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봉황맹(鳳凰盟) ① 숭산(嵩山) 태실봉(太室峰). 소림사가 위치한 소실봉에 비해 이 거봉의 명성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무림에 겁난이 일어나면 의례 무림인들이 이곳 에서 대책을 논의함으로써 태실봉은 척마의 힘을 지닌 신산(神山) 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오랜 세월 풍상에 시달린 정봉(頂峰)은 더 이상 깎일 곳이 없는지 단단한 암석군만이 남아 있었다. 용비운은 정봉에 올라서서 험준한 산세를 굽어보고 있었다. 만춘 의 신록들이 초록의 천지를 이루고 있었으되, 그는 턱을 어루만지 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형의 말씀대로 오긴 왔지만 군웅들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을 지 의문이군. 게다가 단지 추측에 의한 것이니......." 그는 무림의 촉박한 상황을 감안해 앞서 와 있었다. 공손찬은 온주려의 가상한 마음씨에 감동한 나머지 그녀의 절단된 근육을 치료해본 후에 오마고 했다. 이는 행보가 막연하므로 용비 운이 단신으로 행동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공손찬의 배려이기도 했다. 용비운은 경공을 전개해 태실봉 아래로 신형을 날렸다. 그로부터 대략 두 시진 후. 그는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허탈한 심경으로 한 나무등걸에 기대앉아 있었다. "몇 개의 암자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은신처라곤 없다. 그것도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곳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에는 협소하니 가능성이 전무하고......." 이것이 그가 암자에 잠입까지 하여 알아낸 결과였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내가 쉽게 발견해낼 정도라면 태양천에 서도 못 찾아냈을 리가 없지." 용비운은 이렇듯 자위하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다 문득 그는 계곡 깊은 곳으로부터 희미한 신음성을 듣게 되었다. "흐음? 이건......!" 그는 청력을 높여 그 소리를 확실하게 듣고는 실소했다. "쯧! 심하군." 용비운은 얼굴을 은은히 붉히며 청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다 움찔했다. 이는 신음과 섞여 들려온 말소리 탓이었다. "그 계집이 어찌 이럴 수가......!" 그는 분개하여 연기처럼 치솟아올랐다. 숲속 깊은 곳. 푸른 잔디가 서역산 양탄자처럼 곱게 깔려 있었다. 그 위에 벗어던진 옷가지와 나뭇꾼의 것인 듯한 도끼, 갈퀴 등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뜻밖에도 회색의 승의(僧衣)였다. "학! 하아악......!" "헉헉!" 한쪽에서는 벌거벗은 두 개의 육체가 뒤엉켜 격렬하게 씨름을 벌 이고 있었다. 사내는 건장한 체격의 텁석부리 장한으로 여인의 몸 위에서 한창 힘하게 노를 젓는 중이었다. 그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여인은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비구니였다. 다만 삭발은 했을지언정 그녀의 얼굴이나 몸매만은 놀라우리 만큼 아름다웠다. 젊은 비구니는 오랫동안 욕정에 주려 왔는지 사지로 사내를 휘감 은 채 몰아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하아아... 너무 좋아! 그렇게 더......!" 사내는 거친 생활에 익숙한 자답게 별로 힘도 안들이고 그녀의 소 원대로 성난 짐승처럼 행위에 박차를 가했다. "염려마오, 환희보살! 내 당신을 아주 죽여 주리다." 정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욕구와 기량이 맞아떨어지니 그들 이 함께 극락(?)을 헤매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비구니를 몇 차례나 절정에 이르게 한 사내는 급기야 쾌락의 정점에 도달하여 무섭게 포효했다. "허어억!" "으으으음......." 마침내 일이 끝나자 사내는 혼자서 생각한다. 마을로 돌아가면 자 신이 누구를 만났으며, 그 상대와 얼마나 오랫동안 격투를 벌였었 는지 동료에게 마음껏 자랑하겠노라고. 하지만 그에게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호호... 수고했으니 그만 쉬거라." 