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4월에 공개된 Slaughter의 2번째 풀 렝쓰 앨범으로 The Wild Life, Days Gone By, Real Love등의 싱글이 차트에 오르면서 플래티넘을 따내긴 했지만 트리플 플래티넘(3,000,000장)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던 처녀작의 성공에 비하면 확실히 초라한 성적이다.
이건 아무래도 Nirvana를 비롯한 얼터너티브 락 기류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겠지만 슬로터 그들 자신의 음악적 노선 변화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듯 하다.
91~2년을 전후하여 글램 슬리지 메틀을 하던 메이저 밴드들이 점진적으로 70년대 스타일을 수용한 진보적인 하드락 밴드로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건 두 가지로 생각해볼수 있다.
하나는 얼터너티브 그런지로 인해 글램 슬리지를 더 이상 추구할수 없기에 그쪽으로 방향을 튼 거라 해석할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91년에 등장했던 건즈앤로지즈의 유즈 유어 일루젼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유즈 유어 일루젼을 통한 건즈의 변신은 상당히 혁신적이었다.
단순히 70년대의 복고풍 사운드에 머무르는데서 끝나지 않고 프로그레시브적인 요소까지 대거 수용한 대곡풍의 곡들도 여과 없이 구사했던 건즈의 음악적 진화와 그에 동반한 상업적인 성공은 확실히 건즈와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글램 슬리지 메틀 밴드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글램 슬리지 메틀 밴드 스스로 성장하고픈 자각이라고나 할까??
슬로터의 2집 The wild life를 들어보면 확실히 느낄수 있다.
1집에서 자주 발견할수 있었던 신나고 흥겨운 록큰롤 넘버보다는 다소 무겁고 진지하며 성숙한 일면이 돋보이는 곡들이 의외로 많이 도사리고 있는데 A면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Times They Change가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https://youtu.be/zSPsNpf7gUY?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Times They Changewww.youtube.com
곡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전형적인 락 발라드인듯 하나 로버트 플랜트의 타잔 샤우팅(Immigrant song에서 선보이는)을 재치있게 응용하여 70년대 싸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사비 부분에 발동하는 리프와 보컬 멜로디는 약간 70년대의
블루 오이스터 컬트나 블랙 사바스를 연상시키도 한다.
그런가 하면 중반부에 달리는 부분은 지금까지 이들이 영향받았던 하드락이 아닌 부류(스레쉬 메틀이나 잉베이류 네오 클래시컬 메틀)들이 자주 애용하는 프레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곡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70년대 영국 프로그레시브 락 음반들에서 자주 들을수 있었던 여러가지 소음(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수다)들이 크림슨 글로리같은 아르페지오 위에서 오퍼레이션 마인드 크라임같은 무드를 형성하고 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니~~ 슬로터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라는 전율과 함께 곡이 너무 마음에 들어 중독적으로 돌려 듣던 기억도 난다.
정말 노래를 너무 잘 만들었다.
대곡 취향으로 진지하게 만들었지만 기본적인 보컬의 멜로디 자체는 결코 난해하거나 루즈하지 않다.
이건 개인적인 기호 탓일수도 있는데 마크 슬로터의 목소리는 오래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로버트 플랜트의 세례를 듬뿍 받은 상태에서 본 스캇, 스티븐 타일러, 빈스 닐, 탐 키퍼 등의 장점을 수혈하고 거기에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개성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마크의 목소리는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역동적이다.
결코 최고의 보컬리스트처럼 근엄하고 고급스러운 지성은 가지고 있지 아니하나 슬로터 1,2집에 담겨있는 마크의 보컬에선 록큰롤 본연의 야성미와 순수함이 아주 다이내믹하게 잘 살아있었다.
https://youtu.be/nEnVmJKY9Xk?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Reach For The Skywww.youtube.com
스레쉬적인 발상의 리프 위에서 힘차게 지르는 마크의 보컬이 인상적인 Reach For The Sky 역시 아주 훌륭하다.
이전의 슬로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밴드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강렬하고 헤비한 음악으로 앨범의 스타트를 장식하기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다.
곡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전성 시절의 로버트 플랜트를 연상케하는 마크의 청아한 보컬 못지 않게 러쉬의 게디 리처럼 기타를 압박하는 다나 스트럼의 살인적인 베이스 라인 또한 환상적이다.
