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다닐 때 스트레스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라는
외부 자극이 있을 때 그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매우 새
로운 내용이었죠. 여기에 꽤 쓸모있는 스트레스 관리법도 배웠습니다.
빈 종이를 반으로 나눠 왼쪽에는 스트레스 상황을 나열하고, 오른쪽에는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을 나열하여 적는 것입니다. 만약 왼쪽에 있는 상황 중 하나가 발생하면 재빨리 오른쪽으
로 눈을 돌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습니다. 지금 당장 닥친 스트레스 상황에 집중하기 보
다는, 당황하지 않고 나를 위한 일을 쉽게 찾아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외부 자극의 무게를
덜어 낼 수 있는 방법인 셈이죠.
예를 들어, 갑작스럽게 설거지라는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음악 듣기라는 오른쪽 목
록의 일을 얼른 실행에 옮기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스트레스라는 비상 상
황에 갑작스럽게 점령당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둘 수 있는 응급 처치법으로는 훌륭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과거 아들의 장애로 몸도 마음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이 방법이 한몫했습니다. 온 몸이 뻐
근해서 마사지라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면 늘 돈 생각이 먼저 들어 아쉬웠습니다. 마
사지 한 번 받을 돈이면 아들이 놀이 치료 세 번을 더 갈 수 있는 금액이었기에 아파도 혼자
서 끙끙 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미용실에 가서 머리만 감겨 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5천 원이면 머리를 감겨 주면서 두피 지압 마사지도 해줄 수 있다는 말에 이거다 싶었죠. 누
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기분이 노곤노곤해지고 어느 정도 쌓였던 피로가 풀렸습니다. 소소
한 일이었지만 그 일로 인하녀 아주 작은 마음의 여유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이 효과를 보자 그후로는 조금 더 대담해졌습니다. 아들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혼자 노래방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먹었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소한 것들을 조금
씩, 하지만 매우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갔죠.
그 후로 뭐든지 실천해야 무언가가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구
나 자신을 위한 배려만큼은 늘 마음속으로만 하게 돼죠. 나에 대해 배려하지 않아도 누군가
에게 눈치 보일 일이 없으니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에 뭔가 마음
은 지치고 있지만 미련하게 버티기만 하는 것이죠. 그러고는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질 거
야. 혼자서 되뇌기만 합니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 만큼이나 자신에 대한 배려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적
극적으로 실천해야, 행동으로 배려해야 배려의 효과가 나타나는 법이니까요. 나 자신에 대
한 배려가 먼저 이루어져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즉, 나에 대한 투자로 만드는 가치야말로 가장 수익률이 높은 결과물이 될 수도 있는 것입
니다.
오늘도 가족, 직장, 기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내가 없는 나의 삶은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없습니다. 우선 내가 행복해야 나에게 소중한 사람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항상 마음속
에 새겨두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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