비구니가 손을 들어 벌렁 누워 있는 사내의 사혈을 찍어버렸던 것 이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비구니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흐음, 넌 정말 쓸만했어. 죽이긴 조금 아까웠는데." 그녀는 승의를 주워 입고자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의 귀로 누 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갈 같은 계집! 속히 이곳으로 오라." "누... 누구냐?" 비구니는 대경하여 안면을 굳히는 한편, 경황중에도 음성으로 미 루어 상대가 청년임을 알아차렸다. '절정의 고수이긴 하나 애송이라면 두렵지 않다. 젊은 자 치고 내 몸을 탐내지 않은 위인은 없었으니까.'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매달며 장삼만을 걸쳤다. 어차피 도로 벗을 터인즉 번거롭게 다 차려입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송림 속으로 들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한 그루 송목에 기대서 있는 청년의 창 백한 얼굴을 보고 나서였다. ② "천마공자......!" 비구니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리 오라고 했다, 사옥교." 놀랍게도 그녀는 옥봉, 녹월서시 사옥교였다. 화문사봉의 일 인인 그녀가 이처럼 비구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옥교는 저항력을 상실한 듯 그에게로 다가갔다. "사... 살려주세요.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할께요." 그 말인즉 몸을 바치겠노라는 의미였다. 아닌 게 아니라 장삼자락 사이로 드러나 있는 그녀의 탐스러운 육봉이나 매끄러운 살결 등 은 뭇사내들을 뇌살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무기는 역시 통하지 않았다. "난 시킬 일이 없으니 그 지저분한 몸뚱이나 가려라." 내뱉듯 말하는 용비운의 음성에 사옥교는 맥이 탁 풀렸다. 그녀는 옷깃을 여미며 그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제발 날 해치지 말아요. 그리고... 부탁이니 이 사실은 발설하지 말아 주세요." "후후... 백주에 살인까지 했는데도?" "우우우......!" "좋다! 나도 이 일쯤 눈감아 줄 정도의 아량은 있지. 대신 너는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라." "알겠어요." "군웅들의 은신처가 어디냐?" 사옥교는 입술을 깨물었으나 대답했다. "소녀가... 안내해 드리겠어요." "안내는 필요없다. 그 위치만 말해주면 된다." 그녀는 상대에게 철저하게 무시를 당한 것 같아 비참한 기분이 들 었지만 때가 때이니만치 꾹 눌러참았다. "네, 구련암(九蓮庵)에 가서 암호를 대면 돼요." "구련암? 그 작은 암자 말이냐?" 사옥교는 자못 공손히 응대했다. "암자 아래로는 넓은 지하 광장이 있어요." 용비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암호를 물어 외워 두었다. 그는 빈정거 리듯 물었다. "너는 왜 어울리지도 않는 비구니가 되었느냐?" 사옥교는 얼굴을 붉혔으나 대답을 회피하지는 않았다. "그래야 지하 은신처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기에......." "후후... 나와서 활동을 하려 한게 아니라 실은 성적인 욕구를 채 우기 위해서였겠지. 아니냐?" "그... 그게 실은 정보 탐지의 임무를 띄고......." 그녀의 궁색한 변명은 용비운에 의해 잘렸다. "시끄럽다! 네 말마따나 정보를 탐지하러 나왔으면 임무에나 충실 할 일이지, 어찌 그처럼 사악한 짓을 저지르느냐?" 그의 질책은 계속 이어졌다. "내놓고 일을 벌이지 못하는 걸 보면 너도 명예가 무엇인지는 아 는 모양이다만, 네가 추구해온 건 명예가 아니다. 겉만 번드르르 한 가식일 뿐이지." 사옥교는 그의 앞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씹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부아가 치민 용비운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사옥교, 너는 앞으로 두 가지 중 하나만 택해라. 나는 너처럼 추 악한 계집이 화문사봉의 일 인으로 칭송을 받는 것이 역겨워 더 두고 볼 수가 없다." "무엇을......?" "너는 이 길로 나가 창녀가 되든지, 아니면 실제로 정숙한 비구니 처럼 행동하든지 한 가지만 택하도록 해라." 그는 가볍게 소매를 저었다. 펑! 사옥교 앞에 대뜸 커다란 구덩이가 패이며 그녀의 얼굴을 흙더미 로 덮어씌워 버렸다. "읏!" 깜짝 놀라 흙을 털어내려는 그녀를 용비운은 비웃었다. "놔두어라. 그 흙도 최소한 네 몸뚱이보다는 깨끗할테니." 