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건고 개학당일. <좋은날들>이 사라진 것은 교복 입은 학생들만은 아니다. 행정실 직원인, 중늙은이-그렇다. 이젠 정말로 마흔하고도 중반인 것이다-인 나에게서도 <좋은날들>은 강원.인제 내린천의 물처럼 흘러가 버렸던 것이다. 방학 중에 출근은 했지만 학생 없는 행정실 일과는 거개가 겨울을 밀쳐내기 위해 헛 용쓰는 일 뿐.
울렁거리는 속을 다독이며 서두르는 출근길. 삼십여분 상관의 출근길이 가뭇가뭇 한 것은 어젯밤, 송내 포도밭 아래에서의 성화인 모임 술자리에서의 과음 탓만도 아닐 것이다. 월요병도 종종 앓는데 하물며 한달 보름여 늘어진 후의 개학일이니까, 이를테면 방학종료병이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방종병이라고 하면 어떨까?>. 거, 괜찮은 신조어네! 줄이다보니 즐겁다.
오전이 가고 오후다. 신체와 정신은 움직인 만큼 맑아지고 있다. ‘좋은 인연,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속편한 오전이셨는지요?!’ -제자명길배상- 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전파는 짙은 분홍 혹은 갈색 조각으로 흩어져 서울하늘로 날아간다. 그리고 차례차례로, 사용료를 지불하는 내 지시에 복종한다. ‘허창회 님께로 가시고, 상숙후배에게 가고, 용희후배에게로 가라.’ ‘지원사격 감사합니다.’ 라고 보낸다.
"용선이가 안부 전하드라. 걔 말이 너네들 날씬해지면 그때에나 참석하겠단다.”
“어머, 그 오빠두 배불뚝이면서‥‥! 오빠 부인은 날친가? 그이도 퍼졌잖아.”
용희가 대뜸 받을 수 밖에 없다.
“킬킬‥‥ 그 말은 예전에 내가 용희한테 비슷하게 했었지 아마. 여고시절처럼 날씬해지면
내가 데이트 신청하겠노라고. 그치?!”
후배 난희. 용희후배와 더불어 전광우 선생님과의 이어져 온 역사가 나보다 길다. 샘께서 효성동에서 <전승완 약국>을 하실 때의 일이니까 쌍팔년도도 더 전이다. 오랜 만남을 지속해온 인물. 그녀는 배시시 웃든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든가하여 말하는 사람을 계속 말하게 하는데 뛰어나구나! 라고 느낀다. 용희후배는 이 부분에선 분명 한 수 아래다.
일요일인 어제 오후 네시쯤의 송내 고추장 삼겹살집. <투나>패션종합시장 옆 먹자골목 안의 풍경이다. ‘홍천에 가면‥‥, 하긴 송내에서 홍천의 산들바람 우린 맛을 요구하는 건 무리임을 알면서도 눈은 까뭇까뭇 타기만 하는 돼지살들이 영 개운치 않다. 약속시간인 오후네시보다 일찍 온 유환영 선배는 바람탓인지 얼굴이 테니스 한게임 한 후의 얼굴색깔이다. -계속-
최명길 설 잘 쇠셨는지요!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별빛향기' 요이 땅!...(그리고 제목 변경ㅎ) 2005/02/14
이명순 명길후배 글은 몇번을 읽어도 아리송하니....50대 선배들 생각해서 쉽게 쉽게 써주길...ㅎㅎㅎㅎㅎ 2005/02/
최승갑 뇬네 머리 복잡하게 만드는 글인가요? 어쨌거나 어제 만남의 풍경이 그려지네요, 즐거운 자리에 같이 했으면,,, 하긴 우린 신산리에서 즐겁게 보냈지만,,,다음엔 신촌으로 요이 ~ 땅 한번 해서 벙개 함 합시다요, 좋은 날 되세요 ^^* 2005/02/14
이용희 그간 바빠서 이제사 보았네요.. 아 나그날 고추장삼겹살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환영선배에게 감사하고 그리고 선생님과 선배님들 정말 고마웠어요.. 언제 보아도 정말 따뜻해요.. 참 재미있었네요.. 명길선배 짝꿍도 보아서좋았고...ㅎ
약속시간인 오후네시보다 일찍 온 유환영 선배는 바람탓인지 얼굴이 테니스 한게임 한 후의 얼굴색깔이다. 일요일 오후 네시의 호프집들은 짜고치는 고스톱 같이 문을 닫고 열지 않았다. 송내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유명해진(나에게 있어서) 호미 닭발집. 헛걸음하고 골목시계탑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여기가 복숭아 밭, 포도밭 자리야, 전부. 야아아!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맞아요, 오빠. 상전벽해라잖아요. 복숭아꽃 필 때는 분홍동산이 되지요?”
