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의외의 추적자들 아주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꽤 오랫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변황제일인이 나타나 무자비한 혈겁을 잇따라 일으킨다는 사실이 그것이었다. 제남부(齊南府)에서, 풍뢰보(風雷堡)에서, 천선일신궁(天仙一神宮)에서… 변황제일인은 너무나도 거대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룩했다. 흑삼(黑衫)에 흑립(黑笠).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를 본 사람치고, 살아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태산(泰山)이 노을에 불붙고 있었다. 핏빛으로 물든 태산 기슭. "으으으, 어서 가야 한다! 크으으, 어서 가야 한다!" 야차(夜叉)의 목소리인가? 처절한 목소리가 들리며 검은 그림자 하나가 떠올랐다. 그의 뒤쪽, 여승만의 암자(庵子)가 불붙어 타오르고 있었다. 아, 이 곳은 지옥이 아니런가? 벌거벗기워진 여승들의 시신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사지가 너덜너덜해진 여승들. 그 중 눈을 감고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는 것이었다. "우우…!" 흑의괴인은 미친 듯 치달렸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의 몸이 달리는 속도는 가히 섬전(閃電)이었다. 그는 화살보다 더 빠르게 신형을 날려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같은 시각, 일관봉(日觀峰)근처. 한 무리의 홍영(紅影)이 숲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각고의 훈련을 거친 듯, 일사불란한 몸놀림으로 빠르게 이동해 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야 한다!" "그 계집을 잡아야 한다! 빠드득!" "그 계집을 잡아 처단한 다음, 우리들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리라!" 나는 듯 달리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향 내음. 그들은 짙은 향 내음을 풍기며 치달려가는 것이었다. 군봉(群峰) 위. 복면을 한 흑의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아주 요사스러웠다. "호호… 모든 것은 준비가 되었다. 호호… 이제 남은 일은… 호호… 그를 잡는 일뿐이다! 마제갈(魔諸葛)이 변황제일인을 잡았다는 역사를 남기면서! 호호…!" 그녀의 목소리는 멀리까지 메아리쳐 갔다. 차가운 달빛. 너무도 서러운 월광(月光)이어라. 바람이 불면 태산이 미쳐 춤을 춘다. 휘르륵- 휙-! 너풀거리는 마귀 무리들. 자세히 보면 나무 그림자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 누가 그런 모습을 보고 두려워 눈을 피하지 않겠는가? 휘휙-!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 때. "흠, 이 근처겠군?" 숲 안에서 불쑥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등에 한 자루 고검(古劍)을 걸고 있는 자. "개방 사람들이 흑의인마를 잘 돌봐 줄 테니, 그에 대한 것은 걱정이 없다. 훗훗, 모르긴 해도 내가 그리 늦게 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중얼거리며 걸음을 내딛었다. 동작은 걷는 것인데, 몸은 아주 빨리 나아갔다. 축지성촌(縮地成寸). 그는 거침없이 산길을 치달렸다. '변황제일인을 꼭 잡아야 한다. 그 자를 잡아 처단한 다음, 중원을 떠나 변황을 피로 씻으리라!' 간간이 죽립을 뚫고 나오는 안광이 아주 무서웠다. 그는 아주 경미한 파공성을 내며 달려갔다. 얼마를 갔을까? "크으으, 없다니… 으으, 어이해 없단 말인가?" 돌연, 그의 고막 속으로 파고드는 처절한 목소리가 있었다. 숲 안의 산신묘(山神廟) 근처에서 나는 소리였다. "으으, 어이해 여기에 단약(丹藥)이 담긴 나무갑이 묻혀 있지 않단 말인가?" 