그는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 "네가 추후로도 오늘과 같은 행각을 벌인다면 그때는 내 너를 산 채로 흙 속에 묻어 주겠다." 말을 마치자 그는 미련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옥봉 사옥교. 무림에서 녹월서시라고까지 불리우던 그녀는 혼자 남게 되자 참을 수 없는 수치와 모멸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통분을 이기지 못해 종내에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 며 바닥을 마구 뒹굴었다. "으흐흐흑......!" 사옥교는 눈물을 뿌리며 용비운을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천마공자! 네가 뭔데? 네가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처참하게 만 든단 말이냐?"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울부짖다가 잠잠해졌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웃었다. "호호호호......!"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걸까? 사옥교는 그 상태로 발딱 일어나더니 눈에서 무서운 광망을 뿜어냈다. "두고 보자, 천마공자! 내 오늘의 빚은 꼭 갚아 주리라." 그녀의 입에서는 이런 말도 새어나왔다. "호호... 어디 복수뿐이냐? 나는 이 아름다운 용모와 육체를 바탕 으로 명예와 쾌락도 마음껏 누리며 살 것이다." 그녀는 수림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③ 봉황맹(鳳凰盟). 과거 천면수의 발호시 무림은 그 이름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었 다. 따라서 태양천에 의해 패주한 군웅들은 맹명(盟名)을 그대로 빌림으로써 무림의 정통성을 고수하고자 했다. 맹주는 설잔화였다. 오백 년 전 당시 십대문파 장문인들을 비롯한 백대문파 지존들의 서약이 적힌 봉황령기를 소지하고 있어 일약 봉황맹주로 추대되었던 것이다. 신주오대고수 또한 이를 반대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여인으로서는 최초로 무림맹주가 된 인물이었다. "하하... 잔화, 아니 맹주라 불러야겠군." 용비운은 맹주의 거처에 그녀와 단둘이 남게 되자 호탕하게 웃었 다. 설잔화도 해후의 기쁨을 표하며 그의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뿌렸 다. - 소녀는 공자께서 분명 무사하시리라 생각했어요. 설잔화는 계속하여 그의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 총상께서는 공자를 찾기 위해 그간에도 늘상 사나흘씩 출타했다 돌아오시곤 했어요. 용비운이 물었다. "하토살군은 아직 이곳에 이르지 않았소? 그는 추종술의 명인이라 돌아왔다면 능히 찾아올 수 있었을텐데." 설잔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돌아와야 태양천의 소재지를 알 수 있거늘......." 용비운은 말을 하면서도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하토살군이 태양천을 찾아 환마를 추적해간 기간은 벌써 한 달도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무래 도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우선 사형께서 일행을 데리고 당도하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군.' 설잔화가 그의 손바닥에 썼다. - 엽소저를 만나 보세요. 언제나 상심에 젖어 있지요. 소녀라도 공자가 누구신지 알려주고 싶었지만 허락 없이 저지를 수 없는 일 인지라 참았어요. 정말 안타까워요. 용비운은 그녀의 배려가 무척이나 고맙게 여겨졌다. "잔화, 나를 극진히 생각해 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그래서 나도 너를 든든하게 여기고 있지만." 설잔화는 입가에 고운 미소를 매달았다. - 잊으셨어요? 소녀는 늘 공자님의 종이에요. 그건 아무리 지위가 높아져도 마찬가지예요. 용비운은 그녀의 섬섬옥수를 감싸 쥐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인물이 못된다. 부탁이니 그 런 식으로 너를 비하시키지 말아라." 설잔화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응시했다. - 그건 자기비하가 아니라 소녀가 원하는 바예요. 어쨌든 엽소저 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솔직히 모든 것을 털어 놓으세요. 그것이 공자가 하실 도리예요. 