걷다 팔산을 가기 위하여 혼자 우측 낮은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칡넝쿨을 헤치고 7~8m만 올라서면 그런대로 뚜렷한 능선길을 만나지만 다시 한차례 칡넝쿨에 골탕을 먹는다. 능선 좌측으로 피해...
팔산인지, 구산인지에 올라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다. 이쯤되면 나도 봉꾼.
삼각점을 확인하고...
내려서는 길에 임도 절개지를 만나 좌측으로 비켜서...
내려선 뒤...
돌아 보았다.
차량 금줄을 넘어...
돌아보니 '고탄리 광산 이씨묘역' 돌비.
임도에 세워진 이정표. 금산재 방향이다.
2차선 아스팔트를 만나 역시 금산재 방향.
곡각도로 모롱이를 살짝 돌자...
좌측 숲길.
역시 금산재 방향이다.
이 지점이 '담밑재'다. 지금은 2차선 아스팔트가 나 험하다는 말은 옛말.
비포장 임도가 이어지는 숲길.
이 임도의 용도는 송신탑을 건설하기 위한 것인 듯.
한차례 숲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임도로 나왔다. 따라서 임도를 계속 따르면 되는 것.
임도에서 우측으로 살짝 들어올려진 지점이 기산(248.3)이어서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이어지는 숲길에서...
무덤 갈림길을 만나 기산마을로 내려서기 위해선 좌측으로 완전히 꺾어야 한다.
곧 다시 만나는 무덤의 주인은...
'유명조선미산처사국포선생이공지묘(有明朝鮮薇山處士菊圃先生李公之墓)'
'한강 정선생(寒岡 鄭先生...)'으로 시작하는 비문이 빼곡하다.
국포(菊圃) 이문룡(李文龍 1548~1655)선생은 한강(寒岡) 정구(鄭逑)의 문인으로 부인은 진양하씨(晉陽河氏)이다.
병자호란 때 형 이현룡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으나 항복 소식을 듣고 미산(微山) 아래에서 은거 구도하여 미산처사(薇山處士)라고 불렸다.
선영의 우측에는 함평현감을 거쳐 안주판관·영암군수 등을 역임한 아들 이유석(李惟碩 1604~1657)의 묘가 있다<디지털고령문화대전>
'유명조선'(有明朝鮮)'이란 '밝음(明)이 있는 조선'이란 뜻이지만 (有)를 '크다'의 의미로 보고 대국인 명이 있던 시대의 조선국이라고 새긴 것이다. 명을 올리기는 했으나 명과 조선을 대등한 개념으로 여긴다.
또 다른 하나는 '명나라에 있는 조선', 즉 명의 속국 조선으로 해석한다. 이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용석 서울역사박물관 관장>
대숲을 빠져나와...
마을 골목 상단으로 나서...
돌아본 모습.
마을길을 내려서다 수로 배관으로 떨어지는 약한 물줄기에 웃통을 벗고 머리를 쳐박았다. 환복을 한 뒤...
기산리회관을 지나면서 회관 앞 수도꼭지부터 살펴 보았다. 저기서 씻을 수도 있었는데.
고속도로(광주대구고속도로,舊88고속도로) 아래에 터를 잡은 우리 버스.
"햐~ 비가 와도 괜찮았겠네."
네비 주소창에 '고령군 성산면 기산리 906'을 입력하여 버스는 들머리(알프스가든)에서 20km 거리로 이동하였다.
노거수 몇그루가 품이 넓은 그늘을 제공하였고, 마을 앞의 정자는...
여물통쉼터.
기산마을 유래가 장황하다.
鳳凰何飄飄(봉황하표표) : 봉황은 어찌 그리 표표하고
高逝不可望(고서불가망) : 높이 날아가니 바라볼 수 없다.
飢食靑琅玕(기식청랑간) : 배고프면 푸른 낭간을 먹고
渴飮天池潢(갈음천지황) : 목마르면 천지의 물을 마신다.
俯視塵世窄(부시진세착) : 굽어보니 티끌세상은 좁고
嗷嗷鷄鶩場(오오계목장) : 닭과 오리들 끽끽거리는구나.
所以久不下(소이구불하) : 그러므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고
徘徊千仞岡(배회천인강) : 천 길 산등성이를 빙빙 돌고 있다.
- 정도전(鄭道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