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천 작] 천무색황 天武色皇 1 - 『무무색황(無武色皇)』 속편 - 차 례 - 태평성대 그리고 음모 해후(邂逅) 태동하는 겁난 태극오관 태극무경(太極武經) 내가 한족(韓族)이라니 앗! 이런 황당한 실수를 일월성군 제일군단의 괴멸 ◈ 筆者의 辯 세종(世宗) 원년(1419) 6월 20일 삼군도체찰사 이종무(李從茂) 장군을 선두로 하는 조선의 전함 227척이 쓰시마섬(對馬島)에 도착했다. 조선군은 적선 129척을 포획하고, 왜구 백여 명을 사살한 후 대마도가 조선의 땅임을 선포하였다. 이에 대마도주 소오사다모리(宗貞盛)는 저항을 포기하고 사죄하며 스스로 조선의 속주가 되기를 청해왔다. 이 내용은 국사 책에 기록된 내용이다. 분명 이 정벌(征伐)은 우리 역사에 참으로 드문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큰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사 책에도 짤막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 바로 식민사관의 영향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전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이 사건이 필자에게는 참으로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민족의 기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독자제현들의 오해가 없게 하기 위하여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필자의 상상에 의한 인물들이고, 가공의 장소가 배경이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무협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처음으로 필자가 다루고 싶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다. 그러나 아직 필자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한 기분이다.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민족의 기상을 드높일 그런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좀더 많은 자료가 쌓이게 되면 그때는 마음먹고 장편으로 독자제현들에게 다가설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밝혀둔다. 이번 작품을 집필하면서 필자는 중원 한족 전체에게서 흠모받는 우리 민족의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아직 미진한 점이 있지만 미흡한 대로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됨을 용서하기 바란다. 무협소설이란 것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장르이다. 우선 장소와 사용하는 언어가 많은 제약을 가한다. 또 완전히 역사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쓴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제약이 많다. 적절히 역사적인 사건과 부합되어야 좀더 신선한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것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던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것을 읽음으로서 잠시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독자들에게 남을 수 있는 것만 추구한다면 아마도 재미를 반감시킬 것이다. 이것이 필자의 고민이다. 어떤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갈지가... 곧 또 다른 이야기로 독자제현들을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 언제나 그렇듯 수고를 아끼지 않는 서울창작 식구들에게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격려의 글을 보내주시는 이름 모를 독자에게 특별히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의 격려와 응원에 참으로 많은 힘을 얻음을 밝혀드리고 싶다. 이천년 초하지절에 등마루 우거에서 제갈천 배상 ◈ 서장 중원의 남쪽 황과수(黃果樹)라는 촌락에서 태어난 남궁호 (南宮豪)는 도박에 미친 남궁욱(南宮郁)과 진초초(晋草草) 사이의 아들이었다. 