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전설 속의 거마(巨魔) 밤(夜). 눈(雪)은 밤에도 희다. 달(月)이 떠올라 있기 때문이었다. 바람이 자고 있기에, 설원(雪原)의 아름다움은 지금 극(極)에 달해 있었다. 나뭇잎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이대로 영속될 듯 보일 때, 검은 그림자 하나가 산기슭을 가로질렀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가장 큰 수확이 될 것이다!" 삐쩍 마른 복면인 하나가 산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몸이 나아가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펄럭이는 옷자락 위, 붉은 탑 하나가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는 점점 깊은 산곡(山谷)으로 접어들었다. 얼마를 갔을까? 흑의인영은 연기같이 흐르다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오르는 암벽(岩壁)을 보며 달리는 속도를 늦췄다. 대풍운애(大風雲涯). 거대한 암벽은 운중산(雲中山)에서 금지(禁地)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 곳에는 세상을 조롱하는 세 명의 괴마(怪魔)가 있었다. 운중산인(雲中山人), 천하대독마(天下大毒魔), 무상마검웅(無常魔劍雄) 남릉(南陵). 이들 셋은 대풍운애의 고동(古洞)에다가 소굴을 만들어 놓고, 산이 깊은 운중산의 신 행세를 했었다. 운중산인은 장법에 능했고, 천하대독마는 독술에 능했다. 무상마검웅은 마검법에 있어 달관의 경지에 이른 자였다. 이들은 밤을 틈타 천 리 밖까지 나가 미녀들을 납치해, 대풍운애로 잡아들였었다. 어디 그뿐인가? 고관대작의 자제들을 잡아 몸값을 받아 냈고, 표차(標車)를 털어 대풍운애 안의 고동을 황금동으로 만들었다. 그들 풍운삼마(風雲三魔)는 그런 일로 인해 녹림도(綠林道)에서도 배척을 받는 부류가 되었었다. 그들은 천하가 흉흉하자 그간 모아 놓은 재물을 이용해 은거(隱居)의 쾌락을 즐기며 세상을 잊었었다. 한데, 그들 셋이 한꺼번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대풍운애 어귀. 바위들이 칼산같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곳, 세 구의 시체가 을씨년스럽게 누워 있었다. 달 아래 누운 자들, 머리통이 수박통같이 으스러져 있는 자들은 바로 풍운삼마였다. 마도(魔道)에서도 버림받았을 정도로 음흉악랄한 자들. 죽은 지 며칠 된 듯 벌써 부패하기 시작한 세 구의 시체 곁에는 누가 세웠는지 모를 탑(塔)이 하나 있었다. 탑의 높이는 이 장. 거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마공(魔功)을 배우려는 자는 안으로 들라. 근골이 좋은 자를 가려, 풍운삼마를 죽일 재간을 전수하겠다.> 글씨는 한 자 깊이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빛이 조금 붉었다. 흑의복면인은 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 거마 하나가 풍운삼마를 일 초에 죽였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들 풍운삼마는 고수 중의 고수였는데…" 복면인의 눈빛은 아주 잔혹했다. '금강지를 이용해 글씨를 썼다면, 지금 풍운애에 머물러 있는 자의 내공은 사 갑자 정도다.' 그는 글씨의 깊이를 재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잘만 하면 호법급 고수 하나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천하통일의 순간이 다가왔으니, 천하의 모든 마도고수를 모아야 한다!" 복면인은 중얼거리며 절벽 쪽으로 다가섰다. 스무 걸음 정도 갔을까? "서라!" "멈춰라!" 호통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적의인(赤衣人)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 놀라운 것은, 둘 다 황금으로 만든 큰 장봉(長棒)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적의교(赤衣敎)> 그들의 옷자락에는 그런 글이 적혀 있었다. 둘 다 아주 추악하게 생긴 자이고, 백발이 성성했다. "적의교에 입교하여 왔다면, 우선 심사를 맡아야 한다!" "풍운삼마를 찾아온 자라면, 돌아가라. 풍운삼마는 저쪽에 시체로 누워 있으니까! 두 눈이 있는 이상, 그것쯤은 보고 왔겠지?" 두 사람의 목소리는 갈가마귀 우는 소리같이 음험했다. "두 분은 어떤 사람이오?" 