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교당 원마을에서 모셔옴
"내 종교가 귀하면 남의 종교도 귀한 거야"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6명의 종교계 리더들이 신앙을 떠나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그리피스 파크에 올라 함께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태영 신부 최정안 교무 김요한 신부 양현승 목사 김기대 목사 현철 스님.〈백종춘 기자〉
종교 평화는…
“더 부지런해야지 이웃종교와 종교 평화를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양현승 목사 <개신교·샬롬선교교회 담임목사>
“가톨릭 수도원에서 수도생 훈련도 해봤지.”
김현철 스님 <불교·반야사 주지>
“공의를 위해 모이는데 갈등이 생길게 있나요.”
최정안 교무 <원불교·원불교 미주 서부 교구장>
“어디에서도 종교 평화를 위한 마음은 한결 같을 겁니다.”
이태영 신부 <가톨릭·성프란치스코한인천주교회 주임신부>
“기독교 선교사의 하나님만 하나님이 아닙니다.”
김요한 신부 <성공회·성 프랜시스 성공회교회 한인 목회>
“타종교를 알아야 단단한 신앙을 다져나갈수 있습니다.”
김기대 목사 <개신교·평화의 교회 담임목사>
입성이 범삼치 않기 때문일까. 까만 양복, 로만칼라, 한복, 승복까지 제각각이다.
겉으로 봐서는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이들인데 서로를 대하는 분위기는 살가운 것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다.
이날 함께 자리한 6명의 단짝은 최정안 교무(원불교), 김요한 목사(성공회), 김기대 목사(개신교), 김현철 스님(불교), 이태영 신부(천주교), 양현승 목사(개신교). 그리피스 파크 오전 산책부터 단짝들의 점심 식사까지 그들의 특별한 우정을 동행했다.
◇만남 그리고 13년
원불교, 성공회, 개신교, 불교, 천주교. 5종교가 허물없이 친구를 먹은(?) 지는 13년째. 미주종교평화협의회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모임은 단체에 국한되지 않았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멤버가 바뀌기도 했다. 입적한 도안 스님과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떠난 김세을 신부 김혜봉 교무의 빈자리를 현철 스님 이태영 신부 최정안 교무가 채웠다.
"전임자들이 떠나가기 전에 새 친구를 소개해주고 떠나더군요. 끊어지기에는 너무나 값진 만남이기 때문이겠지요."(양현승 목사) 그렇게 우정은 대를 이어왔다.
계속된 그들의 만남은 결코 형식적이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 외에도 수시로 만난다. 성공회 교회에서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스님과 개신교 목사가 함께 참석해 성탄절을 축하한다.
큰스님이 LA를 방문하면 함께 인사한다. 각 종교의 행사가 있을 때는 상의도 하고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지난 2월에는 이태영 신부의 형이기도 한 이태석 신부를 돕기 위해 이들 모두 함께 나서 "아프리카 희망나눔 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우정
인터뷰를 위해 오른 그리피스 파크의 분위기는 딱 소풍이다. 최정안 교무가 현철 스님이 맨 빨간색 스카프를 보고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한다. 그 옆으로는 둘 셋 모여 사진 찍기 바쁘다. 오랜만에 산에서 모였더니 기분이 좋단다.
잠시 파크를 산책하다 옹기종기 크고 작은 돌 위에 걸터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 때가 멀지 않아서인지 역시 밥 얘기가 먼저다. 평소에도 순번제로 밥을 산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홀애비들이 많이 사지."(김요한 신부) 이태영 신부와 현철 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역시 함께 밥을 먹어야 친해진다는 얘기다. 이어 반야사 칼국수와 원불교 산채무침이 화두에 올랐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웰빙 음식이라고 신부와 목사가 자기네 집 솜씨인양 떠들석하게 자랑이다. "내일 칼국수들 먹으러 오시오."(현철스님) 송월주 스님 대접하려 칼국수를 만드니 오라는 말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정안 교무가 누구누구 갈꺼냐며 교통정리다. 친구들이 맞다.
이들의 모임은 장소에도 국한되지 않는다. 일년에 한 번은 도시를 벗어나 함께 캠핑을 한다. 텐트며 먹거리를 싸들고 모닥불을 피우고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자주 보는 데도 할 이야기들이 많단다.