과거 황과수 제일부호였던 부친은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쫓기다시피 그곳을 떠나 중원으로 향한다. 곤륜파(崑崙派) 장로 창궁일학(蒼穹一鶴)의 제자인 곤륜일미 설부용(雪芙蓉)은 사형들과 협행(俠行)을 하던 중 우연히 만난 색마와 접전을 벌이던 끝에 사형들은 모두 죽고 그녀는 장력에 격중되어 절벽으로 떨어진다. 뇌호혈(腦護穴) 부위에 심한 손상을 입어 모든 기억을 상실한 그녀는 때마침 그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하여 움막을 짓고 살던 남궁욱에 의하여 구함을 받고 그곳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너무도 추운 중원의 겨울을 견디다 못한 남궁욱 부부가 황과수로 돌아온 지 열흘만에 남궁호가 태어나고, 그는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여전히 도박에 미친 남궁욱은 늘 도박장에 붙어살다시피 하였고, 남궁호는 성장하면서 점차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도박장은 황과수 현령의 유일한 여식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그녀에게는 진교연(晋嬌燕)이란 남궁호와 동갑내기 여식만이 있었다. 따로 친구가 없던 둘은 곧 친숙해졌다. 어느 날 좋은 꿈을 꾸었다며, 현령의 아들이 운영하는 만전장(萬錢莊)에 들러 은자를 빌린 남궁욱은 일확천금 직전에 모든 것을 날리고 알거지가 되어 버리고 그는 끝내 자살을 택한다. 그의 사후, 만전장주가 모든 기억을 상실하여 자신의 이름이 진초초로 알고 있는 남궁호의 모친을 강제로 끌고 가 그녀를 능욕한다. 그의 일곱 형제는 그가 떠벌리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차례로 그녀를 능욕하여 결국 진초초는 그들 형제의 공동 정액받이가 되어 수년간이나 비참한 삶을 연명한다. 졸지에 고아 아닌 고아가 된 남궁호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하여 돌아다니던 중 아무도 가지 않는 폭포 주변에서 무진장 서식하고 있는 축년영지(畜年靈芝)를 발견하고 그것을 주식 삼아 먹는 한편, 도박장에 들러 실력을 키워 간다. 이럴 즈음 유일한 친구였던 진교연은 화산파(華山派)의 제자가 되기 위하여 길을 떠난다. 진초초가 만전장 하인 가운데 하나에게 겁탈당할 때 반항하다 뇌호혈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게 되어 모든 기억을 되찾은 그녀는 절망감에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게 된다. 우연히 황과수에 들러 도박장의 은자를 엄청나게 따는 흑검수라(黑劍修羅) 장호삼(張昊三)이 속임수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된 남궁호는 어떻게 그런 수를 쓸 수 있느냐며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고, 그는 그것이 속임수가 아니라 무공이며 황과수 북쪽에는 드넓은 중원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 뒤 떠난다. 그들의 행위를 입 다물어 주는 대가로 그에게서 은자 일백 냥을 얻은 남궁호는 그 길로 만전장에 들러 모친을 빼내 오는 데에는 성공하나 그녀는 앓기만 할 뿐이었다. 모친의 약값을 구하고 현령의 아들들에게 복수할 일념에 불탄 남궁호는 도박장에 들러 모든 은자를 긁어모으게 되고, 종래에는 현령의 자식들의 전 재산마저 따서 그들로 하여금 쫓기듯 황과수를 떠나게 만든다. 황과수의 모든 것을 소유한 그는 모친을 간병하다 그녀가 곤륜일미였으며, 그녀의 사부가 창궁일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나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강호로 유입한 남궁호는 강호의 도박판을 휩쓸며 엄청난 은자를 따 도신(賭神) 운구기일(運九技一)이라 불리게 된다. 전에 만났던 철기보(鐵騎堡)의 흑검수라에게 들러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그곳에 들렀던 그는 간세로 몰리게 되고, 철기보 형당 당주인 냉혈장비(冷血張飛) 독고태인(獨孤 引)으로부터 엄청난 고문을 받게 된다. 약 일 년이나 지속된 고문 속에서도 오기로 버틴 남궁호는 우연히 모친의 사부인 창궁일학을 지하 뇌옥에서 만나 그에게서 무공에 입문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철기보의 지하 뇌옥을 빠져나온 그는 너무도 허기져 설익은 과실을 먹다 체해 고통스러워할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손해랑(孫海郞)이라는 희수( 水)에서 약포를 운영하는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의 도움으로 당분간 약포 일을 도우며 몸을 추스르기로 한 남궁호는 그곳에서 그의 손녀인 희수약녀( 水藥女) 손약빙(孫葯氷)을 만나게 되고, 강호오기(江湖五奇) 중 하나이자 고금제일색마로 지칭되는 천면인(千面人) 추자도(秋孜淘)가 남긴 삼촌설력(三寸舌力)이란 희대의 기서를 보게 된다. 