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폭풍기 天涯暴風記 - 서효원 천애폭풍기 1권 제1장 변황(邊荒)의 전설(傳說)들 서장(西藏). 만 리(里)를 가도 끝이 나지 않는 고원(高原). 그 곳의 하늘은 회색(灰色)이다. 모래 바람이 심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끔 바람이 멎으면 하늘은 깨어져 버릴 듯한 푸르름(蒼)으로 서장인들의 눈을 시리게 한다. 그 하늘 아래, 서장인(西藏人)들이 또 하나의 하늘(天)로 삼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등격리호(騰格里湖). 등격리(騰格里)란 말은 서장 지방의 말로, 뜻은 곧 하늘(天)이다. 중원어로 하자면, 천지(天池)가 바로 등격리호이다. 그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다. 그래서 신성(神聖)하고, 신성하기에 신비 속에 묻혔다. 그 곳이 금지(禁地)로 변한 지 어언 일백 년. 그 주위를 돌면 사바세계(裟婆世界)의 모든 번뇌(煩惱)를 잊는다는 전설도 기억 속에서 흐려질 정도가 되었다. 사령소태하(査令簫太河)와 라살하(羅薩河)가 흘러들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의 호수. 그 곳이 금지(禁地)가 됨은 높고 험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기 가면 죽음(死亡)을 주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혈수미교(血須彌敎). 등격리호가 보다 위대해진 것은, 바로 그들이 거기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서장무림 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문파 혈수미교. 그들의 뜻은 곧 서장무림 전체의 뜻이기도 하다. 혈수미교가 누리는 성가는 중원의 소림사(少林寺) 이상이었다. 서장이 두려운 것은 바로 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대소림은 군림할 뿐이다. 하나, 혈수미교는 복종을 강요한다. 그들은 피의 율법을 따른다. 그들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 자에겐 오로지 죽음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바로 서장의 가장 위대한 하늘이었다. 등격리호 가운데, 물에 잠길 듯한 모습으로 떠 있는 섬 하나가 있다. 그 위태로워 보이는 섬 한가운데, 곧 무너질 듯 황폐한 사원(寺院) 하나가 있었다. 핏빛! 사원은 핏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낙조(落照) 때문일까? 사원은 핏물에 담근 듯 온통 붉은색 광휘에 휘감겨 있었다. 아아, 모든 것이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사원이 아닌가! 기와와 기둥, 심지어 바닥까지 모두 핏빛 일색(一色)이었다. 그 모든 붉음이 노을로 인해 더욱 붉어질 때. 그르르릉-! 돌연 기관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육중해 보이던 석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일백 년(百年) 봉교(封敎)는 이 순간으로 끝이다. 아미타불…!" "이제 세상은 혈수미교의 뜻으로 움직일 것이다." 문(門)이 열리며 핏빛 법의(法衣)를 걸친 라마승(喇麻僧)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무게를 지니지 않은 양 허공을 둥둥 떠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선 혈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그 빛은 근처의 모든 붉음보다도 붉었다. 스슥- 슥-! 라마승들은 열(列)을 맞춰 걸어 나왔다. 수는 일백팔(一百八), 하나하나 천하를 뒤흔들 만한 힘을 갖고 있는 자들이었다. 