굶주린 개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전신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자, 그는 큰 구덩이 하나를 파 놓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 이런 일은 없었는데… 그… 그것이 없으면 사흘 안에 혈맥이 터져 죽는데…" 그는 계속 흙을 팠다. 파팍- 팍-! 그의 손 힘은 아주 세어, 돌이건 나무 뿌리건 거침없이 가루로 화했다. 그는 땅을 일 장 깊이까지 팠다. 그러나 나오는 것은 흙과 자갈뿐이었다. "주… 주인이 나를 버릴 리가… 으으, 나… 나를 버릴 리가 없다! 흐으으윽…!" 그는 처절히 흐느끼다가, 등 뒤에서 나는 아주 작은 숨소리를 들었다. "흠…!" 죽립 쓴 사람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 주… 주인이시오?" 땅을 파던 흑의인의 눈에서 생기가 돈다. 그는 뒤를 휙 돌아보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 아니군. 으으, 주… 주인인 줄 알았는데…!" 그는 술 취한 사람같이 횡설수설했다. "어이해, 땅을 파고 있소? 옷에 묻은 피는 뭐요?" 죽립을 쓴 흑의인이 묻는다. "…" 피투성이의 흑의인은 계속 땅만 보고 있었다. '마성이 강한 자다. 한데, 어이해 피투성이일까?' 죽립 쓴 흑의인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두 사람 사이가 이 장으로 좁혀졌다. "그… 그럴 리 없다. 그분이 나를 버릴 리 없다!" 흑의괴인의 목소리가 아주 날카로워졌다. "그… 그분이 나를 버릴 리가…!" 그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흘러 나왔다. 그는 죽어 가고 있었다. "흠, 일단 쉬셔야겠소!" 죽립 쓴 흑의인이 동정심을 느끼며 손을 내밀었다. 바로 그 찰나. "죽어라!" 피투성이 흑의괴인의 손이 벼락치듯 흔들렸다. 다 죽어 가는 자의 손이 그렇게 쾌속히 움직일 줄이야? "엇?" 죽립 쓴 자가 놀랄 때, 피투성이 흑의괴인의 장력은 이미 그의 몸을 휘감아 올렸다. 펑-! 가죽북 터지는 소리! 죽립 괴인은 가슴뼈가 부서지고, 오장육부가 흔들리는 지독한 아픔을 느꼈다. "으으윽, 불괴천강체(不壞天剛體)를 무너뜨리다니…!" 죽립 괴인은 코에서 피를 주르르 쏟아 내며 위로 퉁기듯 날아올랐다. 그가 공중에서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을 때. "우…!" 다짜고짜 그를 암습한 피투성이 흑의괴인은 장소성을 내지르며, 깊은 숲 안으로 미친 듯 달려 들어갔다. 그의 장소성으로 인해 근처가 시끄러워졌다. "지… 지독한 장력이었다!" 죽립 쓴 사람의 가슴에는 흑색(黑色) 장인(掌印) 하나가 찍혀 있었다. "이럴 수가? 나의 몸에 이런 상처를 남기는 수법이 있다니…!" 찢어진 옷자락을 들치며 중얼거리는 사람은 호료범이었다. '이런 수법은 천하에 다섯 가지도 안 된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강한 것은, 내가 찾는 변황제일인의 수법이다.' 호료범은 식은땀을 쭉 흘렸다. "변… 변황제일인!" 그는 피투성이 괴인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설마…설마 그 자가 내가 목메어 찾던 변황제일인이란 말인가?' 그는 아연실색하다가 인기척을 듣게 되었다. 스슥- 슥-! 아주 조심스레 그를 포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가서는 자는 오십여 명, 하나같이 절세적인 무공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었다. 오십여 명은 호료범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속도를 늦췄다. 그들은 묘하게도 기이한 대형을 이루며 다가섰다. 그들이 가까이 접근해 들자, 해일과도 같은 암경이 밀어닥쳤다. '막강한 암경이다. 으으음, 대체 무슨 진법이기에… 이런 암경이 일어날까?' 호료범은 피투성이 괴인이게 맞은 자리가 쑤심을 느꼈다. 그가 가슴을 만질 때.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려!" 그의 고막을 두드리는 창노한 목소리가 있었다. 홍의를 걸친 복면인 하나가 성큼 다가섰다. 그의 눈빛은 옷 색깔이나 마찬가지로 핏빛이었다. 혈광(血光)… 그는 피보다 더한 빛을 눈빛으로 뿌리며. "쫓아다니기를 삼십여 년! 훗훗, 이렇게 가까이서 뵙기는 처음이오!" "흠, 누구를 찾는 게요?" 