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안동역 전경. 2020년 10월 18일에 안동역을 다녀 왔는데 지금은 구 안동역이 되었네요... |
‘안동역’에서 마지막 열차가 떠났다 주간경향 1408호 2020.12.28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노래의 무대였던 안동역이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중앙선 철도 복선화에 따른 철로 이설로 지난 12월 17일, 안동역이 안동시 운흥동에서 버스터미널 근처인 송현동으로 이전했다. |
▲ 구 안동역 좌우에서 바라 본 모습 |
숱한 애환이 서려 있는 안동역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에 준공했고, 1931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기도 했지만 90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던 안동과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교통 관문이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철도도 예외가 아니어서 좀 더 편리하고 신속한 교통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마지막 열차를 떠나보내고, 문을 걸어 잠그는 안동역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 노래비가 구 안동역 전방에 세워져 있습니다. |
근현대의 관문이자 중심 |
▲ '안동역에서' 노래비 전경 |
안동역은 중앙선이 지나는 곳이다. 위로는 서울 청량리, 그리고 아래로는 부산으로 가는 길목 역할을 했다. 처음 철도를 개설할 때부터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의 수많은 젊은이가 청운의 꿈을 안고 부푼 마음으로 안동역을 출발해서 서울로 향했다. |
▲ '안동역에서' 노래비 전면과 후면 모습 |
하염없이 열차시간을 기다리는 일은 힘들었다. 아주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역에서 200m 거리에 ‘문화극장’이 있었다. 남는 열차시간에 영화를 보며 달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음식점도 성황이었다. 특히 역 앞에는 갈비 골목이 있어서 지금도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역이 이전하고 나면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아 상인들의 걱정이 많다. 안동역은 이별의 장소이기도 했다. 가족을 두고 부득이 객지로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작별했다. 개찰구를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플랫폼까지 가서 이별의 짠한 아픔을 나누었다. 명절쯤에 객지에 나간 자녀나 가족이 도착하는 날이면 출구 앞에서 더디 가는 시간을 자꾸만 보며 그리운 사람들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만나면 서로 얼싸안고 반가움을 나누었다. |
▲ '안동역에서' 노래비 좌측 권역에 또 다른 '안동역에서' 노래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
가장 눈물 나는 이별의 순간은 입영열차였다. 군 입대를 하는 장정들은 인근에 있는 안동초등학교(당시 중앙국민학교)에 집결해 약 500m 거리의 안동역까지 함께 행진해 걸어갔다. 전송하러온 가족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행렬을 따라 함께 걸었다. 가족들은 플랫폼까지 따라와서 오랫동안 보지 못할 모습이 안타까워 얼싸안기도 했다. 특히, 애인을 떠나보내는 여성들은 더 애틋했다. 떠나는 열차 창밖으로 내미는 애인의 손을 붙들고 한없이 울곤 했다. 그러나 이별의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기적을 울리며 길게 꼬리를 끌며 지나가는 열차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역은 그런 이별의 순간을 모두 지켜보았을 것이다. |
▲ 또 다른 '안동역에서' 노래비 전면과 후면 모습 |
새 역사로 이전, 그러나 아쉬움 |
▲ 제2의 '안동역에서' 노래비 방향에서 바라 본 구 안동역사 모습 |
그렇지만 숱한 아픔과 애환을 간직한 90년 역사의 안동역이 이제 영원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가슴 짠하게 아쉽고 그리운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개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 건물도 머지않아 철거될지도 모른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안동역, 다시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 열차가 떠나고 이제 더 이상 기적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머지않아 굳게 잠긴 역사 위로 ‘안동역에서’ 노래 가사처럼 눈이 하염없이 내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눈이 녹는 것처럼 안동역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도 점차 희미하게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제는 사람도 열차도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안동역, 무거운 침묵만이 빈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윤한 시인 |
구 안동역사 위치도 |
좌측 빨간 시작점에 주차. 끝 부분에 운흥동 오층전탑이 위치. 우측 빨간선은 안동역과 노래비. 소재지 : 경북 안동시 운흥동 231 |
지도 하단의 A 화살표 우측 빨간점에 안동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도 상단의 안동시청을 기준으로 위치를 가늠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