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후(邂逅) "하하……, 이제 일어나셨소?"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빨간 화염 위에는 잘 익은 고기가 있었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몰골이 형편없는 두 남녀는 정신없이 자다가도 이 냄새를 맡았는지 부스스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남궁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대충 사정을 짐작한다는 듯 손짓을 하며 입을 열었다. "몹시 허기진 모양인데, 어서 드시오. 그러나 급히 먹으면 체하니 천천히 먹어야 할게요." 두 남녀는 대답도 없이 털썩 주저앉더니 시커먼 손으로 잘 익은 고기를 잡고는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남궁호는 한두 마리 가지고는 도저히 그들의 허기를 달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밖으로 나가 몇 마리를 더 잡아 왔다. 그들이 먹는 동안 그는 고기를 익히는 일을 하였건만 둘은 먹기에도 바쁜지 먹기만 할 뿐 고맙다는 인사도 할 줄 몰랐다. 그들이 먹는 것을 멈춘 것은 이십여 마리를 먹어치운 뒤였다. 남궁호는 내심 그들이 이토록 많이 먹을지는 몰랐기에 그 동안 몇 차례나 더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와야 하였다. 마지막으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온 그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둘 다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좋소. 얼마든지 자시오." 그는 이 깊은 산중에서 생활한 지 오래 되었기에 타인을 보는 것은 물론 대화조차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잠에서 깨어나면 물어볼 것이 많았으나, 이들이 충분히 잘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여 그대로 두었다. 그 사이 춥지 않도록 장작을 더 때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 천황삼식을 모두 익혔으니 하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금강수라마강시에 생각이 미치자 깊은 상념에 잠겼다. 그 마물이 이 깊은 산중까지 온 것은 혹시 일월교를 전멸시키고도 모자라 숨어 있는 천하인들은 모두 죽이고 다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몹시도 불안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자신이 한 행동은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몽땅 태우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설마? 아니야,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는데……. 에이,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 일단 이들이 깨어난 뒤 물어봐야 알겠구나.' 남궁호는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을 잊으려 다시 폭포수 아래로 들어갔다. 두 남녀가 깨어난 것은 이틀이 더 지나서였다. 그들은 그야말로 죽음보다 깊은 잠을 잔 셈이다. 다시 한 번 남궁호가 잡아온 고기로 배를 채운 그들은 그제서야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고맙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형장 덕분에 우리 남매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소이다." "은공,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후후……, 그런 말씀 마시오. 사해가 동도라 하였거늘, 어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단 말이오." 그러자 북리성린이 정중히 포권하며 다시 예를 갖췄다. "아닙니다. 형장이 베풀어 주신 은혜는 보통 사람들은 물론 무림의 고수라 할지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남매는 형장 덕에 목숨을 보전한 것이니, 너무 겸양하지 마십시오." "후후……, 괜찮다는데 너무 이러시면 소생이 불편하오." 남궁호가 짐짓 미소지으며 말을 하자, 북리성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소생은 북리성린이라 하는데, 은공의 명호는 무엇인지요?" "잠깐, 방금 무어라 말씀하시었소? 형장의 이름이 북리성린이라 하시었소?" 남궁호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자, 북리성린은 왜 그러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 소생의 이름이 북리성린이오. 이제는 멸문당했지만 과거에는 강호십정 가운데 하나였던 철기보의 개망나니 북리성린이 바로 소생의 이름이 맞소이다." "정말 그대가 북리 아우가 맞는가? 우형을 모르겠는가?" "예에?" "우형이네! 내가 바로 남궁호일세." "예에?" 지금껏 말없이 사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북리운혜의 얼굴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경악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수염을 자르지 않았기에 마치 산적처럼 덥수룩한 모습이었기에 이들 남매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정말 남궁 형이란 말씀이시오?" "하하……, 그렇네. 여기서 이렇게 아우를 만날 줄이야……. 정말 반갑네. 그럼 이 분 소저는 도화요정 북리운혜 소저이시겠군? 정말 반갑소이다." "소녀가 남궁 대협을 뵈어요." 지금껏 다소곳이 앉아만 있던 북리운혜는 날아갈 듯한 대례를 올렸다. "어, 어? 이, 이러지 마시오.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남궁호는 감히 태만할 수 없었기에 그 역시 허리를 숙이면서 절을 받았다. 사실 북리운혜는 자신 스스로도 왜 그에게 대례를 올리는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형님!" 북리성린은 깊은 포옹으로 그를 만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괴물 같은 놈에게 쫓기면서 그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었다. 죽을 고비도 수십 번은 족히 넘겼다. 이제 죽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그의 뇌리로는 이미 죽은 부친과 두 형들, 그리고 남궁호가 떠올랐었다. 앞의 셋은 그의 혈육이고, 남궁호는 그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친형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북리운혜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람이 더 있다면 그것은 그녀를 낳아 준 모친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녀에게 있어 남궁호는 비록 단 한 번 그의 품에 얼떨결에 안겼었지만 그녀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異性)의 품에 안겼던 것이기에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가 위도를 떠난 뒤 이미 빼앗긴 방심 때문에 그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던가! 