흑의복면인은 아주 정중해졌다. "노부는 적의교 사호법 중 하나이신 적룡(赤龍)이다!" "노부는 적호(赤虎)다. 적의교에 입교하면, 우리들에게서 절기를 전수받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팔 척 길이 황금장(黃金杖)을 어깨에 둘러멨다. '적의교라고? 훗훗, 세상이 혼돈되자… 힘있는 자는 이 기회를 이용해 각자의 세력을 넓히려 하는군? 흠, 이 자들도 대단한데… 이 자들의 주인 되는 자는 어느 정도일까?' 흑의인은 눈을 껌벅이다가 자신의 옷자락을 쳐들었다. "이런 표식을 아시오?" 그는 붉은 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게 뭐냐?" "우리 어르신네들은 아주 오랜만에 강호에 나왔다. 말학후진(末學後進)들의 일은 알지 못한다!" 적룡과 적호가 어깨를 으쓱하자. "나는 흑혈탑(黑血塔)의 황금사자(黃金使者)요. 흑혈탑은 천하마도(天下魔道)의 일통회(一統會)이고! 본인은 풍운삼마를 죽인 기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왔소이다!" 황금사자는 조금 거만히 말한 다음,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적룡의 발 앞에 있던 바위와 적호의 발 아래 있던 바위 두 개가 모래로 화해 스르르 무너졌다. "어어엇…?" "보… 보통이 아니군?" 적룡과 적호가 깜짝 놀랄 때. "훗훗… 본인은 육십 년 전, 구주(九州)에 혈화(血花)를 뿌린 바 있던 구주신마웅(九州神魔雄)이오. 두 분 적의교 호법들에 비해 배분(輩分)상 그리 뒤지지 않는 사람이오!" 구주신마웅. 그는 벌써 오래 전에 죽었다고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일파의 주인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아니, 그는 과거 신마방(神魔幇)을 만들어 천하를 어지럽힌 바 있었다. 소림사의 고승들이 나서지 않았다면, 신마방은 꽤 거대한 세력이 되어 지금껏 천하를 좌지우지했으리라. 구주신마웅 광락! 그가 살아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남의 사자 노릇이나 하고 있다니… 적룡과 적호도 구주신마웅을 아는 듯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거만하지 못했다. 적룡이 초조한 기색을 하고 말했다. "적의교는 청년들을 모으고 있지, 노년고수들을 모으지 않소. 그러니… 어서 돌아가시오!" "구주신마웅과 시비를 벌이고 싶지 않소. 싸움을 일으킨다면, 장차 천하마도의 영웅들과 친해 보려고 적의교를 창설하신 교주께서 몹시 노여워하실 것이외다." 두 사람은 구주신마웅이라는 이름에 기가 질린 듯했다. "적의교의 뜻은… 바로 본탑의 뜻이오!" 구주신마웅의 눈빛은 번갯불보다 날카로웠다. "무… 무슨 뜻이오?" 적룡이 되묻자. "천하마도가 백도에 눌리는 이유는, 너무 가지가 많기 때문이 아니겠소?" "그… 그렇소!" "탑주는 그것을 아시고, 마도일통을 제창하셨소." "으으음…!" "이미 많은 사람들이 흑혈탑에 들었소. 적의교주가 어느 분이신지 모르나, 풍운삼마를 죽인 실력으로 본다면… 본탑에 들어 호법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오!" "그럼… 교주를 흑혈탑이란 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왔단 말이오?" "바로 그렇소!" 구주신마웅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대풍운애를 바라봤다. 그는 절벽 중간 즈음에 난 고동 하나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곳을 바라보며 입술을 벌렸다. "적의교주! 본인이 드는 것을 허락해 주시오. 이 일은 너무나도 중대한 일이오." 우르르릉-! 그의 천리전음술(千里傳音術)로 인해 절벽에서 산울림 소리가 났다. 절벽이 뒤흔들릴 때, 고동 안에서 아주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적룡과 적호! 온 사람을 본좌 앞으로 데리고 오라!" 누구의 목소리일까? 그의 목소리에는 구주신마웅의 목소리보다 더한 진기가 실려 있었다. "예… 엣!" "교주님! 명대로 하겠습니다!" 적룡과 적호의 대답 소리도 아주 커다랬다. 풍운동부(風雲洞府) 안. 황금으로 된 방 안에 황금 태사의를 놓고 앉아 있는 괴노인 하나가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두 명의 적의인이 있었다. 괴노인은 적색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핏빛이었다. 그의 눈빛도 핏빛이고, 두 손도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조금 졸린 듯한 눈빛을 하고 문 쪽을 보고 있었다. 