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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 위용환
일층에 살다보니 얻는 것이 제법 있다. 그 중에 아파트의 정원이 내 정원이나 진배없다. 봄이면 개나리 앵두 목련 개복숭아 능수벗꽃은 물론 갖가지 꽃잔치를 본다. 여름이면 짓푸른 녹음이며 함박꽃 수국 등 여름꽃은 물론 싱그런 공기를 무상으로 얻는다 가을이면 코스모스, 백일홍, 금송화, 노란소국화 등의 꽃과 감 모과 대추 꽃사과 등 과일에다 노란단풍 갈색단풍 붉은단풍으로 자연이 그린 수채화속에서 산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골고루 하얀 눈이불을 덮은 마당이며 차량 등 하얀 세상을 거저 보고, 그 위에 비오는 날 나뭇잎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며 겨울철에 싸락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눈과 나뭇가지 땅바닥이 내는 사그락 거리는 자연의 연주는 안 들어본 사람은 모른다.
베란다 앞 화단은 제법 넓다. 오래전에 지었기 때문에 건폐율이 높지 않아 공간이 넓다보니 약 20m 쯤 너른 화단이 창문 앞에 있어서 꽃이며 나무며 과일이며 철따라 경치가 가만이 놔둬도 제법 그럴싸하다.
그 중에 산수유 두 여석이 나란히 서있는데 키는 5~6m 남짓 되 보이고 가지는 사방으로 넓게 펼치고 있어 자못 당당하다. 그 위에 새빨갛고 자그마한 열매를 잔뜩 매달고 있어 이건 꽃인지 열매인지 가까이 가보지 않으면 구분이 안 된다.
산수유는 예쁘게 단풍이 들지 않고 한 편으로는 누렇게 단풍이 드는 듯 마는 듯 하고 한편으로는 푸른 잎이 그대로 말라서 떨어진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열매는 낙과가 되지 않고 겨우내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서 겨울철 새 들의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새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지 방문하는 새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온전히 열매를 매달고 있다가 봄에 새싹이 날 무렵에야 땅에 떨어뜨린다.
온천지가 새하얗게 변한 은세계에 유독 새빨간 열매를 모개로 메달고 있는 사수유는 정말로 일품이다
고려말의 원천석 시조에는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던고
굽을 절(節)이면 눈 속에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라고 노래했고
조선시대 이정보 시조에는
“국화야 너 난 어이 삼월춘풍 다 지나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이 네 뿐인가 하노라”
라고 노래했는데 아마 눈밭에 빨간 열매를 매단 산수유를 봤다면 대와 국화와 산수유를 같은 열에 세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산수유야 말로 대와 맞먹는 세한고절(歲寒孤節)이고 국화와 같은 오상고절(傲霜孤節)임이 틀림없다. 나는 우리 아파트 정원에서 가을이면 오상고절을 보고 겨울이면 세한고절도 감상하면서 산다. .
산수유는 별명으로 석조(石棗) 또는 촉조(蜀棗) 계족(鷄足)으로도 불린다
남녀 모두에게 두루 좋은 한 약제는 흔한 편이 아닌데도 산수유는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다 좋다고 한다. 한 약제뿐만이 아니라 차로도 널리 쓰이고 술도 담근다. 씨는 독이 있어 발라내고 과육만 사용 한다
층층나무 과의 작은키 나무로 그 높이는 대게 4~7m 정도이고 우리나라에는 약 7종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열매는 8월에 길이1.5cm 정도의 녹색을 띈 긴 타원형으로 달린다 그 속에는 단단한 씨가 들어있는데 모서리가 져 있으며 결실기는 9~11월이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의 수수한 꽃 20~30개가 우산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작게 달린다. 양성화이고 길이는 약 7mm 정도다. 수술이 각 4개며 암술은 1개 씨방은 밑에 있다. 짧은 가지 끝에 노란꽃이 둥글게 모여 피므로 나무 전체가 연한 노란색으로 뒤 덮인 처럼 보인다.
봄이면 꽃이 일찍 피는 나무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군집을 이루고 피어 있어 그 향이 은은하고 꽃 놀이 철의 시작을 알리는 모여 피어 아름다운 꽃이다. 산수유가 필 무렵이면 생강나무의 꽃도 핀다. 두 꽃이 다 비슷한 시기에 피고 외양 또한 비슷하며 따로 놓고 보면 얼른 구별이 안 된다.
김유정의 동백꽃이란 작품에 나오는 생강나무와 산수유가 흡사하나 전혀 다른 나무다.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노란 동백꽃이며 알싸한 향이란 표현이 오타거나 실수였을 거로 짐작하기도 했었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의 작은키 나무지만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의 큰키 나무이고 꽃도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 산수유는 잔가지가 뻗어 나와서 거기에 꽃이 피는 양성화인데 반해 생강나무꽃은 가지에 바짝 붙어서 두 송이가 나란히 붙어서 핀 것처럼 보이며 암꽃과 수꽃이 다른 나무에 핀다.
퇴직하기 전에 근무하던 곳의 동료 중에 피이융이라는 동 오래전에 오래전 현 직에 있을 때 피이융이라는 동료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부를려면 소리값대로 부르기가 어렵다. 그래서 피이융=퓽 이라며 장난삼아 퓽 풍했던 기억이 새롭다. 산수유 또한 산수유라고 정확히 발음하기가 약간 어렵다.그래서 산수유=산슈 하면 발음하기가 쉽다. 산수유 때문에 케케 묵은 옛 추억의 한 토막을 꺼내서 맛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자락의 구레군 산동면 일대가 우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자락의 구레군 산동면 일대가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소리값대로 발음이 안 돼서 피 이 융=퓽 이라고
다. 일부러 퓽 퓽 소리를 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산수유 . 나무의 수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구레군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 즉 산수유 시목으로 추정되는 나무의 수령이 약 1000 살 정도라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산수유 나무의 할아비 정도 되는 나무가 약 일천 살의 나이를 먹은 것이다.
전설에는 1000 여 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 살던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면서 고향을 잊지 않겠다고 고향나무인 산수유를 가져다 심었다고 하나 고증이나 기록은 없다. 다만 산동이란 이름에서 어느 정도 짐작해 볼 뿐이다. 지리산에서 보자면 서쪽이니 산서면이라고 해야 하는데 산동면이라 한 것을 보면 혹시 그 전설과 연관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한겨울 새하얀 눈이 천지를 덮을 무렵에 새빨간 열매를 잔득 매달고 있는 산수유 나무를 보면 그 자태가 일품이다. 겨울의 꽃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엊그제 눈이 펑펑 내릴 때 하얀 눈발에 더욱 붉어 보인 산수유를 보면서 왜 이제까지 산수유를 노래한 시, 특히 산수유 열매를 노래한 글을 접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물론 내가 과문하고 독서가 넒고 깊지 못한 때문인 줄도 안다. 그렇지만 눈 속의 붉은 열매가 꽃으로 착각할 정도라서 혼자만 느끼기에는 아까워 견문이 좁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산수유 칭찬을 늘어놨다..
첫댓글 산수유를 예찬 하여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고향이 산동이거든요 경동 약제상에서는 특품 대접을 받으면서도 값싼 중국 제품에 밀리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 이였음니다 좋은글 올려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23 19:44
아파트 단지 에서 철따라 피고 지는 나무와 꽃에서 이렇게 멋지고 교육 적인 글을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위용환 선생님 잘 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일상에서 본 것을 옮겨 봐답니다
선생님 덕분에 지식 한 알 챙겨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직 서툰 글입니다.
산수유를 다시 한번 찾아봤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재미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