용비운은 나직이 탄식했다. "그녀는 내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태양천과의 싸움에서 어쩌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실내를 거닐었다. "그녀를 두 번씩이나 낙심하게 할 수는 없구나." 설잔화는 그 말을 듣자 엽완란이 부러워졌다. '한 남자에게, 그것도 일세의 영웅에게 이처럼 사랑을 받고 있는 엽소저는 얼마나 행복한 여인일까? 지금은 비록 슬픔에 잠겨 있지 만 조만간 재회하게 될 테고.......' 그녀의 안면에 처음으로 어두운 그늘이 깃들었다. ④ 태실봉 기슭이다. 키만 멀쩡하게 크고 깡마른 노인이 놀라운 경공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 인물은 목극렴이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인물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비대한 체구에 비해 사지가 유난히 빈약한 기형적인 위인, 그자는 환마를 추격해 갔던 하토살군이었다. "총상... 주공을... 주공을 뵈어야......." 하토살군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힘겹게 내뱉었다. 연유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극심한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목극렴의 음성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떨려 나왔다. "두꺼비... 죽지 말고 조금만 참아라. 술주정뱅이의 귀신 같은 손 이 틀림없이 너를 구해줄 것이다." 하토살군의 한쪽 눈이 빠꼼히 뜨인 것은 그때였다. '흐흐... 여태까지 당했던 수모를 전부 되갚아야지.' 그는 다 죽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내 총상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마지막이라니? 그따위 재수없는 말은 하지도 말아라." "아... 아니오. 나는 틀린 것 같....... 총상... 두꺼비란 명칭 은... 그 동안 참으로... 듣기 싫었소. 다만 나는... 총상을 노형 님처럼 생각했기에......." 목극렴의 추한 얼굴에 슬픈 기색이 떠올랐다. "노제, 이제야 말이네만 나도 자네를 동생으로 생각했었네. 내 앞 으로는 두꺼비라 부르지 않을 테니 제발 살아 있어 주게." "노형님... 그 말씀 들으니... 웃으면서 죽을 수 있......." "죽다니! 그 무슨 소리......." 목극렴은 짐짓 고함을 치다가 목이 메이는지 말끝을 흐렸다. 이윽 고 두 사람은 구련암에 이르게 되었다. "다 왔네, 노제!" 목극렴은 암자로 뛰어들며 크게 외쳤다. "어서 문을 열어라! 속히 술주정뱅이를 불러라." 통로를 지키고 섰던 위사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지체없 이 문을 열었다. 위사는 환한 얼굴로 그를 맞았다. "노선배, 기뻐하십시오. 노선배께서 그토록 찾아헤매시던 천마공 자께서 돌아오셨소." "뭐, 뭣이? 그게 정말이냐?" 목극렴은 펄쩍 뛰었다. 그의 깡마른 얼굴에 드리워졌던 수심은 어 느덧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그는 날 듯이 통로를 내달리는 한편, 옆구리에 끼고 있던 하토살군을 팽개쳤다. "이 지저분한 물건을 내가 왜 지금까지 안고 있었지?" "아이쿠!" 하토살군은 바닥을 구르며 죽는 시늉을 했다. "노형님... 어찌 소제에게 이러실 수가......?" 목극렴은 냉소했다. "두꺼비! 죽어가면서 할 말 다하는 자는 처음 봤다. 나는 네 놈이 부상을 가장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토살군은 그 말에 벌떡 일어섰다. "그럼 왜......?" 목극렴은 앙천광소 했다. "크하하하... 네깟 놈 하나 가지고 노는 건 일도 아니다. 심심하 면 옥정성후 서매림에게도 장난을 거는 나 아닌가?" 하토살군은 쓴 입맛을 다셨다. '쩝! 생강은 늙을수록 맵다더니, 된통 당했군.' ⑤ 봉황맹(鳳凰盟)의 밀실(密室). 이곳에는 봉황맹의 수뇌들이 모여 숙의중이었다. 그들 중에는 그 동안 못보던 인물도 여럿 있었다. 공공천야 공손찬이 일행과 함께 마침내 당도해 있었던 것이다. 공손찬이라는 당세 현자의 출현은 군웅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 다. 그는 정사 양도에 걸친 정신적인 지주로서 비록 장님에 반신 불수가 되었으나 그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다. 그는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육체란 그에게 있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초절한 두뇌로 천군만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그였기 때문이다. 