“부천이 복사골이잖아, 원래.” 내가 살짝 끼어들어간다.
“총각 때 영업부에 있었는데, 인기 죽였걸랑. 경인여상 수석 졸업한 여경리를 꼬셔서 여
기 자주 왔다.”
선배는 회억에 젖어들고, 나는 속으로 선배의 인기자랑이 시작되는구나 하였다.
“8,9회들 나에게 껌뻑 죽었지. 아아! 그때 여학생들한테 나 인기 좋았다.”
만날 때마다 되풀이하는 학창시절의 인기자랑을 오늘도 재연하는 선배. 몇 번을 듣고 들어 이젠 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시절엔 공부 조금만 잘하면 여학생들에게 인기 좋았었지. 아니, 조금만 깔끔해도 조금만 해사하게 생겨도 좋아해주었고, 운동을 잘해도 좋아해 주었다. 아니, 계절 자체가 늘 봄 이었으므로 모든게 포근하고 개나리꽃같은 빛깔의 나날이었다. 그랬으므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갖었고 누구나를 좋아했다. 선배가 말하는 ‘유일무이하게 내가 가장 인기 짱’이라는 개념은 선배만의 온전한 기억일 터였다. 나는 가을에 밤이 아람 벌어질 때쯤 조금 인기가 있었을까. 원당리는 밤나무가 지천이었으니깐. 인기라면 난 차라리 지금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스르르 멋쩍다.
“허 오라바니, 신랑 머리칼이 자꾸 빠지는데 어떻게 해야하죠?”
난희후배가 조금 늦게 도착한 허창회 선배님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상태가 어떠냐?”
“‥‥저 난희 후배, 상당히 난해한 질문을 하네.”
내가 용희에게 낮게 속삭였다. 후배가 정색하고 물었으므로 선배님 또한 진지하게 물어보신다.
“머리통 윗부분이 허얘져요, 동그마하게.”
“으흥, 거 원형 탈모증이다.”
선배는 손등의 찰과상을 진단하듯이 가볍게 응수한다. 선배가 의학전문의셨는가.
“크레졸 알지?”
“욕실 바닥에 뿌리는 거 말씀하세요?”
“그래, 그걸 갖다 부어라. 그러면 괜찮아진다.”
내가 소주 몇 잔에 취해서 얘기를 잘못들은 것인지도 모르므로, 만약 진짜로 사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필히 허선배님께 확인하고 사용할것을 당부한다. 그러니까 이글을 보는 사람은 단지 읽기만 하면 족하다는 얘기. 실행하는 것은 각자의 의지로 하되 책임은 그대의 것이라. 하옇튼 대화는 분명 그러했다.
‘거죽을 태워버릴 심산이신가?’ 나는 궁금하기도 했지만 질문을 삼간다.
“니가, 뽑아 대지나 말아라, 요년아!”
용희후배가 비식비식 웃으며 말하였고 나는 기어코 방정맞은 웃음을 흘리고 만다.
환영선배는 전광우 샘께서 오시기전에 먼저 자릴 떴다. 내일부터 같이 일할 기술자와의 임금협상 약속이 있다고 하였다. 가는 사람 붙잡는 것이 나의 오랜버릇. 그러나 나는 허창회 훈장님으로부터 한 말씀 듣는다. “갈 사람은 가야 하느니라!”
늘 취해있는것처럼 보이는 선배. 겉 모습은 취권형이지만 속내는 유약한 듯 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드는 선배.
‘선배님, 예전에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았었다는 주장은 아마 사실대로이겠지요. 옛날은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치 못하다는 하소연이시겠죠. 그러나 심순애는(성화여학생을 뜻하지 않음) 선배님이 돈 많이 벌면 지금도 많이 몰려올테니 그 꿈, 버리지 마세요.’
선배가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사라진 후 전광우 선생님께서 오셨다. 총각도 아니면서 총각같은 차림을 하시고. 연한 보라 티셔츠에 조끼와 감색 양복이 잘 어울리신다. 일행은 맞은편 2층의 Y.T.T(Yesterday.Today.Tomorrow)로 자리를 옮긴다. 그저께와 글피는 어쩌나‥‥. 맨 날 술 먹으라는 얘긴가보네. 투캅스2의 터프가이 김보성이 주인. 2차는 모두에게 만만한 생맥주로 했다. 먼젓번에도 왔었던 곳이다. 맥주를 밟다시피 채워서 내오는 웨이터는 이소룡을 닮았다. 저렴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안주. 골목 보도블럭의 다양한 무늬와 송내 술꾼들의 보드랍고 거친 머리가 내려다 보이는 2층집에서는 벗님들의 ‘그런 마음이었어’가 싱싱하게 흐르고 있었는지 어
땧는지...