호료범은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되물었다. "훗훗… 일부러 남자 목소리를 낼 필요 없소!" 홍의인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남자의 목소리? 그럼 내가 계집이란 말이오?" "그렇소!" "핫핫… 기가 막힌 분이시군?" "흥! 모르는 체하지 마시오. 이교주(二敎主)가 바로 변황제일인이라는 것을 이십여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변… 변황제일인이라고?" 호료범은 뒤통수에 쇠망치를 맞는 기분이 되었다. "굳이 이름을 밝혀야 하겠소? 탁극나(托克那)라는 이름을?" "탁… 탁극나라니? 그…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변황제일인이란 말이오?" 호료범은 놀라워 하다가 손을 가볍게 내밀었다. 흰 빛이 언뜻 하더니, 홍의인의 얼굴을 가리던 복면이 거침없이 찢어졌다. 복면 속에서 나타나는 얼굴, 그것은 바로 라마승(喇 僧) 중 지극히 늙은 자의 얼굴이었다. 홍의인은 복면이 찢어졌다는 데에 놀라지 않았다. 그는 호료범의 솜씨에 지극히 놀랄 뿐이었다. "전진수법(全眞手法)?" "잘 아시는군?" "분명 알고 왔는데… 탁극나 이교주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란 말인가?" 그가 중얼거릴 때. 피이이잉-! 한 자루의 향전이 그들 무리가 있는 쪽으로 날아들었다. "교주가 던진 것이다!" 홍의인 중 하나가 재빨리 그것을 낚아챘다. 잠시 후. "으으, 변황제일인은 사자봉(獅子峰)에 있다. 으으, 저 사람은 변황제일인이 아니다!" 쪽지를 읽은 자가 크게 말하자. "저 자를 죽이는 일은 우리 다섯 사람이 맡겠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교주가 계신 곳으로 가서 힘을 보태시오!" 어느 새 홍의인 중 다섯 명이 허공으로 훌훌 날아올랐다. "어서 가자!" "착오가 생겼으나,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휘휙- 휙-! 호료범에게 복면을 찢긴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사자봉 쪽을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그들이 썰물 빠지듯 할 때. "수미오행진(須彌五行陣)-!" "광혈수미강살(狂血須彌剛煞)-!" "쓰러져라!" "비밀을 지키기 위해 너를 죽여야겠다. 차앗-!" 다섯 사람은 괴상한 말을 지껄여 대며 오행진(五行陣)에 따라 무궁무진한 강기를 발휘해 냈다. 꽈꽝- 꽝-!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이십 장 안의 모든 것은 쓰러졌다. 한데, 단 하나 쓰러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호료범의 몸뚱아리였다. "혈수미교(血須彌敎) 비전수(秘傳手)인데? 으으, 설마… 혈수미교의 무리란 말인가?" 호료범은 눈알이 빠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몸이 후끈 달아오름과 동시에, 손이 저절로 등 뒤로 갔다. 그의 손이 고검의 손자루를 움켜쥐는 순간, 다섯 승려들이 벼락 같은 기세로 다시 덮쳐 들었다. 다섯 승려가 강기를 발출해 낼 때, 그의 손은 검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 차아앙-! 금광(金光)이 무지개같이 피어 오르며 호료범의 몸이 그 안에 묻혔다. "폭(暴)- 풍(風)- 팔(八)- 십(十)- 일(一)-!" 스슥- 슥-! 그의 몸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와 금색 검강이 흐를 뿐이었다. "어어엇…?" "이… 이것은 사판(死判)의 것인데?" "사… 사판도 이렇게는 못한다!" 츠측- 측-! "으아악…!" "케에엑…!" 팔십일 개의 검화(劍花)와 함께 다섯 군데에서 피보라가 일어났다. 다섯 중 넷은 수급(首級)이 잘려 죽었고, 단 하나는 복부에 큰 구멍을 남긴 채 몸을 비틀거렸다. 그의 배에서 창자가 꾸역꾸역 토해질 때. "으으음, 순간의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공력을 너무 많이 썼다!" 호료범은 태아신검(太阿神劍)을 검집에 넣으며 배에 구멍이 뚫린 자의 맥문을 간단히 낚아챘다. 모든 것은 거의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으으, 너… 너야말로 중원제일인이다!" 