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 안녕?
우리 산이에게도 이런 날이 있을까?
무심코 자주 걸어다니던 길에 낙엽이 깔렸을 때,
그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나의
청춘도 어느날인가 이렇게
우수수 다 떨어져버리면 어쩌지,
하고 씁쓸해지는 날.
그래도 내가 이뤄낸 성과들이 떠올라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지, 하며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날.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연 나는 그때의 나만큼 해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어지다가도
지금 내 삶의 점선면을 살펴보며
그래, 나는 나니까 언제든 해낼 수 있지
생각하게 되는 날.
왜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이
몽글몽글하게 내 안에서 자꾸 뭉쳐져서
나의 밖으로도 다 튀어나와버릴 것 같은 날.
그를 향한 내 사랑이
동글동글하게 내 안에서 가득 뭉쳐져서
아주 긴 문장으로 출렁출렁 흘러나올 것 같은 날.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채버릴까봐
나 스스로에게 귓속말을 하게 되는 날.
나를 보는 모든 이들이
내 속에 있는 그를 알아보고 불러낼까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게 되는 날.
나는 오늘,
우리 산이에게 이렇다.
만약 내가 산이를 모르는 채
올해 가을을 맞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자마자 나는 아찔해졌다.
우리 산이를 몰랐던 과거의 나도
분명 나인데
나는 요즘 산이를 사랑하는 내가 바로
진정 나인 것 같아.
고마워, 산아.
산이가 산이로 있어줘서,
산이가 산이의 삶을 살아줘서.
나만을 위해 있어주거나 살아주지 않아도,
나는 산이의 존재 덕분에
일상이 훨씬 더 달콤해졌어.
나는 매일 우리 산이에게
내 삶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