그의 곁에는 사매인 화옥미, 태양천주의 마수에서 벗어난 환우천 자 고죽군, 천사 신비대종의 손녀인 온주려, 탁탑천왕 낙곤, 사도 무림의 거목(巨木)인 삼혈공(三血公)과 천절칠환사(天絶七幻邪) 등 쟁쟁한 인물들이 배석하고 있었다. 천투혈공(天鬪血公), 극사혈공(極邪血公), 사환혈공(邪幻血公) 등 의 삼혈공만 해도 십대고수에 버금가는 존재들이었으며 천절칠환 사도 각기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고수들이었다. 그들 사도 십 인의 힘은 사실상 봉황맹 일백여 군협들의 힘과 대 등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그들의 가맹으로 봉황맹에서는 이론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잠해졌고, 당장이라도 태양천을 공격하자는 주장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올 만큼 맹내의 사기는 드높았다. 용비운이 입을 열었다. "하토살군의 조사에 따르면 태양천의 본거지는 운중산 단천애라고 합니다. 그러나 근 한 달 동안 잠입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 패했다 하니 그쪽의 경비태세가 어느 정도일지는 다들 짐작하시리 라 믿습니다." 그는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갔다. "결국 우리는 지금까지 태양천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한 셈입니다." 공공천야가 담담히 말했다. "그 정도만 알아낸 것도 커다란 수확이네. 문제는 누가 그 용담호 혈에 뛰어들어 신비대종을 구출해내느냐는 것이네." 그의 어투는 용비운의 신분을 의식해서인지 평소와는 달라져 있었 다. 그 말에 따라 삼대혈공이 나섰다. "노신들이 가겠소이다. 노주(老主)를 구출하는 일인데 우리가 가 지 않고 누구에게 맡기겠소이까?" 용비운은 고개를 저었다. "심정은 알겠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럿이 가면 발각 되기 쉽습니다. 본인이 혼자 가겠소이다." 잠자코 있던 목극렴이 불쑥 끼어 들었다. "공자, 설마 노신을 떼어 놓으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화옥미도 빠지지 않았다. "단신으론 위험해요. 제가 천마공자를 엄호하겠어요." 고죽군도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한마디 했다. "노부도 가겠네. 혹시 발각이라도 당하게 되면 노부가 놈들의 이 목을 끌고 있을테니 그동안 그를 구출하게." 이렇듯 무림 최강자들이 분분히 나서자 공손찬은 다소 당황했다. 그는 특히 사형인 고죽군의 화급한 성품을 잘 알고 있는 터인지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형은 이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아무리 고강한 무공을 소지하 고 있다 해도 사전에 발각당하게 되면 곤란하다. 일을 그르치는 것은 물론 사형 자신도 위험하거늘.......' 그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약간의 소요를 빚고 있는 좌중을 주욱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잠깐 노부의 말을 들어보시오." 좌중의 인물들은 모두 함구하고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 공공천야 공손찬이라면 그들 모두가 신뢰하는 터였으므로. "무릇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확실한 규범도 서 있어야 하 오. 이처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게 되는 쪽은 태양천일 것이외다." 군웅들은 침묵했다. 그의 말이 백 번 옳았기 때문이다. "태양천주는 귀계로써 천하를 발 아래 놓은 인물이오. 그가 있는 곳에 잠입할 인물이라면 무공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기지(機智)가 뛰어나야 하며 기관진법(機關陳法)에도 능해야 하오. 그러니 개인 적인 명분은 접어두고 대의와 공적인 사명에 우선해 결정해야 될 것이오." 공손찬은 엄숙하게 덧붙여 말했다. "우리들은 한 뜻으로 뭉친 이상 명예나 체면 따위도 보류하도록 하십시다. 무엇보다 질서가 있어야 하는즉, 노부는 맹주의 의견에 맡겨 인물을 설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오." 그 말에 중인들은 더 이상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윽고 중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설잔화는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고 있었 고, 그것을 시행하기 위해 필기구를 청했다. 