내가 알기론 다나 스트럼 이 양반 피크로 연주하는 것 같은데 플레잉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손으로 연주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배킹할때는 피크 특유의 날카롭고 딱딱한 느낌이 있는데 중간 중간 기타를 압박하는 필인을 들려줄때는 상당히 윤기있고 매끄러운 뉘앙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후반부 페이드 아웃 될때 전개되는 솔로성 리프는 매우 강렬하다.
https://youtu.be/Pep2AeDstkM?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Out For Lovewww.youtube.com
Up all night의 후렴구를 잠재우며 서서히 울려퍼지는 Out For Love는 전형적인 슬로터의 뿌리에 해당하는 록큰롤 넘버이나 기술적인 면에서는 처녀작에서 구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마크 슬로터의 보컬이 많이 다르다.
기본적인 음색은 데뷔 앨범 시절과 유사하지만 노래하는 방법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하이음을 많이 쓰긴 하지만 결코 고음으로만 부르진 않는다.
고음 못지 않게 중저음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부르니까 특유의 간헐적인 교성에 가까운 고음이 더 돋보이고있다.
https://youtu.be/CGrS9f9_G5Y?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The Wild Lifewww.youtube.com
싱글로도 출시했던 타이틀곡 The Wild Life 역쉬 아주 좋은 멜로디와 리프로 완성된 멋진 곡이다.
특히 후반부에 펼쳐지는 보컬의 사비 부분(곡 제목과 후렴구가 직결되는)이 사뭇 강렬하다.
왠지 의도적으로 강렬함을 자아내기 위해 곡 제목을 저렇게 한 듯 하다.
사비 부분을 자세히 들어보면 약간 컴 온 필 더 노이즈 후렴구에서 We'll get wild wild wild 이부분과 닮아 있다.
https://youtu.be/ZxgMGk9JPVA
Quiet Riot - Cum On Feel The Noize (Video Version)Music video by Quiet Riot performing Cum On Feel The Noize. (C) 1983 Sony Music Entertainment Inc.www.youtube.com
wild에 임팩트를 주어 반복하는 부분이 겁나 훅이 있다.
흥겨운 카우벨 소리가 인상적인 Dance For Me Baby는 전통적인 슬로터의 분위기인 글램 슬리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Move To The Music같은 곡에서는 다소 Funky한 연주로 Groove를 자아내고 있다.
https://youtu.be/x9O_csDY3Cw?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Dance For Me Babywww.youtube.com
https://youtu.be/lIYnr8bP3qc?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Move To The Musicwww.youtube.com
이런 요소는 어딘가 모르게 당시 장안동의 화제였던 익스트림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 같다.
https://youtu.be/IqP76XWHQI0
Extreme - Get The Funk OutMusic video by Extreme performing Get The Funk Out. (C) 2004 A&M Recordswww.youtube.com
아님 말구.. ㅋㅋ
당시 익스트림이 제시했던 Funk와 Metal의 교배는 확실히 기술적으로 많은 밴드들을 전염시켰는데 슬로터뿐 아니라 리치 코젠이 가담했던 포이즌의 앨범을 들어보아도 펑키한 요소가 은근슬쩍 묻어있다.
https://youtu.be/MqHSZMiEhhg?list=PLvsYXqtYjMYdO5XzmrYXuV0oyHVPCs-MW
Body TalkProvided to YouTube by Universal Music GroupBody Talk · PoisonNative Tongue℗ 1993 Capitol Records, LLCReleased on: 1993-01-01Producer: Richie ZitoAssociated ...www.youtube.com
Real Love는 앨범에서 가장 히트한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69위까지 올라갔다.
이곡은 뮤비로도 제작했는데 당시 한 끗발 날렸던 여배우 쉐넌 도허티가 출연하여 제법 볼만한 거리를 제공해주었다.
Slaughter - Real loveBuena balada de rockwww.youtube.com
애석하게도 그녀는 지금 암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절한 클라이맥스 부분이 제법 인상적이긴 하나 노래 자체는 그다지 좋지 않다.
다소 평범하다고나 할까??
허나 이 곡은 수많은 한국의 스쿨 밴드 내지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고정 레퍼터리로 다년간 많은 사랑을 받은 곡으로 이 땅에서는 의외로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담이지만 옛날에 나도 이거 한 적 있다 ㅋㅋ
보컬 키가 너무 높아 부르다 뒤지는 줄 알았다.