두 명의 적의인과 함께 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구주신마웅, 그는 의자 위에 있는 사람을 보고 포권을 취했다. "적의교주요?" "그렇네. 현재 적의교의 인원은 본좌를 포함해 단 다섯이니, 이름뿐인 교주지. 하나, 한 달 안에 만 명을 모을 자신이 있다. 오 년 후라면… 일성(一省)을 차지할 자신이 있다!" "포부가 대단하시군요?" "훗훗…!" 적의교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적의교주가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일성을 얻는 데 그칠 것이나… 힘을 합하면, 장차 천하를 얻을 것이오. 어떻소?" "노부를 받아들일 만한 세력이 있단 말인가?" "물론이오! 본인 구주신마웅도 현재 주인을 모시고 있소! 교주가 어느 분이신지 잘 모르나…" 구주신마웅은 자신 있게 말하다가 갑자기 눈빛을 흩뜨렸다. 적의교주의 눈빛이 숯불같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눈알이 따갑다.' 갑자기 뻣뻣해졌다. 적의교주는 눈빛만으로 그를 금제해 버린 것이었다. "흐흐… 하늘을 모르는군?" 적의교주는 눈빛을 거두며 피식 웃었다. 그의 핏빛 머리카락은 아주 탐스러웠다. '설마… 설마… 그 사람이란 말인가?' 구주신마웅은 입 안이 마름을 느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다가 아래턱을 떨었다. "혹, 적… 적발신마(赤髮神魔)라는 분이 아니십니까?" "당세에 있어 본좌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니…!" "아아…!" 구주신마웅은 입을 딱 벌렸다. '적발신마가 살아 있다니… 적발신마라면 흑혈탑의 호법이 아니라, 태상호법도 될 만한 사람인데…!' 그는 감탄하다가 허리를 넙죽 숙였다. "고인을 몰라본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흐흐… 예의 있는 소장(少壯)이군?" "흑혈탑주의 얼굴에 먹칠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는 흑혈탑의 일개 사자일 뿐입니다!" "소년은 나이 백에 이미 절세적인 고수인데… 어이해 흑혈탑의 사자가 되었나? 차라리 노부의 호법이 되면 어떤가?" 적발신마의 목소리는 전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구주신마웅은 그제서야 막강한 금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말 두려운 자다. 이 자라면… 나를 죽이는 데 십 초를 쓰지 않을 것이다. 풍운삼마가 죽은 것은…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얼굴을 희게 물들인 다음, 목청을 돋웠다. "지금의 심정은 고기가 물을 만난 심정입니다!" "노부 사람이 되겠단 말인가?" "아니올시다!" "그럼?" "신마께서 흑혈탑 사람이 되어야지요?" "노부가 자네같이 흑혈탑의 하인 노릇을 하라고?" 적발신마의 눈빛이 더욱 강해졌다. "하인이라니요? 흑혈탑은 마도맹입니다. 장차 세상에 있어서는 흑혈탑을 따르는 사람만이 살게 될 것입니다!" "강호에 폭풍탑(暴風塔)이 있고, 육합의문(六合義門)의 멸폭맹(滅暴盟)이 있고, 변황에 삼파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흑혈탑이 천하를 얻는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적발신마가 인상을 찌푸리자. "대폭풍탑은 한 달 안에 무너질 것이고, 육합의문은 그 다음 날 무너집니다. 변황삼파는… 그 며칠 후, 사라집니다!" "자신만만하군!" "지금 변황삼파는 폭풍탑을 치러 가고 있고, 정파고수들은 모여 폭풍탑을 치려 하고 있습니다. 즉, 폭풍탑은 적이 많은 셈이지요." "하긴…!" "게다가 본탑이 폭풍탑을 노리고 있습니다. 폭풍탑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지요." "흑혈탑의 세력이 그 정도란 말인가?" "신마만한 고수는 많지 않으나, 본인만한 고수는 구름같이 많은 곳이 바로 흑혈탑이오. 게다가 탑주는 지상제일고수(地上第一高手)시오." 구주신마웅의 장황설은 힘에 넘쳤다. 적발신마는 큰 동요를 느끼는 듯했다. 얼마 후. "사실 이 곳은 노부가 시작하기에는 너무 협소한 곳이지. 일단, 거래를 해 보는 것도 좋겠지!" 적발신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네 명의 적의인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 "너희들은 남아 이 곳을 지키고 있거라!" "예엣, 교주!" "잘 다녀오십시오!" 