설잔화는 종이에 글을 써 공손찬에게로 넘겼다. ⑥ <천마공자(天魔公子)로 정하겠어요.> 공손찬은 그렇게 쓰인 종이를 중인들에게 보여주었다. "맹주의 뜻이 이러하니 천마공자로 결정하겠소이다." 중인들 가운데 삼혈공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렇다면 노신들은 따로 가겠소이다!" 그들로 인해 중인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이를 가장 먼저 느낀 사 람은 온주려였다. 그녀는 삼혈공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대들은 앉으세요. 내 조부님을 구출하는 일이에요. 나도 가만 히 있는데 왜 그대들이 경거망동하려고 하죠?" "아가씨......!" 삼혈공은 똑같이 안색이 변했다. 천사 온양후가 이 자리에 없는 한 온주려는 사실상 그들의 주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들은 신음 을 발하며 자리에 도로 주저앉았다. 그들보다 입장이 더 딱한 인물이 환우천자 고죽군이었다. 그러나 그도 대세를 따르고자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용비운은 좌중이 안정되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맹주의 신뢰에 감사드리오." 그는 설잔화에게 정중히 포권했다. 곁에서 온주려가 눈을 반짝이 며 한마디 거들었다. "기왕이면 대밀종천의 공녀인 사라도 구출해 오세요. 그렇게 되면 대밀종천의 막강한 지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알겠소이다." 중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말했다. "무운을 비오, 천마공자." "무운을......!" 용비운은 그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보였다. 그는 이번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일의 성공여부에 따 라 천하무림의 정세가 전복될 판국이기에. 그는 보이지 않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반드시 성취시키리라!' 밤. 은한(銀漢)이 야천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아래서 일남삼녀(一男三女)가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들은 용비운과 화옥미, 설잔화, 아직 다리가 치유되지 않아 공손찬처럼 바퀴의자에 앉아 있는 온주려 등 세 여인이었다. 그녀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로 용비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는 못믿어서가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였다. "그만들 들어가시오." 용비운의 말에도 그녀들은 도통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그들과 약 간 떨어진 곳에서 난데없이 하토살군만이 얼굴을 빠꼼히 내밀 따 름이었다. 용비운이 그에게 말했다. "왜 여기서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오? 빨리 오행천군도로 가서 오 행의 제자들이 왜 안오는지나 알아보지 않고." "헤헤... 가야지요. 주공이 하도 부러워서......." 그는 곁눈질로 슬쩍 여인들을 바라보고는 신형을 날렸다. 그의 모 습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다. 용비운은 화옥미에게 당부했다. "옥미, 당신이 잔화와 주려를 잘 보살펴 주오." 그녀는 잔잔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말고 비운, 당신이나 몸조심 해요." 용비운은 그녀를 한 번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나머지 두 불행한 여인을 의식하여 쓴 입맛만 다셨다. "내 당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었는데... 나중에 하리다." 온주려가 그 말뜻을 알아듣고는 밝게 웃었다. "차라리 저희들더러 비켜달라고 하시죠? 그 정도의 선심은 언제든 지 써 드릴 수가 있으니까요." "헛참! 이래서 똑똑한 여인은 무섭다니까." "호호호... 천마공자의 누이인데 이쯤은 기본이죠." "쯧! 빨리 사라져야지, 계속 이러다간 호되게 당하겠군." "호호호호......!" 네 남녀의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그들은 웃음으로써 심적 고통이나 불안을 잊으려 하는지도 몰랐다. 