일백팔 라마가 나타난 다음, 홍옥문(紅玉門) 하나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순간, 눈을 멀게 할 정도의 강렬한 혈광이 쏟아져 나왔고… "교주(敎主)!" "오오, 위대하신 대탁랍(大托拉)!" "혈수미교의 빛(光)이여! 서장의 하늘이시여!" 라마승들은 일제히 무릎을 땅에 댔다. 그들의 이마가 땅에 닿을 때. "때가 되었도다!" 홍옥문 안에서 맑고 힘찬 목소리가 들렸다. 뜻밖에도 약관(弱冠) 나이의 라마승이 문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두 손은 완전한 핏빛이었다. 혈수미강살(血須彌剛煞)! 그는 그 한 가지를 익히기 위해 십 년 간 폐관(廢關)했었다. 손이 팔뚝까지 붉어졌다는 것은, 그의 강기가 십 성(成)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한다. 혈수미강살은 극강의 강기무공(剛氣武功)이었는 바, 혈수미교 사상 그것을 십 성 이상 익힌 자는 지금껏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약관으로 보이는 라마승이 그 경지를 이룩한 것이다. 그의 홍옥(紅玉)으로 변한 쌍장에서 강기가 폭출된다면, 무엇이든 부서지고 말리라. 그는 가슴에 경전(經典) 한 권을 끼고 있었다. <혈수미경전(血須彌經典)> 제목이 선명한 비급. 두툼한 비급 중 한 장(章)만 터득한다 해도, 천하십대고수 안에 끼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천하가 본교에 굴복하리라. 보라!" 그는 동쪽을 가리켰다. "저 곳이 우리들을 반기고 있지 않는가! 핫핫…!" 젊은 라마승은 불호를 외우지 않았다. 그는 라마승이나 부처를 섬기지 않았다. 그는 부처 대신 자신의 두 손바닥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중원천하가 철저히 짓밟히리라! 핫핫…!" 그가 광오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을 때, 그를 바라보는 처연한 눈빛이 하나 있었다. 문 안, 핏기 없는 얼굴로 홍의라마의 등을 보고 있는 미소녀 하나가 있지 않은가? 탁극나(托克那). 젊은 라마와 같은 부모를 갖고 있는 여인이다. 하나, 지극히 엄한 교리(敎理)로 인해 탁극나는 오라버니인 탁랍(托拉)을 단 한 번도 오라버니라고 부르지 못했다. '교주(敎主), 중원을 간과하시면 아니 되십니다.' 탁극나는 속으로 애절히 외쳤다. '신복(神卜), 성복(星卜)은 때가 아님을 표하고 있습니다.' 탁극나의 눈에는 이슬이 흘렀다. 그녀는 서장의 전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 서장인의 피를 이은 자 하나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 권능(權能)을 얻으리라! 무려 일천 년 간 서장무림계에 떠돌고 있는 말. 그것은 서장인 중 하나가 천하제일인이 되어 천하무림에 군림한다는 전설이었다. 탁랍은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 믿고 있었다. 아니, 혈수미교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은 그것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단 하나, 바로 귀녀(鬼女) 소리를 듣는 탁극나뿐이었다. '등격리(騰格里)… 천(天)은 오라버니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아아, 중원(中原)에는 혈수미강살의 극성(剋性)이 있습니다. 그것을 잊으시면 아니 되는데, 어이해 조급해 하십니까!' 탁극나는 터져 나오는 탄식을 애써 참으며 애틋한 눈길을 탁랍에게 고정시킬 뿐이었다. 번뇌가 극심해졌기 때문일까? 가뜩이나 핏기가 없는 얼굴이 밀랍처럼 창백하게 보였다. 탁극나는 천형으로 갖고 태어난 고질을 지니고 있었다. 삼음신맥(三陰神脈). 그녀는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삼음신맥을 타고난 자는 천성적으로 병약한 몸을 지니게 된다. 매일같이 영약을 복용해야 하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기혈이 고갈돼 숨이 턱에 차오르게 된다. 그러나 뇌력(腦力)은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기에, 한 번 보고 들은 것은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 '어이해, 조급해 하십니까?' 