또한 그의 방중비학인 옥방진결(玉房眞訣)을 얻게 된다. 몇 달을 머무는 동안 남녀간에 애정이 싹트게 되고, 결국 둘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작고한 창궁일학의 유명으로 남궁호는 남경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침 살인사건으로 객잔에 출입이 제한되자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화련득전장(華蓮得錢場)이란 도박장을 찾게 되었다. 화련득전장의 장주는 남궁호보다 한발 먼저 중원 도박판을 휩쓴 귀수신장(鬼手神藏)이라는 외호를 가진 북해빙궁(北海氷宮)의 공주 요지빙녀(瑤池氷女) 금기향(金琦香)이었다. 제일 큰 도박판에 끼기 위하여 배짱 좋게 은자를 융통해 줄 것을 요구한 남궁호가 최근 운구기일이라 불리며 중원 도박판을 독식하는 도신임을 안 그녀는 운명을 건 한 판의 마작을 요구하게 된다. 서로간에 누구의 도박 실력이 뛰어난지를 가리기 위한 판이었으나 몸을 걸었던 요지빙녀가 패하고 만다. 결국 남궁호는 그녀와도 부부의 연을 맺고 그녀의 원한을 대신 갚아 주기로 한다. 그녀는 북해빙궁을 멸망시킨 잔결오마(殘缺五魔)가 잔마유령단(殘魔幽靈團)에 투신하였음을 알고 은밀히 파잔대(破殘隊)라는 비밀 결사를 키워 오고 있었다. 남궁호의 무공이 형편없음을 안 그녀는 그에게 가르치기 위하여 각종 기서를 닥치는 대로 사들여 그에게 공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궁호는 고금제일신의인 생사신의(生死神醫) 곽홍(郭弘)이 남긴 유학을 얻게 되어 일약 의술의 대가가 되고, 이 세상의 어떠한 고문(古文)이라도 해독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연일 계속되는 방사에 질린 요지빙녀는 이곳엔 더 이상의 무공이 없으니 때마침 상계(商界)의 후계자를 뽑기 위하여 관문을 설치하고 도전자를 기다리는 금겁장(金劫莊)으로 가게 한다. 길을 가는 동안 남궁호는 관문 중에 무공을 시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생사신의가 남긴 내용을 절묘하게 응용하여 복용하면 한 시진 동안 일 갑자의 내공을 유지할 수 있는 생사신단(生死神丹)을 십여 알 제련하게 된다. 금겁장이 있는 낙양에 도착한 남궁호는 주루에서 우연히 마마혈보(魔魔血堡)의 소보주인 무영마랑(無影魔郞) 음진종(陰振宗)과 귀향요정(鬼香妖精) 도옥진(淘玉珍)을 보게 되고, 태극은하궁(太極銀河宮)의 이룡일봉(二龍一鳳)인 옥기린(玉麒麟) 을지인(乙支仁)과 새반안(塞潘安) 을지형(乙支亨), 그리고 세외천미(世外天美) 을지예인(乙支睿吝)을 만나게 된다. 세외천미의 요청으로 새반안을 진맥한 남궁호는 그에게 심각한 고질이 있으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며 치료할 방도를 알려 주게 되자, 원래 금겁장의 관문에 도전하려 왔던 그들은 즉각 회궁하게 된다. 후일 남궁호를 궁으로 초대하기 위하여 남겨진 세외천미는 할 수 없이 그와 동행하게 된다. 다음 날 금겁장 관문에 도전한 그는 금겁오관(金劫五關)을 깨고 당당히 금겁장에 들어가게 된다. 곧 상계의 후계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게 되는데, 그는 금겁장주의 여식인 광뇌변태(狂腦變態) 용문경(龍雯瓊)을 가르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극에 달한 오만으로 인하여 약한 광증을 보이는 그녀를 남궁호가 은밀히 치료를 하게 되고, 이 사실을 안 상황은 계략을 꾸며 그가 용문경과 혼례를 올리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 혼례식 날 신방을 잘못 든 남궁호는 엉뚱하게도 사대총관 중 하나인 빙화(氷花) 황보혜(皇甫惠)와도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상황(商皇)의 추천으로 남궁호는 태극은하궁과 친분을 쌓을 겸 세외천미를 대동하고 태극은하궁으로 떠나게 된다. 길을 가던 도중 백호와 혈랑들의 공격을 받은 남궁호는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져 극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그의 부상이 치료되는 동안 세외천미는 남몰래 그를 흠모하는 마음을 키워 간다. 태극은하궁을 들렀다 남궁호가 다시 강호로 올 즈음 어릴 적 친구였던 화산파의 제자들인 화산칠수(華山七秀) 중 막내인 천향소화(天香小花) 진교연이 마마혈보에 생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녀를 구하기 위하여 가던 중 태원부에서 오백여 낭인들을 고용한 남궁호는 우연히 귀향요정과 조우하게 된다. 