-계속-
최승갑 ㅎㅎㅎㅎㅎ 글솜씨가 기가 막힌건지? 정말 기가 막히게 잼나게들 지내신건지?? 너무 재미난 하루였군요? 다음엔 같이 자리합시다요, 막걸릴에 파전한장을 찢어 먹더라도,,, 2005/02/15
백복례 글 재주가 있는거겠지요 !? 어느땐 잘 이해가 안가는 점도 있지만 ... 즐거운 하루 하루 를 보내고 있군요 2005/02/16
전광우 계속...그날 맹길이는 어부인을 호출하여 옆에 모셔다 놓고 맹길이가 혼나는 걸 우리는 열심히 맹길이 편이되어 해몀하는라 혼났다...평소에 집사람한테 잘하거래이잉!!!! 2005/02/17
이명순 명길후배는 정말 글솜씨가 좋네. 그나저나 환영이가 일찍 자리를 떴다니 기적같은일이네.새해부턴 맘잡는다 하더니 ...항상 열심히 사는모습 보여주어 고맙네. 2005/02/17
윤영옥 얼굴을 마주하면 너무 진지한데 글을 대해보면 해학과 재치가 들어 있죠.ㅎㅎㅎㅎ 그래서 혹여, 선배님 글 속 주인공이되는 영광이 돌아올까봐 긴장하고 선배님을 마주하죠. 다행히 자라는 새싹들 기 죽인 선례가 없긴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털어서 먼지 안나는 ㄴ없으니 조심해야겠죠.ㅎㅎㅎ 2005/02/18
바람이 분다. 바람에 세우(細雨)가 묻혔다. 봄의 교태가 보인다고 문득 억지를 부리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문득 입춘이 지난 지도 열이틀임을 달력을 통해서 확인한다. 생퉁맞기만한 억지가 아님을 확인하자 은근한 여유가 느껴진다. 봄은 어디에 박혀 있는지 모르지만 분주하게, 또는 차분하게 생명을 위한 수분을 뿜어 올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어제 오후부터 시작한 봄비는 오전의 후반인 지금에서야 서서히 그쳐가고 있다.
십이월, 일월, 이월을 가물었던 인천의 대지는 이 봄비가 기쁘다. 그러나 인천사람을 닮은 인천의 산하(山河)는 기쁘다는 것인지 무덤덤하기로 작정한 것인지 표정이 없다. 아니 솔직히 이것은 나의 말 희롱이다. 봄비나 인천의 산하가 어디 우리처럼 희노애락이 있을까. 하지만 나는 말없는 저 나목들에서 봄을 기다리는 완고함을 읽는다. 아니, 보인다. 그러므로 자연이시여! 당신의 은총을 가지신만큼 넉넉히 뿌려만 주십시오.
다시 사흘 전, 송내 포도밭의 원두막으로 가보자. 선생님은 일요일도 생업에 충실하시느라, 일컬어 <공무>중이셨는데 마침 효성동의 단골손님에게 달인 약을 배달하러 오시던 차에 용희후배와 연락이 닿았고, 허창회 선배님은 동부인 하셔서 <말아톤>을 관람하시러 송내 씨지비에 오신다는 것을 하루전에 알게 되어서, 우연하고도 필연적인 만남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던 것이다.
알콜 보리물이 연노랑으로 좀이나 이쁜가. 그것은 우릴 채근하느라고 숨가쁘게 찰랑거렸고, 선생님, 선배님 그리고 후배들과의 시선에서는 겨우내 닫아 걸은 문짝들이 봄을 맞아 처음으로 끼이익!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싱그런 내음이 무지막지하게 웃음꽃으로 피어났다.
삼천시시로 먹는것보다 오백시시로 먹는 것이 이익이다는 시시한 말씀도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고, 명길아, 니 애인있냐? 라는 물음도 설렁설렁 받아 넘길 수 있어 좋다.(술이 말씀드렸다.
그 부분은 약 삼십퍼센트만 공개되어야 마땅한 세상인 줄 아뢰오! 저도 말은 해놓고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ㅎ), 반신욕이 땀이 많이 나고 몸에 좋다는 것을 열변하시는 주름많은 선배님은 또 얼마나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시는지.
