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원치 않아 어느 볼러인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 크지 않은 체구, 어쩌면 동양인의 체형에 가장 가까운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선수로 PBA에서 늘 상위권을 지켜 온 선수다.
현재 인테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 나는 전부터 궁금한 점들을 물어왔고 그는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박윤교프로에게 기본기에서 테크닉까지의 강의를 오랜 동안 받아 온 내게 한가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늘 있어왔고 나이까지 마흔 줄에 들어 서면서 볼링은 영원히 정복 못할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 나이가 나의 발전을 막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마치 커다란 과학의 원리를 발견하는 듯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확실히 나의 볼링이 완전히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케 해준,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신대륙의 발견과도 같은 쾌거였다. 포기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중년의 내게 있어 다시 볼링공을 잡게 하고 볼링의 신비한 매력에 다시금 영원히 빠져들게 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 프로볼러와의 최근 이메일… 그에게 보낸 내 이메일은 질문이라기 보다는 하소연에 가까웠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할 건 다 해 봤다. 처음으로 돌아가 공을 잡는 자세부터 수십번 다시 시작해 봤고, 얼라인먼트에서 링핑거로 리드하는 샷도 수백번 연습해 봤다. 나는 어쩌다 200점을 훌쩍 넘고 어떤 때는 170대에서 헤매는 볼러가 되고 싶지 않다. 왜 나는 꾸준히 안정된 샷을 던지지 못하는가? 한 경기에서 다섯번의 스트라익을 치면 그 다섯번 다 느낌이 다르다. 타이밍이 안 맞는 현상을 컨디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어떤 때는 뭐가 문젠지 모르는 채 공을 던지고 휘청거리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가 봐도 아름답게 공이 레인을 타고 내려가 핀들을 후려친다. 그런데 심지어 잘 맞을 때도 나는 왠지 운이 좋아 그렇게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잘될 때와 안될 때의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까 잘 맞을 때도 운이 좋아 그런 것 같아 신이 나지 나지 않는다. 내 유일한 선택은…포기여야 하는가?”
이 질문 같지 않은, 거의 땡깡 수준의 하소연에 그 볼러는 정성껏 장문의 답메일을 보내왔다.
“어깨의 앵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추어 볼러들과 프로 볼러들의 차이는 어깨의 열리고 닫힘이 일정한가 그렇지 않은가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자신의 어깨가 일정하게 열렸다 닫히는지 신경써 본 적이 있는가? 어깨는 타겟으로 삼는 스팟과 직각이 되도록 서라는 교본 대로 딜리버리를 하면 아마추어들은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어깨의 열리고 닫힘이 심하게 차이가 난다. 즉, 어깨의 각도가 일정치 않아진다는 것이다.
당신의 문제는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아마추어 볼러들은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백스윙에서 열린 어깨가 릴리스 때 일정한 각도, 즉 처음 스탠스 자세 때의 각도로 일정하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로 한인 최초의 PBA볼러 박윤교프로의 폼을 살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동영상은 cafe.daum.net/pbatour 등에서 구해 보실 수 있다. 열번의 샷을 던지면 그 열번 모두 어깨가 열렸다 들어오는 각이 기계처럼 일정하다. 미 프로볼링 리그 PBA의 다른 볼러들도 인정하는 박윤교 프로의 견고한 자세는 교과서로 삼기에 완벽하다. 타미 존스의 경우도 어깨의 각도 유지가 좋은 선수다. 어깨의 각도유지와 몸의 밸런스 그리고 흔들림의 최소화 문제에 있어 눈 여겨 보아야 할 선수는 덕 켄트가 아닐까 싶다. 덕 켄트는 박윤교 프로나 타미 존스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볼러다. 어깨를 열었다 닫는 스타일이 아니라 스탠스에서 백스윙, 릴리스에 이르는 순간까지 일정한 어깨의 각도를 유지한다. 동영상을 통한 이 같은 비교는 훈련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어깨를 닫고 시작해 백스윙 때 열었다가 다시 닫혔던 원 상태로 가져오는 것’과 ‘처음부터 어깨를 열고 시작해 릴리스 때 닫는 것’ 어느 쪽이 더 일정한 샷을 유지하는데 유리할 것 같은가?