배에 구멍이 뚫린 자의 눈빛은 이미 시체의 눈빛이었다. "혈수미교냐?" 호료범은 목소리에 진기를 가했다. "알… 알려 하지 마라. 알면… 우리도 숨지 않게 되니까, 굳이… 굳이 우리들을 다시 일어나게 하지 마라!" 홍의인의 오공에서 피가 계속 흘러 나왔다. 폭풍검은 검신으로 상대를 베는 수법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것은 강기로 모든 것을 박살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호료범의 검은 모든 마공을 으스러뜨리는 태아신검이 아닌가? 홍의인은 걷잡을 수 없이 힘을 잃어 갔다. "변… 변황의 일일 뿐이다. 으으윽… 수… 수치스러운 변황의 반역사(叛逆事)일 뿐이다. 중… 중원인은 끼어들 필요가 없는… 크으으…!" 홍의인은 그렇게 말하다가 숨을 거뒀다. "…" 호료범은 오랫동안 그의 손을 놓지 못했다. '만승기루의 계집들은 나를 닮은 해궁랑이란 자가 변황제일인이라더니, 이제는 혈수미교가 나타나 변황제일인은 탁극나라는 여인이라니…' 호료범은 혼돈에 빠져들었다. 오리무중(五里霧中). 무엇이 어찌 되어 가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변황의 일에 불과하다는 홍의라마의 말도 신경에 거슬렸다. 호료범은 한동안 생각에 골몰하다가는. "훗훗… 잡으면 알겠지!" 그는 모든 고민을 일시에 잊어버리고, 사자봉 쪽으로 훌훌 날아올랐다. 그의 신법은 어기비행술(馭氣飛行術)로, 얼핏 보면 새가 하늘을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일다경(一茶頃) 후, 호료범은 사자봉 기슭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었다. 옥작약(玉芍藥). 그녀가 수십 명의 여인고수(女人高手)들과 더불어, 일단의 홍의인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차앙- 창-! "하아앗-!" "변황제일인은 우리가 맡는다. 누구도 우리 만승기루의 허락이 없이는 그 자를 잡지 못할 것이다." 옥작약을 위시한 여인들의 검초는 신기에 가까웠다. 변화막측한 검초. 그네들은 일부러 허초(虛招)와 변초(變招)를 구사해, 자신들의 초식이 무엇인지를 숨기고 있었다. 혼돈… 혼돈…! 호료범은 끼여들까 하다가, 귀를 쫑긋 세웠다. 사자봉 위쪽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놓치지 마라! 계집들은 성동격서(聲東擊西)로 우리를 속인 것이다. 진짜는 여기에 없다. 계집들에게 가로막히지 말고, 어서 변황제일인을 쫓아라!" "우리가 속았다!" "동쪽으로 가야 한다!" 산 위에서 한 떼의 홍의인영이 날아 내렸다. 휘휙- 휙-! 붉은 까마귀 떼가 나는 듯하자. "따라가자!" "이 계집들은 나중에 죽여도 되나, 변황제일인은 오늘 꼭 잡아야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이 계집들 때문에 괜한 힘만 소비했다!" 옥작약의 휘하고수들에게 길이 가로막혔던 승려고수들이 거침없이 전권(戰圈)을 벗어나 어둠 속으로 날아들었다. 싸움은 탄지지간에 끝이 났다. 남은 것, 그것은 옥작약의 호쾌한 웃음뿐이었다. "너희 라마 돌중들하고 우리하고 같은 줄 아느냐? 호호…!" 옥작약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질 때, 차가운 음성이 어둠 속에서 들려 왔다. "쯧쯧, 내가 보기에는 같은데?" 언제 나타났을까? 송백림에서 미끄러지듯 다가서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죽립으로 얼굴을 가린 자, 그 자가 나타나자 근처에 서리가 앉은 듯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흑의인이 나타나자, 옥작약의 얼굴이 벌레 씹은 얼굴이 되고 만다. "흑… 흑의인마에게 죽지 않았군? 흑의인마가 돌아오지 않아, 이상하다 했더니?"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구나?" "집요한 놈! 복수하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왔느냐?" "천만에!" 팔짱 끼는 흑의인은 호료범이었다. 그는 홍의인들이 사라져간 곳을 턱끝으로 가리켰다. "혈수미교는 나의 관심거리이지. 하나, 방금 전 본 한 가지 경이에 비한다면… 훗훗, 관심이 될 수 없다!" "경이(驚異)라니?" 옥작약은 검자루에 손을 댔다. "검을 빼 봐라." 호료범은 팔짱을 풀지 않았다. 