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21]“Mr. PRESIDENT” “미스터 프레지던트”
문재인 대통령의 선호選好와 상관없이 ‘탁현민’이라는 이름 석 자는 들어보았으리라. 나도 그를 자세히 모르지만, 2017년 대통령 행사기획 선임행정관으로 임명했는데, 과거 어느 시절 썼다던가, 말했다던가 여성 비하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중도하차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끝내 2019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2020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그를 중용했다던가. 그가 최근 책을 냈다.
『Mr. PRESIDENT(미스터 프레지던트)』(메디치미디어 2023년 1월 발행, 436쪽. 22000원)가 그것이다. 내 돈으로 살 턱은 없지만, 아내가 이미 사놓은지라 순전히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재밌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었다. 문재인정부 5년 1825일, 대통령과 관련한 국가행사가 총 1195개가 있었다한다. 그중에 자신이 거의 전적으로 기획하고 연출한 대표적인 국가기념식, 대통령 행사, 외교 행사 등 60여개에 대하여 담담하게 기술한 모음집이다. 기획과 연출의도, 어려움, 성과, 칭찬과 비난 등의 논란 등을 가감없이(?) 쓴 것인데, 누구라도 뒷이야기(behind story)와 야사野史는 흥미롭지 않겠는가.
어느 국가기념식(광복절, 삼일절, 판문점정상회담 1주년 기념식 등)을 시청할 때, 우리의 정서를 심히 자극하여 울컥하게 만든 배경에는, 탁현민만이 할 수 있는 탁월한 연출력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방면에는 소위 ‘선수이자 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직도 그를 비난하는 몇몇 인사들의 말을 들었다. 예전의 그의 언행을 차치하고, 거의 모든 국가행사를 ‘이벤트성’으로 하는 바람에 “마치 무슨 쇼보는 것같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자연스럽다기보다 인위적인 게 많다는 것으로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문재인정부에서 모든 행사의 기획연출을 도맡아 진행하며 애쓴 그의 헌신과 공로에 대해 몇 번이고 칭찬을 해주는 게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의 진심眞心과 선의善意가 충분히 엿보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재주가 출중하여도, 일상생활에서 ‘긴장의 연속’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박수를 보내도 될 것이다. 예전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책들을 보면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의 글쓰기’이다. 그가 모신 대통령이 퇴임 후, 그에 관한 이야기로 유명 강사와 방송인이 된 사람들이 있다(강원국 등). 게다가 청와대 주방장도 글을 쓰면 한 편의 드라마도 되지 않던가. 그런데, 의전 관련 이런 깔끔한 글을 정리하고 책으로 펴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어디 긴장緊張만 하겠는가. 몇 날 며칠 고심苦心한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피는 또 얼마나 말렸을 것인가. 그런데도 칭찬보다는 비난 일색이다. ‘홍보는 못하면 역적이요, 잘해야 본전이다’는 속설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나도 전직 홍보맨으로서 충분히 공감가는 대목이 많았다. 의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모든 행사의 90%는 의전이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요즈음, 그(탁현민)가 ‘김어준 프로’ 등 유튜브에 등장한 것을 한두 번 본 적이 있다. 그가 바라보는 윤석열정부의 의전儀典은, 소위 ‘기본ABC’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평이다. ‘의전 지옥’이라고까지 혹평하는 몇 가지 사례를 든 것을 보면서, 이 책과 견주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글들은, 이 책은 아마추어와 프로가 어떻게 다른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정치를 해본 사람이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국가 의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아마추어가 결코 용납될 수 없는데도, 연거푸 ‘의전 실수’가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의전비서관 문제가 아닌 것같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주인공의 막무가내식 ‘막가파 언행’이, 국가 의전을 무색하게 한 게 벌써 무릇 기하인가. 국가세금, 소위 ‘나랏돈’은 공짜로 먹을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애썼고 잘했다. 탁현민! 이제 그 무거운 자리를 내려왔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문화기획 연출을 맘놓고, 맘대로 하기 바란다.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시라!
이 책의 문은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로 열려서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퇴장하시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송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문이 닫혔다. 멋진 피날레! 탁현민! 당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김정숙 여사 그리고 문재인정부 5년을 이끌어온 모든 공직자 여러분들의 행운과 발전을 빈다.
첫댓글 <미스터 프레지던트의 유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면 알겠지만 미국 독립 후 남북전쟁 때까지도 미국(남부)은 유럽 왕조, 귀족 문화의 연속이었다.
청교도라면서 심지어 종교적 마녀사냥도 남아 있었다.
미국 영화 '주홍글씨'는 그나마 양반이었다 ㅠ
미국 독립 후 초대 대통령이었던 워싱턴 정부 관료들은 (직전 유럽 왕에 대한 호칭을 답습하여) '대통령 폐하(Mr. president your majesty)' 등으로 불렀다.
직장생활을 잘한ㅎ 친구들은 어떤 상황인지 잘 알겠지만 그냥 기존 회사 분위기(사회적 관습)을 답습하는 부하 직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호칭이었다 ㅎ
그런 호칭을 누리지 않고 낯 간지러워 했던 워싱턴이 '그러지 말고 그냥 Mr. president 라고만 하라고 해서 오늘날 대통령에 대한 영어 호칭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소개하면서 왜 노무현 생각이 나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