너무도 반가운 해후를 한 셋은 잠시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이내 세상 이야기를 하였다. 비록 쫓기는 와중이었지만 워낙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기에 북리 남매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었다. 이들 덕에 남궁호는 세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소상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어디론가 숨어들어 천하에는 오로지 일월교만 남게 되었으며, 그들의 수효가 엄청나게 줄어 이제 겨우 사십만 정도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금강수라마강시들도 엄청나게 줄어 이제 겨우 이백 정도만 남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황도가 통째로 사라져 찾을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희란공주가 모든 것을 계획대로 처리하였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석가장 열빈객잔으로 향하기 전 황궁에 들러 희란공주에게 한 권의 비급을 넘겨주었다. 거기엔 과거 금강수라마강시들을 가두었던 금사멸악진을 개조한 것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과거 금사멸악진을 바위로 펼쳤다면 이것은 무인들이 펼치는 진법이었다. 금사멸악진이 빛마저 가릴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진세임에는 틀림없으나 거기엔 갇힌 자들을 해하는 위력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개조한 진세는 무엇이든 가둠과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갇힌 자들을 즉시 죽일 수 있는 위력이 담긴 것이었다. 이것을 펼치는 데 제약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진세를 이루는 인원이 엄청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진세를 이루기 위해선 일천오백에 달하는 엄청난 인원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인원이 필요한 만큼 위력 또한 대단하다 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생문(生門)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흉문(凶門)과 살문(殺門)으로 그득한 천고의 절진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황궁에서는 금의위와 동창고수들로 하여금 이것을 연마시키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마음 든든해짐을 느꼈다. 진법이 완전해지면 설사 금강수라마강시라 하더라도 능히 박살낼 수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해후가 끝난 후 남궁호와 북리성린은 동굴 깊숙한 곳으로 가서 하루 종일 운공으로 소일을 하여야 하였다. 그것은 북리운혜의 부탁 때문이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수욕도 못하고 의복도 갈아입지 못했던 그녀는 너무도 더러운 자신의 몰골을 보고는 도저히 씻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그녀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피 말리는 추격에 너무도 지쳤을 때에는 마음 편히 쉬었으면 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었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마음 편하고 배가 부르자 다시 다소곳했던 예전의 그녀로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담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더러운 몰골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그녀의 방심은 얼음장보다도 차가운 폭포수에 수욕을 하는 동안 춥다는 느낌을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비록 낡기는 하였지만 그녀의 의복 역시 깨끗하게 세탁되었다. 본래 백의였던 그녀의 의복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거의 한 시진에 걸쳐 빨자 다시 제 빛을 찾은 듯 희게 변해 있었다. 화톳불에 의복을 말려 걸친 그녀는 봉두난발이 되었던 머리도 다시 가지런히 정리를 하였다. 그러자 다시 예전의 아름답던 미모의 대부분을 되찾았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동안 너무도 굶주려 많이 말라 있다는 것이다. 남궁호와 북리성린은 미모를 되찾은 그녀를 보며 한동안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남궁호는 오랜만에 보는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워 입을 못 다문 반면, 북리성린은 제 누이를 놀리느라 입을 못 다물었던 것이다. "하하, 대체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이렇듯 단장을 하시었소?" 며칠 후 남궁호는 북리성린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그가 가르친 것은 고금제일인으로 추앙받는 무적풍 위세기의 무적검법이었다. 아직 천황검을 사용할 수 없어 무적검을 주지는 않았으나 그는 위도를 떠날 때 부친이 준 파천검을 지니고 있었기에 검법을 익히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었다. 남궁호는 그에게 검법을 가르치는 한편 고기와 짐승을 잡았고, 북리운혜는 그것을 맛있게 요리하였다. 비록 산중이고 한겨울이라 식량이 풍부하지 않았으나 그냥 불에 익혀 먹을 때와는 분명 다른 맛을 내고 있었다. 불과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두 남매는 예전의 몸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모든 피로도 깨끗이 씻어 내렸다. 놀랍게도 북리운혜는 남궁호에게 자신은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무공을 전수해 달라는 말을 하였다. 강호에서는 제자가 아니면 무공 전수를 꺼리는 것이 상례이기에 그녀의 이런 요청은 이색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호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알맞은 무공들을 하나하나 전수하였다. 사실 북리운혜는 오라비인 무정검이나 유성활도에 비하여 결코 하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남궁호의 가르침을 마치 마른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그렇게 습득해 가고 있었다. 