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평, 심수관 말고도 다른 사람 얘기도 많지만
특별히 '업무상' 일본도자기의 시조로서 두 사람 글이
눈에 띄네요.
역도산, 소설가 김달수, 이회성 얘기도 좋습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오가며 쉽게 읽히는 책.
- 김산
*
슬픈 열도 - 영원한 이방인 사백 년의 기록
김충식 (지은이) | 효형출판 / 정가 9,800원
역사상 일본에서 활동한 한국인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삶에 드러난 명암을 살핀 책
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 조공들, 갑신정변에 실패하고 일본으로 도
피했으나 그 곳에서 암살당한 김옥균, '조선인' '일본인'도 아닌 '세계인'이 되기
를 꿈꿨다고 전해지는 프로레슬러 역도산까지 10여명의 인물을 일본 전문가인 지은
이가 특유의 저널리스트적인 시각에서 탐구해 나간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일본인들의 '시마구니 곤조(島國根性)', 즉 섬나라 근성이라
불리는 일본 고유의 배타적 기질을 화두로 꺼낸다. 일본 내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한국인들의 삶은 곧 이 섬나라 근성과 투쟁해온 역사라는 것. 책은 이러한 인식 하
에 한·일 관계의 과거를 재조명하고,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구상할 것을 제안한다.
일본 최초의 자기를 구워 도자기의 시조라 추앙받는 도공 이삼평의 이야기와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수관 가문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그들의 후예로서 전쟁
이후 천황제를 지켜낸 인물로 평가받는 도고 시게노리, 함경도 출신의 씨름꾼으로
미국 선수들을 누르고 일본인들에게 승리감을 안겨준 역도산 등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일본 속에서 자신의 생존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이들의 투쟁을 보여준다.
책속에서 / 심수관가의 도자기는 일본 분위기를 풍긴다. 일본화에 흔히 나타나는
금색화와 채색화, 지극히 정치精熾하고 섬세한 조각과 투각 기술은 한국의 것이라
고 말하기도 어렵고, 또 조선 백자의 전통과도 다르다. 그래서 그가 자주 받는 질
문이 있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어 묻고 말았다.
"왜 한국 핏줄이면서 일본적인 도자기를 굽는가요?"
"도자기든 뭐든 모든 문화유산은 주어진 환경의 산물입니다. 도자기 역시 도토와
가마, 사람의 기술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죠. 한국처럼 도토가
흔치 않은 가고시마 화산지대에 떨어진 조선 도공들은 이곳에서 주어진 흙을 살려
도자기를 굽는 수밖에 없었죠. 조선 백자처럼 하얀 도자기는 구울 수 없었던 겁니
다."
그(15대 심수관)는 '일본인의 취향에 맞춰 상품화하다 보니 일본화했다'고 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은 '일본의 번주를 상대로, 일본인 고객을 상대로 팔다
보니 일본화한 것 아니냐'라고 묻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묻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 잔혹한 질문 같았다. - 본문 221~222쪽에서
지은이 / 김충식 - 28년간 현직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두 차례나 한국기자상을 받은
기자이며, 일본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