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윈
#메탈
헬로윈이 1987년 공개한 두 번째 풀 렝쓰 앨범 "Keeper of the Seven Keys Part I" 은 원래 2편까지 합쳐 더블 엘피로 발매하
려고 했수나 레이블 측에서 처참하게 뺀지를 놓아 그냥 2등분으로 나온 것이다.
엄연히 컨셉트 앨범으로 스토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걍 상업적으로 안 팔릴꺼라 예상하여 컷트를 시킨 것이다.
이런 심슨 ㅋㅋㅋ
논쟁의 여지가 없는 이 두 장의 앨범은 하위 장르 / 취향과 상관 없이 메탈 팬이라면 모두 알아야만하는 강제필수앨범이다.
전작에서 보컬을 담당했던 카이 한슨은 신참 보컬리스트 미하일 키스케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기타에 전념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앨범에 담긴 곡은 거의 모두 카이 한슨이 작곡했다.
물론 다 만든건 아닌데 그건 후술하겠다.
앨범은 서사시가 오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짧은 키보드 인트로 Initiation로 시작한다.
뒤를 이어 빠르고 매력적인 "I 'm Alive"가 시작된다.
배란기때 자궁을 향해 돌진하는 수억개의 정자를 연상케하는 존슨 빠른 리프와 미친 드럼 연주, 손꾸락이 끊어질 정도로 격렬한 기타 솔로가 있는 노래이지만 동시에 그들 특유의 아련한 멜로디도 흐르고 있다.
전형적인 초기 헬로윈을 상징하는 곡으로 카이 한슨의 포스가 유감 없이 발휘되며 신참 보컬리스트, 그 이름도 위대한 전설의
미하일 키스케의 초절정 가창력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퀸스라이크의 제프 테이트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슬림하고 미학적으로 잘 빠진 키스케의 보컬은 정말이지 당시로선 충격적이었다.
거의 숭악하고 흉폭한 못생긴 고슴도치 같은 보컬들이 판쳤던 이 동네에 이렇게 이쁘장하면서도 강렬한 미소년 보이스가 등장했다는
건 증말이지 미르코 크로캅이가 프라이드로 전향한 것 만큼이나 위력적이었다.
그만큼 키스케의 보컬은 충격적으로 신선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A Little Time은 바로 이 미하일 키스케가 손수 만든 것으로 명반의 한 조각으로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확실히 카이 한슨이 주도하는 질풍노도의 스피드 파워 메탈에 비하면 조금 포스가 떨어지고 파퓰러하긴 하다.
그 다음 터져나오는 "Twilight of the Gods" 은 역시나 카이가 만든 곡으로 완전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하고 드라마틱하고 에너지가
뿜뿜 넘친다.
존슨 짱이다.
열라 빠르고 헤비하면서도 멜로디가 선명하게 살아있는 유러피언 파워메탈의 정수를 지데루 보여준다.
미하일 키스케 특유의 고음에서 청자를 사로잡는 마력적인 미성 보컬은 역시나 굉장하다.
에이면의 대미를 장식하는 A Tale That Wasn't Right 은 또 다른 기타리스트 Michael Weikath가 만든 것으로 대한민국에서 엄청
난 인기를 얻었던 초절정 록 발라드의 선구적인 곡이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이러한 스타일의 구슬픈 가락에 하늘을 찌르는 고음 보컬의 비명에 목을 메는 이른바 고음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이 원조라 할 수 있겠고, 고거이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스콜피언스의
스틸 러빙 유로 점화되었고, 8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바로 이 헬로윈의 임마하!!! 로 존슨 개폭발을 하기 이르렀다.
그리고 90년대 넘어가면서 스키드 로우 * 스틸 하트 * 스트라이퍼 이른바 삼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인들의 고음병은 그 수준을
넘어서 고음암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90년대 후반 김경호와 박완규의 등장으로 이제 개나소나 락을 부르는 고음 코로나 19 아마겟돈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어느새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락은 음악이라기 보다는 남자들이 고음을 뽐내기 위한 일종의 스포츠 비스무리하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고음암의 원조가 바로 이 곡, 임마하였다.
물론 죄 지은 새끼들이 죄가 있지 죄가 뭔 죄가 있듯 이 노래가 뭔 죄가 있겄냐? ㅋㅋㅋ
노래 자체는 뭐 전형적인 슬로우 템포의 파워 발라드 넘버.
암 죄도 없지.
암튼 이후 수많은 고음 좀비들을 대거 양산케한 선조로서 그 위대함이란 자손대대로 성은이 망극하지 말입니다.