네 사람은 일제히 절을 했다. 그들이 몸을 일으킬 때, 구주신마웅과 적발신마는 두 줄기 연기가 되어 풍운동부를 빠져 나갔다. 적의교 용호풍운 사호법은 한참 있다가 서로의 얼굴을 봤다. "태상호법은 신인(神人)이오. 흑혈탑이 사자를 보내 적발신마를 끌어들인다 예측하셨는데, 그것이 적중되었으니…!" "흠, 그분의 속셈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소!" "흑혈탑에 잠입하는 것이 그리 중대한 일인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소이다!" 네 사람은 중얼거리며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찌익- 찍-! 면구(面具)가 그들의 얼굴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추악하지 않았다. 아주 온화하고 청수하게 생긴 사람들이었다. 개방사선개(蓋幇四仙槪). 개방에서 기둥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이 가짜라면, 적발신마도 가짜가 아니겠는가! 개방의 태상호법, 바로 폭풍마검 호료범이 적발신마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 날, 정오경. 융중산(隆中山) 깊은 곳을 향해 적의인 하나와 흑의인 하나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고 있었다. "과연 신마십니다. 제가 혼신 공력을 다해 달리는 데에도, 내공의 반 정도를 쓰신 채 여유있게 따르시니…!" "마선풍운술(魔旋風雲術)이라는 신법이지. 노부가 팔십 년 은거하며 터득한 마공 중 하나이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원하다면, 전수할 수도 있지!" "예… 에?" "마음에 들지 않는가?" "아… 아니올시다. 너무 기뻐 놀란 것입니다!" 흑의인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신마능영보(神魔凌影步)로 달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뛰어난 신법인데, 적의인의 신법에 비하면 아이들 장난 정도로 시시한 것에 불과했다. "노부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적의인이 묻자. "비밀분타(秘密分舵)로 가는 중입니다. 접마곡(接魔谷)이지요. 처음 입탑하는 사람이 무공을 시험받고, 지위를 배정받는 곳입니다!" "시험대로군?" "예!" "노부라면 어느 정도 지위가 될 수 있겠나?"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도 가능하시나, 입탑 시일이 짧으면 최고 지위에 오르지 못한다는 법이 있으니… 그 자리는 포기하셔야겠습니다!" "흠, 그럼 노른자 자리는 얻지 못한단 말인가?" "아니올시다!" "그럼 노부가 얻기에 적당한 자리가 있단 말인가?" "꼭 한 자리가 있습니다!" "어떤 자리인데?" "현재 남은 자리 중 가장 높은 자리는, 총순찰(總巡察)의 자리입니다." "그 자리는 무슨 자리인가?" "제일 바쁜 자리입니다. 반도(叛徒)가 생기면 잡고, 탑주의 밀서를 천하에 흩어진 단주(檀主)들에게 전하는 자리지요. 십관(十關) 중 구관(九關)을 통과하신다면, 그 자리를 얻으실 것입니다." "…" "하나, 제가 말했다고는 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약속함세!"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주 좁은 골짜기 안으로 접어들었다. 그 순간, 그들이 오는 것을 마중하는 폭화성이 요란히 들렸다. 접마곡(接魔谷) 깊은 곳. 노을이 짙붉을 때,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어이쿠!" "크으으… 대풍운검진(大風雲劍陣)을 칠 초 만에 뚫다니…" "크으으…!" 너른 연무장 위에서 쓰러지는 사람, 열여덟이 있었다. 쿵- 쿵-! 풍운십팔검이 나가떨어질 때. "일(一), 이(二), 삼(三), 사(四), 오관(五關)은 모두 애들 장난이군? 흐흐… 더 어려운 것은 없단 말인가?" 머리카락이 붉은 노인의 목소리가 골짜기를 들썩였다. 직후. 짝짝-! 박수 소리가 나며, 다섯 명의 흑의인이 다가섰다. "대단하오, 적발신마!" "정오에 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오관을 뚫은 사람은 적발신마가 처음이오!" "이제 쉬신 다음… 내일 새벽, 다시 시험을 시작합시다!" 다섯 사람은 흑혈오장로(黑血五長老)였다. 