하나, 그의 자세는 검을 빼는 자세 이상이었다. '거미줄에 얽힌 것 같다.' 옥작약은 숨도 쉴 수 없었다. 그녀 뒤에 있는 복면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호료범은 눈빛 하나로 만인을 제압해 버린 것이었다. "훗훗… 중원의 태극검(太極劍)과 자전검초(紫電劍招)에 교묘히 한 가지 검초를 숨겼다. 그것이 경이라는 것이다!" "숨… 숨기다니?" "해(海)… 궁(弓)… 파(破)… 천(天)… 황(荒)… 검(劍)!" 목소리와 함께 안광이 강해졌다. "무… 무슨 소리냐?" 옥작약은 상체를 휘청였다. "후후… 위대한 변황삼파가 종무소식이라 이상하다 여겼다. 한데, 오늘 밤… 훗훗, 변황삼파 중 두 파를 보게 된 것이다!" "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오해를 풀어라!" 옥작약은 표정을 풀며 손으로 머리채를 쓰다듬었다. 왜일까? 그녀는 너무도 탐스러운 눈빛을 던졌다. 쇠를 녹일만한 눈빛, 눈빛만으로도 부처가 취할 정도였다. 그녀는 부풀 대로 부푼 몸매를 은근히 과시했다. 육향(肉香)이 코를 마비시킬 것만 같고, 뇌쇄적인 눈빛은 밤의 신마저 취하게 할 만했다. "제남부에서 오해로 너를 핍박해, 미안하다." 옥작약의 볼에는 보조개가 파였으며, 눈에선 야릇한 색광이 흘러 넘쳤다. 호료범은 그녀의 눈빛에 현혹된 듯, 살기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옥작약은 조금 처량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는 타인과 시비를 벌이지 않는 규율 속에서 살고 있다. 지난번 일은, 나의 미숙함에서 벌어진 착각이었다!" "흠…!" "용서해 다오." 옥작약은 간드러지는 투로 말하며 허리를 가볍게 꺾었다. 쓰러질 듯 휘청대는 그녀를 보고 애처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내가 아닐 것이다. 하나, 호료범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그는 비웃듯 차게 내뱉었다. "왜 비녀(簪)를 던지지 않느냐? 그것으로 나의 심장에 구멍 하나를 내고 싶은 표정인데?" "다… 다 아는군? 으으, 비차탈혼술(飛叉奪魂術)을?" 옥작약의 얼굴이 다시 추악해졌다. 그녀는 머리채를 쓰다듬는 척하다가 비녀 하나를 뽑았었다. 그것은 던져질 경우, 허공에서 열 개로 나누어지는 아주 무서운 암기였다. 그녀가 사지를 벌벌 떨 때. "해궁검파인지, 아닌지 말한다면… 훗훗, 더 이상 핍박을 하지 않겠다!" 호료범은 성큼 한 걸음 다가갔다. '태산이 다가서고 있다. 으으, 혈수미교의 고수 백 명 보다도 무서운 자다.' 그녀는 겁에 질리고 말았다. "말해 봐라. 약속은 지킬 테니까!" 호료범이 다시 말할 때, 금빛 그림자 하나가 두 사람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노신이 대신 말해 주지." 창백한 얼굴을 가진 중년부인, 그녀는 방금 전 남과 싸운 듯 옷자락을 찢은 차림새였다. 그녀는 큰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 "말해 주는 대신, 우리를 쫓지 않는다고 약속해라!" "흠…!" "거래는 깨끗해야 하지 않느냐?" "글쎄, 만승기루 사람이 여럿이니… 훗훗, 한 가지 말만으로는 아니 되겠소이다!" "무… 무엇을 바라느냐?" "묻는 대로 세 가지만 대답하면, 서서 귀하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겠소!" "세… 세 가지?" 궁장여인의 낯색이 초췌해졌다. "첫째는, 대홍군도(大虹群島)에서 왔느냐 하는 것이오!" 호료범의 눈빛이 점점 강해졌다. '내공이 삼화취정지경(三花聚頂之境)을 넘어 조화지경(造化之境)에 든 자다. 내상을 입은 상태로는 당할 수 없다.' 궁장부인은 그 눈빛으로 인해 싸울 마음을 잃고 말았다. "그… 그렇다! 하나, 정식으로 문호를 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원 전체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무기력하다!" 궁장부인은 모욕스러움을 억지로 참으며 대답했다. "고맙소!" 호료범은 턱끝을 끄덕인 다음, 두 번째 질문을 던졌다. "해궁랑은 누구요?" "그… 그는… 도주(島主)의 대제자(大弟子)다." 궁장부인은 말하는 것이 괴로운 듯, 간단히 잘라 말했다. '해궁검파의 대제자가 변황제일인일까?' 호료범은 마지막 질문 하나를 남겨 둔 셈이었다. 그는 그것으로 무엇을 택할까 하다가. "누가 옷을 찢고 내상을 입혔소?" "탁랍라마(托拉喇麻)!" "탁… 탁랍라마라면, 혈수미교주인데?" 