답은 두번째다. 움직임이 적을 수록 정확성이 높아진다는 운동 원리 때문이다.
몸통을 두번 움직이는 것 보다 한번 움직이는 게 흔들림을 줄이는데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열린 상태로 시작하면 릴리스 때 공의 무게와 팔의 관성으로 인해 어깨는 자연스레 닫히게 된다.
- (임홍주의 주해) 이 부분에서 한 야구 선수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케빈 브라운이라고 아시는지.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1선발로 활약할 당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을 받고 같은 팀의 에이스로 입단한 투수, 당시 로저 클레멘스와 함께 양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투수로 군림하던 케빈 브라운을 말이다. 최근 양키스에 입단해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잦은 부상만 아니었던들 아마도 메이져리그를 천하통일한 대투수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케빈 브라운의 투구폼은 그러나 대투수 답지 않게 지극히 단순하다. 와인드 업(주자가 없을 때 손을 들어 올렸다 던지는 스타일.)도 하지 않고 셋 포지션(주자가 누상에 나가 있을 때 도루를 막기 위해 가슴 위치에 손을 모았다 던지는 투구 자세)에서 투구를 시작해 매우 단순한 폼으로 공을 던진다. 그는 강속구 투수였지만 컨트롤 또한 매우 정교해, 전성기 시절 정확히 컨트롤된 그의 100마일 강속구를 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움직임을 최소화해 정교함을 극대화하고 힘을 최대한 공에 집중시키기
위한 투구자세인 것이다.-
요령은 간단하다.
스탠스 때 어깨를 백스윙 때 만들어 지는 각도로 미리 맞춘다. 미리 열어 주는 것이다.
왼발로 위치를 정할 때 왼발의 가운데가 조준하는 스팟을 향하게 한다. 그리고 뒷발은 각도 등을 생각하지 말고 왼발의 뒤에 가져다 놓는다. 살짝 붙인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서면 엉덩이의 각도가 정해진다. 즉 스팟을 향해 비스듬히, 45도 각도로 서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엉덩이의 각도에 몸통을 그리고 어깨의 열림 정도를 맞추면 된다.
여기서 한가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위와 같은 얼라인먼트로 스탠스를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될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옆사람이 짜증낸다. 왼발 끝을 맞추고 공을 맞추고 엉덩이 각도 보고 몸통 그 각에 맞추고 어깨를 그 각에 맞춰 오픈하고…그러는 동안 옆 사람의 인상은 일그러질 것이다.
사실 옆 사람의 인상은 일그러져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때론 성질 급한 상대를 제압하려면 부러 시간을 끌기도 하는 법 아니겠는가. 문제는, 그렇게 정교하게 얼라인먼트를 하려다 보면 자신의 몸이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봇처럼 ‘맞추고 맞추고’를 하다보면 말이다.
여기에 중요한 충고가 있다. ‘감각으로 맞추라’는 것이다. 중급 이상의 볼러들께서는 아시리라 믿는다. 원하는 지점에 올라 서서 왼발로 스팟을 향할 때 감각적으로 자신의 발끝과 조준점이 맞추어 지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나머지 순서(엉덩이, 몸통, 어깨의 조준)는 편안한 자세가 되도록 하면 간단해 진다. 단, 공을 조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스윙시 결국 몸 전체를 이끄는 것은 공과 공을 든 손이기 때문이다.
‘감으로 맞춘다’는 막연한 말을 갓 입문하신 볼러들께서는 신뢰하지 않으실런지 모른다. 그러나 궁극에는 이것이 정답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그 때의 감각대로 몸의 실제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프로치 과정에서는 눈으로 맞춘 조준 대로가 아닌 감각으로 맞추어진 조준에 의해 딜리버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그 어떤 볼러도 어프로치 과정에서 매 스텝마다 눈으로 몸과 조준점의 위치를 확인하지는 않지 않는가?