난희후배가 따다가 내게 넘기고, 내가 따다가 못따고 결국 용희후배 한테 내던져진 음용수병(선생님께서 가져오신 강장제)은 용희후배의 손아귀에서는 맥을 못추고 열리는 것이었다. 아아! 나의 놀라움이란‥‥. 그리고 용희후배가 슬쩍 띄우는 미소. 경악의 장악력<掌握力>으로 선배를 유혹하는 것이었다나 어쨓다나ㅎㅎ
상숙 후배가 뒤늦게 투나에 있는 가게의 뒷정리를 한 후 합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희후배가 슬몃 없어졌음을 알았다. 남편이 명령한 귀가시간이 임박했던 것이다. 이슬에 젖은 난(蘭)같은 함축미를 느끼게 하는 후배. 도배일로 거칠어진 손마디. 일을 하는 성화의 여장부‥‥. 말없이 사라지는 요령을 이해하려는 선배의 마음은 홀가분하지 않다. 가는 사람 붙잡는 나의 술좌석 주특기를 여지없이 뭉개버린 후배, 다음좌석에선 명주실을 준비하리.
시간. 시간이 바닥나고 있었다. 바로 시간이, 시간의 도둑이라는 걸 뉘 모르겠는가. 내일은 출근해야하는데, 조급스럽게도 시간은 열시가 다 되어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문득 휴대폰이 고현정처럼 울었다. 내자의 전화였다. 슬픔 혹은 안타까움이 깔린 ‘봄날’의 주제곡이다. -자아, 계속 함께 젖어 보시겄습니까?
허창회 사는게 뭔지! ㅎ.ㅎㅎ ,기계충 내지 원형 탈모증엔 크레졸수가 단연 최고여! 이건 전 선생님 처방엔 안나오지 그래 요즘 누구래 남편 머리 부스럼에 신경쓰것냐? 지고지순한 부부애가 철철 넘치니 좋터라! 니도 좋던데 뭘. 2005/02/19
전광우 벙개팅이 좋긴 좋군요 정말로!! 그나저나 맹길이 지킴이 얘기는 왜 이렇게 뜸을 들이지? 소설책을 살 필요는 없다.....맹길의 포도밭 씨리즈가 계속 기다려진다! ㅎㅎㅎㅎㅎ 2005/02/19
임상규 어떤 병이든 용희 손에 안열리려고 용을 쓰다가는 병목이 부러질걸 ㅎㅎㅎㅎ 2005/02/22
이수연 성화인들과 좋은 시간 가져서 좋았겠네. 우리성화의 소설가 최명길후배에게 올 한해 신나는 일만 생기길... 2005/02/23
시간. 시간이 바닥나고 있었다. 바로 시간이, 시간의 도둑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내일은 출근해야하는데, 조급스럽게도 시간은 어느새 열시가 다 되어간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문득 내 휴대폰이 고현정처럼 울었다. 내자의 전화였다. 슬픔 혹은 안타까움이 깔린 ‘봄날’의 주제곡이다.
마침내, 아내까지 합석했다. 아내가 난데없이 성화의 ‘연못’에 맨 얼굴을 들이 민 것이다. 쫄은 모습이었던가, 여유였던가. 다소 파닥파닥하지 않았나 싶다. 평소 남편이 열심히 발품 파는 성화’라는 연못에 대하여 늘 궁금증을 품어오던 아내였다.
그녀는 부평에서 그녀의 친구와 저녁식사를 한 후에는 으레히 생과일 집을 들렀고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귀가 여부의 전화를 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오늘의 송내 모임에 대하여 사전에 일러 줄 정도의 품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우리에겐 이 시간이 초저녁인거 몰라?”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네시부터 만났으면 됬지 아직도 멀었다구요? 아주 붙어 살지 그래요?”
아내의 목소리에서 채근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그녀가 아래위로 휘저었다가 탁!하고 밧줄을 놓아 버리면 술맛이고 세상맛이고 다 떨어짐은 경험적 지식이다. 경험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결기를 꺼 줘야 한다. 그래서, ‘오라고 하면 설마 온다고 할테냐’ 고 송내로 오라고 속 내숭을 떨었고 그런데 이런, 진짜 그녀가 송내로 온다고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아내가 만나고 오는, 고향 친구인 그녀는 이혼녀다. 그 외의 아내의 이웃 친구들은 모두 고스톱 동아리다. 장난처럼(이렇게 표현하는 나를 용서하시오, 복숙씨.) ‘나 집 나갈거야’ 했는데 남편이 붙잡지 않았다고 했다. 일주일여의 시간이 지난 후 데리러 오지 않은 남편에게 화가나서 이
혼을 요구했고, 남편은 ‘얼씨구나’하고 통장 잔고 째 그녀에게 안겨주었다고 했다. 천사백만원 정
도였다고 했다. 남자에게는 이미 여자가 있었고, 아내의 고향친구인 그녀는 여전히도 남편을 사랑했던 것이다.