그가 크게 놀랄 때. "자, 가자!" 궁장부인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부하들을 독려하며 훌훌 사라져 갔다. 휘휙- 휙-! 여인들은 거침없이 숲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간단히 보냈다. 하나, 곧 다시 보리라 믿는다!" 그는 중얼거리다 정좌했다. '해궁검파와 혈수미교가 동시에 나타나다니…' 그는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었다. '육심(六心)… 통령(通靈)… 천통천이(天通天耳)…' 그는 무당파 비전의 천시지청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음이 고요해져야만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혼란된 마음을 급히 가라앉힐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호료범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의 고막을 두드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궁장여인의 목소리였다. "탁랍이 우내삼천(宇內三天)과 싸워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다니…" "사부, 그럼 변황제일인은 그 자의 손에 넘어갔습니까?" 옥작약의 묻는 소리도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늘어졌다. "아니다." "그럼 그는 어찌 되었습니까?" "군봉(群峰)으로 가다가 사라졌다. 누군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한 듯하다." "예?" "탁랍라마와 내가 싸우는 사이, 그가 실종되었다." "아아…!" "하나, 잠시 후 찾게 되겠지. 우리들이 가장 철저히 준비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궁장여인의 목소리는 급기야 들리지 않게 되었다. 호료범은 그제서야 육심통령대법(六心通靈大法)을 거뒀다. '군봉이라면 태산제일봉(泰山第一峰)이다.' 호료범은 가장 급한 것은, 변황제일인을 찾는 것이라 여기며 몸을 일으켰다. 사경(四更). 산은 거대한 짐승을 닮아 갔다. 아름다운 산세이기에, 더욱 무서워 보이는가? 깊은 골짜기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이 숲을 휘감을 때마다 나뭇잎들이 여귀(女鬼)의 머리카락같이 흔들렸다. 군봉 기슭. "크으으, 이… 이제는 더 버틸 수 없다." 피투성이가 된 사람 하나가 삼라만상을 저주하며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당장 쓰러져 누울 듯 비틀거리나, 실상 몸이 나아가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탑(塔)으로 가서 주인을 만나야 한다. 주인에게서 해독약을 먹어야, 이 지독한 고통이 없어진다!" 그가 휘청거리며 갈 때, 갑자기. "너의 목숨은 정말 끈질기구나." 어디에선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큰 나무 아래, 흰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얼핏 보면 흰 석상(石像)같이 보이는 이유는, 숨도 쉬지 않고 서 있기 때문이었다. "주… 주인!" 피투성이 사나이는 흐느끼듯 말하며 백의인 앞으로 갔다. "주인! 어이해 산신묘에 해독약을 두시지 않으셨습니까! 흐흑… 저는… 지금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흑의인은 눈물을 흘리며 다가갔다. "너의 고통을 내가 다 안다. 그래서 나타났다. 내가 어찌 너를 버리겠느냐? 네가 변황삼파의 협공에 쫓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몸소 나온 것이다!" "흐흑… 제 힘으로서는 뚫을 수 없습니다. 흐흑…!" 흑의인은 피눈물을 쏟았다. "두려워 말거라. 내가 있지 않느냐?" "주… 주인! 주인은 저의 신이십니다!" 흑의인은 이마를 땅에 댔다. "네게 도망칠 길을 알려 주기 위해 왔다!" 백의인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 같았다. 