기타 전주나 중간 솔로는 다분히 영웅본색 주제가 당연정을 연상케 하며 ,
중저음과 고음을 번갈아가며 청자의 귓구녕 대굴빡 가슴팍을 사정 없이 푹푹 찔러대는 미하일 키스케의 가창력은 역시나 지존이다.
언제 들어도 킹왕짱이다.
사실 음역이나 스킬 같은 물리적인 채점기준으로 보자면 그리 난해한 곡은 아니다.
천년의 사랑 천상에서도가 코로너라면 임마하는 걍 신종플루 수준??
하지만,
이 음악이라는거이 뭔 어디까지 올라가고 몇 옥타브 어디서 음 존슨 끌고 바이브레이션 멕이고 그런걸로 판단하는게 아니잖아?
이 곡은 그런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곡들과는 달리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멜랑꼴리한 러브 송이 절대 아니다.
명반의 한 조각으로 철학이 담겨있는 파워 발라드 송이란 말이다.
난 이 멋진 곡이 오늘날 임마하 어쩌고 하며 고음암 좀비들에 의하여 희화화된 형국이 무척이나 개탄스럽고 한심할 지경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93FApzy73k&list=PL9C9EEBCA0A047AE5&index=5
헬로윈은 어떻게든 극도로 빠른 리프와 블라스트 비트만 사용하지 않고도 헤비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밴드였다.
판을 갈아 뒷 면으로 넘어가면 나오는 Future World는 싱글로 발매한 곡으로 임마하 못지않게 한국에서 사랑받은 곡이었다.
이곡은 비단 메탈 팬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팝/락 리스너들에게도 익히 알려진 곡이다.
미하일 키스케의 어메이징한 가창력도 한 몫 했지만 곡 자체가 너무 좋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명하게 부각된 멜로디가 뚜렷하고 재미 있었다.
이건 고음병이고 나발이고간에 노래 자체가 좋았다.
사운드가 그렇게 격렬하고 헤비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팝락 리스너들이 듣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뭐, 멜로딕 스피드 메탈 내자 파워 메탈 입장에서 보면 좀 웃기는 곡이기도 하나,
결코 명반의 한 조각으로 부족함이 없는 명곡이었다.
자, 드디어 앨범의 압권이라 할 수 있는 헬로윈의 포스가 총체적으로 집약된 최고의 곡이 등장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KQJPR5jAk&list=PL9C9EEBCA0A047AE5&index=7
난 기억한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1987년 가을,
전영혁의 1시 데이트에서 이곡을 처음 들었을때,
와!!!
그때 진짜 충격적이었다.
크림슨 글로리와 퀸스라이크를 처음 들었을때도 매우 놀랐지만 이건 그 이상이었다.
그건 아마도 나의 DNA에 헬로윈을 원하는 강력한 호르몬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카이와 마이클의 리프가 처음 내 귓구녕을 뚫고 미하일 키스케의 청아하면서도 강렬한 보컬이 내 정수리에 박혔을때
나의 미래는 이 사악한 호박 덩어리에 의해 부돌부돌 사단나기 이르렀다.
이건 결코 그들의 음악이 전술했던 크림슨 글로리나 퀸스라이크, 그리고 그 이름도 위대한 킹 다이아몬드보다 우수했기 때문이 아니
었다.
순전히 나와 헬로윈이라는 밴드가 정신적으로 감응을 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악하면서도 청순한 악마를 원했던 나에게 다가온 헬로윈은 그렇게 악마의 날개를 달고 나락으로 추락한 천사
가 되어 나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실로 처음 만나는 자유이자 해방이며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출구였다.
확실히 기억 하는데,
나는 이 헬로윈과 미하일 키스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왠지 나도 헤비메탈을 할 수 있을것 같다는...
그전까지 주다스 프리스트나 아이언 메이든, 오지 오스본 같은 사람들의 음악을 들었을땐 도무지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전영혁 아저씨 방송에 보냈던 어떤 애청자의 말마따나 헤비메탈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음악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서 헤비메탈은 초인들의 성역이었고 이 위대한 음악을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거룩한 성인처럼 성스럽게 보였다.
물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지만,
그땐 더욱 심했다.
도무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헬로윈의 할로윈이라는 곡을 들었을때, 그리고 미하일 키스케의 목소리가 내 가슴 안에서 억만광년으로 퍼져갔을때,
나도 왠지 헤비메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헬로윈의 음악이 결코 수준이 낮고, 연주력이 만만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1도 없는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적이고,
카리스마적이기도 했지만,
왠지 친밀하게 느껴졌고,
나도 이 형들처럼 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하나의 헤비메탈 뮤지션이 된 지금,
난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있다.
가슴이 울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