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골프를 시작한 건 1999년 2월이었습니다.
당시 국산 골프채 랭스필드를 잘 아는 지인이 선물하여 얼떨결에 시작했지요
그 당시는 지하...이런 건 없었던 것 같고 바로 그물망 쳐진 실외 연습장에 등록하고
사부님 모시고...쿠폰사서 똑닥이 1달 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한 3달 열심히 다녔는데...실전을 하러 가자는 지인의 재촉에 심적 부담이 만땅(?)하여
요핑계 저핑계로 피해 다니다가 12월에서야 청주 그랜드에서 머리를 얹었습니다.
어떻게 쳤는지는 전혀 기억도 나지 않고...호수가 있는 홀에서 공이 호수의 얼음을 맞고
튀어나와 다같이 웃었던 기억만 납니다.
2000년 직장관계로 근무지가 미국 동부지역으로 바뀌면서 골프가 저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금요일 미국 도착하고 다음날 토요일 바로 2팀을 만들어 펜실베니아 가까운...아마 프린스턴
정도 거리에 있는 퍼블릭에서 각자 30불 내고 빼먹기 시합으로 시작했지요
백돌이 4명이 입에 침튀기며 내기를 했으니 얼마나 진도가 안 나갔겠습니까?
3홀 정도에 있는데 골프장 ranger가 오더니 좀 빨리 치라고 성화가 대단하더군요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driving range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출근전에 가면 $20에 135개 연습공을 2박스 줍니다. 6시에 문 열자마자 가서
7시 반까지 다치고 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후에 다시 $20 짜리 하나를 사서 연습했지요
전혀 사부님을 모실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이라서...애매 하더군요
토/일요일에는 오전 내내 가족과 함께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보냈지요
270개 공 중에서 바로 날아가는 공은 거의 10% 미만이었던 같습니다.
보다 못한 동료 부인이 제 집사람에게 xx아빠는 골프 안 치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우리가 누구입니까?
의지의 한국인...
묵묵히 저만의 폼으로 저만의 리듬으로 6개월을 독학하자 나름대로 공이 나가더군요.
그래서 폼이 아주 개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폼으로는 세계에서 제가 제일 잘 친다는 자부심은 있지요
그때부터 매주말 2번의 라운딩
나갈때는 씩씩하고 용감하게 출전했으나 집으로 올때면 항상 뭔가 20% 부족한 느낌으로.
그렇게 겨우 100을 깨고 이제 즐길만할 때
직장이 미국 서부로 옮기게 됩니다.
애들하고 같이 서부로 옮기자니 여러가지 진학문제...등이 겹쳐서 저 혼자 서부로 가기로 결정했지요.
그래서 1년 반 정도를 미국내에서 기러기 부부가 되었습니다.
서부는 1년내내 골프치기에 날씨도 좋고, 비용도 저렴하며, 예약은 아예 할 필요도 없더군요
매일 근무마치면 햄버거 하나 먹고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4시간 정도
밤 10시 넘어서 집에와서 씻고 자면 되니까요...
주말은 왠만하면 36홀 플레이...
2달이 채 가지않아서 스코어가 한자리 숫자가 되더군요.
어떤 날은 9홀에 버디 3개까지도...
그러면서 같이 join해서 치는 미국인들과 보조를 마추려니 언제나 blue tee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골프관련 영어 배우기는 덤으로...
2005년 여름이 시작할 무렵 한국으로 다시 발령이 났지요
미국에서 배운 골프실력을 보자는 주위의 동료들 초대 라운딩에서
참 많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났지요...그 중에서 재미있는 몇몇개는
- 썬힐에서 저와 제 동반자가 1분 사이에 동시에 이글을 했고(캐디가 거의 까물어졌다는...)
- SKY 72 오션에서 홀인원했는데 자동차경품을 못 탓다는 불운
- 8월 15일 강촌 27홀 라운드에서 골프에서 60만원을 땄는데 오다가 차가 막혀서 고스톱쳐서 70만원 잃었다는 전설
- 머리 올리는 신삥 2사람 데리고 가서 1번홀 부터 4번홀까지 연달아 버디하고 전반 3언더, 후반 6오버친 미친샷
2010년에 다시 미국으로 와서 주말 골퍼로 되돌아 왔습니다.
