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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화정 사도
사도는 여수시 화정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0.36km2, 해안선 길이 6.4km, 산 높이 25m, 인구는 27가구 47명(2016년)이다. 여수에서 27km 떨어져 있는데, 동북쪽에 화양면, 북서쪽에 고흥반도가 자리잡고 있다.지명 유래를 보면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 하여 모래 사(沙) 자와 호수 호(湖) 자를 써 '사호도(沙湖島)'라 불렀는데 행정구역 개편 때 '사도(沙島)'라 하였다고 한다. 또 하나의 유래로는 섬 주위에 모래가 많아 '사도'라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성주 배씨(星州裴氏)가 정착지를 찾아다니다가 사도에 해초류가 많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섬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08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에 선정되기도 한 사도는 공룡이 뛰놀았다던 흔적과는 달리, 공룡 몸집에는 어울리지 않게 작고 아담하다. 공룡이 남기고 간 신기루 같은 섬이 사도이다.
사도 해안은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용암이 흘렀던 흔적과 공룡발자국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우리나라 남해안은 공룡들의 천국이었던 모양이다. 공룡이 뛰어다니고 익룡이 날아다녔던 흔적들이 전남의 해남이나 보성, 화순, 여수, 그리고 경남 고성 등지에서 발견된다. 이 가운데 여수 사도(沙島)는 천연기념물인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도 유명하다. 주변에 있는 추도, 낭도, 목도, 적금도 등에서도 발견되는 이 화석들은 8천만 년에서 9천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시대의 것들로 무려 3,546점이나 된다. 공룡알이 없어 아쉽지만 발자국 수를 기준하여 보면 우리나라에 가장 많다. 특히 추도에는 세계 최대 길이인 84m나 되는 공룡들의 발자국 행렬이 발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화려했던 옛날을 떠올리듯 거대한 공룡 모형 두 마리가 반긴다. 일단 거대한 공룡 모형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사도관광센터를 지나면 입구에 '신비의 모래섬(사도)'라는 마을표지석이 있다. 관광안내소 앞에는 열대식물들이 반갑게 맞아 열대지방에 관광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관광안내소 우측 길을 돌아가면 산책로 초입에 '데이노니쿠스'라는 귀여운 아기 공룡이 풀밭에서 사람을 놀라게 한다. 바로 옆에는 화석층에서 복제한 발 크기가 33cm나 되는 공룡의 발바닥 모형이 있는데 화석 바위의 공룡 발자국을 구분하려면 여기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 두어야 한다.
해안에는 공룡발자국 화석지를 중심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사도마을공원은 마을의 가까운 곳인 서북쪽에 있는데, 모래 위에 잔디가 자라고 있으며, 잔디 위에는 드문드문 수백 년 된 푸르른 소나무와 느릅나무가 서식하고 있다. 공원 바닥은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다. 사도의 담장은 추도의 담장과 함께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다. 돌담은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로써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사도는 섬과 섬 사이가 멀지 않아 함께 산책하기가 좋고 새롭게 조성된 벚나무공원, 전통한옥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를 즐기기에 좋다.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공원 언덕에 앉으면 맞은편 낭도리가 보인다. 사도와 가장 가까운 섬이다. 그리고 중도의 울창한 상록수림은 영화 '쥐라기공원'에 나오는 이슬라누블라섬을 닮았다. 하지만 담쟁이덩굴이 멋스러운 돌담길과 아담한 지붕, 그리고 텃밭에서 김을 매는 짙은 주름살의 섬마을 노인을 만나면 이곳이 한때 공룡섬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도에도 추도와 마찬가지로 공룡 발자국 화석이 지천이다. 간뎃섬과 연결된 다리 아래 퇴적암층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다.