남궁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자세를 손수 교정하는 열성까지 보였다. 그러나 이것을 받아들이는 그녀는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 * * "어찌 되었느냐?" "성녀님, 반가운 소식이에요. 그 괴물들이 이제 거의 없어졌다고 해요." "오오, 그래?" 옥화성녀 백무영은 건일로부터 보고를 받고 무척이나 밝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 반년 동안 꼼짝도 못하고 한 곳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하였기에 너무도 지겨웠던 것이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을 하였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불과 몇밖에 되지 않는 금강수라마강시들에게 쫓겨 황망히 도주하였던 기억은 천하를 제패하겠다고 꿈을 키워 왔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를 명확히 알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 마물들을 상대로 혈전을 벌인 끝에 거의 대부분을 없앤 일월교야말로 천하를 제패하겠다고 나설 충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도 아울러 인정하게 되었다. 일월교에 침투시킨 수하들로부터 온 보고에 의하면, 비록 혈황마군이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준수한 외모를 지녔고, 무공 또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절하다 하였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백리무영은 혈황마군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수하로 하여금 그의 용모파기를 그려 보내라 명을 했더니, 누가 그렸는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정성스럽게 그린 초상화를 보내 왔기 때문이었다. 현재 그녀에게는 혈황마군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 적이 없어 정실의 자리가 비어 있으며, 정혼자였던 사갈요희가 사라져 소식조차 모른다 하였다. 그의 여인 취향을 알아본 그녀는 자신의 미모 정도면 그를 능히 홀리고도 남는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호호호……, 그 자와 혼례를 올린다면 장차 천하를 지배하는 여인이 될 수 있으리라.' 백리무영은 혈황마군을 유혹하여 그의 정실 자리를 얻겠다고 결심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일단 정세를 살핀 후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야 자신의 염원대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월교에서 모든 마물들을 없애는 대신 엄청난 손실을 입으리라는 것은 뻔한 이치였다. 강호야 이미 일월교에 장악되다시피 하였으니 남은 것은 황궁뿐이다. 강호를 제패한 그가 황궁을 그대로 둘 리 만무하다 생각한 그녀는 간특한 꾀를 내었다. 아직 황궁에는 이백만 명친건흥군과 팔십만 금군, 그리고 비밀 세력인 동창이 건재하기에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마물들을 퇴치하고 남은 수하들만 가지고는 분명 힘이 부족할 것이다. 또한 어차피 강호는 거의 지리멸렬하다시피 하였으니 새롭게 보충시킬 인원이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저지른 패악으로 인하여 강호에서 신망을 잃었기에 누구도 새로 입교하려 하지 않을 것이 뻔하였다. 이때 십만이 남는 옥성궁도들을 데리고 합류하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이때 전제조건으로 자신을 정실로 받아들이라 한다면 혈황마군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생각하였던 것이다. '호호호, 잘만 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된다. 그저 굿이나 보고 떡 먹을 생각이나 하면 된다는 거지. 호호호, 측천무후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야 말 테야.' 옥화성녀 백리무영은 남몰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 * * "회주님! 소녀, 보고드리옵니다." "말하라!" 이곳은 낙양 한복판에 자리잡은 천향기원 지하에 마련된 석실 중 하나였다. 지난 반년 간 이만에 달하는 여인들이 무공 수련에 여념이 없던 곳이다. 이곳이 바로 일월교도들을 괴롭히던 한녀회 총단인 셈이었다. "금강수라마강시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직 남은 것들이 있기는 하나, 일월교도들이 쫓아다니며 없애고 있기에 곧 사라질 것이라 합니다." "천괴성의 빛은 여전하더냐?" 회주라 불린 여인은 보고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천괴성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전보다 조금 더 밝아지기는 하였으나 아직 두 별에 비하면 희미합니다." "알았다! 나가 있거라!" 회주라는 여인은 바로 사갈요희 문지란이었다. 그녀는 일월교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보다 못해 한녀회를 조직하여 그들을 조직적으로 괴롭혔었다. 그녀는 사갈요희로 선발된 직후 들렀던 사갈요전에서 우연히 들춰 본 상고시대 때의 기록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었다. 천괴성과 귀암마성, 그리고 혈요마성 간에 있었던 최초의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는 그곳에는 놀랍게도 혈요마성이 진정 사랑하였던 것은 귀암마성이 아니라 천괴성이라는 것이 명백히 적혀 있었다. 그녀가 천신의 부름을 받아 하늘의 별자리가 되기 전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에는, 앞으로 언제가 되었든 천괴성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하였다.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 바로 귀암마성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모든 기록을 살핀 그녀는 이제 동시대에 태어난 천괴성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그를 한 번쯤은 만나고픈 열망이 생겼기에 그토록 만마앙복탑을 떠나려 하였던 것이다. 애초에 강호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에는 천괴성을 만나려는 열망에 젖어 있었으나 어처구니없게도 남궁호라는 너무도 평범한 사내에게 청백을 잃었기에 이제는 그런 열망을 버렸다. 그러나 언제고 천괴성과 귀암마성이 대결을 벌인다면 그때는 분명 천괴성의 편을 들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인 귀암마성의 세력인 일월교를 없애는 데 주력하였던 것이다. '이제 강호로 나가 볼 때가 된 것 같아! 천괴성을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쯤 보고 싶은 이 마음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혹시 수천 년 전, 이루지 못한 혈요마성의 사랑 때문일까? 내가 혈요마성의 정기를 타고나서? 그리고 남궁 공자를 찾아야 한다. 