그는 아주 큰 죽립을 써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탁랍(托拉)과 육불영(陸佛影)… 게다가 마제갈(魔諸葛)까지 나타났다." "…" "그들은 모두 너를 노리고 있다." "흐흑…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그들은 네가 나의 종(從)이고, 나의 명에 따라 돌아다닌다는 것을 모른다. 그들은… 너를 변황제일인이란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 그렇습니다. 그들은 저를 변황제일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훗훗… 너를 쫓는 자들은 오랑캐들이다. 하나같이 강하다. 어리석기는 하나, 무공만은 아주 강하다!" "그렇습니다, 주인! 그들은 아주 강합니다!" "너는 도망치기 힘든 상태다." "어… 어찌해야 하는지요?" "너는 군봉 위로 올라가야 한다!" "…" "올라가면, 한 여인이 있을 것이다." "그… 그 여인이 저를 살려 줄 수 있는지요?" "그렇다." "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흑의인의 눈빛은 잔혹하고, 동시에 어리숙해 보였다. 그는 한 가지의 마법(魔法)에 걸린 상태였다. 심마제혼대법(心魔制魂大法). 지금 그의 혼백은 백의인의 손아귀 안에 있는 것이었다. 백의인은 무정(無情)히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 여인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라." "…" "나는 비타존(飛陀尊)! 어서 나를 객로합하(喀老哈河)로 데려다 다오! 그렇게 말하면 된다!" "나는 비타존! 어서 나를 객로합하로 데려다 달라고요?" "그렇다!" 백의인은 신비롭게 말한 다음, 품 안에서 면구(面具) 한 장과 단약 한 알을 꺼냈다. "자, 이것을 얼굴에 쓰고 이 단약을 먹어라! 그러면… 앞으로 보름 간 괴력을 쓰게 될 것이다!" "주… 주인! 흐흑… 감사합니다!" 흑의인은 흐느끼다가 두 가지 물건을 건네 받았다. 잠시 후, 그는 인피면구로 얼굴을 가린 다음 군봉 위로 날아올랐다. 단약을 먹었기 때문일까? 그의 신법은 너무나도 빠르고 정교했다. "훗훗… 삼십 년 간 기다리던 때가 되었다. 훗훗, 변황삼파가 한 자리에 모이기만을 학수고대했었지!" 백의인의 눈빛이 아주 차가워졌다. '마제갈은 교활한 계집이다. 훗훗, 무슨 일이 있어도 혈수미교와 해궁검파를 교란시키고… 그 놈을 데려고 떠날 것이다.' 사악(邪惡)한 눈빛. 그의 눈빛은 밤의 느낌보다도 더 음험했다. "훗훗… 혈수미교와 해궁검파는 미친 듯 그 뒤를 쫓을 것이다. 그리고 비타궁에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훗훗, 그렇게 되기만 하면 된다!" 백의인이 쾌재를 부를 때, 파공성이 들리며 흑의복면인 하나가 앞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탑주! 그… 그 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자라니?" "폭… 폭풍마검(暴風魔劍)이라는 자가 아주 무섭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자가 나타났습니다." "흠, 피라미 한 마리에 동요되면 되느냐? 당장 최명사자(催命使者)를 보내 놈을 죽여라!" 백의인은 차게 말한 다음, 위로 날아올랐다. 그는 소리도 없이 모습을 감췄다. 흑의복면인은 그가 멀리 사라진 후에야 허리를 폈다. '탑주는 무서운 분이시다. 그의 종이 된 이유는, 그의 적(敵)이어서는 천수대로 살 수 없다는 이치를 알았기 때문이지.' 흑의복면인은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숲 속으로 사라져 갔다. 달이 흑운(黑雲)에 감춰져 어둠이 더욱 심할 때. 군봉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변황제일인을 잡아야 흑막이 풀린다." 호료범이 군봉 꼭대기를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산세는 갈수록 가파랐다. 호료범은 칠절성 전력으로 육지비행술을 시전했다. 그는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칠십여 장씩을 전진했다. 얼마를 갔을까? 울퉁불퉁한 바위 비탈길을 지나려 할 때, 허공을 가르며 날아드는 붉은 무엇이 있었다. 팍-! 돌에서 불똥이 튄다. 바위에 푹 박히며 고정되는 것은, 하나의 홍패(紅牌)였다. <흑혈최명패(黑血催命牌)> 홍패에는 그런 다섯 자 글씨가 박혀 있었다. "훗훗… 나를 향해 던져진 것이란 말인가?" 