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 온 장마는 오락가락 변덕을 부려 종 잡을 수 없었다.
북한에 자리잡은 장마전선은 한반도를 횡단하는 좁은 벨트 형태의 비구름대를 형성하여 휴전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짜여진 산행멤버도 장마전선의 이동에 따라 오락가락했었다.
하루걸러 산 - 이충기 선생님은 웬만하면 가려는 태세였다.
화요일만 산 - 박b는 화요일이니까 무조건 가야 한다고 떼를 쓰고 있었다.
행사전문 산 - 류선생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갈려면 가고 말려면 말고 였다.
어쩌다 산 - 정선생은 비가 오는데 산에 간다는 것은 미친 짓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나면 산 - 나는 설악산 비 트라우마로 비가 올까봐 떨고 있었다.
하여튼 산행멤버간에 비가 오더라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묘한 심리전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루걸러 산과 화요일만 산은 원폭비가 쏟아지더라도 갈 사람들이다.
열흘 전에 끊어놓은 kTX 진부역(오대산역) 표를 무를 것인가 놔두고 벼텨 볼 것인가
비! 그것이 문제로다!
산행하는 날 폭탄비가 쏟아질 것이라고 했던 예보는 결행 이틀 전 예보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휴전선을 넘어 온 장마전선은 산행하는 날 새벽에 쏜살 같이 오대산을 넘어 남하해 아침부터는 맑은 날씨가 되리라는 예보였다.
열차표 무르지 않기가 다행이다.
강릉까지 열차좌석은 일주일 전부터 전좌석 매진이었고 입석 자유석까지도 아도 쳤다.
비 개인 날
기분 좋은 이른아침
청량리역 07:22 출발
순간이동
08:50 진부역(오대산역) 도착
진부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08:55 출발 오대산행 빨간버스를 타는데
우리 뒤에 외국인 여성이 뒤따라 오른다.
그 외국여성과 오대산 정상에서 자리를 깔고 젓가락질을 같이 할 줄이야..
진부면을 통과하여 오대산으로
월정사 숲길 계곡을 달리는 상쾌한 아침
화요일만 산 박b는 상쾌하지 않았다.
월정사 입장료 5천 원
경로는 공짜
월정사 정류장 패쓰
며칠 물폭탄을 퍼부어 계곡은 수량이 풍부했다.
계곡을 끼고 선재길 데크산책로가 몽유도원으로 향하는 것 같다.
상원탐방지원센터 주차장 도착 09:45
상원사 정류장에서 진부역으로 가는 버스 16:00 점찍어 놓고
비로봉을 향한 행군 09:53
직원산악회 회장할 때인 2007년 10월 20일 오대산을 찾았으니까 15년만에 다시 찾는 오대산이다.
어떻게 기억하냐고?
해묵은 앨범을 뒤적여 찾았다.
비로봉까지 3.5km
입구에 있는 매점
상원사로 이어지는 울창한 전나무숲의 사열을 받으며
숲속으로 들어서니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
어제가 말복이었는데 가을 기분을 느끼다니
오대산을 찾은 사람들만의 행복
1차 적멸보궁까지 목표로
물이 아우성치며 떠내려가는 소리에 귀가 먹먹해진다.
어느 절이고 간에 봇짐 지고 시주 받으러 다니는 스님은 없다.
중대사자암까지 공양미 나르는 모노레일이겠지..
봉원사 스님은 왜 똥물을 대낮에 백주대로에서 끼얹었을까?
염불은 노랫가락에 불과하고 잿밥은 진수성찬이다.
넙적돌 산책로는 끝나고 계단길이 나온다.
이제부터 오르막 시작 10:10
우리 앞에 꽁지머리 딴 초등학생 여자아이,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 그리고 아빠가 먼저 오른다.
비로봉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외국인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찍기에 여넘이 없겠지
비로봉까지 2.2km
적멸보궁에서 좀 쉬었다 가야지
상원사는 올라올 때 그냥 지나쳐 왔다.
올라갈 때 못 본 건 내려갈 때 볼 수 있다.
중대사자암 통과 10:18
적멸보궁의 수호암자라 한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보배로운 궁전이라는 의미
목탁 두드리는 소리 독경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
아빠와 두 자녀가 진로방해
반야심경 독경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는 부도 안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스피커가 부도 안에 내장되어 있었다.
그러니 절간이 조용할 수밖에..
등산로는 현무암으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제주도에서 가져왔을까 한탄강에서 가져왔을까
어디서 가져왔던 무슨 상관이냐 남는 장사만 하면 되지
적멸보궁 아래 용의 눈물?
적멸보궁도 그냥 지나쳐가자~
내려올 때 보면 되지 급한 것 없다. 10:42
예전에는 적멸보궁 옆으로 비로봉 오르는 등산로가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적멸보궁은 계단을 올라야 하고 탐방로는 폐쇄
떡갈나무에 붙어 있는 버섯인데 무슨 버성일까?
오대산에서 나는 버섯이니까 오대산버섯이다.
적멸보궁을 지나면서 거친 돌길과 계단의 연속 교차
비로봉까지 0.7km
해발고도 1304m
1시간 20분 올라온 거리
졸며 올라오는 화요일만 산 박b를 캄보이 하며
양호!