어쩌면 마물들의 손에 희생당하였을지도 모르나, 어쨌든 그는 나의 청백을 차지한 사내! 이미 죽었다면 그의 위패라도 모시는 것이 여인 된 도리! 아아아,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사갈요희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어쩔 수 없자 긴 한숨을 쉬었다. * * * "하하……, 이렇게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네." 남궁호는 얼음 녹은 물이 계류를 이뤄 졸졸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소제도 기분이 좋습니다." 남궁호와 북리성린은 마치 친형제처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가고 있었고, 북리운혜는 그들의 뒤를 바짝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오랜 칩거(蟄居)를 깨고 하산하던 중이었다. 이곳까지 내려오기 전 그들은 우연히 만난 심마니로부터 세상을 온통 피바다로 만들던 마물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일월교의 눈에 뜨이지 않은 몇몇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는 말도 들었다. 지난 겨울 동안 일월교는 천하를 장악하는 데 있어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마물들을 완전히 섬멸하다는 데 성공하였다고 한다. 물론 그들의 피해는 막대하였다. 무려 일백사십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이제 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닌 고수들은 이십만 가량이 남은 셈이다. 나머지 사백만 중 이백만은 무공이 일천한 여인들이고, 이백만은 사내들이기는 하나 무공이 비교적 약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힘만으로도 일월교는 능히 천하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물들이 사라지고 난 뒤 혈황마군은 웬일인지 모든 맥도들과 교도들을 악양으로 집합하도록 명을 내린 바 있었다. 그래서 양민들은 산에서 나와 다시 예전에 살던 곳으로 하나둘 돌아오는 그런 시기라 하였다. 비록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종전처럼 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하였다는 심마니의 말에 남궁호와 북리성린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즐거워하였다. 현재 세상에 깃든 평화는 모두 남궁호가 마물들을 풀어놓아 생긴 것이라는 의미였다. "하하……, 형님 덕에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아요." "후후……, 자네는 아직 모르는가? 지금 이 평화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일세. 일월교도들이 전부 악양으로 집결하였다는 것은, 전열을 가다듬어 이제 마지막 남은 황궁을 치려는 수작일 것일세. 아마도 엄청난 시산혈해가 생기겠지." "그게 정말입니까? 일월교도들은 마물들을 해치우느라 그 수효가 엄청나게 격감하였다고 들었는데……." "후후……, 황군의 모든 세력을 전부 합쳐도 일월교도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것일세. 거기다 무공은 약하지만 사백만이라는 교도들이 더 있지 않은가! 수효만 가지고 따져도 상대가 될 수 없네." "예에? 어떻게 그런 결과가……." "후후……, 생각해 보게. 제아무리 사나운 강아지라 할지라도 흉폭한 백호를 절대로 이길 수 없네." "그야……." "마물들에게 일월교도들이 당한 것과 같은 이치이네. 지금 상태라면 황군은 반드시 무너지네." 남궁호의 나직한 설명을 들은 북리 남매의 안색은 급변하였다. 만일 그들이 황궁마저 차지한다면 영영 철기보의 복수를 할 길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들을 이끌고 있는 마신이라는 자는 가히 천신지경에 달한 자일세. 아마 그 혼자서도 능히 백만 대군을 무찌를 능력이 될 걸세." "그렇다면 큰일 아닙니까? 영영 천하를 그들의 손에 넘겨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북리 남매는 남궁호의 말에 자신들의 염원을 어쩌면 영영 이룰 수 없다는 암담한 생각을 품게 되었다. "후후후……, 그건 아닐세. 내 비록 미약한 힘이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하여 한 목숨 던질 각오가 되어 있네." "……?" 북리성린은 자신보다도 오히려 내공이 낮은 남궁호가 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현재 그의 힘은 일월교도 하나를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하하……, 우형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가?" "……!" "후후……, 예전에 말이네. 아주 예전에 천신은 태양과 달, 그리고 인간들을 다스리라 세 신을 보낸 적이 있었네. 지금은 귀암마성과 혈요마성, 그리고 천괴성이 된 천신들이었지." 남궁호는 천천히, 그러면서도 알아듣기 쉽게 세 천신과 광명천계, 그리고 귀암요맥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마치 옛날 이야기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두 남매는 귀를 기울여 그의 말을 들었다. 결국 두 남매는 남궁호가 바로 천괴성을 타고난 신인이라는 것을 알고는 대경실색하였다.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생각하던 그가 바로 광명천계주라는 사실을 알고는 아예 기함할 지경이 되어 버렸다. "혀, 형님!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공자님……!" 북리 남매가 너무도 놀라는 모습을 보이자 남궁호는 빙그레 미소를 지은 후 입을 열었다. "후후……, 자네는 아는가? 천 년 전, 천하를 겁난으로부터 구한 위적풍 위세기 대협을?" "에이, 형님! 고금제일인을 모르는 무림인도 있답디까?" "후후……, 그 분이 천하를 혈겁으로부터 구하라는 명을 받고 떠난 광명천계의 인물임도 아는가?" "예에? 대,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정말 사실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계속적으로 놀라는 표정을 짓느라 바쁜 북리 남매를 본 남궁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광명천계의 역사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제 알겠는가? 우형이 왜 자네에게 무적검법을 전수하였는지를? 그리고 소저에게 왜 소생이 무공과 의술을 가르쳤는지 아시겠소?" "그, 그럼 소제와 누이를 광명천계의 문도도 삼으시려고……?" 북리성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남궁호가 그의 말을 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도 영광스러워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지금은 난세이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막아낼 수는 없네. 아마도 귀암마성과 혈요마성에게는 많은 수하들이 있을 것이네. 