그들의 진짜 신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흑혈탑 사람은 모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들끼리도 서로 신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간혹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은 모두 전대의 거마였다. 그러나 흑혈탑 안에는 신세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이유는 아주 놀라운 것이었다. 흑혈탑에 있는 사람 중 반 정도는 마도인이 아니라, 백도인이었다. 그러기에 복면으로 모습을 감추고 다니는 것이리라. 흑혈오장로가 말한 후. "밤 안으로 십관 모두를 시험할 작정이니… 자, 어서 육관(六關)을 시작합시다!" 적발신마는 매우 오만하게 팔짱을 꼈다. 그는 전혀 피곤해 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서 흘러 나오는 혈광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졌다. 그의 눈빛은 아주 차가웠다. 그것은 마공(魔功)에서 오는 것 같기도 했고, 아주 이상한 사법(邪法)으로 인한 혈광 같기도 했다. "명성대로군?" "금강불괴지신 이상이다!" 흑혈오장로는 감탄하는 가운데에서도 약간의 질투를 느끼는 듯했다. 그 중 하나가 아주 크게 말했다. "육관부터는 진짜 무서운 시험이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소!" "생사가 걸린 일이라면, 더욱 재미있겠지!" 적발신마에게는 두려운 것이 없는 듯했다. 적면(赤面), 적수(赤手), 적발(赤髮)의 노마두. 하나, 그의 진면목(眞面目)은 전혀 달랐다. 그는 사실 아주 준수하게 생긴 미남자였다. 호료범(胡了凡). 그가 지금 능청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석동(石洞) 가운데. 호료범은 적발신마 행세를 하며 정좌하고 있었다. 동굴은 그릇을 뒤집어 엎어 놓은 모양으로 생겼는데, 벽에는 아주 괴이한 벽화가 촘촘히 걸려 있었다. 일백팔 폭의 춘화(春畵), 그 안에는 모든 방중비법(房中秘法)이 있었다. 물어뜯고, 몸을 전율하고, 핥고, 흐느끼고, 자지러지고… 젖가슴과 벌어진 사타구니, 사내들의 양물(陽物)… - 흐으으으윽…! - 아아악…! 여인들의 자지러지는 목소리가 그림 안에서 들리는 듯했다. '그 놈은 역시 의심이 많은 놈이다. 하나, 뛰어난 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놈은… 진짜 강자만을 끌어들인다. 육합의문을 세워 정파 청년 중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만을 골라 변황제일인으로 만들었듯, 마도에서도 가장 강한 자들만을 골라 내는 것이다.' 호료범은 시험받기 위해 석동 안에 든 상태였다. 이 곳이 바로 육관(六關)이었다. '그 놈은 어디에 있을까? 내게 당한 것이 있기에,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 병대협 행세를 하고 있을까?' 호료범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석동의 천정에서 기관음이 나면서 구멍이 만들어졌다. "조심하시오!" 창노한 목소리와 함께, 세 개의 독단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분홍색 연기를 피웠다. 아주 달콤한 냄새, 바로 최음제(催淫劑)의 냄새였다. 휘이이잉-! 분홍색 연기가 바람에 휘날렸다. 독단이 떨어지는 찰나, 외부와 통하는 문이 활짝 열린 것이었다. 바람과 함께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는 일곱, 모두 여인인데 하나같이 벌거벗고 있었다. 그 중 가운데 있는 여인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계집이다.' 호료범의 입가에 남이 알아보기 힘든 가는 미소가 드리워졌다. 섭혼서시(攝魂西施) 갈예령(葛藝玲). 그녀의 얼굴이 호료범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흐으으응…!" 갈예령은 미인계(美人計)를 쓰기 위해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교성을 발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농염한 몸뚱이가 너울너울 춤출 때. 띠잉- 띵-! 삘리리…! 나머지 여섯 나녀는 들고 있던 악기를 불며 따라 춤추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천정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일 각 버티면 출관이오!" 쿵-! 목소리가 끝나며 모든 문이 닫혔다. 하나, 방 안은 문이 닫혀도 아주 밝기만 했다. 백여 개 야광주가 아주 밝기 때문이었다. 삘리리… 삘리…! 