사도는 여수항에서 남서쪽으로 27km, 배로 두 시간 남짓 가는 거리이지만 지금은 육지와 백야대교로 연륙된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시간에 갈 수 있다. 백야도의 선착장에 이르면 태평양해운에서 카페리3호가 하루 3번 왕복하며, 출발 시간은 오전 8시,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50분이다. 여객선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소곤소곤 밀어를 나누는 백야도, 상화도, 하화도, 낭도 등 크고 작은 섬 사이를 미끄러지자 막 바다로 뛰어드는 공룡 형상의 추도가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사도 관광은 마을 뒤편 언덕의 산책로에서 시작된다. 천천히 걷기에 딱 좋다. 새파란 마늘밭을 지나 벼랑 위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노송이 우거진 산책로. 발끝에선 아직 지지 않은 새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해국이 스친다. 벼랑 위 전망대에선 벤치에 앉아 모든 걸 잊고 망망한 바다만을 바라볼 수 있다. 쪽빛의 바다 위로 햇살이 떨어지고 부드러운 남녘의 바람이 불어온다. 정상 높이는 고작 25m다. 전망대에 올랐다. 기묘한 모습의 해송 고목 가지 사이로 푸른 바다와 한가롭게 떠있는 낚싯배, 그리고 갯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사도의 공룡발자국은 고흥 나로도의 우주발사기지를 바라보는 절벽 아래의 갯바위에 새겨져 있다. 오른쪽으로는 멀리 고흥 외나로도가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에는 그림같이 예쁘고 아기자기한 사도해수욕장이 보인다. 그리고 퇴적암층도 눈앞에 선하다.
벼랑 아래는 책상만 한 혹은 장롱만 한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해안을 메우고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꼭 공룡알이다. 화산폭발 때 생긴 부산물이라고 한다. 건너편 낭도의 하얀 등대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공룡발자국 화석과 물결무늬 화석인 연흔(連痕)은 사도와 간도를 연결하는 사도교 주변에서도 발견된다. 이곳이 공룡의 놀이터다. 간도로 가는 다리 아래 공룡화석지가 있다. 공룡들의 발자국이 퇴적층 위에 선명하다.
예전 이곳은 진땅, 앞쪽 바다는 거대한 호수였다고 추정된다. 호수로 향하던 공룡이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고 굳어진 자국 위로 흙바람이 불어와 모래가 덮었다가 사암층이 벗겨지며 다시 그 발자국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이 7,000만년의 시간이 흘렀다. 두꺼운 종이를 쌓아놓은 형상의 퇴적층에는 육식공룡이 호수의 먹이를 향해 달려간 듯 발가락 끝이 뾰족하고 삼지창을 닮은 발자국이 선명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해안산책로를 따라가면 간도와 시루섬을 잇는, 양쪽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양면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모래해변이 드러난다. 양쪽이 바다로 트인 해수욕장의 모래는 잘게 부서진 조개껍질로 햇빛이 구름속에서 고개를 내밀 때마다 영롱한 진주처럼 빛난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사장이라 빛이 희고 곱다. 모래 위에는 지난밤 달빛 아래 놀다 간 해달의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해수욕장의 길이는 약 2km이고 폭은 50m, 수심은 1m 정도다. 해수욕장 주변에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바닷가 전체가 모래로 되어 있다. 모래는 가늘고 단단하다.
장사도와 시루섬은 양면해수욕장과 연결되는 거대한 바위군락으로 이어져 있다. 장사도는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건널 수 있지만, 시루섬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바둑판처럼 늘어져 있어 언제나 걸어갈 수 있다. 시루섬은 기암의 천국이자 수석 전시장이다. 시루와 닮았다는 시루섬은 왕성한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 입구의 거북바위는 거북이 머리를 쳐들고 있는 형상으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발명한 모티프가 됐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단발머리 소녀바위와 이마와 코의 선이 조각작품처럼 정교한 얼굴바위를 돌아 들어가면 높은 돌천정을 갖춘 야외음악당 모양 같은, 200여 명이 앉아도 넉넉한 멍석바위가 있다. 멍석바위와 바다에 파여 지붕처럼 형성된 처마바위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시루섬의 비경은 얼굴바위 뒤편에 숨어 있다. 병풍바위로 불리는, 절벽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바위는 이순신 장군이 앉아 쉬었다는 장군바위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작전을 구상했다고 한다. 고래 모양의 큼직한 고래바위, 커다란 단지 모양의 복바위가 멍석바위에 함께 놓여 있다. 장군바위와 병풍바위가 보는 위치에 따라 만들어내는 풍경도 장관이지만, 모진 해풍을 맞으면서도 수직 벽에서 노란 꽃을 피운 나리꽃의 생명력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시루섬 최고의 걸작품은 30여 미터 길이의 용미암이다. 용암에 쓸려 내려가던 나무가 화석이 된 규화목과 용암이 바다로 흘러내리다 급격하게 식으면서 형성된 용(龍) 모양을 하고 있다. 유독 푸른색을 띤 바위가 꼬리를 바다에 드리운 채 바위섬에 머리를 묻고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용미암의 머리가 제주도의 용두암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 바위 부근의 거대한 바위 속에는 또렷한 형태의 규화목(硅化木)이 박혀 있는가 하면, 그 위쪽의 갯바위에는 공룡들이 줄지어 이동한 발자국 화석이 방금 전에 찍힌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다.