잠시 후. 설잔화가 용비운의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 가시는 길에 노송(老松)이 나오면 그 아래를 보세요. "이건 무슨 뜻이지?" 용비운이 물었으나 그녀는 그저 소리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는 일단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마음 먹고 돌아섰다. 그러나 곧 무엇이 생각난 듯 그는 몸을 돌렸다. "참, 옥봉은 왜 돌아오지 않는 것이오?" "그건 왜......?" 화옥미가 묻자 그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솔직히 말했다.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오. 실은......." 그는 사흘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고, 그 얘기를 듣 고난 세 여인은 질린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용비운은 미간을 약간 좁혔다. "그 계집이 본맹의 위치라도 누설할까 두렵소." 그 말에 온주려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그 일은 알았으니 대비하도록 하겠어요. 어쩌면 더 잘된 일인지 도 모르겠어요." 용비운은 의아했으나 그녀의 무한한 지혜를 믿기에 더 묻지 않았 다. 온주려는 담담하지만 자신있는 투로 말했다. "앞으로는 만사가 다 잘 될 거예요. 세인들은 공공천야의 등장을 모르고 있어요. 이때에 태양천을 친다면 그들은 공공천야의 명성 에 고무되어 활개를 펴고 가세해올 거예요." 용비운은 눈썹을 찌푸렸다. "태양천주의 삼불칙을 따르던 자들인데도 말이오?" 온주려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말했다. "그들도 대세가 바뀌면 또 달라지지요." 용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뒷일은 그대들에게 맡기겠소. 다시 만날 때까지 다들 옥체보 중 하시오." 스스스슷―! 그의 신형은 마침내 한 가닥 연기가 되어 사라져 갔다. ⑦ 한 그루 수백 년 묵은 고송(古松) 아래였다. 은의를 입고 곱게 단장한 한 여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다 름 아닌 은봉, 빙한초선 독고설이었다. 휙―! 문득 한 가닥 선풍이 일었다. "아니, 낭자가 여기 있었소?" 당혹한 음성과 함께 나타난 자는 용비운이었다. '음! 잔화가 쓸데없는 짓을 했군.' 독고설은 그를 보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었다. "태양천으로... 가신다고요......?" "그렇소." 용비운의 짧은 대답에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부디 무사히 다녀오시기를... 빌겠어요......." "고맙소." 그는 독고설이 더 뭐라 말을 걸까 두려워 얼른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만사가 다 그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았다. "잠깐만요!" 독고설이 그를 불러세웠던 것이다. '끙! 죽겠군.' 용비운은 마지못해 돌아섰다. 독고설은 본래 빙화(氷花)처럼 싸늘 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그렇게 피하지만 말고 확답을 해주세요." "무엇을......?" 독고설은 급기야 몸을 가늘게 떨었다. "당신, 이렇게 자꾸 발뺌만 하긴가요? 나는 당신에게 알몸을 내보 이는 바람에 순결이 더럽혀진......!" "또 그 소리요?" 용비운은 귀를 막는 대신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 바람에 다음으 로 이어지는 그녀의 음성은 한층 더 격앙되었다. "이젠 듣기도 싫은 모양인데, 그럼 난 어떡하죠? 양심상 이 꼴로 어떻게 다른 사내에게 시집을 가란 말이에요?" '완전히 생떼를 만났군.' 용비운은 내심 어이가 없었으나 짐짓 점잖게 말했다. "독고낭자, 내 사정도 좀 봐주시오. 난 그동안 정말로 아내를 얻 었소. 이건 한 치도 거짓없는 사실이오." "뭐라구요? 그게 누구......?" "옥면공자 담화린." "이... 이......!" 독고설의 손바닥이 허공을 갈랐다. 용비운이 끝내 자신을 희롱하 려는 줄 알고 뺨을 후려치려고 했던 것이다. "어이쿠, 왜 때리려고 그러오?" 용비운은 엄살과 더불어 그녀의 매서운 손을 피했다. "이 못된 작자 같으니, 나만 보면 놀리고... 흑......!" 독고설은 그만 제풀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자 그도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장난기를 거두었다. "낭자, 남녀간의 인연이란 묘한 것이오. 