탁극나가 속으로 외칠 때. 탁랍(托拉), 그는 속으로 탁극나를 부르고 있었다. '극나야! 나의 조급함을 탓하지 마라. 나도 중원에 천후(天吼), 천강(天剛), 천살(天煞)이 있고… 그들의 무공이 본교의 무공과 극성임을 안다. 하나, 지금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병든 네가 있기 때문이다. 승산(勝算)은 일(一)이 아니고 반(半)이나, 나는 반을 믿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란다.' 탁랍의 눈에는 남이 이해하지 못할 빛이 흘렀다. 그 빛은 불타는 홍하(紅霞)와도 같은 것이었다. 죽더라도 태울 수밖에 없는 붉음, 그의 눈빛은 그것을 담고 있었다. 해중(海中). 잠길 듯 가라앉은 섬 여럿이 있다. 대홍군도(大虹群島). 하늘을 나는 새라면 섬 여든한 개가 일렬로 늘어서서 하나의 무지개가 창궁을 가르듯 바다를 찢고 있음을 볼 수 있으리라. 대홍군도는 해남(海南)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거대문파이다. 여든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대홍군도.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문파(門派)에 소속되어 있었으며, 그들 모두 출중한 기량을 갖춘 검사들이었다. 해궁검파(海弓劍派). 그들은 천하에서 가장 위력적인 검식(劍式)을 연성하였는 바, 그들이 이룩한 검초는 중원에서 가장 강하다는 무당(武當)의 검(劍)을 능가한 지 오래였다. 해궁도(海弓島). 대홍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동시에, 해궁검파의 본거지가 위치한 곳이다. 그 곳에는 큰 바위 하나가 있었다. 노을이 바위를 태울 듯할 때, 목검(木劒)을 쥔 노인 하나가 바위를 보며 오연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훗훗… 더 이상 완벽한 검식은 없다!" 눈빛이 바다같이 깊은 노인, 해궁자(海弓子). 그는 바위를 보고 있다. 바위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균열이 있었다. 삼백육십오 개의 검흔(劍痕), 그것은 방금 전 그의 목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훗훗… 이제는 사판(死判)의 폭풍팔십일검(暴風八十一劍)이 두렵지 않다!" 그의 눈빛이 보다 강렬해졌다. 해궁자는 서서히 눈길을 북쪽으로 향했다. 바로 거기 대중원이 있지 않은가? 그가 야릇한 눈길로 북쪽 하늘가를 응시할 때, 뒤쪽에서 빠르게 다가서는 세 사람이 있었다. 눈빛이 아주 맑고 이목구비가 섬세한 청의서생(靑衣書生), 서시(西旋)의 환생인 듯 아름다운 황의미소녀, 그리고 과묵해 보이는 흑삼소년. 이들 셋은 해궁자 뒤에 이르러 일제히 오체투지(五體投地)했다. 해궁자는 그들이 절을 하자, 천천히 뒤돌아섰다. 그의 눈빛은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중원을 얻을 승산은 칠분(七分)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중원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되뇌었다. '훗훗… 그러나 너희들이 있기에, 시험을 해 보려 하는 것이다.' 그는 손을 품에 넣었다. 잠시 후, 그는 검보(劍譜) 한 권을 꺼냈다. <해궁파천황검보(海弓破天荒劍譜)> 그 안에는 그가 일백 년 간 터득한 모든 심득(心得) 검결(劍訣)이 수록되어 있었다. 누구든 그것을 익힌다면, 천하제일검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해궁자는 검보를 쥐고 세 사람을 하나씩 바라봤다. '해궁랑(海弓郞)… 가장 뛰어난 아이. 육불영(陸佛英), 총명하지만 너무 고집이 강하다. 검발(劍發)… 이 아이의 충성심은 가히 고금제일이다.' 그는 셋을 하나씩 보다가 청의서생을 향해 눈길을 고정시켰다. "해궁랑!" "예엣, 사부!" 청의서생은 아주 힘차게 말했다. 