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가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 전시장에서 작품 "솔섬"에 대해 설명하면서 웃고 있다. <박상선 기자>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에는 유명한 관광지 `솔섬`이 있다. 육지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 빽빽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섬으로 하늘과 땅, 물, 소나무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 섬의 아름다움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 작가 마이클 케나(58)다. 그가 2007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솔섬은 사진작가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작가가 찍은 구도와 아날로그 흑백 사진은 누구나 따라하고 싶은 전범(典範)이 돼 숱한 아류작을 양산했다. `솔섬`을 살려낸 그가 최근 국내 개인전을 위해 방한했다. 금발의 곱슬머리 때문일까. 지난 7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중년 작가라는 사실이 낯설 정도로 젊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청와대 옆집`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주제 `철학자의 나무`처럼 그가 전 세계 곳곳에서 찍은 사진작 50점을 선보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를 찍었을 뿐인데도 작품 속 나무들은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거는 듯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작가는 디지털 대형 컬러 사진이 `대세`인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날로그 흑백 필름에 풍경을 담고, 그것도 아주 작은 크기로 사진을 인화한다. 작은 사진이 사람 눈에 자연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사람이 보통 보는 시야는 좌우 각도 35도예요. 큰 사진을 보면 한발 물러서서 봐야 할 정도로 한눈에 다 담기 어렵죠." 실제 그의 작품은 너무 작아서 제대로 감상하려면 사진 가까이 눈을 붙여야 할 정도다. 작가 생활 35년째 흑백 사진만을 찍는 이유도 궁금했다. "컬러 사진은 너무 현실적이에요. 흑백이 좀 더 신비하고 시(poem)에 가깝죠. 암실에서 작업할 때 흑백 사진은 더 잘 다루기 쉬워요." 그는 삶에서도, 작품에서도 한 템포 속도를 늦춘다. 대상을 찍을 때도 셔터를 장시간 노출시켜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려 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도 수년 전에 찍은 것들인데 최근 인화 작업을 거쳤다. 늦게 인화할수록 대상을 더 객관화할 수 있다는 작가의 지론이 담겨 있다.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 묻는 것은 우문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귀가 솔깃하다. "하셀브라드(중형 카메라)를 쓰지만 사실 카메라는 중요하지 않아요." 기술적인 것보다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풍경과의 교감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삶에 대한 태도`라는 말도 보탰다.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존재에 대한 감사, 겸손이 좋은 사진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는 변하지 않는 것을 좇는다. 변화무쌍한 인물 대신 나무라는 대상을 찍는 이유기도 하다. 나무는 꾸미지 않고 변하지 않는 데다 추운 겨울에 짜증을 낼 줄도 모른다. 그의 작품 여러 점은 지난해 입적한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에 실려 있다. 영어판으로 이 책을 애독한 작가는 10대 시절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명상과 침묵을 배웠고 힌두교와 불교 등 다양한 종교에서 마음을 수련한다고 했다. 영국 중부 리버풀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산업 발전소와 공장을 서정적인 느낌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작품을 다수 소장한 영국 가수 엘튼 존과는 친분이 두텁다. 지금껏 한국 풍경을 찍은 사진은 20여 점 있는데 이번 전시장에는 태안반도 꽃지 해수욕장 사진과 솔섬 사진 두 점이 걸려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 풍경만을 담은 사진전을 국내에서 열 계획이다. |
첫댓글 삶에서도, 작품에서도
한 템포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