사부인 음혈마신(飮血魔神)을 시해하고 스스로 보주직에 오른 무영마랑은 강호제패와 색욕에 젖은 인물이었다. 감히 사부를 시해한 그를 치기 위하여 은밀히 기회를 노리던 그녀는 남궁호의 요청을 수락하고 마침내 함께 마마혈보를 급습하게 된다. 위태로운 순간들이 있었으나 남궁호는 한참 무영마랑에게 능욕당하고 있는 진교연을 구할 수 있었으나 적지 않은 내상을 입게 된다. 또한 귀향요정 역시 무림의 금기인 묵강쇄혼마장(墨 碎魂魔掌)에 격중되어 부상을 입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궁호는 상대의 장력을 맞받아 상대에게 넘기는 수공이타(受攻以他)라는 불완전한 장법을 창안하게 된다. 마마혈보의 마졸들에게 추적당할 것을 우려한 남궁호가 은밀한 동혈로 찾아들어 그곳에서 자신의 내상을 치료한 뒤 밖을 살펴보니, 엄중한 부상으로 경각에 달한 귀향요정을 발견하고 그녀를 동혈로 데리고 간다. 산중인지라 마땅한 방법이 없던 남궁호는 음양화합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녀를 치료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축년영지의 엄청난 양정이 폭발하면서 색욕에 젖은 한 마리 짐승이 된 남궁호는 마혈이 짚여 꼼짝도 못하는 진교연을 거의 겁탈하다시피 소유하게 된다. 한편 강호에는 일궁, 이단, 삼장, 사보가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태극은하궁, 귀수혈사단, 잔마유령단, 금겁장, 경천문집장(驚天文集莊), 호련백마장(護聯百魔莊), 마마혈보, 철기보, 사일검보(斜日劍堡), 만화옥녀보(萬花玉女堡)가 그들이다. 그 중 귀수혈사단, 철기보, 호련백마장, 마마혈보 등은 천하를 제패할 야욕에 불타는 문파이고, 만화옥녀보는 천하를 여인왕국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하는 문파였다. 수어장군부의 여식인 백리무영은 황궁의 희란공주로 인하여 부친과 오라비가 참수를 당하자 살수 집단인 잔마유령단을 찾아 그녀를 살인해 줄 것을 청부하여 그들은 호시탐탐 희란공주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하지만 때마침 사일검보에서 황자들을 살해하려 자객들을 보내는 바람에 황궁 경호가 엄청나게 강화되어 무위에 그치고 만다. 호련백마장은 장주인 암흑제왕을 치고 독제(毒帝) 경수유가 새로운 장주로 등극하게 된다. 이 즈음 강호의 서쪽 끝 당고랍산맥 깊숙한 곳 혈황곡(血皇谷)에서는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탑인 만마앙복탑(萬魔仰伏塔)이 솟아나는 기현상을 보였으나 인적이 끊긴 지 오래인 곳이라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들은 이천 년 동안이나 자신들을 대적할 상대가 없어 침묵을 지키던 악마의 무리들이었다. 한편 황궁에서는 갇혀 사는 것이 지겨운 희란공주가 남몰래 황궁을 빠져나가 강호를 떠돌기 시작한다. 또한 경천문집장의 천금인 만뇌서시(萬腦西施) 기연빙(奇燕 )은 자신이 고질인 구음절맥폐맥협심증(九陰絶脈閉脈狹心症)에 걸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남은 여생이나마 천하를 두루 구경하면서 혹시 구할지도 모르는 영초(靈草)로 생명을 연장시키려 떠났다가 장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그녀는 조부인 무답대학사(無答大學士) 기치우(奇峙瑀)가 자신을 찾으러 정처없는 길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여인들만의 문파이자 강호제일의 정보 수집력을 자랑하는 만화옥녀보에 투신하기로 마음먹는다. 강호를 정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정확한 소식통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귀수혈사단과 호련백마장의 급습을 받은 만화옥녀보는 그들이 서로 다투는 동안 기적적으로 도주를 하여 태극은하궁에 도움을 청하려 이동하는 중이었다. 남궁호는 귀향요정과 진교연으로 하여금 희수약녀와 요지빙녀를 금겁장으로 데려오게 하고 자신은 황도 북쪽 팔달령을 유람하던 중 잔마유령단의 살수들에게 쫓기는 만전서생(萬全書生) 주영군(朱瑛君)과 하오밀문의 황도 담당 향주였던 묘랑(猫浪) 유옥교(兪玉嬌)를 발견하게 된다. 생사신단을 복용하여 일 갑자 내공을 지닌 그는 악전고투 끝에 살수들을 물리치나 곧이어 들이닥치는 다른 살수들에 의하여 곤궁에 처하게 된다. 그러다 귀향요정에게서 배운 진세로 살수들의 일부를 가두는 데 성공하나, 나머지는 계속하여 추적하여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때마침 먹이를 찾아나섰던 대호(大虎)들의 공격이 있자 그 틈을 노리고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도주하게 된다. 