순간, 귀퉁이가 너덜너덜해진 검보가 바로 그의 눈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너는 여기 남아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라!" 해궁자가 말하자… "남… 남다니요? 중원을 정복하는 일에 제가 빠질 수가…?" 해궁랑은 아연실색해 했다. "남아라! 너의 사부된 사람으로 하는 마지막 명령이다." "사… 사부! 저는 사부 다음으로 강합니다!" "훗훗… 그러기에 남으라는 것이다!" "으으…!" 해궁랑은 허탈한 듯 얼굴을 시꺼멓게 물들였다. 남는다는 것, 그것은 패함을 전제로 하는 일이었다. 선택되었다는 것, 그것은 그의 탁월함을 밝히는 일이었다. 하나, 해궁랑은 그로 인해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검사(劍士)로 검하고혼(劍下孤魂)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남을 수 없다. 중원을 향한 나의 날갯짓을 누가 막겠는가? 나는 남을 수 없다.' 그는 눈을 꾹 눌러 감고 말았다. 가슴에서 치미는 흥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외몽고(外蒙古) 객로합하(喀老哈河)의 땅. 두우- 두두-! 사막의 밤을 가르며 수백 마리의 낙타들이 대열을 갖춘 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말발굽 소리보다 요란한 발굽 소리를 내며, 모래 바람보다 더한 분진을 일으키며 나는 듯 달리는 낙타의 행진. 고독해야 할 대사막의 밤은 그로 인해 유린되고 있었다. 비타궁(飛陀宮). 사막 속의 비밀 문파 비타궁이 월하(月下)의 대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비타궁의 장기는 용독술(用毒術). 그들이 지닌 바 독은 금강불괴(金剛不壞)도 녹여 버릴 정도로 지독한 것이었다. 독인과 극독으로 무장한 비타궁, 그들이 있기에 대사막은 영원한 불침(不侵)의 땅으로 인식되어지지 않았던가! 달리는 낙타의 맨 앞. 흰 털 가진 낙타를 몰고 있는 금포노인이 있었다. 머리에 천을 둘둘 만 백 세 노인, 그의 눈빛은 인간의 눈빛답지 않게 암록색(暗綠色)을 띠었다. 그의 피부빛 또한 사람의 피부 같지 않은 적색(赤色)이었다. 그는 가히 독(毒)의 신(神)이라 할 수 있었다. 매일 독물(毒物)로 배를 채우는 자, 그의 혈관 속을 흐르는 것은 피가 아니라 금석(金石)이라도 녹일 수 있는 극독이었다. 호흡만으로 상대를 독살(毒殺)케 할 수 있는 자. "훗훗… 단장(斷腸)과 투골(透骨)의 독(毒)을 막을 자는 중원에 없으리라. 훗훗, 남은 것은 단 하나! 중원 각대문파의 모든 영부(令符)를 모아 비타제일령(飛陀第一令) 아래의 존재로 만드는 것뿐이다. 으핫핫…!" 그의 웃음소리는 대사막 멀리까지 메아리쳤다. 두우- 두두-! 달리는 낙타의 발굽 소리, 그 굉량한 소리가 달을 휘청이게 하고 있었다. 휘이이잉-! 모래 바람이 일어난다. 달리는 낙타의 무리는 신기루(蜃氣樓)같이 되어 멀리 사라져 갔다. 중원(中原)을 향해! 하늘을 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낙척서생(落拓書生) 같아 보이는 자, 그는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었다. 핏빛 광구(光球). 그는 그것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네가… 나를 위해 떠오를 날이 있으리라. 나를 위해…!" 그는 주먹을 쥐고 손을 휘둘렀다. 꽈르르르릉-!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바윗덩어리 하나가 박살이 났다. 백보신권(百步神拳). 그의 절기는 이미 입신지경(入神之境)에 이르러 있었다. 하나, 그는 자신의 주먹을 보고 비웃을 뿐이었다. "나를 천하제일인으로 만들 사람은 바로 나다. 훗훗, 나를 지배하고 나의 웅풍(雄風)을 거둬 줄 수 있는 장소는… 중원(中原)이 아니고 천하(天下)다. 보라! 삼십 년 안에 태양이 나를 위해 뜨게 하리라! 핫핫…!" 그는 천천히 웃었다. 그의 사자후(獅子吼)는 근처를 뒤흔들었고, 바람이 그의 웃음소리에 숨을 죽이고 말았다. "천하가 나를 위해 움직이게 되리라!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리고 일월(日月)이 나를 위해 빛을 내게 하리라! 