요즘은 도당체 전의가 불타 오르질 않습니다.
드라이버가 감겨도 그만...아이언이 삑사리나도 그만...뭘 어떻게 잘 해 보겠다는 의욕이 별로 없으니
골프 실력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골프치러 갈 때마다 골프백에 양주나 조금 가지고 가서 홀짝거리며 마시는
새롭게 창조한 재미에 쏙 빠져 버렸습니다.
내일이 2월 2일 토요일인데...
시들해진 골심을 애달파 하면서
뭔 돌파구가 없을까하고 궁리하다가
횡설수설 넉두리를 합니다.
즐골하시길...그리고 의욕이 왕성할때가 축복받은 때이니 부디 즐골하시길...
첫댓글 모든게 불 타오르는것도 한 때인가봅니다.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도 해봤기에
이젠 덤덤하게 즐기시나봅니다.
그저 부러울뿐입니다....ㅎ
정말 한때인것 같습니다. 요즘은 파 3홀에서만 내기를 하는 방식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새롭게 창조한 재미 좋은데요 ㅋㅋ
하지만 여전히 행복하시니 문제 없으시네요^^
네 뭐 가장 큰 문제는 의욕이 없어진다는 점이지요? 그게 문제입니다만...
초원을 보면 자꾸 걸어보고픈 다양한 생각들(문외한 시절)
먼저-몽골사막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얼마나 영광이냐구요!(초원 입성 세러머니 막 ~ 질렀죠)
먼저 술먹고 망아지처럼 뛰고프지요. 머리올릴 때 공은 안보이고 초원만 보이던 환상들 ㅎㅎㅎ
멀미가 가라앉고 양치기처럼 심심해지면 골프란걸 또또 치껬죠 !
심심하면 나타나는 고놈. 늑대 대가리든 두더지든 까리라. 집중해서리. 후후
(저가 원래부터 승부근성,끈기가 없어서리..3개월쯤 김프로님이 나를 꼬시던 말씀중에서 ..)
저는 초원을 보니 설원이 그립던데요? 늑대 대가리까기는 솔직이 생각을 못해봤는데요...내리막 라이에서 8번 아이언으로 대가리까서 130야드 온 시킬려는 시도는 자주 합니다만...
공은 내편이구요, 양을 헤치는 늑대들 ,논둑을 헤집는 두더지를 잡아야 진정 골퍼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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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십니다. 뭔가든지 습관을 가진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습관이고요...거기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건 더좋은 마음가짐이겠지요
그리구 시간이 흐르면 뭐든지 흥미가 잃게되는거 같더군요
새로운 기술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필드에서 시험해 보세요
안그래도 몇 가지 시도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만...그 중의 하나가 특허를 내 볼까? 하는 아이템이 있어서 연구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비우는 골프 단계에 득도하신것같습니다.
비워야 채워지는데 잼없어도 즐길줄아는 골프의 시작인듯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평생에 걸쳐 오래 즐기는 골프, 18홀 내내가 아닌 순간을 골프와 관련된 내기를 개발하여 실전에 써 먹어볼까? 연구중입니데이~~~
변하는거지여 즐거움이다르니
내기 방법, 치는 방법, 게임 룰을 변경하여 변종 3종 set 게임을 연구해서 올해는 실험해 볼까? 합니다만...
자신의 폼으로는 세계 일등,,,ㅋㅋㅋ,,,훌륭하십니다,,,^^
네 가장 자신있는 부분이죠...남들도 다 인정한다는..
가진자의 여유인듯 싶네요.....부럽습니다..즐골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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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요...좋은 아이디어를 주시어 감사합니다
이제는 그냥 골프장에서 보기정도만하고 동반자들과 즐겁게 시간떼우고 오는게 좋습니다..............늙어서 그런가봐용....저두.........ㅎㅎㅎ
그쵸? 그래도 핸디 12개는 유지해야 하는데...고민입니다.
외국에서 오래동안 생활했던 사람이라 그마음 이해가 갑니다 그래도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건 아직 없더군요..전 골프 50년 채우고 그만둘 생각입니다 ..ㅎㅎ
네 좋은 목표십니다...그대로 주~욱~ 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