20여년전 국내 모기획사에서 발매했던 golden popsong이라는 팝 디비디라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 콤보 중에 메탈 밴드가 거의 없었다.
끽해야 워렌트, 포이즌, 파이어하우스 뭐 이 정도였는데 거기에 놀랍게도 슬로터의 리얼 러브가 담겨 있었다.
허헐~~ ㅋㅋ ~~ 그때 또 한번 이 노래의 국내 인지도를 실감할수 있었다.
https://youtu.be/8DEj2Uausl4?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Old Manwww.youtube.com
Old Man은 국산 라이센스 엘피반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앨범의 위력을 절감케하는 또 하나의 죽이는 곡이다.
앨범에서 가장 블루지한 곡으로 마크 슬로터와 다나 스트럼의 노련한 블루스 휠링을 유감 없이 느낄수 있다.
갠적으로 리얼 러브보다 백만배는 더 좋아하는 곡이다.
https://youtu.be/lgnGhPcJ7iQ?list=PL2ai0AT1IN7kUSv0gFI52JlvTcQbqRKPd
Slaughter - Days Gone Bywww.youtube.com
Days Gone By.....
대한민국에서 슬로터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의 애청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흐릿한 기억으론 예전 종로나 대학로 길보드에서 락/메탈 컴필 사짜 테잎도 많이 팔았는데 그때 어떤 컴필 테이프를 사도 데이즈 곤 바이는 꼭 끼여 있었다.
이 노래 확실히 그 시절에 한국 사람들로부터 인기 있었다.
우선 곡조가 아주 좋잖아??
보컬도 겁나 하이톤이구~
중간에 보헤미얀 랩소디를 연상케하는 오페라 코러스 비스무리한 것도 나오구~
적당히 서정적이고 약간 그늘진 면도 없잖아 있구 락 음악에 쩜메 관심있는 처자들이 환장하기에는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듯한 캐명곡이다.
또한 이곡은 쉬즈곤과 아이 리멤버 유로 대변되는 올림픽 공식 높이 뛰기 발라드와는 철저하게 구별된다.
하이톤이 분명 나오긴 하나 결코 공식처럼 정형화된 그런 고음이 아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컬의 가창력(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고음 소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별 의미 없이 멜로디를 높게 쌓아올린 것이 아니라 곡의 전개상 필요한 고음만 나올 뿐인데 그 음이 겁나게 높아 고음병 환자들까지 감동시킨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곡은 락 발라드 이상은 파해가 불가능한 평생 메알못들과 고음에 집착하는 보컬리스트 지망생들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때려잡은 망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오함마의 징조~~!!!!!!!!!
외국에서도 쩜메 인기가 많긴 했지만 그다지 높은 인기는 얻지 못했다.
리얼 러브가 조금 더 인기가 있었던것 같은데 ㅋㅋ
근데 생각해보면 고음병이든 메알못이든간에 음악성에 상관 없이 이런 HR/HM류의 곡들이 한국에서 먹혔다는건 쩜메 고무적이라 본다.
이런 걸 보면 락 음악도 노력하기에 따라 국내에서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갠적으론 고음암이나 메알못들을 나쁘게 보고 싶지 않다.
그루피 문화나 하이톤 보컬에 대한 탐닉은 락 음악에 열광하는 자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지나칠수 없는 관문이기에 그걸 극혐하는 것 보다는 흡수하여 전도의 방편으로 초심자들을 수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다시 슬로터 이야기로 돌아가서 썰을 풀어보자면~
슬로터의 2집은 1집처럼 신나고 흥겹지는 않지만 상당히 음악성이 있는 수준작이었다.
갠적으론 1집보다 2집을 조금 더 좋아한다.
형 환갑 축하해~!!
형 인성 쓰레기인건 알고 있수나 그래도 형이 만들었던 그 멋진 음악과 형의 놀라운 가창력은 나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어!!!
만수무강하고 앞으로도 좋은 음악 부탁해~
첫댓글 환갑 축하해요~~ ^^
잘 읽었어요~~^^
GRRRR~!!! ^^ 화랑님의 위력적인 리뷰에 T.K.O...^^
Coffee, Cigarettes and RockʼNʼRo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