후후……, 한 손으론 두 주먹을 감당할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네와 소저는 미안하지만, 나의 우비위와 좌비위가 되어 주어야겠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현재 무공이 형편없네. 언젠가 하늘의 뜻이 닿는다면 몰라도 말일세." "형님! 아니, 속하가 계주님을 뵈오이다." "소녀, 북리운혜가 주공을 뵈옵니다." 남궁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북리 남매는 포권과 대례를 올렸다. 남궁호는 이번엔 그들의 예를 만류하지 않았다. 북리성린은 자신을 광명천계주의 우비위로 삼는다는 말에 너무도 감격하여 눈시위가 뜨거운지 주먹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북리운혜는 자신을 좌비위로 삼는다는 것은 영원히 자신을 곁에 두고 싶다는 말로 알아듣고 대례를 올렸던 것이다. "아아, 이제 되었어." "후후후, 되었네. 이제 그만하고 갈 길을 가세." 남궁호가 몸을 돌리자 북리성린은 그의 우측에, 그리고 북리운혜는 그의 좌측에서 마치 호위하는 듯한 모습을 하였다.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흉금을 털어놓아도 좋을 지기 같은 사이였으나 이제는 아니었다. 북리성린에게는 하늘 같은 상관이 된 것이고, 북리운혜에게는 하늘 같은 지아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사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하산을 하였다. 그들이 막 산허리를 돌자 갑자기 숲속에서 무언가가 쾌속하게 튀어나오고 있었다. 셋 가운데 가장 내공이 정심한 북리운혜는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하여 고개를 돌렸다가 그만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아앗! 그, 금강수라마강시!" 지난 겨울 내내 따라다니던 마물이 목표가 없어 제자리에 서 있다가 이들이 지나자 냄새를 맡고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아앗! 형님!" 북리성린은 재빨리 부친의 애병이었던 파천검을 뽑아 들며 남궁호를 호위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셋 가운데 그의 무공이 가장 약하기 때문이었다. "이 마물! 지독히도 따라다니는구나! 이야압! 파천일세(破天一勢)!" 먼저 신형을 날려 다가서는 마물을 막아선 것은 북리성린이었다. 그는 파천검을 휘두름으로써 마물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와 동시에 북리운혜의 허리에 매어 있던 채대가 풀려 나와 허공을 가르며 섬전 같은 속도로 마물의 배심혈 부위를 찍어 갔다. 그렇게도 부드럽고 하늘하늘하던 채대가 마치 장작개비처럼 꼿꼿하게 서 잇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내공이 결코 일 갑자 이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궁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무적검을 뽑아 무적검법을 펼치며 마물을 베어 갔다. "이얍! 무적파천(無敵破天)―!" 쉬이이익― 쐐에에에엑―!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둔중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턱! 퍼퍽! 타악! "으읏!" "헛!" "윽!" 이미 금강불괴를 이룬 마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장기 중 유일하게 무적검의 검세만을 팔로 막았을 뿐 파천검과 채대의 공격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대로 방치하였다. 파천검이 비록 보검이기는 하나 명검의 반열에는 이를 수 없으며, 채대 역시 금강불괴를 깰 수 있는 신병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남궁호는 호구가 찢어지는 듯한 격한 통증을 느끼고 뒤로 세 걸음 물러서며 한 덩어리 선혈을 울컥 토해놓았다. 그것은 북리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들은 남궁호처럼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마물의 몸에서 느껴지는 반탄력 때문에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서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마물은 바로 남궁호를 향하여 섬전처럼 쇄도하며 주먹을 내뻗었다. 아직 제대로 신형조차 가누지 못한 판국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서는 마물의 주먹을 본 남궁호는 대경실색하였다. 맞으면 뼈도 제대로 못 추릴 위력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아앗! 형님! 이얍! 파천도룡(破天屠龍)―!" 북리성린은 너무도 다급한 순간이라 판단하였는지 전 내공을 끌어올려 파천검법 제이초식인 파천도룡으로 마물의 두 다리를 베어 갔다. 이 순간, 남궁호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마물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내공이 정심한 북리운혜에게 무적검을 던져 주며 외쳤다. "이것을 쓰시오!" 영리한 북리운혜는 즉각 그의 뜻을 헤아려 검을 잡자마자 소림사 검법 중 최절정인 수미혜검식을 시전하였다. 퍼어억! "크아아아악!" 검을 던지는 순간 마물의 무지막지한 주먹은 그대로 남궁호의 허리 어림을 격타하였고, 그 충격에 비명과 함께 피를 토하며 그의 신형은 무려 이십여 장이나 날아가 그대로 처박혔다. "이잇! 이 마물! 죽어랏!" "아앗! 형님! 에잇! 죽엇!" 북리 남매는 마물에게 당한 남궁호의 신형이 거칠게 땅바닥에 내리꽂힘과 동시에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수법을 시전하여 마물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마물은 너무도 신속하게 신형을 이동시키며 둘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반격까지 하였다. 곧 셋이 있는 곳에서는 뿌연 황진이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북리 남매가 죽기살기로 달려들자 마물도 쉽게 그들을 제압할 수 없게 되어 혈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들 남매는 그 동안 남궁호에게 배웠던 모든 무공을 사용하여 공격을 하였다. 검을 휘두르면서 놀고 있는 손으로 장력을 펼치거나 지법을 펼쳤고, 각법으로 마물의 동체를 타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물은 괴물이었다. 내공이 무려 팔 갑자에 달하는 고수가 펼치는 것과 같은 위력의 공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그것을 이제 겨우 일 갑자 내외의 내공을 지닌 둘이 버티면서 간간이 반격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정신력 때문이었다. 남궁호가 죽은 줄 알고 눈이 뒤집혀 버렸던 것이다. 또 하나 마물이 무적검을 두려워하는지 북리운혜의 공격이 가해질 때면 움찔거리며 물러서는 몸짓을 하였기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둘 역시 남궁호와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었거나 이미 한 줌 혈수로 녹아들었을 것이다. 