금겁장의 비밀 창고인 금창(金廠)에 들어간 남궁호가 간신히 숨을 돌릴 무렵 막강한 추적력을 가진 잔마유령단 호법인 신안마군(神眼魔君)이 그들이 은신해 있는 장소를 샅샅이 뒤지게 된다. 남궁호 일행은 금창의 기관을 봉쇄하고 숨죽인 채 그들이 가기를 기다렸으나 신안마군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신안마군은 그들이 숨어 있는 장소의 유일한 통풍구가 의심스럽다며 독탄과 함께 신선환락분이라는 춘약(春藥)을 넣게 된다. 춘약에 취한 남궁호는 만전서생이 실은 여인의 몸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으나, 곧 그녀와 묘랑의 청백을 차지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두 여인은 완벽한 음양조화를 체내에 지니게 되어 영원히 늙지 않는 기연을 얻게 된다. 만전서생이 황궁의 공주인 희란공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그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그 안에서 생활하던 일행은 우연히 빨려 들어간 연못을 통하여 고금제일거부이자 강호오기 가운데 하나인 금강산 황보휘의 유품을 만나게 되고, 두 여인은 단숨에 칠 갑자 내공을 지닌 절대고수로 변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남궁호는 황보휘가 다가올 두 번의 겁난을 대비하여 재물을 숨겨 두었다는 사실과 자신에게 그 겁난을 해소할 임무가 있다는 서찰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천하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만에 달하는 금강수라마강시들이 나타나 무지막지한 살행을 자행한다. 황산 부근에서 처음 출현한 그들은 귀수혈사단주 구등존자(九燈尊子) 엄운혁(嚴熉奕)과 그의 아들들인 마등이십사숙(魔燈二十四宿)에 의하여 제련된 그들은 인간 살상 병기였다. 곧 장강 이남은 시산혈해가 되었고, 여인들은 그들에 의하여 미추노소를 가리지 않고 능욕당하였다. 여인들을 능욕하면서 얻은 순음지기로 그들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하지만 죽은 여인들의 시신이 목내이처럼 변하지 않았기에 천하인들은 그들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일검보를 치기 위하여 황궁에서 파견한 십만 토벌대가 전멸하였고, 사일검보 역시 멸망하고 말았다. 또한 철기보의 인물들 중 청룡단이 전원 몰살하는 비운을 맞았다. 장강 이남에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모든 촌락이 파괴되었으며,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그들의 손에 죽어야만 하였다. 그 과정에서 죽은 금강수라마강시들의 시신 일부가 황궁으로 운반되어 철저한 검시를 받은 결과 보통의 병장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금강불괴지체이며, 그들의 선혈은 모두 독혈임을 알게 된 황제는 은밀히 전설의 명검인 간장, 거궐, 막사, 어장과 같은 명검을 만들도록 어명을 내린다. 그러나 황궁에서 만든 파강검은 불과 일만 자루뿐이고, 그나마 한 자루로 하나의 금강수라마강시의 목을 치면 톱날처럼 부서지게 되는 불완전한 검을 만들 수 있을 뿐이었다. 강남을 박살내는 과정에서 금강수라마강시는 이만에서 일만오천으로 줄었으나 그들 가운데 일만을 없앤다 하더라도 나머지 오천으로 충분히 장강 이북을 박살낼 위력이 있음을 안 황제는 궁여지책 끝에 천하에 방을 붙이게 된다. 곧 누구든 금강수라마강시들을 물리칠 묘안을 내면 즉각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승상직에 제수하고 황금 백만 냥을 주겠다는 방을 붙였으나 아무도 찾지 않는다. 황도로 들어간 남궁호는 만화옥녀보가 끌고 다니는 만화향차를 보고 흥미를 느끼던 중 그들이 금겁장에 보의 재건에 필요한 재원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금겁장에서는 파괴된 강남을 재건하기 위하여 거의 모든 재물을 옮겨 두었는지라 정중한 거절을 하러 총관을 보낸다. 노발대발한 만화옥녀보주 산화옥녀(散花玉女) 취소군(翠小君)은 감히 금겁장에서 천하의 여인들을 적으로 만들고도 상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의 말을 하게 되자, 곁에서 구경만 하던 남궁호가 나서게 된다. 새로 만화기찰전주가 된 만뇌서시 기연빙은 남궁호가 금겁장의 후계자인 금겁공자임을 알고 독대를 요청하고 그는 흔쾌히 이를 수락한다. 