미혼소성(迷魂簫聲), 최혼마금(催魂魔琴), 그리고 섭혼서시의 미혼섭백무(迷魂攝魄舞)가 함께 어울리며 지상의 환락경을 만들었다. "흐으응… 어서 나를 안아요!" 섭혼서시가 바짝 다가섰다. '최음제에 걸렸겠지, 더러운 노마!' 섭혼서시의 팔이 호료범의 어깨에 걸릴 때. "흐흐… 젖이 아주 잘 익었군?" 호료범은 불쑥 손을 내밀어 섭혼서시의 두 젖을 잡았다. "으으으…!" 섭혼서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호료범은 피가 나도록 세게 잡은 것이었다. "흐흐… 너를 죽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그가 노마의 목소리를 흉내내 말하자. "아… 아예 사내가 아니군? 으으…!" 섭혼서시는 기가 질리고 말았다. 그녀는 땀을 흘리며 도톰한 입술을 벌렸다. "내가 본 사내 중 세 번째로 지독합니다요. 흐흐… 이런 계집들의 관문 따위에는 걸릴 분이 아니신 것을 모르고 온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관문을 통과한 것이냐?" "호호… 그렇습니다요. 이제 최소한 향주(香主)는 하실 수 있으십니다!" "흠…!" 호료범이 몸을 일으킬 때. "대단하시나… 호호… 소녀가 오래 전에 본 한 사람만은 못하십니다!" 섭혼서시가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었다. "그가 누구인데?" "오래 전, 어떤 사람으로 역용해 들어온 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주 뛰어났습니다. 하나, 그 자의 이름을 댈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비밀입니다. 호호… 그 일은 영원히 묻힐 것입니다!" 섭혼서시는 폭풍마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란다, 요녀야.' 호료범은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다른 하나는 누구냐?" "탑주시지요!" 섭혼서시는 차게 말하며 홱 돌아섰다. 호료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연극은 아주 훌륭했다. 칠관(七關). 그것은 열풍(熱風), 음풍(陰風)이 번갈아 치는 죽음의 동굴 안에서 세 시진을 보내는 것이었다. 옷이 타면, 관문 돌파는 실패한 것이 된다. 뜨거운 바람, 찬 바람이 짧은 시간을 두고 번갈아 석동을 채웠다. 호료범은 돌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몸 주위에는 혈무(血霧)가 서려 있었다. 그가 일으키는 내공은 겉보기 마공 같았다. 하나, 그것은 절대 마공이 아니었다. 호료범이 시전하는 것은 천 년 실전절학이자, 등격리의 최고 절학인 담법라마(潭法喇麻)의 미륵수미혈강(彌勒須彌血剛)이라는 것이었다. 뜨거운 바람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했고, 극냉풍(極冷風)도 그를 해치지 못했다. 팔관(八關). 호료범은 열 명의 복면고수와 더불어 검술(劍術)을 겨뤄야 했다. 일컬어 십마검진(十魔劍陣). 그것은 헌원종이 창안한 검진이다. 일종의 차륜검진으로, 다수로 소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진이었다. 츠측- 측-! 검파가 사방을 유린해 들었다. "차아앗-!" "하아앗-!" 열 명의 검수는 몸을 수천 개로 쪼개며 아주 너른 석실을 가득 채웠다. '이 자들은 하나같이 백 년 공력을 지녔다. 으으음, 게다가… 쓰고 있는 수법은 소림사 비전 달마검(達磨劍)에다가 해궁파천황검의 정화를 섞은 것이고…' 호료범은 무영보(無影步)라는 보법을 이용해 미끄러져 갔다. 스슥- 슥-! 열 자루 보검이 빗발치듯 떨어졌으나, 호료범의 옷자락 하나 베어 내지 못했다. 석실 천정. <살(殺)은 무죄(無罪)이니 두려워 말라!> 누가 써 두었을까? 붉은 글씨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호료범은 수천 개의 검영 속을 뚫고 어지러이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검광보다도 빨랐다. 그리고 벽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그의 몸놀림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 수법은 마도상에서 실전된 마풍영보(魔風影步)와 무영보(無影步)요!" "적발신마는 전설 이상이오. 저 자는 천마강(天魔 )보다 십 배 강한 독문수법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소!" "자칫하다가는 우리들의 지위가 위태롭소!" 그들이 말을 주고받을 때, 돌연. "이제는 더 못 봐 주겠다. 