감각에 의해 맞춰진 얼라인먼트는 실제로 정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믿어도 좋다. 그것이 진짜다. 스포츠에서 감각은 눈보다 정확할 수 있다. 단… 이 글의 대상인 고수들께는 말이다.(죄송하지만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으신 볼러들께서는 처음부터 가능한 정교하게 얼라인먼트의 과정을 마스터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감각에 의한 몸 각도의 조율이 끝나면 마지막 단계로 공을 조준하는 스팟에 맞춘다. 자연스레 왼발과 공이 같은 지점에 위치하게 된다. 위에서 봤을 때 포개지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엉덩이, 몸통, 어깨가 같은 각도로 자리 잡고 공을 조준점에 맞추면 얼라인먼트는 끝난다. 이미 어깨의 열림 정도와 각도는 이미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이 상태가 <백 스윙에서 릴리스 직전까지의 어깨각이다> 기존의 평행한 얼라인먼트와 다른 점은 백스윙의 상태에서 열릴 만큼 어깨를 미리 열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제 어프로치를 시작하시면 된다. 왼발을 조준하는 스팟을 향해 출발시키고 조준점을 향해 푸쉬어웨이를 한다(5 스탭 어프로치오른손잡이 기준).
느껴지실 것이다. 백스윙에서 포워드 스윙까지의 과정에서 어깨의 흔들림이나 불필요한 열리고 닫힘이 없어진다는 것을… 어깨의 움직임이 없으므로 스윙은 안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가지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릴리스 때도 어깨의 각은 비스듬한 채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백스윙 때의 어깨 각이 릴리스 시에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인가?’
이 의문점은 실제로 딜리버리를 해 보시면 해결될 것이다. 일정한 각도로 잠긴 채 백스윙에서 포워드 스윙까지 유지되던 어깨는 릴리스 순간 스팟을 향해 자연스럽게 전진되며 공에 힘을 싣게 된다. 이 과정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루어질 것이므로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참고로 최근 바뀐 제이슨 카우치의 자세를 보라. 제이슨 카우치는 크랭커로서 나이가 들고 예전과 같이 힘으로 밀어 붙이는 스타일이 정확성과 안정감의 문제를 야기시키자 이 같은 변화를 갖게 된 것이고 그 결과로 요즘 그의 볼링은 그야말로 제 1의전성기 보다 나은 제 2의 전성기에 있다고 할만하다. 그의 경기 모습을 보면 실마리를 얻게 될 것이다. 당신의 나이가 마흔이 넘었다면 그 동안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내 방법대로 연습해 보고 포기는 좀 나중에 생각해 보는 게 어떨지. 카우치 처럼 말이다
이상의 내용이 이 고마운 프로볼러에게서 받은 이메일 내용의 대략이다. 이 이메일 한 통이 내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제 다른 볼러다. 이제 어디가서 나 볼링 잘 친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훈련 후 어제 리그까지 약 30 게임 이상을 쳐봤는데 280점 한 게임, 279점 두 게임... 간혹 컨디션이 지극히 좋지 않을 때 200점 아래로 떨어지지만 그럴 때도 내 스윙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샷의 안정감은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 보다 190점 대의 경기가 거의 기억 나지 않는다. (약 30 경기 결과)
210점대에서 유지되는 에버리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볼링을하고 있는나 자신이 부드럽게 항상 같은 샷을 던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자랑 한마디 하고 글을 마무리 하려하니 양해를 구한다. 요즘 내가 볼링 치면 주변에 구경꾼들이 많다. 노골적으로 내 폼을 보고 배우려는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듣는다.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요즘엔 왜 여성 볼러들의 인구가 감소하는지… 그 웅성거림 속에서 한 미모의 여성볼러가 내게 다가와 “저 지도 좀 해주실래요?” 할 법도 한데 말이다. (진지하게 볼링 테크닉을 논하다 말고 이건 또 무슨 7,10 스프릿이란 말인가. 난 안돼 이래서 안돼...쩝^^)
첫댓글 이러한 자료를 통해서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면 잠시 읽어주는 수고로움은 별게 아닐꺼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