호료범은 홍패의 글을 보고 피식 웃었고. "흐흐… 폭풍마검이라는 자! 그 자리에서 머리를 깨어 자결한다면, 관에 담아 묻어 주겠다만… 버틴다면, 갈기갈기 찢어 들개의 밥으로 만들겠다!" 바위 위로 불쑥 나타나는 자가 있었다. 눈빛이 아주 파랗고, 키가 왜소한 흑의복면인. 그의 옷자락에는 붉은 탑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저 표식은 흑혈탑의 표식인데?' 호료범은 그를 쓸어 보다가 손바닥으로 턱면을 쓰다듬었다. "먼젓번 미친 개같이 도망간 자의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냐?" "훗훗… 흑혈탑의 법대로 할 뿐이다. 사자의 청을 거절하는 자는… 훗훗, 최명사자에게 죽는 것이 바로 그 법이다!" 최명사자는 독랄히 말한 다음, 다섯 손가락을 폈다. 위이잉-! 그의 다섯 손가락이 시뻘겋게 달아오르자. "광양무극지력(光陽無極指力)은 정파의 수법인데?" 호료범은 즉시 그 수법을 알아봤다. "훗훗… 흑혈탑은 바로 정(正)이다. 흑혈탑의 모든 수법이 정파의 수법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최명사자는 잔혹히 말하다가 오 지(指)를 뻣뻣이 폈다. 츠측- 츠-! 뜨거운 지강(指剛)이 물밀듯 쏟아졌다. '흑혈탑에 있는 자들은 모두 고수다. 그러나… 나를 상대로 정파 수법을 쓰는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이지.' 호료범은 지력이 다가서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가볍게 틀었다. "금리도천파(金鯉倒穿波)가 네 수법에 극성(克性)이라는 것도 배웠느냐?" 호료범은 비웃으며 허공에서 또 한 번 몸을 틀었다. 휘휙-! 연대팔품(蓮臺八品). 그의 몸이 여덟 개로 나뉘어지자. "으으, 네놈이 단신으로 개방을 장악하고… 칠절미인을 조롱한 것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구나!" 최명사자는 아연실색하며 위로 떠올랐다. '도망가자! 이 자는 상상 이상이다. 탑주는 이 자를 너무 간과했다.' 그는 겁을 집어먹고 아주 높이 날아올랐다. 십칠 장 떠올랐을까? "흥! 네가 어찌 무당 초식을 쓰느냐?" 호료범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 위쪽에서 났다. "어어엇? 벌써 나를 추월하다니…?" 최명사자는 호료범이 자신의 머리 위쪽에 있음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순간. "북해곤룡(北海困龍)-!" 호료범의 오른손이 집게같이 벌어지더니. 팍-! "으으윽…!" 최명사자의 손목이 아주 정확히 호료범의 손아귀에 걸려들었다. "훗훗… 노괴의 얼굴이 자못 궁금한데?" 호료범은 그를 잡아 들고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나… 나의 복면을 벗기지 마라. 으으, 나를 죽여도 좋으니… 제… 제발 나의 복면은 벗기지 마라!" 최명사자의 눈빛이 여지없이 흐트러졌다. "훗훗… 그렇게 말하니, 더욱 궁금하군!" 호료범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자. "나의 얼굴이 나타나면, 세상이 어지러워진다. 모르는 체 그… 그냥 나를 죽여 다오. 부탁이다!" 최명사자가 하소연할 때. 찌이익-! 호료범은 그의 복면을 길게 찢어 냈다. 복면 속에서 나타나는 얼굴, 그 얼굴은 호료범이 한 번 본 바 있는 얼굴이었다. "…" 호료범은 도저히 상상치 못했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복면 안에 있던 얼굴, 그 얼굴은 육합의문의 호법이었던 무당 함곡자의 얼굴이 아닌가? "결… 결국 못 볼 것을 보는군. 크으으…!" 함곡자의 얼굴을 한 자는 중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딱-! 그의 입 안에서 단약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의 코에서 검붉은 핏물이 주르르 흘러 나왔다. "독… 독약을 물고 있다가 자결하다니…!" 호료범은 뒷머리에 철퇴를 맞은 기분이 됐다. 뻣뻣하게 굳어 가는 최명사자의 시신(屍身). 그는 거기에서 오랫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이었다. <제2권에 계속>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