너희들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니,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호료범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쓰쓱- 쓱-! 그의 손이 비스듬히 흔들리며 수중의 철검이 검기(劍氣)를 뿌렸다. 빛이랄까? 아니면, 만장파도(萬丈波濤)랄까? "어어엇…?" "이… 이게 무슨 수법이란 말인가?" 검수들은 자지러지게 놀라다가 섬뜻함을 느꼈다. 파파팍-! "케에엑…!" "으아악…!" 십 인의 검수는 동시에 숨을 거뒀다. 호료범은 피 묻은 철검을 내던지며. '해천일자검(海天一字劍)을 십 성 공력으로 썼다면, 너희들 뿐 아니라 철벽 속에 숨어 있는 자들마저도 죽었을 것이다.' 그는 피에 젖은 바닥에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끼이이익-! 철문이 기관장치에 따라 열리며 한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육지구룡자(六指九龍子). 그는 호화로운 자포를 걸치고 있었다. "노부는 흑혈탑의 접객원주(接客院主)인 육지구룡자요. 무림의 대선배인 적발신마께서 입탑을 위해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오!" "후기지수(後起之秀)군?" 호료범은 백스물 나이 노마두 행세를 아주 능숙히 해냈다. 그의 화신법(化身法)은 불취대 선생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흑혈탑은 철저히 무너져야 한다.' 호료범은 두둑한 배짱을 갖고 있기에, 조급해 하지 않았다. "이제 구관(九關)과 십관(十關)이 남았군?" "그렇습니다. 헛헛… 자, 일단 허기를 메우십시오. 성찬이 마련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좋지!" 호료범은 뒷짐을 지고 육지구룡자를 뒤따라갔다. 두 사람은 복잡한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 기관의 규모는 아주 거대했다. 흑혈탑에는 접마곡 같은 곳이 열 군데 있었다. 흑혈탑의 뿌리는 정말 깊다 할 수 있었다. 흑혈탑 중 육합의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 성(成) 정도였다. 흑혈탑의 위세는 가히 대문파 스무 군데를 합한 것 이상이었다. 얼마를 갔을까? 호료범은 문이 활짝 열린 방 앞에 이를 수 있었다. 방 안에는 탁자 하나가 있고, 의자 하나가 있었다. 탁자 위에는 홍소육(紅燒肉), 거위 구이, 해물 요리를 비롯한 산해의 별미들이 차려져 있었다. 상아 젓가락 한 짝, 큰 술독 하나도 마련되어 있었다. 의자가 하나 있는 것이 조금 이상했다. "흠, 노부 혼자 먹으란 말인가?" 호료범이 묻자. "식사를 하시는 가운데, 문이 닫히고 기관이 잠길 것이오. 식사를 마친 다음, 밖으로 나가십시오. 나갈 수 있다면… 구관(九關)을 통과하는 것이오. 그리고 그 곳에 십관(十關)이 있을 것이오. 십관을 통과할 것인가? 구관 통과로 머물며 단주(壇主)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는 그 때 정하셔도 되오!" 육지구룡자는 비웃듯 말하며 휭하니 나갔다. "일단 밥벌레들의 요동질을 멈추게 해야겠다!" 그는 젓가락은 들지 않고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먹었다. "쩝쩝…!" 무슨 음식이건 닥치지 않고 입 안으로 처넣는 모습은 굶주린 악귀의 모습 그대로였다. '세 가지 독이 있다.' 호료범은 홍소육을 먹으며 피식 웃었다. '하나, 이 정도 독은 동이로 마셔도 끄떡없다!' 그는 모든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그 이유는 하나, 죽은 적발신마가 대식가였기 때문이었다. '지독하게 배가 부르다. 그러나…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완전무결하게 적발신마 행세를 해야 한다.' 그는 피식 웃었다. 적발신마는 세 가지 기벽을 갖고 있었다. 그는 여자를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을 쓰지 않았고, 술을 마실 때에는 술잔을 입에 대지 않고 입술을 오므려 섭물진기로 먹되, 그릇에 담긴 모든 술을 단 한 번에 마셨다. 흑혈탑은 지금 그것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었다. 호료범은 술독 앞에 서서 입술을 오므렸다. "휘이이잉-!" 휘파람 소리가 나며 술독 안에서 주전(酒箭)이 일어났다. 슉- 슉-! 술화살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 호료범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호료범은 오두(五斗)들이 술독 하나를 거의 단숨에 비울 수 있었다. '체엣, 배통 큰 노마두 행세하기 힘들군.' 