송내역으로 나가 아내를 데리고 돌아온 나는 희한한 모습을 본다. 모든 분들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집과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내와 남편들에게 중간보고를 올리는 성실한 남편과 아내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생경한지…….
아내가 참석한 시점부터 나는 술에 취했다. 소주 한병에 맥주 다섯잔쯤을 저축했을까? 과음이다. 불화로 꽉 채운 1년의 세월이 느릿느릿 지나갔고, 빠져나온 터널이 등 뒤에 시커멓게 보였다. 이혼, 영례씨!라고 부르는 용희후배의 목소리, 결백증, 명길아, 잘해라!,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요!라고 하는 상숙 후배의 못소리. 통제권 밖의 언어들이 방향 없이 허공을 튀는 것을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었다. 수능시험 부정 감시자의 자세를 견지해야 옳을 아내는 장내의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질곡의 화살 물꼬를 남편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앞장서서 성토하는 '아내, 미워요!'
밤 열두시가 되서야, 우리 부부는 먼저 자릴 떴다. 맛있는 것을 사주시겠다고 ‘쭈꾸미집’을 데려가셨던 전광우 선생님. 그 쭈꾸미가 어느듯 쭈글쭈글하고 딱딱해져 더 이상 씹기가 힘들어질 즈음이었다. -끝-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 아침. 아내의 표정은 말렁말렁했다. 어젯밤에, 스트레스를 다 날려 버렸던 것이다. 직감이다.
지원사격을 적절한 거리에서 적당하게 하여 주신 성화 우군(友軍) 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그리고 전광우 선생님과 허창회 선배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여쭤보
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요. ‘굴러 들어온 돌맹이가 박힌 돌맹이의 뒤통수를 때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어젯 밤 제 아내의 경우, 그녀는 과연 굴러들어온 돌맹이였던가요, 아니면 박힌 돌맹이였던것일까요? 그게 쬐끔은 궁금하네요.ㅎ)
최승갑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역시나 같은 소릴하고 싶군요, 그리고 누구나 다 형수님 앞에서는 형한테 잘하라고 잔소리할 겁니다요 ㅎㅎ 그게 형네 가정의 평화를 약속하는 의미겠지요? 속마음은 틀릴지라도 ㅎㅎ 사랑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바가지는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생각하면서 말입니다요 ㅎㅎ 좋은 날 ^^ 2005/02/26
이수연 굴러들어온 공이 박힐 수도 있고 , 박힌공이 굴러 들어올 수도 있고... 도사의말씀 이니라.ㅎㅎㅎㅎ 정법은 없고 인생은 그렇게 사는거야. 열심히 잘 살아가는 명길후배에게 항상 행운이 함께하길.... 2005/02/27
최명길 성화3년지절. 그 인연들의 현재적 만남에 대하여 누가 감히 궁시렁궁시렁 댈 수 있을 수 있을까요? ..성화인과 만남때는 사회의 모든 일반적 규칙들을 꺼내놓고 밤길을 동행하던 마음 하나만 들고 다닌답니다. ㅎㅎㅎ 성화인 아자잣!!! 2005/02/27
허창회 까짓꺼 굴러 오문 어떻고 백히면 어떻캈슈! 깐눔무꺼 ... 2005/02/28
하국모 진짜 마지막이라니 되게 서운타!!!!ㅎㅎㅎ 2005/02/28
임상규 명길이 아직도 백기투항안했나?? 괜히 반항하지말고 무조건 떠받들면서 10년만 살아봐... 그러면 50년간 떠받들어준다 ㅎㅎㅎㅎ 근데 우리장마철이나 시애틀겨울에 골프공이 땅에 박히면 찾는다고 정말 뒤통수 아프지... 굴러온 공이 훨 고마워 ㅎㅎㅎㅎㅎ 2005/03/01
전광우 우군허느라 진땀 뺐다...그저 제자 잘못은 선생책임이라 잘 좀 봐주며 이쁘게 봐주고 사시라공!.... 2005/03/02
최명길 영례는 선생님께 '어리광' 피우는 것 같애요. 엄청 뻥튀기거든요. ...죄송하고, 또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쁘게 살께요.ㅎ 200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