핫핫…!" 그는 강렬하게 외치다가 위로 날아올랐다. 슥-! 그는 순간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중원천하(中原天下)가 세 번 피에 젖었다. 구파일방(九派一幇)이 관(棺)을 짜기에 바빴고, 천하 수천 군데에서 곡성(哭聲)이 일어났다. 진토(塵土)로 화한 수만의 생명(生命)들. 그들의 이름을 다 적기 위해서는 수천 권의 빈책이 필요한 것이다. 혈수미교(血須彌敎)! 이들은 서(西)에서 동(東)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범창(梵唱)은 일 리 안의 모든 것을 죽였고, 그들 우두머리의 강기(剛氣)는 그 모든 것을 으스러뜨렸다. 파죽(破竹)! 그들은 어디에서도 멈추지 않을 듯했다. 하나, 중원은 역시 위대했다. 중원은 세 명의 기인(奇人)으로 그들을 막았다. 천강(天剛). 불괴지강(不壞之剛)을 익힌 곤륜제일고수(崑崙第一高手). 오래 전 우화등선했다고 알려진 그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천살도장(天煞道長). 대진천종(大震天鐘)을 터득한 무당(武當) 사상 최강자(最强者)도 살아 있었다. 천후도장(天吼道長). 목소리로 금석(金石)을 녹이고, 세상을 비웃으며 은거(隱居)했던 전진(全眞) 장문인(掌門人)도 살아 있었다. 그들 셋은 무당산에서 혈수미교와 접전을 벌였다. 우내삼천(宇內三天). 그들은 그런 이름으로 불릴 만했다. 강(剛)… 살(煞)… 후(吼)! 도가삼절기(道家三絶技)는 혈수미교의 명예와 패기(覇氣)를 모조리 으스러뜨린 채 함께 스러져 버린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각. 남(南)에서 북(北)을 향해 쳐 올라오던 한 무리의 부상검사(扶桑劍士)들이 있었다. 부상(扶桑) 해궁검파(海弓劍派). 그들의 검(劍)은 그 어떤 것보다도 변화막측했다. 천하의 어떤 검식도 그들의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절세검호(絶世劍豪)들의 검이 부러지고, 무적을 자랑하던 각대문파의 검진(劍陣)이 한순간에 쑥대밭처럼 무너져 내렸다. 해궁검파의 검은 너무도 강했다. 중원의 명인(名人)들은 그들로 인해 지옥문(地獄門)을 밟아야 했다. 질풍노도(疾風怒濤)… 그들은 하루에 오백 리씩을 피로 씻으며 북상(北上)했다. 그들로 인해 까마귀 울음소리가 커질 때. 사판(死判) 단검도장(斷劍道長), 생판(生判) 성수신의(聖手神醫). 죽음과 삶을 마음대로 한다던 전설상의 두 결의형제(結義兄弟)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그뿐이랴? 취중쌍우(醉中雙友)도 그들과 함께 나타났다. 상취대선생(常醉大先生) 궁협(窮俠), 불취대선생(不醉大先生) 녹림맹주(綠林盟主). 이들 넷은 칠 주야(晝夜)에 걸친 대결전으로, 해궁검파의 전진(前進)을 멈추게 했다. 싸움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를 볼 수 없었다. 해궁검파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전설이었던 네 기인의 모습을… 만허생(萬虛生). 그는 가장 위대(偉大)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천하는 비타존(飛陀尊)을 맹주(盟主)로 섬겨야 했을 테니까! 만허생의 폭풍장(暴風掌)은 비타존의 몸을 십 장 뒤쪽으로 퉁겨 냈다. 비타존은 비타제일령(飛陀第一令)을 바친 다음에야, 옥문관(玉門關) 너머로 물러남이 허락되었다. 이름이 호씨(胡氏)라는 것만 알려진 기인, 만허생. 그는 승리라는 것을 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비타제일령을 품에 넣으며 주저 없이 세상을 등짐으로, 자신이 명리(名利)를 끊은 사람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의 사라짐 다음. 평화(平和)! 천하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화평함 속에 누울 수 있었다. 하나, 어이하겠는가? 그것이 장구(長久)한 평화가 아니고, 폭풍전야(暴風前夜)의 고요함인 것을… |
첫댓글 기대 해 봅니다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