반시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남궁호는 죽었는지 꼼짝도 않고 엎어져 있었다. "이얍! 죽어랏, 이 마물!" "죽엇!" 쉴새없이 공수가 전환되면서 조금씩 이동하던 그들이 막 남궁호가 있는 부근으로 이동하였을 무렵, 그는 혼절에서 깨어나는지 꿈틀거리고 있었다. "크으으윽!" 갈비뼈가 온통 부러져 나갔는지 극심한 통증이 전해져 오자 남궁호는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하였다. 그가 만일 마물처럼 금강불괴를 이루지 못하고 만독불침지체가 되는 기연을 만나지 못하였다면 아마도 벌써 한 줌 혈수로 녹아들었을 것이다. 그의 몸에 마물의 주먹이 꽂히는 순간, 그의 신체는 스스로 모든 진기를 모아 타격 부위를 막았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오장육부가 완전히 으스러졌을 것이다. "울컥!" 한 덩이 선혈을 뱉은 남궁호는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는지 검미를 잔뜩 찌푸리며 신형을 뒤집었다. 엎어져 있으면 너무도 통증이 심하였기에 그런 무의식적인 행동이 나온 것이다. 이때 북리 남매를 공격하던 마물은 바닥에 누운 남궁호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급작스럽게 그의 하복부를 밟아 왔다. 만일 이번에도 당한다면 복부가 완전히 터져 나갈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아악! 안 돼!" "혀, 형님!" 마물의 공격에 한 걸음 물러섰다 다시 공격하려는 순간, 이러한 일이 벌어지자 북리성린과 북리운혜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너무도 빨라 도저히 막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때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남궁호는 둘의 비명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가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를 즉각 알아차렸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는 자신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판단하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번개처럼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늘어나라!" 혼신의 힘으로 천 근 같은 팔을 들어 주먹을 내밀자 그의 손목에 감겨 있던 천황검이 주인의 위기를 알기라도 하는지 섬전처럼 폭사되어 갔다. "케에엑엑!" "아악!" 이 소리가 남궁호가 들었던 마지막 소리였다. 그는 전신으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을 느낌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던 것이다. 설명은 길었으나 상황은 불과 일수유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공격하는 북리 남매를 교묘한 각법으로 각기 한 걸음과 두 걸음을 물러서게 한 마물은 누워 있는 남궁호의 존재를 눈치채고 휘둘렀던 발을 그대로 밑으로 내리면서 밟아 왔다. 그 순간, 눈을 떴던 남궁호의 눈이 감김과 동시에 그의 손목에서 천황검이 섬전처럼 솟아나며 그대로 마물을 관통하며 베어냈던 것이다. 무적검 같은 천하의 명검으로도 어쩔 수 없던 마물은 천황검에 닿자 마치 종잇장 찢겨지듯 그렇게 갈라지며 단 한 번도 지른 적이 없는 괴이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남궁호의 신형 위로 동체가 내리쳐진 것이다. 남궁호가 혼신을 기울여 손목을 들었다가 이내 힘이 빠져 손목이 내려지는 순간 천황검은 마물의 뇌를 뚫고 있었는데, 밑으로 움직이며 마물의 후두부를 반으로 갈랐던 것이다. 그러나 마물은 움직이던 속도가 있었기에 그대로 남궁호를 덮쳤다. "형님!" "공자님!" 북리 남매는 외마디 소리를 치고는 그대로 달려와 벌써 혈수로 녹아들기 시작한 마물의 잔해를 검으로 걷어냈다. "형님!" "공자님!" 둘의 음성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말았다. "누님! 얼른 형님을 진맥해 보시오." 북리성린의 말에 북리운혜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얼른 그의 맥문에 손을 얹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맥을 짚는 촌각의 시간이었지만 북리성린은 애간장이 타는 듯한 느낌에 입 안이 바싹 말랐는지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아직 살아 계셔. 빨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 "알았소!" 북리성린이 늘어진 남궁호의 신체에 손을 대려는 순간, 북리운혜의 뾰족한 외침이 있었다. "잠깐! 먼저 계류로 가서 공자님의 신체를 닦아내야 해!" 북리성린은 남궁호의 의복이 마물이 남긴 혈수에 녹으며 부글부글 끓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살필 것도 없다는 듯 그의 신형을 안고 재빨리 가까운 계류로 가 그의 동체를 그대로 물 속에 담가 버렸다. 풍덩! 마물의 독혈이 어찌나 독한지 남궁호의 동체가 담가진 직후 하류에는 하얀 배를 드러내고 고기들이 둥둥 떠올랐다. "어, 어쩌지?" "괜찮으실 거야! 전에 만독불침지체를 이루셨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니……." "정말이야?" "그래!" 잠시 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남궁호를 업은 북리성린은 오던 길을 되짚어 전에 보았던 동굴 속으로 향하였다. 곧 남궁호는 북리운혜가 황급히 긁어 온 낙엽 위에 놓여지게 되었다. "어, 어때?" 지그시 눈을 감고 진맥하는 누이를 보며 북리성린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는지 여러 번 물었으나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한참 후 그녀의 봉목이 떠지자 황급히 그녀의 안색을 살핀 그는 너무도 심각한 누이의 얼굴을 보고 가망이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까 두려운지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공자님은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이탈했고, 대소 혈맥 가운데 여러 군데에 이상이 생겼어." "살 수는 있는 거야?" "후우! 몰라!"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에게 의술을 배웠잖아? 형님은 이제 누이에게 더 이상 가르칠 의술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럼 형님은 어떻게 해?" 북리성린은 마치 북리운혜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듯 다그치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남궁호에게 단순히 의형제나 상하 관계를 떠나 혈육과 같은 진한 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리운혜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누이의 입이 열릴 것 같지 않자 그는 남궁호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그야말로 처참지경이었다. 