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치료 200회를 훌쩍 넘어선 태균이의 변화
집중적인 고압산소치료 200회를 훌쩍 넘기면서 태균이는 남들은 모르겠지만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여전히 발달지체가 심각한 다소 비만한 자폐청년이지만, 생활 속에서 느끼는
체감적 변화는 꽤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1. 수용언어와 상황인지 능력의 증가 : 가장 괄목한 것은 수용언어의 증가입니다. 생활 속에서의
왠만한 지시사항은 이해를 하고 수행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숙제가 쉬운 지시임에도 잘 이해하지
못해 수행하지 못하거나 모른 척 하기 일쑤였죠. 이제는 자신에게 내려진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
하려고 하고 왠만하면 지시한대로 수행합니다. 예전에는 옷입어, 팬티입어 정도의 간단한 지시에
대한 반응 정도였지만, 지금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가령 자신의 속옥을 개어놓는 서랍에 팬티가
없을 경우, 베란다 나가서 빨래줄에 걸린 팬티 골라서 입을래? 라고 다소 복잡한 주문을 해도 척척
합니다. 이런 지시에 대해 잘 수행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리둥절할 정도입니다. 아직까지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뭔가 꼬투리를 일단은 터뜨린 것 같아, 앞날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제 귀가
조금씩 뚫리고 상대방의 말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확실한 발전의 터전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강박증이 많이 개선되지 않아서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중에서 먹을
것에 관련된 것이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언급된 경우, 그것이 성취될 때까지 엄마를 괴롭힙니다.
지난 주 일요일 춘천을 다녀오면서 오는 길에 강촌들려서 ATV 타고 오자고 했는데, 갑자기 잡힌
사무실에서의 약속 때문에 서둘러 돌아올 수 밖에 없었고, 그 날부터 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휴대
전화에 저장되어있는 춘천에서 식당에서 닭갈비 먹는 사진 계속 보여주며, 왜 ATV 안타러 가는지 재촉해
댑니다. 원하는대로 성취되지 않자 떼도 쓰고 짜증도 냈지요.
선별적인 청지각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청지각으로 이제 발전을 해 나가야 되겠지요.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며 상황을 설명하자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2. 사회성 :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성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 생기고 그 다음에 가족에 대한 인식이
굳어지고, 그 다음에 타인에 대한 인식과 관계성으로 확대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원래 약간은 가족적인 인식이
있긴 했지만 요즘은 그게 확실히 더 좋아졌습니다. 태균이는 생각보다 군것질을 잘 하지 않습니다. 별 일없으면
하루 세끼로 끝내는데, 가끔 아이스크림이나 케익 같은 것을 사다놓아도 별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이 땡기면 주변 사람들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 먹어버리곤 했었지요. 요즘은 아이스크림이나 케익도 꼭 아빠가
있어야 먹는 것도 확실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함께 먹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아빠도 그런 것은 좋아한다는 상대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이죠. 식당에 가면 같이 간 사람들에게 컵에 물따라주고 숟가락 젓가락 놓아주는 행동과는 또
다른, 한 차원 다른 변화입니다. 이렇게 물꼬를 트여가면서 22세 청년은 초등학생 정도의 길로 갈 것입니다.
3. 신진대사 : 산소치료는 확실히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기 때문에 식욕은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잘 먹는
태균이이지만, 세 끼 제 시간에 먹지 않으면 원래의 강박증과 더불어 짜증을 많이 냅니다. 제 시간에 맞춰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 요즘의 중요한 일입니다.
4. 인지 : 확실히 한 단계 올랐습니다. 그것의 증거로 자주 책을 들여다보고, 또 하나 컴퓨터 가지고 들여다 보는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 즐기던 프로그램이 주로 유치원생 용이었다면 요즘은 초등학생으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예전에 들어본 적 없는 과학송이나 우주송 등을 열심히 듣습니다. 어쨌든 기분은 참 좋습니다.
5. 언어 : 너무 오랜 세월, 말로 표현하고 살아보지 않아, 여전히 가장 취약해 보입니다. 그래도 3년 정도 더
노력하면 말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태균이 이제 유치원을 졸업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쉽게 닭갈비만 먹고 ATV도 못타고 돌아왔던 지난주 강촌에서의 사진
![](https://t1.daumcdn.net/cfile/cafe/1347DD374FEB949024)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EDE374FEB949124)
![](https://t1.daumcdn.net/cfile/cafe/16456C374FEB949123)
첫댓글 맛있게 먹네요^^
닭갈비 먹고나서 볶음밥 먹는 재미~~ 정말 맛있어요 ㅋㅋ
태균군 정말 씩씩하게 잘 생겼네요^^ 고압 산소 치료 정말 받아 보고싶은데...시작이 왜 이렇게 어렵나요...여긴 강원도 속초인데...
속초... 혹시 몇 분 모이시면 좋을텐데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
태균이 보고 싶다 ^^
나연이도 보고 싶어요~~~
태균씨 먹는 거 보니 저도 춘천가서 닭갈비 먹고 오고 싶어요...^^ 이번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춘천나들이 해야겠네요. 태균씨의 매일매일 조금씩 순조롭게, 행복하게 좋아지는 모습 기대할게요...
꾸준히 산소치료 받고 있는 태균이 부럽고, 참 좋아보입니다.
어제밤에 산소하고 가는길에 태균이 1층 의자에 앉아있더라구요. 그래서 엄마가 찾는다고 올라가라했더니 들어가더라구요. 태균이 정말 말귀도 잘 알아듣고 문제행동이 다듬어진느낌이 확들었어요.
미소가 멋진 태균청년 파이팅입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