나와 함께 온, 그 멀쩡하 게 키 큰 여인이 담화린이라면 믿겠소?" "네에?" 독고설은 울다 말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내가 평소 연모하던 여인은 그녀가 아니었소." "아!" "아마도 애정이란 그처럼 복잡하게 얽히는 것인가 보오. 나는 그 두 여인에게 똑같이 미안해 하고 있소." "왜......?" "나는 이번 길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거기까지 얘기를 들은 독고설은 문득 안면을 굳혔다. "그 걱정은 나도 그녀들만큼 하고 있어요. 그래요, 난 당신에게 억지를 쓰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녀는 또 울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 "낭자......." "묘하든, 복잡하든 좋아요. 과부가 되어도 상관없어요. 당신이 죽 으면 평생 수절을 할 각오도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당신이 날 외면하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요." 그 말을 받은 것은 의외로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하하하하핫......! 이제야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건가?" 웃음소리의 주인은 용비운이 아니었다. 구레나룻의 청년, 독고설 의 오라비인 철담마도 독고성이었다. 그의 옆에는 소복여인이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단봉, 여의상아 희비연이었다. 봉황맹의 고수들로부터 맹 주로 추대되었으되, 부친인 희천궁의 장렬한 희생에 자신은 그만 한 덕이 없노라며 맹주 자리를 사양한 그녀였다. 희비연은 당시 부친을 잃고 상심이 커 좌절에 빠졌었는데 그 때 그녀에게 위로를 아끼지 않은 인물이 독고성이었다. 그로써 독고성은 그녀의 마음 속에 파고들었으며, 마침내 그들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⑧ 독고성은 위인이 호탕하고 스스럼이 없는지라 나타나자마자 용비 운의 손을 덥썩 잡았다. "핫핫......! 천마공자, 우리는 드디어 처남매제지간이 되었소. 고맙소, 저 골칫덩이를 데려가준다니." '내가 언제......?' 용비운은 심중의 말을 차마 입 밖으로 토해내지 못했다. 그러다보 니 그는 엉겁결에 수락한 꼴이 되고 말았다. '잔화, 네가 나를 수렁으로 밀어넣었다. 넌 아마 일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겠지?'. 아무튼 그는 이 자리에서 더 이상 할 말도, 할 일도 없는지라 부 리나케 꽁무니를 뺐다. "독고형, 후에 술이나 한 잔 합시다. 난 이만......!" 스스슷......! 그는 대답도 듣지 않고 신형을 날렸다. 그의 모습이 섬광처럼 사 라져버리자 독고설은 야속하여 읊조렸다. "쳇! 무정한 사람,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떠나다니." 독고성이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설아, 섭섭해 하지 마라. 원래 사랑이란 급격히 타오르기도 하지 만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가는 게 진짜란다." 희비연도 옆에서 거들었다. "당신, 오랫만에 아주 쓸만한 소리를 하는군요?" 독고성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것봐라, 설아. 깐깐하고 사납기 짝이 없는 희낭자도 내 말이 맞다지 않느냐?" "뭐, 뭐요?" "어이쿠, 이러다 내가 뺨을 맞을라!" "호호호호......!" 결국 두 여인도 웃고 말았다. 같은 시각, 태실봉의 기슭의 한곳이다. 그곳에서는 엽완란이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 색이 초췌했는데, 그것은 심중의 허무감 때문이었다. '천마공자가 돌아왔다고......?' 그녀는 별빛을 응시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혹시 그가 내 육신을 필요로 한다면 그건 허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는 천하의 안녕을 위해 꼭 필 요한 인물이니까.' 비참한 기분 탓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비운, 당신은 정말 죽은 건가요?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이렇듯 그 모습 그대로 살아 있는데.......' 실로 어이없는 고통의 시간이 그녀와 함께 하고 있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독 ㄳ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