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방송 독점의 폐해, 어찌하오리까
요즘은 낙이라고는 그저 스포츠중계 시청하는 것 뿐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이영표, 박지성 선수의 플레이를 즐겼고, WBC를 통해서 한국야구의 저력을 피부로 느꼈으며,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 소식 또한 TV 스포츠중계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며칠전에도 평소처럼 스포츠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분명히 어제까지 있던 각종 스포츠채널(MBC ESPN, Exports, SBS sports)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유는 그 다음날에야 알 수 있었다. 안양방송이 채널개편의 명목으로 6,000원짜리 보급형에 포함되어 있던 각종 스포츠채널을 17,000원짜리 고급형에다 전부 옮겨 놓았던 것이다. 말하자면 스포츠채널 보고싶으면 고급형에 가입하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난리가 났다.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는 등 안양방송에 대한 성토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안양방송뿐 아니라 인근의 수원방송 등 독점 유선방송의 횡포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역별로 하나씩 케이블TV사업자 설립을 허가해 준데서 이미 그러한 부작용은 예고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가격현실화를 명목으로 각종 요금을 슬며시 올리는 행태에서부터 보급형과 같은 값싼 패키지에 들어 있던 각종 스포츠채널을 몽땅 값비싼 기본형이나 고급형에다 옮겨 버리는 방법을 통해 그들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소위 지역유선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 SO라고 한다)들은 채널부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공급자(PP; Program Provider)에 대해 엄청난 힘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한 회사가 여러 지역의 SO사업을 하는 MSO(Multi- SO)가 늘어나면서 우월적 지위에 의한 횡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어쨌거나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소비자이다. 소비자들의 권리라고는 그저 케이블TV를 보지 않거나, 비싼 값을 주고 고급형을 신청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회사에 항의한들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물론 소비자보호원에 호소할 수도 있고, 공정거래법의 적용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제3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인 법적용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설사 이렇게 된다 해도 조치가 취해질 때 까지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는 어찌할 것인가? 케이블 사업자들은 Skylife라는 경쟁자가 있으므로 독점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동안 출혈경쟁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경쟁이 없어졌으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시각을 반영한 것일수도 있다. 지금도 많은 대기업들이 SO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SO사업에는 상당한 떡고물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떡고물의 맛을 본 독과점사업자는 그 떡을 더욱 키워가려 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독점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된데는 공정위도 일말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과거 지역별로 중계유선방송사와의 합병을 대부분 용인해 준 것이 공정위이니까.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빠른 때이다. 이런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2개 내지 3개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그 지역내에 있는 여러 사업자들간에 경쟁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도, 자기 마음대로 채널을 뜯어 고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담합을 한다면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공정위가 날카로운 눈으로 이를 잡아내고 엄벌에 처할면 될테니까. 방송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06.4.11