한발짝 한발짝
비로봉 0.4km
해발 1378m
11:20
쉼터에 앉아있던 아빠와 두 자녀를 일어서게 했다.
초등학생 4학년 여자아이가 중2 남학생 보고 형이라고 부른다?
아빠가 남자아이라고 한다.
꽁지머리를 따고 목소리도 그렇고 분명 여자아이인데 박b가 보고 있는데 까보자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이pd가 여자냐? 남자냐?
여자다!
사람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라스트 핏치
가파른 계단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저 앞에 남자 초등학생 아이
하늘이 열렸다!
비로봉 정상석이 보인다! 11:53
바닥부터 꼭지점까지 2시간
정상 기온 18도
나무숲으로 들어가자니 서늘할 것 같고
햇빛은 따가울 것 같고
구름이 간간이 커튼을 치니
정상 넓은 마당에 자리를 펴자
정상 넓은 공터가 비좁을 만큼 이것 저것 너무 많이 짊어지고 올라왔다.
뒤늦게 올라 온 아이린을 박b가 불렀다.
아이린이 마다하지 않고 자리를 같이 했다.
왜 불르지 밑천 드러나게..
무식하면 용감하다.
술이 들어가지 혓바닥도 부드럽게 풀려 술술 막 나갔다.
어쩌면 영어 아마도 영어 어찌됐든 영어 막영어 하여튼 간에 영어를 막 내질렀다.
어쩌면 알아듣는 듯 했다.
캐나다 몬트리얼에 사는데 몬트리얼 병원에서 약을 빻는 약제사인 것 같이 들렸다.
2주 전에 한국에 왔는데 4개월을 잡고 한국 이곳 저곳 돌아다닐 계획이라고 한다.
광주, 목포, 전주, 춘천 등등
소백산, 무등산 등등
나이는 포티라고 했다.
생각나면 산 나는 세븐티 원, 하루걸러 산 이선생님은 세븐티 나인이라고 하니
놀라 자빠지는 시늉을 한다. 리액션이 좋았다.
조금 더 심도있게 대화를 진행하니
혓바닥이 지진이 나고 마비가 되어 굳어져서 뱉어지지가 않는다.
쟤가 도대체 뭔 말을 지껄이나
아이린은 뭔 말을 하는 거냐
멀뚱 멀뚱 정상에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쳐다본다.
박b는 왜 저멀리 캐나다에 있는 사람을 오라고 해서 스트레스 받게 하나,
자기는 한마디 영어도 하지 않고 알아듣는 척 웃기만 하면서..
다시 정상에 서서
정상에서 한시간 반 노닐다가 하산 13:25
올라가는 거냐 내려가는 거냐
거꾸로 하산이 주특기
비로봉이 점점 멀어진다.
적멸보궁 공원지킴터 14:10
적멸보궁부터는 편한 현무암 돌계단
사실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가 약 2km가 본격적인 산길이라 볼 수 있다.
적멸보궁 답사 14:16
아담한 암자 2채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는 곳은 적멸보궁이라 한다.
한국에 다섯 곳의 적멸보궁
용안수 한모금으로 눈을 맑게..
부도 안의 스피커에서는
반야심경의 종장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중대사자암 지킴이에게 시주
돌길산책로를 마다하고 산길을 택해 상원사로 직행
아직도 거꾸로 하산 중
상원사 경내 진입 14:58
불이문에 놓여 있는 불전함이 지나치는데 부담스럽다.
박b가 대표로 월정사 들어설 때 5천원 낸 것으로 대봉친다.
상원사 답사를 끝내고 15:08
끝이 보인다.
상원탐방지원센터 도착 15:19
산행시간 약 5시간 반
여유로운 산행
버스 출발시간은 16:00
뭐하고 시간 때우나..
화요일만 산과 하루걸러 산님은 상원사계곡에 옷탕하러 숨었다.
진부역(오대산역)행 버스 출발 16:00
KTX 청량리역으로 점프 16:59
청량리역에 착지 18:18
뒤풀이 내빼는 사람들 하고 다시 산에 가나 봐라
산을 끊고 바다에 가지...
청량리 먹자골목 불타는 곱창집에서 곱창전골
진정한 산꾼들이 여름나기 산행 기념으로 전액 회비 지원
청량리 버스정류장에서 먹골역행 버스를 기다리며 20:25
(산행일지)
첫댓글 우리회장님의 현명한 택일덕으로
청명한 하늘을보면서 비로봉에 오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2007년이면 정확히
15년전이군요.
나는 그후에도 교수
산악회덕에 두번더
다녀왔습니다.
함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회장님 깔끔한 뒷처리까지 수고많이 많이 하셨습니다 .
산행을 다녀온 후 후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후기를 쓰라면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
남이 쓴 후기는 이렇게 쉽게 읽네요
산행계획부터 준비, 마무리, 후기까지
많은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대산간게 2007년이면 15년전인데 그사진속에 하늘나라간 사람이 무려 4명.... 참 세월이 화살같이 갔습니다.
그분들의 명복을 다시금 빕니다.
김장철씨 오른쪽에 서있는분은 누구죠?
체크무늬셔츠 허회장
@學而/이병학 허회장은 누군지 알겠구요. 제일 오른쪽 서있는 사람이 누군지?
정선생님 섭섭합니다.
내얼굴을 몰라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