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세살바기 지원이, 이제 이것저것 배우는 게 재밌습니다.
아내가 우리 가게에서 제가 빠진 자리를 메꿔야 하는 까닭에, 결국 아이가 너무 어리다 싶어도, 할 수 없이 거금 들여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음... 일단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보냈습니다. 또래들도 있는 데다가, 아무래도 우리말 우리글을 제대로 배운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 중 좀 큰 교회들은 이런식의 '데이케어'를 꽤 운영합니다. 이걸로 돈도 벌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선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꽤 봉사정신이 투철한, 전문적인 선생님들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문제는, 교회에서 하는 데라 밥 먹기 전에도 '하나님 아버지 고마워요~ 냠냠냠 맛있게 먹겠어요' 하고 노래도 불러야 하고, 아무튼 애야 모르고 한참 배울 때니, 집에서 아빠랑 같이 밥먹을 때도 그 노래가 시도때도 없이 튀어 나옵니다.
지원이의 나이가, 원체 궁금증이 강해지고 '왜?' 하고 물어보는 게 많아지는 때인 것 같습니다. 지호도 그 나이때 한참 그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빠, 저건 왜 그래요? 이건 왜 그래요?" 가 많이 늘어나면서, 아빠도 바빠집니다. "아빠는 와인 왜 마셔요?" 저는 되도록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려 애씁니다. "응... 아빠는 오늘 일을 온종일 걸어다니며 일을 했기 때문에 만성적인 글리코겐의 소진으로 인해 몸에 젖산이 축적되면서, 뭔가 사과산이나 탄닌 같은 것이 당기기 시작하면서, 보통은 사람들이 알콜이라고 부르는 아세트 프롬알데히드의 진통 효과에 몸을 기대보려 하기 때문이란다." 그럼 아이는 갸우뚱 하면서 아빠의 헛소리를 듣다가 엄마한테 갑니다. 그러면 엄마는 저를 째려보기 일쑤지요. "애한테 뭔 헛소리야!" 그러면 지원이가 지 엄마한테 그럽니다. "엄마, 아빠 또 허또리 해떠요."
자... 아마 며칠 전엔 아마 지원이가 아버지 어머니 집에 제 엄마와 같이 가선,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어머닌 지원이와 이야기하는 걸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린 손자 재롱이라고는 하지만, 지원이가 상당히 구체적이며 지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어머니의 평가...를 들으며 실실 웃는 저... 역시 팔은 안으로 굽습니다. 또는 고슴도치는 제 새끼가 이쁘다는... 그런 속담이 새삼스레 와 닿습니다.
어쨌든, 그날 이야기한 것 중에 지원이가 할머니 나이를 묻는 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머니, 지원이는 떼 딸(세 살)인데요, 함무니는 며 딸(몇 살)이에요?"
어머니도 좀 저처럼 '구체적인' 데가 있으십니다.
"음... 할머니는 말이다... 미국 나이로는 예순 여섯이 됐으니까... 우리나라 나이로는 예순 일곱 살이다."
지원이가 눈을 반짝거리나 싶었습니다. "할머니, 예순 이꼽 딸?"
그러더니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그 대화가 굉장히 인상깊었나 봅니다. 지원이는 그날 저녁, 우리집에 돌아와서 와인 한 잔을 즐기고 있는 제게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아빠, 함무니가, 예수님이 일곱 살이래."
저 미칩니다... 이 새끼 귀여워서.
시애틀에서....
첫댓글 앙.. 넘 귀여워요.. 그리고 머리도 되게 좋은가봐요..개그맨들이 웃기려고 만들려해도 힘든 유머네요.. ^^
ㅋㅋㅋ조카생각이나네요~ 정말 자세하게 가르쳐주시네요....전 그렇게 하기가 힘들던데요,,
예수님이 일곱살이라.. ㅋㅋ 덕분에 아주 refresh되는 기분입니다..
정말 귀여워요. 순수한 어린이만이 생각할수있는 말이네요^^ 예수님이 일곱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