사도는 접근성이 좋고 아름답기까지 해 그야말로 보배섬이라 할 수 있다.본섬인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와 중도(간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7개의 섬이 빙 둘러 마주하고 있다. 사도 왼쪽의 연목과 나끝은 방파제로, 오른쪽 간도는 석교로 각각 연결돼 있다. 또 간도와 이웃한 시루섬과 장사도는 각각 모래해변과 바윗돌 지대로 이어져 있다. 추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6개 섬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일명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자연현상이 일어나면 사도와 추도의 인근 바다는 폭이 약 10m, 길이 3km 정도의 큰 길이 만들어진다. 특히 음력 정월 대보름이나 2월 보름을 전후로 2~3일 동안과 4, 5월에 가장 규모가 큰 자연현상이 일어나 썰물 때마다 사도와 추도 사이의 약 750m 바닷길이 10m의 폭으로 열려 장관을 이룬다.
본도와 추도, 간도, 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의 섬이 ᄃ자로 연결돼 1개의 섬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크고 환상적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구간은 사도와 추도 사이로 청각, 미역 등의 해초도 채취할 수 있다. 이렇게 섬과 섬 사이로 열리는 바닷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다. 평소에 드러나지 않던 암초가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도에만 60가구가 넘게 살던 부자 섬이었다. 1950년대에는 500여 명의 주민이 살았고, 초등학생만도 90여 명이었다. 뛰어난 고기잡이 기술을 가진 사도주민들은 칠산 바다에서 조기잡이가 한창일 때 대여섯 척의 조기잡이 배와 30여 척의 작은 거룻배들이 있었다. 먼 바다와 가까운 바다의 경계에 있어 섬 주변은 항상 물고기가 득실댔다. 사도 사람들은 어선을 상대로 고기를 거둬 내다 파는 상고선(상선)도 많이 보유했다. 큰 배에 20~30개 큰 항아리를 채우고 바다로 나가 어선에서 잡은 고기를 거둬 소금에 차곡차곡 절여 쌓고 그 독들이 다 차면 멀리 경남 마산까지 가서 팔아 많은 수입을 올렸다. 그래서 섬에는 돈이 많았고, 주민들은 인근 낭도에 농사지을 경작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다 1959년 9월 추석 무렵, 전국적으로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라호 태풍이 사도를 덮쳤을 때 직격탄을 맞았다. 사도주민들의 생명줄이자 희망이었던 30여 척의 배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학교 옆의 아름답던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 그 좋은 모래가 다 휩쓸려가 버리고 많은 주민들도 섬을 떠났다. 그 사건 이후 지금도 사도에서는 고기잡이배를 바다에 띄우지 않는다. 결국 지금은 더 이상 젊은이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1954년 개교한 여산초등학교 사도분교는 1996년 폐교된 뒤, 지금은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수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는 여성 독거노인이 많으며, 민박과 해산물 채취, 고구마와 마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흔히 섬에서 많이 보는 고깃배는 한두 척으로 근처에 잠깐 나가 반찬거리를 잡아올 정도이다. 특히 사도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양식'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독거노인을 제외한 나머지 주민들은 대부분 민박집 등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도에는 거의 모든 집에서 민박이 가능하고 해수욕장 주변의 야영 시설도 잘 되어 불편함은 없다.
또한 사도는 워낙 작은 섬이라 오토바이는 고사하고 자전거조차도 볼 수 없다. 본도와 추도 사이는 어선으로 오가는 실정이나 본도와 간도, 중도 초입까지 각 400m의 해안도로가 나 있어 걸어서 이동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다. 마을을 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인기척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주말이나 휴일에는 제법 사람들이 찾아와서 활기를 띤다.
심 산
거북바위▼
얼굴바위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