도검으로 베인 것이 아니기에 선혈이 흘러나오는 상처는 없었으나 가슴 부위는 부러진 뼈 때문인지 퉁퉁 부어 있었고, 두 눈과 코, 그리고 양쪽 귀에서는 검붉은 선혈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또한 그의 전신은 시퍼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지독한 절독으로 인하여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의술을 전혀 모르는 북리성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돌아서다가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누이를 발견하고는 아무 말 없이 밖으로 향하였다. 아마도 남궁호에게서 배운 의술 가운데 그를 구할 방도가 없는가를 살피는 모양이었다. 남궁호의 상태로 보아 단시일 내에 이곳을 떠나기는 틀렸다고 생각한 그는 부지런히 낙엽과 땔감을 구해 한 곳에 쌓았고, 토끼 등 짐승 몇 마리를 잡아 가죽을 벗기고 고기는 잘게 썰어 바람에 말렸다. 북리운혜가 눈을 뜬 것은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였다. 그녀는 남궁호를 구할 방도를 고심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눈을 뜬 그녀는 말없이 앉아 있는 동생을 향하여 심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 있거라! 공자님이 가르쳐 준 진세를 설치하여 누구도 들어올 수 없도록 하여라. 그리고 내가 부르기 전에는 절대로 들어오면 안 된다. 알았느냐?" "혀, 형님을 구할 방도가 생각났소?" 북리성린의 말에 그녀의 고개는 천천히 끄덕여졌다. "알았소! 절대 안 들어올 테니, 꼭 구하기나 하시오." 북리성린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재빨리 밖으로 향하였다. 북리운혜는 고개를 돌려 남궁호의 상태를 보고는 긴 한숨과 함께 동굴 밖으로 향하였다. 이때 그는 하루 전보다도 훨씬 더 흉측한 모습이었다. 가슴과 배는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있었고, 전신은 푸르다 못해 아예 거무죽죽한 색이었다. 눈, 코, 귀에서 비릿한 냄새를 내는 시커먼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숨은 쉬는지 가슴은 미약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계류에서 수욕을 하고 이제는 찢어져 거의 넝마가 되다시피 한 자신의 치맛자락을 물에 적셔 온 그녀는 그것으로 남궁호의 전신을 꼼꼼히 닦았다. "휴우! 이런 걸 원한 것은 아닌데……. 아아, 소녀는 이렇게 맺어지기는 싫어요. 하나, 이 방법이 아니면……. 아아아……!" 북리운혜는 남궁호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생사신침을 그의 삼백육십 대혈에 박은 후 천지음양조화대법을 시전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없나를 생각하였으나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것들뿐이었다. 인세(人世)에서는 제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구할 수 없는 만년자오초(萬年子午草)의 열매나 철수익룡(鐵袖翊龍)의 내단과 같은 천고의 영물이 있어야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생사신의 곽홍이 남긴 생사신침으로 그의 삼백육십 대소 혈맥에 침투된 마물의 절독을 한 곳으로 몰아넣은 뒤 그것을 삼매진화로 배출시킨 후 순음지기를 지닌 여인이 천지음양조화대법을 시전하여 그의 체내에 진탕하고 있는 기혈을 다스려야 하였다. 잠시 남궁호의 흉측한 몰골을 내려다보던 북리운혜는 침통을 꺼내 그에게서 배운 대로 천천히 시침을 하였다. 만일 침을 박아 넣는 순서가 틀리거나 기혈이 움직이는 시간을 놓치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아는 그녀는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으나 그런 것을 모르는지 북리운혜는 여전히 시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략 두 시진이 지나자 남궁호는 마치 고슴도치처럼 온통 침을 박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휴우! 이제 마지막이다. 이제 이것을 용천혈에 박으면……." 북리운혜는 고개 숙여 남궁호의 좌우측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 속이 비어 대롱 같은 굵은 침을 박았다. 그러자 곧 시커먼 색을 띤 독혈이 방울져 떨어졌다. 대략 한 사발 정도의 독혈이 나오자 다음엔 선홍빛을 띤 선혈이 나왔다. 그런 다음 침을 뽑은 북리운혜는 고개를 돌려 남궁호를 살폈다. 어느새 그의 몸은 붓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고, 피부의 색도 다시 불그스레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휴우! 이제 되었다." 그제서야 모든 침을 뽑고 이마에 흐른 땀을 소매로 닦아낸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가 그의 전신을 다시 한 번 닦아내었다. 이제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하나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남궁호가 이미 만독불침지체이며, 불사지체를 이루었기에 그대로 두었다면 적어도 열흘 후면 완치가 되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잠시 후 북리운혜는 말없이 자신의 의복을 벗었다. 사르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는 의복 속에는 빙기옥골(氷肌玉骨)이 숨어 있었다. 만지면 묻어날 듯 희디흰 피부는 그녀의 삼단같이 검은 머리카락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둥근 어깨선은 그 자체가 사내를 유혹하는 아름다운 선이었다. 두 손으로 가리려 해도 가려질 것 같지 않게 큰 그녀의 유방은 그 얼마나 탱탱한지 조금도 처져 있지 않았다. 유방의 정상에 달린 유실은 청백의 몸이건만 하나의 크기가 거의 앵두만 했다. 세류요같이 잘록한 허리에 이어 굽이치는 듯한 곡선으로 이어진 둔부는 탄력이 넘쳐흐를 듯 탄탄해 보였고, 쪽 뻗은 옥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할 정도로 절묘한 곡선을 그리며 절염한 아름다움을 뿌리고 있었다. 옥주와 옥주 사이에는 무성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흑림이 무엇인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월궁의 항아가 하강한 듯한 북리운혜의 옥용은 그녀의 외호대로 활짝 핀 도화(桃花)의 요정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옥용은 다음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는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이윽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북리운혜는 남궁호의 정촉혈(精促穴)을 자극하였고, 곧 그의 하물은 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꼿꼿하게 일어섰다. "어머! 어쩜, 저렇게 큰걸? 어쩜 죽을지도 몰라!" 