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종미(28ㆍ여)씨는 이 달 초 참석한 고교 동창회에서
한 친구가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서로 비교해본 결과 두 상품에 달린 라벨 내용은 차이가 없었으나
정씨의 옷 색감이나 질, 봉제상태가 좋지 않았다.
정씨는 수도권 한 아웃렛에서 구입한 자신의 옷이
‘아웃렛’용으로 기획된 제품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기분이 상했다.
정씨는 “아웃렛은 백화점에서 이월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아예 질이 떨어지는 기획상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수도권 지역에 급속도로 늘고 있는 아웃렛과 속칭 ‘로데오거리’에 ‘
짝퉁’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당초 아웃렛은 백화점 등에서 팔고 남은 재고품을 30~50% 가량 싸게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졌으나 수도권 지역에 급속히 늘어나면서
공급이 달리자 각 업체들이 본제품 디자인 등을 모방해
해외에서 제작한 후 대량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이미 판매된 상품의 디자인을 모방한데다 저가의 원단ㆍ
부자재 사용을 사용해 봉제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본제품과의 차이를 나타내는 표시가 전혀 없어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서울 목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N사 매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재고품은 치수나 디자인,
수량 등이 한정적이라 ‘기획 상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류회사들은 최근 2, 3년 사이 아웃렛을 겨냥한
‘기획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상설매장에는 본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기획상품이 40%를 넘기도 한다.
이처럼 저가 기획상품이 늘어나는 것은 최근 들어 아웃렛이 급속히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17일 브랜드 상설매장업체측에 따르면 1992년 서울 문정동에 유명브랜드
상설할인매장 점포가 100여개 모인 ‘로데오거리’가
서울 문정동 일대에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목동, 건대, 창동, 경기 고양,
수원, 김포, 의정부 등 수도권 전역에 ‘로데오 거리’가 들어서고 있다.
또한 신세계 첼시가 지난달 경기 여주에 명품브랜드 상설매장을 개점했으며 다른
대기업들도 수도권 곳곳에 상설할인매장 거리 또는 아웃렛 쇼핑몰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이남희(48) 섬유식품팀장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야 하지만 의류의 경우 제조년월,
상품설명 등의 기재는 권고사항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질 않는다”면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의류 구입시 소비자 스스로 확인할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