폭풍탑 안. 가장 깊은 방 안에서는 조금 서먹서먹한 대면(對面)이 벌어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짧은 미부인(美婦人)이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린 채 고개를 가볍게 떨구고 있었다. 그 곁, 두 다리가 없는 중년남자가 눈을 스르르 감은 채 몹시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소생을 용서해 주시오." 그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명의 은인이신데… 흐흑… 어이해,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미부인은 흐느끼고 만다. 그녀는 바로 탁극나였다. "천지인(天地人) 활혼대법(活魂大法)을 행할 수밖에 없었소. 용서해 주시오!" "살… 살려 주신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다… 다시는 용서란 말을 하지 마십시오!" 미부인은 탁극나였다. 그녀의 가슴에는 검흔(劍痕)이 있었다. 원미옥이 남긴 검흔, 그것 때문에 해궁랑이 그녀 곁에 있게 된 것이었다. "꼭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은, 나… 나를 어디서 만나셨느냐 하는 것이외다!" "제… 제가요?" 탁극나가 놀라자. "나는… 부인의 얼굴을 알고 있소." 부인이라는 말소리가 유난히 다정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의 손은 한데 꼭 쥐어져 있지 않는가? "사실 저도 어디에선가 뵌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데, 대협께서도 저를 알고 계시다니…" 탁극나는 몹시 신기해 했다. "가사이신 해궁자께서 말씀하시길, 탑주가 올 때 모든 의혹이 풀린다 하셨소. 아아, 탑주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소!" "료… 료범이요? 그러고 보니, 대협의 용모는… 료범이와 판에 박은 듯 닮으셨습니다. 마치 료범의 아버님 같으십니다!" "부인은… 바로 탑주의 생모라던데?" "예… 에? 제… 제가요?" "그렇소. 그… 그것을 몰랐소?" "…" 탁극나는 대답을 못했다. 그녀는 잠자고 있는 기억을 끄집어 내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듯했다. 천하가 경동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변황삼파, 그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중원을 향해 빠르게 치달리고 있었다. 변황삼파 중 제일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막의 패자, 비타궁이었다. 가공할 무공에다 극독으로 무장한 그들을 누가 가로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일백비타(一百飛駝). 두우- 두두-! 일백 마리의 신타는 일백 명의 비타궁 고수들을 태우며 대폭풍탑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서 나와라, 폭풍탑주!" "폭풍탑주란 놈의 목은 우리 비타궁이 맡았다! 와아…!" 비타궁 고수들은 노해 소리치며 낙타를 더 빠르게 몰았다. 천지를 뒤흔드는 발굽 소리. 폭풍탑이 그 소리로 무너질 듯 위태로운데, 흑운이 너무 짙게 일어나 탑의 모습을 가리고 있음에야… 해궁검파(海弓劍派)는 이미 호북성(湖北省)에 들어섰다. 그들은 단 한 사람도 해하지 않은 채, 빠르게 폭풍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중원의 어떤 사람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누가 그들을 막겠는가? 그들을 막는 것은 바로 죽음인데… 백혈불(百血佛). 그들의 앞에는 탁랍(托拉)이 있었다. 탁랍은 밤을 택해 폭풍탑을 슬며시 빠져 나온 다음, 다시 폭풍탑 쪽을 향해 느릿느릿 가는 것이었다. '극나가 해궁랑의 지어미 노릇을 잘 할지 모르겠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탑주가 그들이 부모라는 것을 부정한다 하더라도, 그들 두 남녀는 부부로 맺어질 것이다. 누구도 그것은 막지 못한다. 탑주라 해도…' 그는 누이 동생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혈수미교의 라마들, 그들은 탁랍이 가는 대로 발걸음을 놓을 뿐,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