북리운혜는 굳건하다 못해 마치 무쇠처럼 단단히 일어선 그의 하물이 엄청나게 큰 것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듯 옥용이 약간 경직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하물은 그녀가 아까 보았을 때에 비하여 적어도 다섯 배는 커져 있었던 것이다. 잠시 망설이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던 그녀는 용기를 냈는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남궁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었다. "아아, 상공! 소녀, 이제 상공께 소녀의 청백을 드려요. 설사 이 방법이 잘못되어 영영 상공을 뵐 수 없어도 후회는 없답니다. 아아, 상공. 사랑해요!" 남궁호가 듣건 못 듣건 독백을 마친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입술로 그의 입술을 애무하였다. 청백지신의 여인이라면 도저히 맨정신에는 할 수 없는 과감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아아악! 아, 아파!"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북리운혜의 입에서는 고통에 겨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누워 있는 남궁호의 동체에 걸터앉아 있는 자세로 아미를 잔뜩 찌푸린 채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조금만 움직여도 불칼로 지지는 듯한 극렬한 통증이 느껴지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기호지세를 만난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그녀는 무엇인가를 결심했다는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으으윽!" 전신을 꿰뚫을 듯한 굉렬한 통증을 느낀 그녀의 봉목에서는 한 줄기 이슬이 흐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옥문에서도 한 줄기 앵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흘린 옥루는 통증을 참지 못해 흘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제 다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알기에 흘리는 상실감으로 인한 것이다.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북리운혜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넘실대는 파도처럼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그녀의 교구가 어느 순간 부르르 전율하는가 싶더니, 그 순간부터 그녀의 입에서는 더 이상 고통에 겨운 신음은 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젖은 입술에서는 조금씩 이상야릇한 비음이 섞인 소리가 났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자신의 순음지기를 그의 체내에 유입시켜 격탕하는 기혈을 다스려야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살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너무도 이상야릇한 느낌이 점차 강도를 더해 가며 그녀의 정신을 산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를 악물고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야릇한 느낌과 싸우기에는 그녀는 너무 여렸다. 잠시 쾌락에 겨운 몸짓을 보이던 그녀는 갑자기 엄청난 세기로 증폭되어 오는 쾌감에 겨워 신음을 내다 문득 전율하였다. 남궁호의 양물을 통하여 무언가 엄청난 기운이 급작스럽게 체내로 유입되는가 싶더니 또다시 급작스럽게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느낌은 그녀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수십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그때마다 전율하던 그녀는 급기야 동굴 밖에 아우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쾌락에 겨운 신음을 연거푸 내기 시작하더니 종래에는 고양이 우는 듯한 괴상한 소리까지 지르게 되었다. 결국 그녀는 너무도 가공할 쾌감에 겨워 옥루를 줄줄 흘리면서 마치 파도 위의 조각배처럼 그렇게 넘실대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강렬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약 반시진 정도가 흘렀을 무렵 북리운혜의 봉목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크게 떠지는가 싶더니 검은자위가 사라지고 대신 흰자위만 남게 되었다. 그녀의 입 역시 더 이상 벌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져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끄윽! 끄끅!" 동시에 그녀의 전신은 마치 벼락에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자신의 내부에서 너무도 화려한 폭발을 느끼고 있었다. 끝도 없이 지속적으로 폭발하는 화산은 그녀에게 쾌락의 끝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 상공, 사랑해요!" 무너지듯 남궁호의 동체로 엎어진 북리운혜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비비며 독백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때 그녀의 귀로 너무도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고, 고맙소!" "에그머니나!" 북리운혜는 깜짝 놀라 남궁호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희미한 미소를 띤 남궁호가 있었다. "어, 어떻게……?" 북리운혜는 남궁호가 깨어 자신의 부끄러운 행위를 본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가 이렇게 일찍 깨어난 것에 더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의 계산대로라면 남궁호는 앞으로 이틀은 더 누워 있어야 하였던 것이다. "소저의 마음,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소." 남궁호는 약간씩 기력이 되돌아오는 듯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놀란 북리운혜가 얼른 상체를 일으키려 하였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부드러운 등을 감싸안았기 때문이었다. "가지 마시오." 그녀는 너무도 부끄러워 눈을 뜰 수 없었으나 남궁호의 나직한 음성과 함께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도 대담하게 자신의 입술로 그의 입술을 덮었다. 곧 뜨거운 입맞춤이 시작되었고 그것은 무려 이각이 지난 뒤에야 끝났다. 그 사이 그녀는 세상에는 또 다른 열락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
첫댓글 잼 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