양 목사가 내친 김에 자랑을 시작했다. "지난 5월에 딸이 결혼식을 했는데 누가 축가를 했는지 아십니까. 하하하." 목사의 딸 결혼식 피로연에서 목사와 스님 신부가 함께 "사랑으로"를 축가로 불렀단다. 너무 좋은 모습이었다며 사진도 한 장 보여준다. 진짜다. 하객들이 한편으론 놀랐지만 한편으로 많은 은혜를 받았다며 추억의 한 자락으로 간직하고 있다.
요즘은 6월 말이면 한국 나병 환자촌으로 떠나는 이태영 신부와 이별을 앞두고 아쉽기만 하다. "떠나긴 하지만 장소만 다를 뿐이지 한국에서도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종교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이태영 신부)
◇종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대화가 시작됐고 식사가 나왔다. 다른 종교가 모였으니 함께 기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오늘은 김기대 목사가 한국으로 가는 이태영 신부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모두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
각기 다른 신앙을 가졌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이웃 종교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이다.
여전히 다른 믿음을 가진 종교, 그것도 지도자들이 모였으니 논쟁이 잦지 않느냐는 기자의 의구심 어린 질문에 “공의를 위해서는 종교를 떠나 뜻을 한데 모읍니다. 종교를 위한 종교는 안됩니다.”(최정안 교무) 반박할 것도 없이 깨끗하게 못박는다. 모두가 명쾌한 대답에 수긍하는 눈치다.
이들의 열린 마음은 1~2년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다. 현철 스님은 다른 종교를 알기 위해 가톨릭 수도원에 들어가 수도승 체험을 했다. “인류역사를 봤을 때 전쟁의 3분의 2 이상이 종교전쟁입니다.
지금도 80~90%는 종교적인 갈등이나 전쟁을 겪고 있습니다. 대화와 이해가 부족합니다. 자기 종교가 좋다고 독선에 빠지는 건 타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종교는 모르고 자기종교만 안다는 것은 자기 종교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현철 스님)
김기대 목사 역시 석사학위는 불교로, 박사는 한국 종교사로 받았다. “다른 종교를 알기에 더욱 자신의 신앙을 견고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김기대 목사) 다른 종교를 안다고 해서 결코 자기 종교에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LA를 방문한 송월주 스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인사를 위해 두 손을 합장해 보였더니 오히려 스님이 악수를 청하시더군요. 서로의 종교를 존중할 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양현승 목사)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세계 어느 곳에도 안 계신 곳이 없다. 서구의 선교사들이 하나님을 데리고 간 것이 아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님을 만나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섬겼다. 기독교 선교사의 하나님만 하나님이 아니다. 우리가 찾은 하나님만 진짜 하나님이고 너희가 찾은 하나님은 엉터리라고 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 아니겠습니까.”(김요한 신부)
“그렇죠. 엄마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불리지 않죠. 누구에게는 며느리고 또 누구에게는 딸이고 아내예요. 이렇게 한 명에게 여러가지 호칭이 있듯이 사람들이 믿고 있는 하나님(하느님)도 지역과 제도와 문화와 언어에 따라 달리 나올 뿐이지 같은 분이라고 봅니다.”(최정안 교무)
■미주종교평화협의회(KRCP)는…
1997년 도안 스님과 김세을 신부를 위시로 창립됐으며 종교화합을 위한 활동을 중심으로 북한의 인권과 구호와 이민사회를 위한 사회활동도 활발히 펼쳐왔다. 지난 해에는 제1회 미주종교평화협의회 상을 제정하고 종교의 평화를 위해 힘써온 김광준 신부에게 그 상을 수여했다. 현재 양현승 목사가 상임대표를 맡아 단체를 이끌고 있다.
오수연 기자
LA 중앙일보 : 06.10.09.
첫댓글 시비에 대상이 아닌 있어서좋은 .......()()()
맞는말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바로 이것입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이해할려는 마음이 없이 아집과 독선에 빠지게되면 발전은 끝, 산 의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는 무수히 많으나 결국 마지막에 만나는 장소는 정상한곳뿐! 단지 서로가 가고있는길이 빠르고 좋은 지름길이라고 착각하며 스스로 자위할뿐!! 그래서 저는 이길을 택하였을뿐이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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