천하의 여인들을 적으로 만들어 좋을 것이 없다 판단한 남궁호는 겁난을 일으키는 무림의 각 문파에 대한 정보를 대가로 그들이 요청한 황금을 주려 하였지만 이를 오해한 만뇌서시는 자신의 몸을 추가로 걸게 된다. 황금이 오는 동안 남궁호는 태극은하궁의 소궁주인 옥기린 을지인을 만나 회포를 푸는 과정에서 그들이 만화옥녀보의 재건과 무림의 안녕을 위하여 파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황금이 도착한 날 만뇌서시가 스스로 몸을 바칠 준비를 하는 동안 남궁호는 한 잔 술을 마시면서 사실은 농담이었다는 말을 하려 고민하는데, 그가 마시는 술에는 미혼향이 섞여 있었다. 급작스런 취기로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남궁호는 시비의 손에 이끌려 정실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한 여인과 부부지연을 맺게 된다. 그녀는 전대 천하제일미이자 만화옥녀보주인 산화옥녀였다. 의매인 만뇌서시가 보를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려는 갸륵한 마음에 감동한 그녀는 그녀를 대신하여 스스로 청백을 바쳤던 것이다. 남궁호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말없이 금겁장으로 향하게 된다. 며칠 후, 만화옥녀보에서 이 겁난의 주역인 금강수라마강시들이 바로 귀수혈사단에서 파견한 자들이라는 것과 마마혈보와 잔마유령단이 그들의 수하가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해 온다. 남궁호는 희란공주와 연락하여 황제 알현을 요청하고 그와 독대하면서 일만 자루의 파강검을 줄 것과 황군들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다. 황제는 희란공주의 간청으로 요구 조건을 수락하지만 만일 실패하였을 때에는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한다. 한편 귀수혈사단에서는 호련백마장의 마인들이 십만대산 깊숙한 오지에 은신해 있음을 알고 금강수라마강시들을 그곳으로 보내 그들을 전멸시킨다. 그 와중에 금강수라마강시들의 수효는 일만삼천오백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독제 경수유가 지니고 있던 만독참혼검(萬毒斬魂劍)은 전설의 명검에 버금가는 신병이기였던 것이다. 남궁호는 황군과 상황호천대, 하오밀문과 태극은하궁, 그리고 만화옥녀보와 파잔대, 마지막으로 구파일방에서 도움을 얻어 귀향요정과 만뇌서시가 새로 창안한 절진으로 금강수라마강시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다. 절진으로 황산 지옥곡으로 향할 수밖에 없던 그들을 기다린 것은 일만 자루 파강검을 든 연합세력이었다. 후일 황산전투로 기록된 이 혈투는 엄청난 희생을 치른 결과, 팔천오백에 달하는 금강수라마강시들을 세상에서 없애는 데 성공한다. 진세를 열자 귀수혈사단 총단이 있는 곳을 버티고 있던 절벽 아래 수십만 근의 폭약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전각들은 무너지고 그들과 금강수라마강시 간의 혈투가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중인들은 귀수혈사단이 바로 대원제국의 잔당이며 그렇기에 한족(漢族)을 완전히 말살시키려 금강수라마강시들을 제련하여 보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귀수혈사단은 구등존자를 포함한 아들들인 마등이십사숙 전원이 지옥으로 가고 수하들은 전원 몰살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구등존자 엄운혁의 절독유린에 의하여 한 줌 재가 되어 버린 금강수라마강시들이 상당수 있어 그 수효는 오천에서 사천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수효만으로도 능히 천하를 또 한번 혈겁으로 젖게 할 수 있기에 남궁호는 그들을 금사멸악진(禁邪滅惡陣) 영원히 가둬 둘 심산으로 황산 지옥곡을 영원히 금역으로 선포하도록 한다. 황궁으로 돌아온 남궁호는 대명제국의 부마도위로 인정받고 승상직을 제수받으나 이를 고사한다. 결국 정마대원수(征魔大元帥)에 책봉된 그는 또 한번 군웅들을 이끌고 운강석굴로 들어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마마혈보를 괴멸시키고 무영마랑을 죽인다. 또한 소호(巢湖) 한가운데 안락도(雁落島)에 은신해 있던 잔마유령단을 화공으로 공격한 뒤 그들을 섬멸한다. 강호의 혈겁을 잠재운 남궁호는 세인들의 눈을 피해 꽃처럼 아름다운 부인들을 대동하고 고향인 황과수로 돌아가 행복한 생활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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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